퇴경정용(槌輕釘聳)-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는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국민들 가운데는 국가사회가 총체적으로 질서가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탄식을 금치 못할 것이다. 강호순 같은 살인마(殺人魔)가 사람 죽이기를 하루살이 한 마리 죽이듯이 하였다. 그러고도 아무런 반성하는 빛 없이 현장에 끌려다니면서 범죄행위를 태연하게 재연하고 있다. 살인을 저지른 것도 매우 큰 문제지만, 재연하는 현장에서의 그의 마음가짐에서 우러나온 그의 표정이 더 큰 문제이다. 아성(亞聖) 맹자(孟子)가 ‘사람의 본성은 착하다’고 했는데, 과연 그럴까 하는 의심이 들게 만든다. 한동안 국회의원들이 치고받고 하여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더니, 드디어는 시민단체 대표들이라는 사람들이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에서 백주대낮에 여성 국회의원을 폭행하고, 온갖 저질의 욕설을 끓어부어 입원 치료하게 만들었다. 날마다 자기 이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억지에 가까운 시위는 곳곳에서 그치지 않는다. 세상이 갈 곳까지 갔다는 생각에 한심(寒心)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정치나 법이 위엄을 잃었기 때문이다. 왜 위엄을 잃었을까? 지금까지 마땅히 해야 할 짓을 못했기 때문이다. 손아래 사람이라도 자기 할 짓을 성실하게 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이 한마디 하면 권위가 서는 법이다. 윗사람이라 해도 자기 할 짓을 안 하고 원칙을 지키지 않고 사욕에 사로잡혀 일을 처리한다면 권위가 서지 않는 법이다. 그동안 정부는 정당성이 없는 정권이 맡았던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원칙이 없었고,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원칙이 없다 보니, 허락해서는 안 되는 일도 허락해 주었고, 허락해야 될 일을 허락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국가기관이나 국영기업체의 인사(人事)에 있어서도, 가장 적절한 전문가를 임명하기보다는 학연 지연에 따른 임용이 많았다. 그러니 국민들은 정부에 등을 돌린 지 오래였다. 해결 방법은 국가의 통치자가 조그만 사리사욕에 얽매이지 말고 원칙에 입각하여 정정당당하게 국가를 경영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권위를 회복하고 공권력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와 관계가 닿는 사람을 요직에 임명하고, 힘 있는 사람은 봐 주고, 사면을 계속한다면, 국민들은 공권력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같은 나라는 자유가 보장된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공권력에 도전하는 경우에는 원칙에 입각하여 가차없이 엄하게 처벌한다고 한다. 미국에 사는 아는 교포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주차금지 지역에 차를 세워두면 포클레인을 가져와 차를 쪼그라뜨려 버린다고 한다. 그래도 아무도 항의하지 못할 정도로 공권력의 권위가 살아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이라 질서가 없어 보이지만, 넘어야 할 선은 넘지 않고 질서를 지키기에 그 거대한 나라에서 그 많은 인종들이 별 탈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국가는 국가대로 원칙을 세워나가야 하겠지만, 국민들 개개인이 법질서를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할 것이다. 국민들 자신은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서 국가만 원망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속담에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는다’는 말이 있는데, 공권력이 미약해지니까, 범법과 무질서가 판을 친다. 이러고서 국민소득이 높은들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겠는가? * 槌 : 망치 퇴(추). * 輕 : 가벼울 경. * 釘 : 못 정. * 聳 : 솟을 용.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