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추억을 그냥 읊조리는 형식으로 써서 높임말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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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이요??"
"예! 20분씩 일주일에 2회입니다!"
처음 그말을 듣었을 때 무언가 속는 기분이었다.
수영도 40~50분수업이고,
골프도 처음 등록하면 1시간이상 코치가 어슬렁대면서 가끔씩 살펴봐준다.
하물며 헬스장도 하체운동, 상체운동, 러닝머신 1개 사이클을 돌리라는데
이것을 하고나면 최소한 1시간이다.
그!런!데! 고작 20분이라니...
금방 긁은 신용카드를 부러뜨리고
분실신고를 하고 싶어졌다.
'난 탁구레슨같은거 끊은 적이 없어요'라고
말도안돼는 억지를 카드사에 부리고 싶어졌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저 취소하고 싶은데요!!'라고
자신있게 코치님에게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소심한 난 그럴수 없었다.
다른 종목보다 월레슨비가 훨씬 비싸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소심한 나는
'이왕 속은거 한달만 다녀보자!!'라며
맘을 추스리고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제길!! 괜히 속아가지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탁구를 치고싶은 마음보다
탁구를 추천한
사회에서 만난 지역2부 동생놈을 불꽃싸다구로 치고 싶어졌다.
서로를 속고속이는 이 비열한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가슴에 가득 안은채 레슨일자에 다시 오기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잠자리에 들면서 '뭔가 있으니까 그렇겠지!!'라며
애써 나 스스로를 위로했으나
신용카드가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며 혀를 이러저리 휘날리고
양쪽 눈알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며
입에는 침을 질질흘리면서
나를 조롱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레슨의 태양이 떠올랐고
그래도 조금이나마 '뱃살굿바이'의 기대를 안고 탁구장을 찾았다.
"탁구 얼마나 치셨어요?"
"전 탁구공이 네모난 줄 알았는데 둥그네요??"
코치님이 미친놈인가??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화'라는 것을 배운댄다.
나중에 안것이지만 정식명칭은 '포핸드스트로크'다.(뿌듯하다 ^^;)
자세도 가르쳐 주고 세시에서 열시방향으로 팔을 움직이고
경례자세가 되듯 팔을 휘두르란다.
'이정도쯤이야~~ㅋ'
코치님이 탁구공을 한개씩 내 테이블로 던져준다.
'휙'
갑자기 중학교때가 생각난다!!
'휙'
휙!휙!휙!
여러번의 탁!이 아닌 휙!소리에
코치님의 눈빛은 이런 사람 처음본듯한 눈빛이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자세를 다시 가르쳐주고
휘두르는 방법을 다시 알려준다.
"공도 끝까지 보세요!"
정신을 가다듬고 알려준데로 하려고 했다.
하고자하면 하늘은 반드시 그 노력의 댓가를 준다.
바로 그 환희의 순간을 그때 맛본 것이다.
"탁!!"
하얀 광채를 내는 탁구공은 그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펄럭였고,
믿을 수 없다며 머리를 조금 좌우로 흔들었으며,
나의 뒷머리에는 부처님이나 예수님에게서나 나올법한 후광이 비치고 있었다.
저멀리 날아가는 탁구공을 보며 기쁨에 가득찬 난
세상의 어느것과도 바꿀수없는 황홀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뭐하시는 거에요??"
난 갑자기 당황했다.
핫스팟에 정확히 맞으며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날아가게 때린
이 고귀한 장면을 무시하는 듯한 코치의 발언에 약간의 짜증도 났다.
순간
'아참 이거 야구가 아니고 탁구였지??'
야구하면서 한번도 때려보지 못한 홈런을 여기서 때렸던 것이다.
그것도 장외홈런을...이 얼마나 소중한 순....흠!흠!....간.....인가??
첫레슨 시간 내내 장외홈런아니면 땅볼만 쳐댔다.
코치님의 '이 회원 잘못 맡은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눈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20분이라는 시간은 금새 지나가버렸고,
거친숨 한 번 몰아쉴만한 레슨강도도 전혀 아니었다.
몇번하면 달라지겠지했으나 그 후 몇차례의 레슨도 땀한방울 안났다.
'역시 20분이란 시간은 내가 속은거야!!'
'뱃살굿바이'라는 생각을 접어야하는 허망함에
탁구공대신
지역2부 동생놈을 사정없이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뒤 20분이란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아는데는
결코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채...
첫댓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도 기대됩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첫 '탁' 소리 축하드립니다. 재미있어요~ㅎ
첫 '탁!'이 장외홈런이었습니다.
다음편 기다리는 1인 ^^
감사합니다^^
20분이 엄청 긴 시간이군요? ^^*
별로 긴 시간이 아닌데 저에게만 그런거 같습니다!!
20분 간 쉬지 않고 풋웍 드라이브만 하면 지옥이 보이죠.^^ 실제로는 쉬지 않고 20분 동안 풋웍 드라이브 힘이 딸려서 웬만한 동호인은 못합니다.
그 정도였다면 말을 안합니다. 그냥 포핸드 20분이 지옥이었습니다.
이 책 구독하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구독료 받습니다...ㅋㅋ
15분씩 풋웤 포핸두드라이브하다 허리 디스크 심화된 기억이~~^^
잘읽었습니다~
전 그거라면 다행인데요.....그냥 포핸드만으로도....
점점더 재미있어지네요. 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
점점 더 망가져가고 있습니다....탁구가 뭔지....ㅎㅎ
아으~ 잼나요~~~~~^^
얼른 하루에 두 편씩 올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일필휘지로 두 편씩 올렸으면 좋은데...능력치가 하수라....
정말 왕초보 시절 얘기네요 ~
예^^;....그러나 전 여전히 왕초보를 못벗어납니다....
저는 지금의 제모습인데.. 허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