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관전서』에서는 전우치가 도술을 얻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어릴 적 집을 떠나 절에서 글을 읽고 있었는데 하루는 중 하나가 술 한 항아리를 빚어 놓고 그에게 간수를 맡겼다. 여러 날 후, 절에 돌아온 중이 항아리를 보자 술은 없고 술찌기만 남아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우치는 적잖이 당황하였고 결국 다시 술을 빚어놓으면 반드시 도둑을 잡겠다고 중에게 말하였다.
다시 술을 빚어놓고 막 익어가던 순간, 흰 기운의 무지개가 창문 틈으로 들어와 술 항아리 잎에 박혀 있는데 흰 기운에서 갑자기 술 향기를 뿜어 내었다. 전우치는 흰 기운을 따라 앞산 바위까지 가보니 그곳의 구멍에 커다란 흰 여우가 술에 취해 졸고 있었다. 전우치는 밧줄로 여우를 포박하고 암자로 돌아와 글을 읽었다. 술에서 깨어난 여우가 그제서야 전우치에게 자신을 풀어주면 보답을 하겠다고 하소연했다. 전우치는 믿지 않았지만 여우는 자신을 풀어주면 보답으로 요술 비결책을 주겠다고 하였다.
전우치는 다리만을 풀어 주고 여우와 구멍으로 찾아갔다. 여우는 약속대로 요술 비결이 담긴 소서(素書)를 바쳤다. 책에는 각종 신령한 법술과 주문들이 적혀있었다. 전우치는 책의 내용 중 쉽게 이해할만한 수십가지에 점을 찍어 놓았다. 방 안에서 책을 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우치의 집에 있던 늙은 종이 나타나 아버지의 부음을 전했다. 전우치는 황급히 문 밖으로 뛰쳐나가자 늙은 종은 온데간데 없었다. 전우치는 여우의 환술임을 깨닭고 방 안에 들어가 책을 펼쳐보니 자신이 점 찍은 수 십가지 내용만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여우가 모두 찢어가버렸다. 그때부터 전우치는 환술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현감 이길(李佶)이 전우치와 잘 아는 사이였다. 이길의 개인 소유 논밭이 부평에 있었는데, 성종 때 역병이 일어나 종과 이웃 10여명이 앓아눕게 되었다. 이길은 전우치에게 역병을 물리쳐주기를 부탁하니, 그 마을에 지대가 높은 곳에 있는 숲에서 전우치가 주문을 외었다. 그러자 병을 앓던 사람들이 깨끗이 낳게 되어 다시 발병하는 걱정이 없었다.
전우치가 직접 지었다는 시가 존재한다.
三日湖所題
삼일호에서 적은 시
秋晩瑤潭霜氣淸
늦가을 맑은 못에 서리 기운 해맑은데
天風吹下紫簫聲
공중의 퉁소 소리 바람 타고 내려오네
靑鸞不至海天闊
푸른 난(鸞)은 오지 않고 하늘 바다 넓으니
三十六峯秋月明
서른 여섯 봉우리에 가을 달은 밝도다
최후에는 반란으로 인해 붙잡혀 옥사했다는 설이 있는데, 장례가 끝나고 얼마 뒤 동문인 차식의 집에 나타나 『두공부시집』을 빌려갔다. 전우치에 대한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한 차식은 옥사소식을 듣고 곧바로 전우치의 무덤을 파내니 관 속이 비었다고 한다.
『전우치전』은 이런 전우치를 모티브로 한 작자미상의 고전 한글소설이다. 고려말(또는 조선초), 개성에 살던 전우치는 도술을 부리며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았는데 해적의 약탈과 흉년으로 백성들이 피폐해지자 천상의 선관으로 변하여 왕에게 나타난다. 전우치는 옥황상제의 명으로 황금 들보를 만들라고 왕에게 명하였다. 국고는 물론 궁녀의 비녀장식까지 벗겨 들보를 만드니, 전우치는 다시 선관으로 변하여 황금 들보를 들고 남쪽으로 날아갔다. 그는 들보 절반을 외국에 팔아 십만 석의 쌀을 얻어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방 한 장을 써서 자신의 이름은 전우치이고 벼슬아치가 백성을 생각하지 않아 자신이 한 일임을 알렸다.
이 사실을 안 왕은 결국 전우치를 붙잡아 국문을 시작했는데, 쇠사슬로 동여매고 커다란 병 속에 가뒀지만 왕을 농락하며 홀연히 사라졌다. 전우치는 관고의 재물을 족자를 이용한 공간 이동을 통해 훔치고, 궁궐에 호랑이를 풀어 궁인들을 해하게 했다. 왕은 화가 났지만 전우치의 도술을 어찌할수 없는지라 죄를 사하고 벼슬을 주려하니, 전우치가 스스로 나타나자 사복내승 관직을 주었다. 이후 전우치는 함경도 가달산 근처에서 도적 엄준을 교화시키고, 호서의 도적을 물리치지만 전우치를 시기하던 세력들에 의해 모함을 받자 족자를 통한 공간 이동으로 곧 왕앞에서 사라졌다.
다시 야인이 된 전우치는 자신을 모함한 이부상서를 혼내고, 친구를 위해 수절과부 정씨를 납치하려다 강림도령에게 제지를 받는 사건을 겪는다. 이후 야계산 도사인 서화담(서경덕)에게 도술로써 패하고 제자가 되니, 둘이 태백산에 들어가 도를 닦았다는 내용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 줄거리 이외에도 여러가지 판본이 존재하며 각 판본마다 내용도 많이 다르기에 어느것이 원전인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