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을 준비하면서 2
牛步/고정현
오늘은 이발을 하기로 했다,
아직 이발을 할 시기는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수술 후에는 약 3주 정도는 목욕, 머리감기,
세면 등이 곤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마을버스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미용실로 갔다,
이 미용실은 아내의 단골 미용실인데 지난 번 한 번 들렀다가 이발을 한 것이 인연이 되었고,
그런대로 머리도 마음에 들게 깎는 것 같아서 그리 간 것이다.
아직은 삼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미용사는 혼자 사장이며 종업원이다,
마을 단골손님들을 중심으로 미용을 하지만 무척이나 성실한 느낌이 들고,
착하다는 느낌도 들고, 열심히 생활한다는 느낌도 드는 여자 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조용하다, 지난번에는 손님이 많아서 복잡했었는데,
손님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이렇게 손님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유별난 걱정일까?
머리가 자라기는 했지만 이발할 때는 아직 안되었다 면서도 정성껏 이발을 해 준다,
아주 좋은 샴푸로 감아주고,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그 역시 기독교인이었기에 신앙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었지만,
문을 나서면서 그의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그의 삶과 신앙을 조금 들여다보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걸어서 집으로 가기로 했다, 4-50분은 족히 걸어야 할 것이다, 아주 천천히 느긋하게 걷기 시작했다,
사차선 도로가 시내 치고는 차량이 많지 않다, 도로 변을 개나리가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24시 편의점에서 신문을 사 들었다, 주말 메거 진으로 여행지를 소개하는 면을 본다,
양평 구둔역을 하루 당일 코스로 소개하고 있다, 문득 봄을 만나러 가고 싶어진다,
입을 크게 벌리고 그 봄을 마음껏 삼키고 싶어진다, 도시와 다른 봄의 맛을 보고 싶다.
아파트 단지를 지난다, 단지와 단지 사이에 장터가 열렸다,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족발과 소주병이 보이고, 순대와 막걸리 병이 보이고,
장국의 구수한 냄새와 큰 가마솥에서 펄펄 끓는 장국이 소주와 곁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게 한다,
아! 신문에서는 지평 막걸리를 꼭 마셔보라고 했는데, 나는 앞으로 한 달 정도는 금주를 해야 한다, 하필이면 이런 날에…….
짜장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3,000원을 주고 한 그릇 사가지고 집으로 들어온다,
국수를 삶았다, 나는 국수를 잘 삶는 편이다, 물이 끓어오르면 국수를 넣고,
끓어 넘치면 찬물을 부어주고를 세 번 정도 반복하면 면이 쫄깃하게 잘 익는다,
비빔국수를 워낙 좋아하기에 자주 내 손으로 해 먹는 편이다, 국수를 건져 짜장에 비벼 먹는다,
역시 내가 국수 삶는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포기김치의 한 쪽을 길게 쭉 찢어서 국수를 싸서 한 입에 넣고 오물거린다.
티브이를 켠다, 그리고 인터넷 티브이를 본다, 아주 오래전 방영되었던 드라마 하나를 고른다,
1회부터 보기를 시작한다, 때론 이렇게 몰아볼 수 있는 인터넷 티브이가 편할 때가 있다,
꼭 그날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꼭 그날 아니면, 이라는 단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바로 그 단어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조급하게 하는 것인지, 하는 별 볼일 없는 궁상을 떨면서……. 08, 4, 3
* 이 글은 수술 전 일기 형식으로 메모해 두었던 것을 정리하여 올리는 것입니다.
첫댓글 무언가를 앞두고있는마음은 항상 어수선하지요..특히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일때에는......
모아서 뭉터기로 할수있는 일상이라면....나태해질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