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시간 가볼 만한 맛집 100곳] 인천-경기-강원-충청

[비전나무]

가볼 만한 맛집 100곳] 인천-경기-강원-충청

●이화 찹쌀 순대(찹쌀 순대)/인천시 중구 도원동 문을 연 지 어느덧 35년.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오는 순대 골목의 명성은 이 집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순대나 순대국밥은 그야말로 서민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음식이다. 비싸지 않으면서도 항상 푸근한 음식. 이화 찹쌀 순대라는 상호 그대로 순대 안에는 찹쌀이 들어간다. 맛있는 이유는 주인이 직접 모든 걸 다 만들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당연하다는 듯한 얘기를 꺼낸다. 이 집 순대(5000원)는 주인의 고향인 가평에서 부모님들이 먹던 순대 그대로라고 한다. 만들어 자시던 걸 보다가 스스로 개발한 것이 인천을 대표하는 순대 맛이 되었다. 순대의 좋은 맛은 좋은 재료가 그대로 투영되는 것이다. 감자 당근 부추 등 야채와 선지 당면 그리고 파 마늘 참기름 등 갖은 양념을 얼마나, 어떻게, 좋은 재료를 골라서 쓰느냐 하는 것이 구수한 순대 맛의 비결이다. 순대국밥(4500원)은 투박한 장터 음식 같다. 국물은 머리고기를 삶아서 육수를 내고, 밥을 넣고 끓인다. 거기에 매운 양념 다대기와 파, 들깨를 넣어서 맛을 낸다. 수더분하면서 개운한 국물.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는 순대와 국밥 맛이다. 그 외 메뉴는 순대와 머리고기, 내장이 함께 나오는 모듬(8000원).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편한 메뉴들이다. ▶ 찾아가는 길: 인천 야구장 근처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9시 / (032)882-3039

 

●대선정(시래기밥)/인천시 강화군 강화도는 당일 나들이 코스로 아주 좋은 지역이다. 바다가 있고, 섬이 있고, 고즈넉한 절들도 있다. 강화도 전 지역 어딜 가나 횟감들은 비슷비슷하다. 서해안이라 가을철에는 대하 소금구이를 하는 집들이 많고, 좀더 쌀쌀해지면 숭어들이 활개를 칠 때다. 4, 5월이면 모든 식당들이 밴댕이 회를 내놓는다. 회를 하는 집이라 할지라도 다른 음식들을 잘 하는 집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대선정은 참으로 각별한 맛을 내는 집이다. 시골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투박한 음식들, 하지만 맛있는 음식들이 있기 때문이다. 메밀칼싹두기(5000원)는 메밀칼국수의 멋드러진 표현이다. 조개로 뽑은 시원한 국물에 촌스런 메밀 사리를 집어넣었다. 애호박, 당근, 감자 등이 들어가지만 역시 시원한 국물과 투박한 면의 조화가 두드러진다. 강원도 산골에서나 먹을 수 있음직한 음식을 바다내음을 맡으며 먹는 분위기가 독특하다. 시래기밥(5000원)도 이 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시래기를 넣고 밥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밥짓는 타이밍이다. 너무 오래 불 위에 올려놓으면 시래기가 질겨져서 맛이 없게 된다. 하지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집에서 시래기밥을 짓는 건 오래 반복되어온 일상이니까. 보들보들한 시래기밥에 간장을 살짝 뿌리면서 입안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 ▶ 찾아가는 길: 강화도 초지진에서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면 왼쪽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9시 / (032)937-1907

 

●정호식당(해물 모듬찌개)/안양시 안양1동 해물 모듬찌개(보통 1만원, 특 1만 5000원) 단 하나가 전문이다. 지금까지 도대체 몇 냄비나 끓였을까. 손님들이 해물탕이나 잡탕이라고 부르는데도 처음에는 ‘海 모듬찌개’라고 했다가 1년 정도 지나면서 해물 모듬찌개라고 바꾼 이름 하나를 갖고 31년 전통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이 집의 놀라움은 대형 백화점 해물부 전체가 다 달려들어도 구하기 힘든 귀한 해물들을 주인 아주머니 혼자 ‘더 잘’ 구해와서 음식을 만든다는 점부터 시작된다. 보통에는 작은 새우, 뼈오징어, 낙지, 개조개, 바지락, 굴, 우렁, 문어, 한치 알이나 오징어 알, 동태 내장이 들어간다. 생선을 제외한 해물은 다 이 집 냄비의 사냥감이 된다. 보통과 특은 확연히 다르다. 특에는 가이바시, 대하, 갈매기조개 같은 고급 해물들이 들어간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건 국물 맛의 차이다. 쇠고기를 푹 고아서 육수를 만들어둔다. 육수가 제대로여야 해물은 해물대로, 국물은 국물대로 제 맛이 난다. 다 끓을 때까지는 재료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자꾸 뒤적거리면 해물이 부서지면서 재료 맛이 새어나오고, 그러면 국물 맛이 뻑뻑해져 버린다. 강한 불과 양은 냄비는 찌개가 빨리 끓게 한다. 재료의 맛들이 하나같이 살아있고 생동감이 넘친다. 확 끓인 후 잔불에서 뽀골뽀골 끓여 먹으면 용궁을 느끼는 기분이다. 해물찌개의 지존 같은 집이다. ▶ 찾아가는 길: 안양시 2001 아울렛 건너편 골목 안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9시 30분 / (031)449-9334

