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제자가 낙찰받은 물건이다.
감정가는 2억 5천만원인데, 3번의 유찰을 거쳐 최저가가 1억2천8백만 원까지 저감된 상태였다.
이 물건이 감정가의 반값까지 떨어진 이유는 아시다시피 선순위 가등기때문이었다.
선순위 가등기가 있는 물건은 특수물건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축에 속한다.
낙찰자가 잔금을 낸 후 소유권을 취득해도 뒤늦게 가등기권자가 본등기를 쳐버리면 낙찰자는
속절없이 소유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순위 가등기가 있어도 가등기권자가 배당요구를 하거나 채권계산서를 제출하면 낙찰과
동시에 말소되는 담보가등기이니 문제 없다는 내용은 경매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이 물건은 가등기권자가 배당요구를 하지않아 낙찰자가 인수해야되는 소유권보전가등기로 강력히 추정되는 물건이었다.
특히나 가등기권자가 건설업계에서 나름 이름있는 이수건설이었기 때문에 다들 진정한 가등기로 추정들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늘 강조하듯 철옹성같은 특수물건이라도 반드시 헛점은 있는 법!
필자의 강의를 들었던 제자 한분이 응찰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해 와, 함께 가등기가 설정된 내막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보았고, 그 결과 위 가등기는 소송을 통해 어렵지 않게 말소가 가능한 의미없는 가등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입찰 당일.
난이도가 높아 단독 입찰을 예상했지만, 그래도 가등기의 내막을 아는 사람이 들어올 수 있다는 조심스런 가정과 최저가를 쓰는 건 경매제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평소의 소신대로(^^) 최저가보다 조금 더 높게 입찰가를 써냈다.
결국 우리가 낙찰을 받았고, 그날 2등으로 패찰의 고배를 마셨던 차순위권자는 예상대로 위 가등기가 의미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임차인이었다.
낙찰직후 곧바로 이수건설을 찾아가, 가등기가 말소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충분히 설명을 해주고, 소송하게 되면 우리쪽 변호사비용과 기타 인지대 등 소송비용을 그쪽에서 부담해야하니 그냥 말소신청서에 도장을 찍어달라고 설득을 하면서,
우리 요구를 순순히 들어준다면 우리쪽에서도 사례를 할 의향이 있다는 취지로 준비해간 금일봉 봉투를 슬쩍 내보이기도 했지만 이수건설 측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이수건설 측에서 던진 "우리도 억울하니 소송해서 판결을 받아보자!" 라는 말을 끝으로 협상은 최종 결렬되었고 본의 아니게 가등기 말소소송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진행된 소송은 1심에 약 7-8개월 걸리는 업계의 평균을 한참 밑돌게 석달 보름만에 끝이 났다.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응소를 하는데도 소장 접수에서 판결까지 석달 보름정도 밖에 안걸린 판결은 필자도 난생 처음 받아 보았다. 그만큼 우리쪽에서 철저히 준비를 했던 것이다.
판결 선고 후, 억울함을 강력히 호소하던 상대는 기가 죽었는지 항소를 포기했고 판결은 확정되어 곧바로 가등기는 말소되었다.
낙찰받고 잔금 낸지 석달여만에 선순위 가등기가 있는 무시무시한 물건이 일반물건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전액 배당받는 임차인은 잘 설득해서 원만히 명도하고 곧바로 리노베이션에 돌입하여 최대한 저렴한 비용으로 곳곳을 수리해 공인중개사에게 내놨는데, 매물로 내놓은 지 얼마되지 않아 2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1억 4천여만 원에 낙찰받아 2억원에 전세를 내놓았으니 이 물건의 수익율은 도대체 얼마인가.
게다가 입지가 좋고 건물상태가 양호한데다가 내부도 선호도가 높은 구조라 전세가는 계속 치솟고 있으며,
앞으로 2년 후 매각시점에는 매매가도 상당히 올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를 타고있는 요즘, 경매인들은 높은 낙찰가율과 치솟는 경쟁율로 한숨만 쉬고 있을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공부하여 특수물건에 한번 도전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웬만한 특수물건도 대출 가능하고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간 동안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투기목적의 단타매매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세금마저 절약할 수 있으니 요즘같은 부동산 상승기에는 특수물건입찰이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또하나의 TIP)
이 물건은 선순위 가등기외에, 물건명세서에 발코니 무단확장을 이유로 위법건축물로 등재되었다는 경고가 있는 물건이었다. 그렇다면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아다시피 지난해는 '위법건축물 양성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의거 한시적인 위법건축물양성화기간이었다.
즉, 일정한 요건을 갖춘 위법건축물은 연말까지 신청만 하면 양성화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다는 것이다.
신축빌라에 주차장 대수가 부족한 큰 하자도 양성화되는 마당에 발코니 한평정도 확장한 하자야 당연히 양성화 되지 않았겠는가.
이 물건 낙찰자도 적기에 양성화 신청을 하여 이 물건은 곧 위법건축물이라는 오명을 벗었고 오히려 발코니 확장한 부분이 양성화되다보니 건물의 가치는 더욱 높아져 예상치 않은 보너스까지 얻게 되었다.
경매, 참 재미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