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해상보험법에서는 통상 중요한 사항에 대한 고지의무(duty to disclose every material circumstance)를 명문으로 규정하여 피보험자에게 중요한 사항에 대한 고지의무위반이 있는 경우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해지함으로써 보험계약상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자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의 효력을 부정하기 위하여는 피보험자(또는 보험계약자)가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였고 당해 보험자가 이로 인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여야 한다.
한편, 우리 상법은 1개월의 계약해지기간 및 고지의무위반이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일 것 등을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고지의무위반과 보험사고사이에도 인과관계를 요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상법 제651조 및 제655조), 우리 해상보험계약의 준거법이 되는 영국해상보험법은 이러한 계약해지기간의 제한이나 피보험자측의 고의 중대한 과실에 관한 규정이 없으며 인과관계를 요하지도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2. 고지의무의 내용과 그 대상인 중요한 사항
중요한 사항(material circumstance)이란 신중한 보험자가 보험료를 산정하거나 위험을 인수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바, 과연 무엇이 중요한 사항인가는 사실판단의 문제로서 각 사안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에 관련하여, 영국해상보험법은 제18조 제1항에서 “이 조항의 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피보험자(the assured)는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중요한 사항(material circumstance)을 보험자에게 고지하여야 하며, 통상의 업무수행과정에서 자신이 알고 있어야 하는 모든 사항은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만일 피보험자가 이러한 고지를 하지 않은 경우 보험자는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신중한 보험자가 보험료를 산정하거나 위험을 인수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모두 중요한 사항이다(Every circumstance is material which would influence the judgement of a prudent insurer in fixing the premium, or determining whether he will take the risk)"라고 하고, 제4항에서 “고지되지 아니한 특정 사항이 중요한지 아닌지 하는 것은 각 경우에 있어서의 사실문제(a question of fact)이다."라고 규정함과 아울러 제19조에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대리인의 고지(Disclosure by agent effecting insurance)"란 표제 하에 피보험자를 위하여 대리인에 의하여 보험계약이 체결된 경우 대리인이 고지하여야 할 사항으로 대리인이 알고 있는 모든 중요한 사항 등을 규정하면서 보험을 부보하는 대리인은 그의 통상의 업무수행과정에서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거나 대리인에게 당연히 통지되었어야 할 모든 사항은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하고 있다.
대체로 선박보험에 가입될 선박의 관리상태는 보험자가 선박보험계약의 보험가액 및 보험료를 정하고 그 위험인수 여부를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되고, 선주는 선박보험계약 체결시 선박의 관리 상태는 물론 항해구역 또는 조업지역, 승선인원 등에 관한 중요한 사항들을 보험자에게 고지하여야 한다.
3. 중요한 사항에 관한 판례
영국판결 중 적하의 가치가 9700파운드인데 약정보험가액을 20,000파운드로 부보한 경우(Ionides v. Pender (1874))와 2500파운드에 팔려고 한 요트의 약정보험가액을 4000파운드로 부보한 경우(Slattery v. Mance (1962)) 그 실제가치를 중요사항이라고 판시한 것이 있고, 선박기간보험에서 선박의 감항능력 여부를 중요한 사항이라 한 바 있다(The Papoose (1971)). 반면에 선장이 20년간 항해를 하지 않았다거나 다른 보험자가 보험인수를 거절한 사정 등은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 대법원판결도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화물을 적재하고 출항한 선박으로부터 사고의 발생이 에상된다는 전문을 수령한 사실을 감춘 경우 위 전문수령사실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한 것이 있고(대법원 1991. 5. 14. 선고, 90다카25314판결), 선박의 감항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선급유지는 해상적하보험에 있어서 보험료를 정하고 그 위험인수를 여부를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칠 사항으로서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 소정의 보험자에게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해당된다고 한다(대법원 1997. 11. 7. 선고, 95나12392판결).
4.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계약의 해지가능시기
영국해상보험법상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의 해지(취소)권의 행사기간은 그 정함이 없으나 보험계약취소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 내에 행사하여야 한다고 해석한다.
이에 관련하여, 우리나라 대법원은 1996. 3. 8. 선고, 95다28779판결에서 “영국법준거약관이 적용되는 선박보험계약에 있어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의 해지에 관하여는 영국 해상보험법 18조, 17조가 적용되고 같은 법 소정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의 해지는 우리 상법 651조 소정의 그것과는 그 요건과 효과를 달리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상법 655조의 인과관계에 관한 규정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하고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취소권의 행사기간은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보험계약의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상당한 기간 내이어야 하고, 보험자가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을 의사임을 명백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흐른 경우나 보험자가 취소권을 늦게 행사함으로써 피보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또는 제3자의 권리관계가 개입하게 된 경우라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추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함이 영국 법원의 판례라는 전제아래 그 상당한 기간을 일률적으로 우리 상법651조 소정의 제척기간에 상응하는 1개월 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