 

●평양면옥(냉면)/ 의정부3동 이 집의 두 딸이 출가한 곳이 서울의 필동면옥과 을지면옥이다. 그렇다면 의정부 평양면옥이 우리나라의 냉면사(史)에서 얼마나 중심에 있는지 중언부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문을 연 지 30여년. 냉면 한 그릇이 부모에서 자식으로 넘어가면서 대를 잇고 있다. 냉면(5500원)은 전통적이다. 아버지 댁이 이북에서도 냉면을 했다 한다. 그릇 안에는 국물과 면, 돼지고기와 계란 그리고 파 고춧가루 깨가 들어가 있을 뿐이다. 냉면 한 그릇이라는 게 보기에는 썰렁해 보이지만 여기에 단순함과 순수함의 깊이가 있다. 면은 메밀을 사다가 직접 제분을 해서 쓴다. 하루 사용할 분량을 하루에 한 번씩 빻아서 면을 만든다. 그래서 면이 싱싱하고 메밀 향기가 짙다. 국물은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섞어서 만들어둔다. 더도 덜도 없이 이 두 가지의 궁합이 만들어내는 한 그릇 안에 담긴 모든 결과와 느낌들이 바로 맛의 정면승부다. 모든 게 겉으로 확연하게 드러나 버리기 때문이다. 메밀 면답게 면은 입안에서 냉정하게 툭툭 끊기고, 국물은 시원하게 뱃속을 친다. 접시만두(5500원)에는 조막만한 게 여섯 개 올라온다. 돼지고기와 숙주가 주재료로 속을 채운다. 이북에서는 더 크게 했으나 여기서는 너무 무식하게 보여서 크기를 줄였다고 한다. 이북 사투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냉면 한 그릇 때문에 가까이서,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이다. ▶ 찾아가는 길: 의정부 병무청 맞은편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 (031)877-2282

 

●안집(고기ㆍ한정식)/분당구 서현동 안집은 분당에서 문을 연 지 7년 정도 된 식당이다. 고기와 한정식을 주로 하는데 처음 개업할 때부터 지금까지 맛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집이다. 이 집을 대표하는 건 생등심이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두툼하게 썰어서 내온다. 육질은 싱싱한 편이고 소프트하기보다는 묵직한 편이다. 씹는 맛이나 느낌이 입안을 꽉 채워준다. 등심은 숙성시키지 않고 신선육을 쓴다. 그래서 더 담백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등심이 맛있는 가장 큰 이유는 어린 소를 쓰기 때문이라고 한다. 식사는 된장찌개로 하면 마무리가 좋다. 입구에는 장독들이 많이 있는데 거기에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을 다 담그고 오이장아찌, 무장아찌, 무짠지, 된장에 박아놓은 깻잎, 간장에 삭힌 고추 등이 들어가 있다. 언제나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는 두부, 버섯, 호박 등이 간단하게 들어가지만 된장으로만 내는 구수하고 푸근한 맛이다. 그 외에 ‘제주 토속 한정식’도 있다. 우거지 지짐, 보쌈 등과 함께 옛날 집에서 먹던 것 같은 반찬들이 나온다. 옥돔구이와 자리젓 같은 제주도 특산물이 들어가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 벽은 흙으로 발라놓은 토방 스타일이고 짚으로 지붕을 엮었다. 정취가 좋은 고깃집이다. ▶ 찾아가는 길: 시범단지 연수원 입구 먹자촌 / 주차: 가능/ 카드:가능 /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031)701-9648

 

●장수마을(닭백숙)/고양시 풍동 이 집은 닭백숙을 하던 집이다. 그런데 닭찜을 먹은 후에 나오는 누룽지죽이 워낙 인기를 끌다 보니까 아예 메뉴 이름까지 누룽지 백숙(2만 5000원)으로 바꿔버렸다. 누룽지 백숙은 닭찜과 죽 두 코스로 나온다. 닭찜은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편이다. 찹쌀죽과 닭을 압력솥에 넣고 조리하기 때문에 닭은 찹쌀의 단맛을 흡수하면서 부들부들 담백해지고, 누룽지죽에는 닭고기의 고소한 맛이 밴다. 닭과 죽간에 상호 시너지효과가 나는 것이다. 찹쌀 누룽지죽에는 요란스럽게 한약재를 넣진 않지만 밤, 대추, 인삼, 감초, 마늘 등이 들어간다. 닭고기의 지방을 최대한 제거하니까 닭 냄새가 나거나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진다고 한다. 찹쌀 누룽지죽은 찹쌀이 쫄깃쫄깃하게 씹히면서도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누룽지와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음식을 미리 해두지는 않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미리 초벌 조리를 해둔다고 한다. 그러다가 먹을 때쯤 되면 센 불에 빨리 조리를 해서 내온다. 장호원에서도 장사를 하다가 1996년 백마로 자리를 옮겼다. 주인이 직접 요리를 하는 게 10년 동안 일정한 맛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라고 한다. 백마 카페촌에 자리잡고 있으므로 고즈넉한 카페에 들어가 옛 추억을 되살리며 커피 한 잔 하는 것도 좋다. ▶ 찾아가는 길: 백마 카페촌 내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밤 10시 / (031)904-5533

