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산- 학산아우님,어제는 13일 마석장날이어서 꽃게 5마릴 만원, 굴 한봉질 만이천에
사다가 집에서 개탕과 굴젓으로 저녁을 잘 먹었지. 물론 양주도 소주잔으로
한컵 했네. 아우님, 생각이 저절로 나데.
학산- 칠산성, 사람같이 허고 사네. 세상 부러울 것 없지
칠산- 아우님, 그런데 자네와 내가 거리로 따지면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달려가 만날 수 있는데 왜 그게 안되지?
학산- 보채지 말어. 날 풀리기만 기둘러.
칠산- 추사 김정희가 남쪽에서 언제인가 정읍 백양사에 있는 文敵 어느 중을 정읍장터엔
가에서 만나기로 하고 일찌 감치 달포를 넘게 걸어 정읍장테에 도착, 기다렸다네.
학산- 나도 그런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세삼스러운 얘기인가.
칠산- 아냐, 얘기 더 들어봐. 정읍장에서 일주일을 기둘렀는데 그 백양사 스님이 눈에 막혀
가까스로 정읍에 도착하니, 그 추사는 바빠서 금방 떠나버렸다네. 참으로 유장한 세
월얘기지.
학산- 우리도 그런 아련한 추억들이 있지. 하림,현산, 칠산, 학산의 겨울 비박에 월산,원담의
재택,사우나비박등 참으로 즐거운 추억이었네.
칠산- 그래서 추사 김정희가 어떤 인물이가를 더듬어 보았더니 정말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더군.
.
학산-또 무슨 말이 하고픈지. 무슨 얘긴지 좀 길어질 모양이네잉.
칠산- 맞아. 카톡이 좀 길어지니,참고 들어보소.'이천 리 대해 밧게 잇난 마암' 이게 뭔지 모르
지?' 추사가 제주도에서 부인게게 쓴 서찰의 서두여.
-한도를 그리는 밤, 오늘따라 대정바다는 참으로 고요합니다.부인.
지난달 초사흘 가복을 통해 보내주신 서책과 편지를 이달 하순 늦게야 반가이 받아 읽으며
이순 나이에 천리 물길과 천리 물길 큰 바다를 건너온 그리운 묵향 내음이 그만 울컥 눈물이
솟아 올라 한참이나 바다가에 나가 망망한 제주바다 끝을 바라보며 그 끝너머 지붕과 흰옷
사람들과 낯익은 길들이 하마 뵐까 돋움발을 하며 오래오래 서 있었습니다.
대저 그리움이란, 불시에 찾아와 대정마을 마를 풀 한 포기 버려져 잠든 돌맹이 하나 남김없이
흔들어 깨워 윙윙윙 울리다가 바다로 달아나는 붙잡을 수도 없는 무형의 저 겨울바람만 같아.
문득문득 지난 날들이 찾아올 때면 참으려 참으려 해도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들을 이제는 오랜
버릇인양 어찌 할 수 없습니다. 부인, 오늘 저녁도 더운 물에 찬밥을 말아먹고 내 배소앞 눍은 소
나무에 기대어 서서 날 저물고 샌다한들 내 이름 부르며 찾아올리 없는 위리안치, 이 보다 이천리
밖 더욱 쓰리고 아픈 마음으로 외로운 그대를 생각 하였습니다.
일찍이 정치와 당을 멀리하고 시와 글씨에 열중하였더라면, 뜬 구름같은 한세상 은은한 묵향과
힘찬 시문으로 경영하며 이렇게 늙어 서로 쓸쓸하고 등 시린 이 나이에 작은 초가 한 칸으로도 넉
넉할 것을 이밤 늦도록 홀로 먹을 갈아 세한도를 그리며 언듯언듯 덮쳐오는 , 살아서는 다시 만
나지 못할 죽음의 아득한 예감을 애써 떨치며, 뒤돌아 보노라면 내 배소 뒤 대밭사이로 쏴쏴 몰려
가는 겨울바람 소리 보다 더욱 허허로운 지난 세월들을 하얀 여백으로 비워봅니다. 우리가 다시
만나 사랑하며 살아갈 날 들을 또한 하얀 여백으로 묵묵히 남겨둡니다-
학산- 그 유명한 '세한도'를 좀 이해할 것 같네. 나 지금 오줌도 마렵고 하니 일어날게. 조심히 살펴 갈게
멀리 나오지 마소.
칠산-예스, 굳 바이 미스터 팍~
첫댓글 歲寒圖 말씀하셨나요....
歲寒然後知 松栢之後彫(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
추운 겨울이 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는 세한
개탕과 굴젓에 반주로 양주 한잔을 곁들여
쓸쓸히 홀로 앉아 저녁을 잡수시며
생각나는 사람이 학산이라니
참말로 눈물 나게 고맙고 고맙네!
콧물까지 나능만
추사 김정희에게 청나라에서
책을 구해다 준 이상적을 닮으셨구려
근데 난 왜 고랭지 밭에서 캔 무공해 고구마로
저녁을 때우면서 칠산성이 생각나지 않을까?
나는 독살 스러운 다산 정약용(? )(정약용 밑도 못 닦지만)을 본받아 그럴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묻고 싶으오
전고 동창생이지만 같은 박씨 성님들 존경해요
34홈페이지 창립자며
운영해 주어 감사합니다
내년도 건강하시고
춘담 성 무슨 존경까지나 새해 복 많이 들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