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자 생각입니까?” JP 그림 해석, 장쩌민 놀랐다 (103)
김종필 증언록: 소이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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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1926~2018)의 혁명과 정치 인생은 1961년 5·16부터 시작해 2004년 정계 은퇴까지 40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두 번의 국무총리, 9선 국회의원으로 ‘정치 9단’의 대명사로 불렸던 인물이지만, 끝내 1인자(대통령)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나 외교장관의 전유물 같은 ‘외교’를 전면에서 수행한 적은 없지만 젊은 시절부터 JP의 식견과 교류는 국제적이었습니다.
100회를 넘긴 ‘김종필 증언록’, 이번 회부터 세 차례에 걸쳐 JP가 보고 만난 세계와 그의 세계관, 그리고 역사관을 들어봅니다. 먼저 1993년부터 10년간 중국을 이끌었던 장쩌민(1926~2022) 전 주석과의 만남을 소개합니다. 중국 1인자와 초면에 말이 ‘통하게’ 된 계기는 국가 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인문학적 교양’이었습니다.
1998년 2월 11일 김종필(JP) 자민련 명예총재(왼쪽 앞줄 다섯째)와 그 옆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회담을 마친 뒤 양측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뒤편에 대형 매화나무 그림이 걸려 있다. JP는 그림 속 ‘枯木逢春(고목봉춘)’ 글귀 풀이로 대화를 이끌었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예정 시간 30분을 훌쩍 넘긴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중앙포토
1998년 2월 8일 나는 중국공산당의 초청을 받아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2월 25일 김대중(DJ) 정권의 출범 직전으로 나의 첫 중국 방문이었다. DJP 공동정부의 한 축이었던 나는 후진타오(胡錦濤) 정치국 상무위원,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부 부부장을 잇따라 만난 뒤 2월 11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했다.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이 사망한 뒤 1년 정도 된 시점이었다.
자민련 명예총재였던 나와 장쩌민 주석의 면담 장소는 중국 권부(權府)의 심장인 중난하이(中南海) 그의 집무실이었다. 그곳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커다란 매화나무 그림이 먼저 내 눈에 들어왔다. 굵은 고목의 매화나무 줄기에 붉은 매화꽃이 피어 있는 대형 그림이었다. 장 주석과 인사를 나눈 뒤 그 그림을 가리키며 그에게 물었다.
“그림 옆에 고목봉춘(枯木逢春)이라고 써 있습니다. 이는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시장경제를 하자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바로 중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던 등소평 지도자의 생각인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