 

●금촌집(토끼탕)/ 용인시 김량장동 프랑스나 이탈이아처럼 음식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토끼고기를 많이 먹는다. 올해 74세가 된 주인 할머니는 토끼탕을 33년 동안 끓여왔다. 뼈가 많아서 그렇지 요즘은 보약으로 들어간다며 토끼고기에 대해 자랑한다. 토끼탕이나 꿩탕이나 요리하는 방법은 같다. 다른 탕 종류들이 미리 육수를 만들어두는데 비해 금촌집에서는 토끼 자체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맑은 물을 부어서 끓인다. 그래야 양념을 해도 칼칼한 맛이 난다고 한다. 토끼는 살이 단단하고 지방질이 없어서 잘 익지 않기 때문에 미리 볶아둔다. 안 그러면 간이 배지 않는다. 간장,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달래, 냉이, 부추, 깻잎, 양파, 마늘 등과 함께 갖은 양념을 다한다. 얼큰한 국물 맛이 토끼고기에서도 잘 느껴지고 달래와 냉이가 향긋한 향을 낸다. 요즘은 토끼나 꿩, 메추리도 다 농장에서 양식을 하지만 이 집은 어쨌거나 드물게 야생 고기들을 메뉴로 내세우고 있다. 타작이 끝난 후 겨울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참새구이를 한다. 불판에 참기름을 바르고 버섯, 양파, 대파 등과 함께 구우면서 먹는다. 옛날 포장마차의 풍경을 회상해볼 만하다. 할머니 고향이 금촌이기도 하고, 꿈보다 해몽이 더 좋다고 ‘금이 나는 촌’이라는 뜻으로 금촌집을 상호로 쓰고 있다. 용인 시내에서 영업하다가 지금 자리로 옮긴 지도 9년째 접븜들었다. ▶ 찾아가는 길: 용인 문예회관 근처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30분 / (031)335-3808

 

●삼부자 갈비(갈비)/ 수원시 인계동 수원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갈비다. 원천 유원지 일대에만도 수원 갈비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상당수 있다. 삼부자 갈비는 15년 전쯤 건물을 새로 짓고 이 동네로 이사하면서 수원 갈빗집들의 대형화와 가든화를 주도한 집이다. 그런 공격적인 경영과 갈비 자체의 맛에 힘입어 수원 갈비의 대표주자 격을 맡고 있다.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면 동치미 국물이 나온다. 갈비를 먹기 전에 입맛을 돋워주는 역할을 할 뿐더러 속이 후련할 정도로 시원한 국물이다. 메뉴는 생갈비와 양념갈비 두 가지 뿐이다. 가격은 생갈비나 양념갈비나 똑같지만 한우는 3만원, 수입육은 2만원씩 받는다. 갈비는 6cm 크기로 잘라서 내온다. 먼저 살코기들을 잘라내고 가위질을 하면서 뼈에서 고기를 발라내는 웨이트리스들의 솜씨도 워낙 자연스러워 볼 만하다. 소금으로 간을 하는 게 수원 갈비의 특징이자 맛의 포인트다. 갈비에 붙어있는 부위답게 씹는 맛이 좋고 육질이 풍부하다. 좋은 고기를, 그에 상응하는 값을 받으면서 항상 그 수준과 맛을 유지하는 것이다. 고기를 먹고 나면 후식으로 냉면과 탕이 있다. 하지만 역시 장점은 갈비에 있다.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대형 갈비집답게 서비스도 무난하다. ▶ 찾아가는 길: 수원 IC에서 빠져나가 원천유원지 근처에 있음/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9시 / (031)212-3805

 

●본 수원 갈비(갈비)/ 수원시 인계동 수원 갈비는 1960년대 중반 시장통에서부터 출발해서 그 명성을 쌓아왔다. 지금은 수원하면 누구나 갈비를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한다. 이렇게 된 데는 수원에 경기도 남부 일대를 아우르는 우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한우들이 다 수원으로 몰려들었고 그러한 좋은 재료를 바탕으로 수원 갈비의 전통이 시작된 것이다. 본 수원 갈비도 시장 안에서 장사를 하다가 10여년 전 이 곳으로 이사와서 터를 잡았다. 본(本) 수원갈비라는 상호에서 보여지듯이, 이 집도 수원 갈비의 정통성을 잇는 집이다. 고기는 오로지 소갈비뿐이다. 생갈비와 양념갈비(각 2만원)는 큼지막하다. 한 대에 7cm 정도 하는 갈비를 보면 시각적으로도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한마디로 왕갈비를 먹는 듯한 기분이 제대로 든다. 이동 갈비는 간장 베이스의 양념을 하지만 수원 갈비는 소금 베이스의 양념을 한다. 마늘, 파, 깨, 배, 참기름 등으로 한 간을 맞춘 양념 맛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고기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받쳐주는 정도다. 고기는 묵직하고 육질도 좋다. 고기를 먹기 전에 나오는 열무 물김치는 새콤하게 입맛을 돋운다. 푸짐하게 등장한 갈비를 먹고 나면 공기밥에 된장찌개나 냉면으로 마무리를 지으면 된다. ▶ 찾아가는 길: 수원 IC에서 빠져나가 원천유원지 지나서 있음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밤 10시 / (031)211-8434

