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 1월부터 철도, 항공운수 수도, 전기, 병원 등 필수공익사업의 근로자들이 파업시에 일정수준 유지하여야 할 필수유지업무의 범위 지정을 골자로 하는 노조법시행령개정안을 7월11일 입법예고하였다. 또 파업시 대체근로가 허용됨에 따라 파업참가자수 산정방법을 정하고, 노동조합 운영의 자주성을 높이기 위해 지부·분회 등의 별도의 설립신고 근거규정을 삭제하였다.
필수유지업무의 범위
이번 노조법시행령 개정은 지난해 노사관계 선진화입법으로 2008년 1월부터 필수공익사업에서 직권중재제도가 폐지되고,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도입된 데 따른 후속조치로서 노사가 파업시 유지해야 할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노조법 제71조 제2항에 따르면 필수공익사업은 철도·도시철도, 항공운수, 수도, 전기, 가스, 석유, 병원, 혈액공급, 한국은행, 통신, 우정사업 등으로 이번 개정안에서는 각 필수공익사업별로 쟁의기간 동안 정당한 유지·운영이 이루어져야 하는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를 정하였다.
‘필수유지업무’는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쇄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건강, 신체의 안전 또는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를 말한다.
정부는 이번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지난 선진화입법 취지에 입각해, 쟁의권과 공익의 조화를 위해 ILO가 제시하고 있는 공익사업 최소유지업무제도 설정기준에 준거하였다.
즉, 공중의 생명·건강 및 신체의 안전에 관련된 필수서비스(essential services)의 경우 보다 엄격히 설정한 반면, 공중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최소서비스(minimum services)의 경우는 보다 유연하게 설정했다.
※ 필수서비스(essential services): 그 중단에 의해 공중의 생명·안전·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사업
※ 최소서비스(minimum services): 파업의 범위 및 기간에 따라 공중의
정상적인 생활조건을 위험에 빠뜨리는 긴박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사업
또한 쟁의권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가급적 업무를 세분하여 그 업무의 최종 서비스 생산에 미치는 영향, 대체가능성, 노동력 공급의 상시성 여부 등 다각도로 업무를 분석,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중 필요 최소한의 업무만 열거·예시하였다.
이에 따라 필수공익사업장의 노사는 필수유지업무의 유지·운영수준, 대상 직무, 필요인원 등을 노사협정(‘필수유지업무 협정’)으로 체결해야하고, 노사간에 협정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관계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이 노동위원회에 신청해 노동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했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필수유지업무 근무자를 통보하고 사용자는 근무자를 지명해 필수유지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
대체근로 허용에 따른 파업참가자수 산정 방법
필수공익사업에 있어 파업참가자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체근로가 허용됨에 따라 파업참가자 수를 산정하는 방법을 정하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파업참가자’를 노동조합이 주도한 파업에 참가한 자로서 근로의무가 있는 근로시간 중 일부 또는 전부의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자로 정의 하고 있다. 따라서 노조에 의하여 주도되지 않는 불법파업의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교대제 근로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외 근로를 미리 예정하고 연속 작업을 하고 있는 경우 그 연장근로시간 중의 파업에 대해서도 파업참가로 간주한다.
파업참가자 수는 1일 단위로 산정하도록 함으로써 당일에 파업참가자 수에 대응한 당일의 대체근로만 허용됨을 명확히 규정하였다.
노동조합 산하조직의 설립신고제도 폐지
노동조합이 근로자의 자주적 단결체로서 그 조직운영에 있어 자주적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 내부조직인 지부·분회 등이 별도의 설립신고를 할 수 있는 규정을 삭제하였다.
이는 그동안 노동조합의 규약에 따라 설치되는 내부조직인 지부·분회 등이 독자적으로 설립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상 혼선이 발생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노동조합이 내부조직에 대한 조정·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됨으로써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이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를 정하게 된 배경은?
작년 노사관계선진화 입법으로 필수공익사업장의 노동위원회 직권중재제도가 폐지되고 필수유지업무를 도입됐다. 그동안에는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쟁의가 발생할 시 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내리면 일체의 쟁의행위를 할 수 없어 국제노동기구 등에서 과도하게 쟁의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따라서 필수공익사업장에서도 쟁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파업시에도 반드시 유지돼야 하는 업무를 지정해 공익의 침해도 줄이도록 한 것이다.