 

●파주옥(곰탕ㆍ설렁탕)/ 평택시 평택동 파주옥은 40년 전통을 지닌 탕의 명문이다. 곰탕, 설렁탕, 도가니탕, 꼬리곰탕 등을 다 한다. 일반적으로 주문하는 건 역시 곰탕과 설렁탕이다. 국물은 같은 걸 쓰는데 들어가는 내용물이 다르다. 설렁탕에는 소머리가, 곰탕엔 양지가 들어간다. 국물은 소 한 마리가 다 들어가다시피 한다. 꼬리, 도가니, 사골, 양지머리는 물론이요 내장도 들어간다. 큰 가마솥 세 개가 있는데, 다음날 팔 분량을 밤새도록 끓여가면서 준비하는 것이다. 국물은 담백하고 구수하다. 맑고 개운한 국물은 이처럼 오래 끓이면서 준비하는 시간과 꾸준히 유지되는 화력에서 나온다. 탕이 맛있는 집은 어딜 가나 탕 맛을 받쳐주는 김치 무리들이 맛있다. 파주옥의 낡은 테이블에는 언제나 깍두기와 겉절이가 올라온다. 빨간 국물이 두드러지게 나오는 깍두기는 큼직하게 썬 무 외에 양파가 통째로 들어가 있다. 시원하면서도 새콤한 맛이다. 양파가 들어가 있어서 단맛을 자연스럽게 받쳐주는 것도 이 집 깍두기의 장점이다. 겉절이는 담백하다. 참기름을 넣기 때문에 부드러운 느낌도 강하다. 아침 따로, 점심 따로 하루에 네 번 정도 새로 담그니까 언제나 싱싱한 맛이 난다. 이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배추 겉절이의 개성을 잘 지니고 있다. 아침부터 내내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 찾아가는 길: 평택역 바로 앞 / 주차: 도로변 30분 주차료 제공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9시~밤 10시 / (031)655-2446

 

●옛날에(경상도 밥집)/ 과천시 문원동 상호 그대로 옛날에 먹던 듯, 장맛과 보리밥, 시골에서 먹었던 음식들을 연상케 하는 식당이다. 안동 출신의 부부가 하는 식당은 투박하지만 맛있는, 경상도 산골풍의 맛도 담고 있다. 문을 연 지는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주말이면 인근에서 몰고 온 자동차와 사람들로 붐비는 이유는 자연스러움을 벗어나지 않는 맛에 있다. 그 근간에 된장이 있다. 매년 봄 된장과 가을 된장, 두 번에 걸쳐 장을 담근다고 한다. 옛날에는 흔했으나 요즘은 너무 세련되어 혹은 시장에서 대량생산되기 때문에 보기 힘든 맛들을 구현하려는 것이다. 보리밥은 구수한 된장찌개와 몇 가지 나물들을 곁들여 나온다. 호박, 가지, 콩나물, 무채, 고사리 등 상에 올라오는 나물들은 다르지만 고추장과 같이 비벼 먹으면 개운하다. 두메산골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도토리묵은 야채들을 넣고 무쳐서 나온다. 매콤하게 버무린 게 꽤 자극적이다. 도토리묵은 언제나 보이지만 메밀묵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후에야 시작한다. 더울 때는 묵을 쑤면 쉬이 변질되기 때문에 묵을 쑤지 않는다.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대로에서 그다지 떨어져 있지 않으나 넓은 마당이 있는 시골 친척집에 간 듯한 기분이 든다. 가족 단위로 나들이 하다가 토속적인 음식 한술 뜨기에 좋은 집이다. ▶ 찾아가는 길: 대공원 지나서 안양 가는길 과천 끝지점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 / (02)502-7587

 

●개성집(개성식 밥집)/남양주시 조안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강 풍경이 아름답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개성식의 옛 손맛을 내는 집이라 개성집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여름에는 오이소박이 냉국수, 가을철에는 추어탕을 먹을 수 있는 집이다. 여름철에 아작아작 씹히는 시원한 오이는 더위를 씻어준다. 오이소박이가 들어간 시원한 냉국수는 더운 여름날 오후의 별미다. 오이소박이는 오이를 소금에 절인 후 그 안에 부추, 배, 양파, 마늘 등으로 속을 채웠다. 이렇게 절인 오이를 숙성시켜서 살얼음이 동동 뜰 정도로 차갑게 보관을 해둔다. 찬 국수에 찬 국물을 부으니 그 차가운 쾌감은 더해진다. 면은 약간 쫄깃거리면서 탱탱한 느낌이 들고, 국물은 새콤달콤하면서 오이소박이다운 찝찔함이 전해진다. 국수는 차게 입안을 통과하고, 오이소박이는 아삭거린다. 같이 딸려 나오는 매운 고추까지 집어넣으면 오만가지 맛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큼직한 찐만두는 속이 꽉 차있어서 두어개만 곁들여도 충분하다. 돼지고기, 쇠고기, 김치, 두부 등으로 속을 채운 담백한 맛이다. 가을 겨울에는 구수한 추어탕이 제격이다. 뚝배기에 담긴 뜨뜻한 국물은 냉국수와는 반대로 속을 푸근하게 해준다. 예전에 집에서 먹던 음식 같은 수수한 맛이다. ▶ 찾아가는 길: 양수리삼거리에서 새터 방향으로 3km 정도 올라가서 도로 왼쪽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8시 30분~밤 11시 / (031)576-6497

 

●실비 막국수(막국수)/ 춘천시 소양고갯길 실비 막국수는 1968년에 문을 열었다. 경사진 언덕길에 있는데 예전에 이 고개의 이름은 사창고개였다. 듣기에 썩 좋은 이름은 아니라 얼마 전 소양고개로 바뀌었다. 춘천하면 막국수라는 음식이 연상되기 시작한 건 그다지 오래된 일은 아니다. 이 집이 문을 열 때만 하더라도 시내에는 막국수집이 몇 군데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막국수의 원조집다운 자부심이 있다. 메밀 반죽을 손으로 치대서 기계에 넣고 뺀다. 주문이 들어오면 면발을 바로 뽑기 때문에 메밀 향이 싱싱하고 면이 부드럽다. 눌러붙거나 하지도 않는다. 국물은 소뼈를 곤 국물이라 진국이다. 담백하고 시원하다. 차가운 메밀국수를 잘 받아내는 넓은 맛이다. 고명은 여름에는 오이를, 다른 계절에는 무채를 올린다. 쑥갓, 계란, 참기름, 깨소금이 함께 올라간다. 투박한 시원함이라고나 할까 겨자와 초를 치면 단순한 맛이 잘 살아난다. 녹두빈대떡은 유채기름을 써서 부친다. 녹두를 불려서 맷돌에 가는 게 비결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녹두 반죽의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고 한다. 호박, 숙주, 미나리, 당근 등 야채를 넣고 소금간을 해서 부치는 녹두빈대떡은 고소하고 기름지다. 현대화되어 가는 과정 중에서도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면이 많아서 언제 가도 그 맛을 볼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예전에 사창고개로 불리던 소양고개로 올라가다 보면 왼쪽 / 주차: 골목길에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7시 30분 / (033)254-2472

 

●소양강 양어장(회)/ 춘천시 동면 국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양식 민물 어족은 송어다. 이 집에서는 송어도 직접 양식하지만 산천어와 곤들매기도 먹을 수 있다. 특히 산천어의 경우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대량 양식에 성공을 거둔 곳이라고 한다. 산천어는 김일성도 즐겨 먹었다는 민물고기다.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서는 보기 힘들고 울진 이북의 동해안으로 흐르는 강에서 서식한다. 강 중에서도 물이 맑은 최상류 지역에서 산다. 회를 뜨면 미색과 약간 노란빛이 감돈다. 육질은 담백하고 부드러우면서 고소하다. 송어의 기름진 맛에 비하면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맛이다. 곤들매기(암어)도 여기가 아니면 구경하기 힘들다. 압록강, 두만강에서 사는데 여기서 양식하는 건 일본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곤들매기는 더 찬물에서 사는 탓에 육질이 더 쫄깃한 편이다. 단단하면서 살점이 응축된 느낌이 든다. 세 가지 다 양식을 하면서 다른 식당에도 공급을 해주는 집이라 여느 곳보다도 싱싱한 놈들을 회로 먹을 수 있다. 한 가지씩도 팔지만 모듬으로도 썰어준다. 먹고 나면 머리와 뼈로 매운탕을 기름지면서 얼큰하게 끓여준다. 예전의 자리에서 강에 가까운 쪽으로 이사를 했다. 멀리 소양댐이 보이고 강바람도 분다. 호반의 도시 춘천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식당이다. ▶ 찾아가는 길: 춘천역에서 6명 이상은 차량을 보내준다.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 / (033)242-1002

 

●김영애 할머니 순두부/ 속초시 노학동 ‘누렇게 익은 콩이 눈같이 하얀 물을 뿜고, 옥같이 자른 것이 밥상 가득 쌓인다’는 옛글이 이 집에 가면 고스란히 현실로 펼쳐진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두부를 좋아하는 지역이다. 콩으로만 만들어내는 순수하고 담백한 음식이 두부다. 속초에서 먹거리로 가장 유명한 마을은 학사평이다. 오늘날 학사평 두부마을이 있게 한 장본인이 바로 김영애 할머니 순두부 집이다. 여타 유명 두부 식당에서는 아무리 두부를 잘해도 비지나 된장 같은 콩 관련 메뉴들을 내놓게 마련인데, 이 집은 순두부 외에는 아무런 메뉴도 없다. 허연 그릇에 따뜻한 두부가 담겨 나온다. 그 하얀 색채가 보기에도 순수하고 담백하다. 숟가락으로 잘라보면 부드럽게 잘린다. 갓 만든 듯 고소한 콩 냄새가 기분 좋게 풍긴다. 양념이 나오긴 하지만 두부를 먹어보면 굳이 양념을 넣어서 먹을 필요가 없다고 느껴진다. 두부 자체만 먹는 맛이 훨씬 수수하면서도 고소하기 때문이다. 멸치로 국물을 낸 비지장이 함께 나온다. 짭짤하고 구수한 비지찌개다. 그 외의 몇 가지 반찬들이 단출하지만 두부를 중심으로 한 한끼 식사를 꾸리기엔 무난하다. 개업한 지 40년 가까이 되어 간다. 속초에 왔다가 미시령을 넘어 돌아가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들르는 식당이다. ▶ 찾아가는 길: 노학동 한화콘도와 대명콘도 사이 / 주차: 40대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7시40분 / (033)635-9520