필수유지업무의 범위 설정 기준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노동기본권의 신장이라는 법률개정의 기본 취지에 충실하려고 노력해, 공익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최대한 쟁의권을 허용하는 방안으로 검토하였다. 먼저 ILO 기준에 따라 생명·건강·안전과 관련된 생존필수서비스의 경우 공익보호를 위해 필수유지업무범위를 보다 엄격하게 설정했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최소서비스의 경우 쟁의권 보호 관점에서 그 범위를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설정했다. 또한 서비스 공급이 독·과점 방식인지, 대체인력 확보가 가능한지 등 업무도 분석했다.
범위를 설정하기 위해 필수공익사업장 12개 업종을 유사한 업종끼리 5개로 묶고 업종별 TFT를 만들어 노사와 업무, 공정 공학자 등 전문가가 참여해 논의를 계속해왔다.
업무구분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불필요하게 필수유지업무 범위가 넓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사업’은 가장 큰 단위 개념이고, ‘업무’, ‘직무’의 순으로 하위개념이다. 필수유지업무는 업무까지의 범위만 정해주고 해당되는 세부 직무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규정하도록 한 것이다. 업무 분류를 지나치게 세분화하면 필수유지업무에 포함되지 않아야 할 업무가 포함되는 위험을 줄어들 수 있지만 반면, 필수유지업무를 노사협정으로 정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고 나아가 기술발전 또는 공정변화에 따른 업무조정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또 같은 업종이라도 기업마다 나름대로 업무구분을 달리해 해당 사업의 일의적 업무구분기준를 제시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노사가 협정으로 필수유지업무를 정해야 하나..
노사협정은 파업을 하더라도 이러이러한 업무는 유지시키자는 노사 간의 게임 룰을 정하는 것이다. 업무를 유지하는 사람은 누가, 몇 명이 할 것이며, 유지수준은 어디까지 할 것인지 등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
파업의 영향력도 가지면서 적정수준의 공익을 유지하기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노사 간에 고도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그동안 필수공익사업장들은 쟁의를 겪으면서 쌓여진 관행이 있다. 법이 모든 것을 정해줄 수는 없다. 쟁의권과 공익의 조화를 위해 주어진 제도를 선용하려는 노사 간의 의지가 중요하다.
필수공익사업장에 대체근로가 허용된다는데..
노동계에서는 2중 파업구제장치라고 반대하지만 대체근로는 세계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사용자도 영업을 계속할 권리가 있다. 그동안 노조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는 측면에서 배려해 대체근로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파업시 필수공익사업의 공익을 담보할 장치가 약하다는 취지에서 파업참가자 수의 50% 내에서 대체근로를 허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성이 요구되는 근로자의 대체근로는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근로 역시 파업의 악화를 막고 공익이 침해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노동조합 지부·분회가 별도의 설립신고를 할 수 없도록 했다..
그동안에는 산별노조에 소속된 기업별 지부나 분회가 각자 독립적인 노조로 설립신고를 할 수 있어 노동조합이 내부 조직에 대한 조정과 통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기업별로 1사1노조일 때에는 이런 문제가 없었지만 다양한 형태의 노조와 산별노조가 출연하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제는 산별노조에 소속된 지부나 지회를 독립적 노조로 설립할 수 없게 됨으로써 이중교섭이라는 폐해를 줄이고 조직의 통솔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향후 어떻게 추진되나?
내년 1월부터 시행되지만 처음 도입되는 만큼 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개정안이 8월안에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노사가 필수유지업무협약을 맺을 수 있도록 교육과 사전지도를 통해 혼선을 예방하고 현장에 잘 안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필수공익사업장의 쟁의권 신장이다. 또한 노사에게 자율적인 재량이 많이 주어졌다. 현장에서의 성패는 노사에 달려있다. 공익과 쟁의권이 적절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사가 큰 틀에서 운영의 묘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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