 

●삼교 원조 동치미 막국수/ 강릉시 주문진읍 하얀 메밀꽃이 피는 풍경을 이효석의 소설에서도 감상할 수 있듯이 강원도 땅에서는 메밀이 많이 재배된다. 메밀로 막 만드는 국수인 막국수. 강원도는 막국수의 고장이다. 막국수의 도시라 할 수 있는 춘천을 비롯해 강원도 지방 어딜 가나 유명한 막국수집이 하나 정도는 있을 정도다. 삼교 원조 동치미 막국수도 알려진 지는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으나 꽤 오랫동안 한결같은 맛을 지켜오고 있는 집이다. 시골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다 보면 식당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촌구석에 막국수집이 하나 등장하고, 주말이면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손님들이 박작거린다. 메뉴는 수육과 막국수뿐이다. 수육이라고는 하나 쇠고기는 아니고 돼지고기다. 양이 많지는 않으나 살코기와 기름이 잘 어우러진 양질의 돼지고기를 잘 삶아냈다. 수육 한 접시 먹고 나면 막국수를 주문한다. 기름진 육질이 찬 막국수 국물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풍부한 맛을 일구어낸다. 국물이 별미다. 자그마한 단지에 큰 얼음덩이가 둥둥 뜬 시원한 동치미 국물인데 새콤달콤하다. 메밀 향이 잘 살아있는 투박한 국수 위에 동치미를 듬뿍 부어준다. 메밀로 뽑은 면은 입안에서 가볍게 툭툭 끊어지고 차가운 국물은 폐부까지 차갑게 만든다. 더운 여름날에도 한기가 돈다. ▶ 찾아가는 길: (033)661-5396(수해복구 후 영업재개)

 

●원주 복추어탕(추어탕)/ 원주시 개운동 원주라는 도시가 추어탕을 잘 하는 도시인 듯 서울 시내에도 원주라는 지명이 들어간 추어탕집들이 가끔씩 눈에 띄는 건 다 이 식당 덕택이다. 30여년 전에 문을 열어 원주 식당의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면서 추어탕 맛을 전파하고 있다. 오로지 미꾸라지 요리만으로 식당을 꾸려나가고 있다. 추어탕을 비롯해서 숙회, 미꾸라지 튀김이 메뉴의 전부다. 추어탕은 독특한 스타일이다. 주문하면 손님 숫자에 맞춰 뚝배기에 담아서 내온다. 테이블 위에서 부글부글 끓여가면서 작은 그릇에 적당량씩 떠서 먹으면 된다. 다른 지방과는 들어가는 내용물이 사뭇 다르다. 미나리, 버섯, 감자 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꾸라지로 탕을 끓이는 집치고 장맛을 중요시하지 않는 식당은 없다. 구수한 장맛이 추어탕 맛을 잘 잡아준다. 그릇에 덜어서 고추 다진 것과 산초가루를 알맞게 넣어서 먹으면 된다. 미꾸라지를 갈아서 끓일 것인지 통으로 끓일 것인지는 주문할 때 한번 물어본다. 용기가 있다면 서울식 추탕처럼 통째로 먹는 것도 괜찮다. 고추 지와 오이무침을 비롯해 상위에 올라오는 반찬들도 먹을 만하다. 한자로도 간판에 ‘福’ 추어탕이라고 적어 놓은 건 음식을 먹으러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복이 돌아가라는 뜻일 게다. ▶ 찾아가는 길: 원주고등학교 건너편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8시~밤 10시 / (033)762-7989

 

●탑집(콩나물밥)/ 대전시 중구 선화동 다른 지방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유난히 대전 인근에서 많이 보이는 메뉴가 콩나물밥이다. 가난하던 시절에는 쌀이 모자라서 다양한 잡곡을 넣고 밥의 양을 늘렸다. 콩나물밥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가난할 때는 그런 식으로 양을 불려 먹었지만 먹다 보니 그 담백함 덕택에 자연스럽게 맛있는 메뉴로 자리잡은 음식이 아닐까 싶다. 탑집은 콩나물밥(3000원)을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다. 콩나물밥이라는 이름 그대로 쌀과 콩나물로 지은 밥이다. 밥을 잘 짓기 위해서는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 잘못 지으면 콩나물에서 물기가 빠져 나와 밥이 너무 질퍽해지기도 하고, 아니면 콩나물 살이 다 빠져버려서 맛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쌀을 미리 불려두었다가 끓는 물에 밥을 짓는다고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밥 맛과 콩나물 맛이 잘 어우러지는 콩나물밥이 완성되는 것이다. 수수한 노란색의 콩나물밥은 부드럽고 담백하다. 콩나물밥 외에는 탕(1만원)이 있다. 콩나물을 비롯해 북어, 바지락, 고추, 마늘 등을 넣고 끓인 시원하면서 알싸한 국물이다. 얼핏 보면 밥상 위에 콩나물밖에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매력적으로 입맛을 당기게 하는 집이다. ▶ 찾아가는 길: 교보빌딩 뒤쪽 골목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일요일은 쉼) / (042)257-1140

 

●솔밭묵집(묵)/ 대전시 유성구 관평동 호남고속도로를 끼고 대전 북쪽으로는 묵집들이 몰려있는 이른바 묵 마을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이름난 집이 솔밭묵집이다. 이 동네는 도시에서 약간 외곽으로 벗어나 있어서 시골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지리적 여건과 직접 만들어내는 묵 맛 덕에 유명해졌다. 솔밭묵집에서는 가을철에 도토리가루를 대량으로 구입해두었다가 일년 내내 묵을 만든다고 한다. 뒤뜰에는 큼직하고 까만 전형적인 가마솥이 결려 있다. 도토리묵은 다 여기서 나온다. 2시간 가까이 끓이다가 묵판에 푼 후 식혀서 썬다. 계속 저어주기는 하지만 다른 재료들을 가감하지 않고 도토리를 쓰는 게 자연스러운 묵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뜻한 국물에 묵을 채 썬 채묵(3500원)이 나온다. 소박한 국물에 무, 다시마, 양파, 참기름으로 맛을 낸다. 잘 익은 김치를 썰어서 얹으면 손님들은 한 번 젓고 숟가락으로 떠서 먹기만 하면 된다. 평범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음식이다. 이런 점들이 이 집의 매력이다. 싱싱한 야채들과 양념에 버무린 묵 무침(7000원)도 매콤한 맛을 낸다. 이렇게 먹으면서 보리밥(3500원)을 주문하면 양푼에 보리밥이 듬뿍 담겨 나온다. 구수한 된장찌개 국물에 무, 콩나물, 열무 등과 함께 쓱싹 비벼 먹으면 시골에 온 듯한 운치가 있다. 상호에 걸맞게 주변에는 소나무들이 많다. ▶ 찾아가는 길: 북대전 톨게이트를 빠져 나가면 바로 오른편에 묵집들이 몰려 있음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30분 / (042)935-5686

 

●경주집(버섯찌개)/ 청주시 서문동) 개업한 지 30년 정도 되는 경주집은 청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유명한 집이다. 도대체 버섯찌개(6000원)라는 메뉴 한 가지만으로 지방 도시에서 이런 전문점이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집이다. 게다가 술도 안 팔고 담배도 못 피우게 한다. 자기 음식에 대한 자존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간판에는 ‘버섯찌개 원조’라고 써놓았다. 하긴 30년 동안 버섯찌개만 끓여 왔으니 누가 뭐랄까. 버섯찌개에 관한 한 그만큼 전통이 깃들어 있는 걸. 버섯찌개라곤 하지만 버섯은 표고버섯 한 가지뿐이다. 마른 표고인 탓인지 버섯 향이 더욱 강하고 맛도 짙다. 더 들어가는 건 쇠고기, 얇게 썬 감자, 양파, 파 정도다. 매운 양념장과 다진 마늘이 듬뿍 들어가는데, 얼큰한 맛이 잘 우러난다. 그러면서도 시원함이 제대로 느껴진다. 메뉴만 단순한 게 아니다. 반찬도 두 가지뿐이다. 깍두기와 울릉도 취나물. 반찬이 이렇게 고정화된 것도 20년이 넘었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지 반복해서 10년을 한다면 달인의 경지에 이를진대, 이쯤되면 한 번 정도 경외감을 가지고 먹어볼 만하지 않을까. 점심시간이면 손님들은 언제나 줄을 서고, 그 개운하고 얼큰한 맛을 다 인정한다. 우리 입맛에 맞는 유니크한 맛이다. ▶ 찾아가는 길: 구 고속터미널 근처 / 주차: 어려움 / (043)221-6523

 

●경북집(민물고기)/ 청주시 주성동 경북집은 꽤 대형식당이다. 이 집은 무척이나 특이한 메뉴를 내놓는다. 다 민물고기 요리들인데, 매운탕이야 어디서나 끓이는 것이니 별다를 바가 없지만 그 외의 메뉴는 백숙이다. 닭백숙이라면 평범하겠지만 딴 데서 보기 드물게도 민물고기 백숙을 한다. 매운탕으로는 쏘가리, 메기, 빠가사리, 그리고 토종 새뱅이가 있다. 민물의 제왕이라면 역시 쏘가리다. 쏘가리 매운탕은 씹을 때 뛰어난 육질이 느껴지고, 좋은 민물고기를 끓였을 때 우러나는 국물이 기름지면서도 담백하다. 쏘가리보다도 더 인상적인 메뉴는 30년 넘게 끓여왔다는 민물새우 매운탕이다. 민물새우는 동네에 따라서 새뱅이, 세하, 토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전라도에서 토하젓을 담그는 바로 그 새우다. 자그맣고 거무스런 새우들을 넣고 탕을 끓이면 시원하면서도 민물새우 특유의 흙 내음이 전해진다. 수제비, 버섯, 무, 파 등을 넣고 끓인 얼큰한 매운탕이다. 이 지역에서 잡히는 물량으로는 모자라서 여러 지역에서 구해다 매운탕을 끓인다고 한다. 백숙은 닭백숙을 하듯 한방 재료들을 넣고 끓인다. 쏘가리, 장어, 메기 등으로 백숙을 만드는데 비린내가 없고 듬직하다. 이 집이 아니면 먹기 힘든 민물의 별미 중 하나다. ▶ 찾아가는 길: 신흥고등학교 지나 SK공항주유소 옆 두 번째 집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 / (043)211-9200

 

●학화 호도과자/ 천안시 대흥동 천안이 우연히 호도과자로 유명해진 게 아니다. 천안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호도나무가 들어와서 심어진 곳이다. 지금은 천안 하면 삼거리와 능수버들보다 호도과자가 더 유명해 보인다.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나 맛은 썰렁하지만 천안 명물 호도과자라고 해서 파니까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러한 호도과자의 원조집은 학화(鶴華) 호도과자 집이다. 1934년에 개업해서 아직까지 호도과자를 만들어 파니 어느덧 7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셈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일본에 가서 제과 기술을 배워와서 호도과자를 개발했다. 지금 88세인 할머니는 아직도 혼자 남아서 그 유산을 이어받아 모든 일을 다 주관하고 있다. 처음 만들어낸 맛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다른 호도과자와 결정적인 맛의 차이는 앙금이다. 호도도 좋은 걸 쓰지만 앙금을 만들 때는 꼭 빨간 팥이 아니라 흰 팥을 쓴다고 한다. 그 결과 앙금이 질척거리거나 달지 않게 된다. 너무 달지 않아서 여러 개를 집어먹어도 쉬이 질리지 않는다. 그 외의 맛의 비결은 처음에 하던 그대로 재료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언제 사러 가도 맛이 달지 않으면서도 호감이 가는 호도과자를 살 수 있다. 1만원에 68개, 1만 5000원에 105개씩 포장해서 판다. ▶ 찾아가는 길: 천안역 옆 / 주차: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9시30분, 수요일은 오후 6시30분까지 / (041)551-3370

 

●아리랑 토면(토면)/ 제천시 중앙로 옛날에는 흙으로 면을 만들어 먹었었다는 기록이 있어서 토면이라는 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집의 토면은 보다 토속적인 의미가 강하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밀이 많지 않았고 메밀 생산량은 많았다. 그래서 메밀국수는 가까운 음식이었고, 잔치국수이기도 했다. 상호에 걸었다시피 자부심을 갖고 만드는 토면은 단순 명쾌한 음식이다. 꾸밈이 없는 순수한 메밀국수 그 자체에 가깝다. 면을 뽑을 때는 메밀 껍질도 들어가기 때문에 약간 거무튀튀한 색깔이 난다. 면의 점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만큼 소량의 전분이 들어간다. 하지만 전분의 양이 워낙 적기 때문에 미리 면을 만들어놓을 수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손님이 주문할 때마다 새로 반죽을 해서 면을 뽑는다. 따라서 언제나 싱그러운, 그러면서 툭툭 끊기는 메밀 면 맛을 볼 수 있다. 국물은 차가운 동치미 국물이다. 좋은 무를 대량으로 구입해서 항아리에 넣고 소금, 대파, 풋고추 등을 넣은 후 물을 붓고 숙성시킨다. 자연스러운 발효 상태에서 나오는 국물 맛은 시원하고 새콤달콤하다. 토면을 주문하면 면 위에 동치미 국물을 붓는다. 면과 국물 맛이 충돌하고 서로를 감싸주는 단순함의 맛이다. 면보다 고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토리면을 주문하면 된다. 쇠고기와 야채 등 다양한 꾸미들이 올라간 면이다. ▶ 찾아가는 길: 중앙로 주택은행 뒤쪽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 (043)647-8658

 

●신라정(민물고기)/ 충주시 교현동 충주호를 중심으로 한 충주 인근 지역은 민물고기들이 좋은 지역이다. 이런 동네치고 맛있는 민물고기 식당이 없을 리가 없다. 그 중에서도 신라정은 장어나 쏘가리처럼 최상급의 민물고기들을 주로 취급하는 곳이다. 기름진 장어는 구이로 먹는 게 가장 낫다. 장어구이는 숯불에 한 번 먼저 구워서 내온다. 돌판에는 양파, 생강 등이 깔려있고 그 위에 잘 구운 장어구이가 올려져 나온다. 장어구이도 좋지만 이 집에서는 역시 민물고기의 제왕 쏘가리를 먹을 필요가 있다. 육식성이라 난폭하지만 바다 생선회 맛과 가장 유사한 게 쏘가리다. 육질이 탱탱하고 담백하다. 쏘가리찜(2만 7000원)은 양념을 잘 해서 졸여 나온다. 조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므로 미리 주문을 하는 게 낫다. 쏘가리에는 얼큰한 양념이 잘 배어들었고 담백한 육질을 맛볼 수 있다. 식사로 나오는 반찬들이 괜찮다. 된장찌개를 기본으로 옛날 촌에서 먹던 음식처럼 수수하지만 맛깔나는 반찬들이 올라온다. 배추, 갓, 부추, 파김치 등 김치 몇 가지가 늘 준비되어 있고 조개젓, 곤쟁이젓, 어리굴젓 등 내륙 지방에서는 드물게 젓갈들도 맛있게 삭아있다. 예전에는 돌게 간장게장이 반찬으로 올라왔으나 지금은 꽃게로 담근 게장 백반이 따로 있어서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게장을 잘 담그므로 따로 주문해서 먹어볼 만하다. ▶ 찾아가는 길: 건대부속병원 맞은편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낮 12시~밤 10시 / (043)843-9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