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미군 선봉 혜산진 돌입.
(1). 압록 강변에 성조기.
국군 제3사단은 합수로 미 해병7연대는 갈우리로 미 해병5연대는 고십리에 진출해 있었다.
그 즈음 나는 서울 용산에서 거행된 제1103야전 공병단의 창설식에 참석했다.
9월 30일 경북 하양에서 창설된 제 1102야전 공병단에 이은 이전 공병단이다.
『워커』중장의 지원이 컸다.
공병과 함께 당시 또 하나의 숙제는 통신이었다.
이 문제도『워커』중장에게 꾸준히 지원요청을 했다.
그 결과 61통신 운용대대(서울 용산)제62통신 근무대대(부산)제71통신 가설대대(서울 용산)가 창설됐다. 그리고 그 즈음 제27육군 병원을 평양에 창설했다. 이처럼 우리 국군은 북진을 계속하는 한편 하나하나 전력 증강의 내실을 다져나갔다. 그러나 11월 하순이 다가올수록 중공군의 침묵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11월 22일 아침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 제8군사령부의 정기 브리핑 때였다.
『워커』중장이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손가락으로『V』자를 그려 보였다.
미군 선봉이 압록 강변(함남)혜산진에 도착했다고 알려 주었다.
수훈 부대『파우웰』대령이 지휘하는 미 제7사단 17연대였다.
10월 29일 이원에 상륙하여 24일 만에 이룬 장거였다.
험난한 산수 갑산 길 3백 20km를 주파한 것이다. 영하 20도를 밑도는 강추위 속의 강행군이었다.
미군 장병들은 강변에 미국의 성조기를 내걸었다.
눈앞에 펼쳐진 압록강 원류의 신비에 엄숙해 졌다고 한다.
북쪽으로는 백두산의 영봉이 우뚝 솟아 보였다.
(2). 국군 제22연대에 인계.
혜산진 앞의 압록강 건너편은 만주 땅의 장백부 마을이었다.
서성거리는 중공군의 움직임이 잡힐 듯이 보였다.
혜산진 시내는 1주일 전 동해상의 항공모함『필리핀시』호에서 출격한 함재기들의 공격으로 거의 폐허가 되어 있었다.
이로써 백두산 바로 밑 혜산진 일대의 국경선이 미 제10군단 선봉 부대에 의해 수복된 것이었다.
국군 제7연대의 초산 돌입과 미군 제17연대의 혜산진 돌입은 북진 작전의 절정을 이루었다. 이제 김백일 장군의 제1군단이 두만강에 언제쯤 도달할 것인지가 궁금했다. 미 제17연대는 11월 30일 국군 제3사단 제22연대에 혜산진을 인계하고 철수했다. 국경선에 미군이 장기 주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는다는 것이『워싱턴』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또한 미군 중에는 그때 이미 동상자가 1백 42명이나 됐다. 동계작전에 대한 충분한 보급 준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국군으로서는 압록강 변의 혹한 속에 우방 군을 오래 고생시킬 수도 없었다.
김응조 대령의 제22연대가 급히 진격 혜산진을 인계 받았다.
(3). 서울에서 끌려온 여학생들.
선봉 부대는 제1대대(대대장 정순민 소령)의 제3중대였다. 중대장 송병준 중위 이하 장병들은 영하 20도의 혹한 속에서도 강 건너 만주 벌판을 향해 만세 삼창을 했다.
송 중위는 혜산진으로 진격해 오던 중 가슴을 쳐야 했던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혜산진 못 미쳐 에서『국군 만세』를 외치며 달려오는 40여 명의 소녀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부근의 주민들이라고 생각했다.『오빠. 오빠』하며 달려온 소녀들은 장병들에게 매달리면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 알고 보니 모두들 서울에서부터 강제로 끌려온 여학생들이었다는 것이다. 북괴군들이 도망치는 틈을 타서 지난 이틀 동안을 산 속에 숨어 있었다고 했다. 모두들 굶었다고 했다. 영하 20도의 차가운 날씨였지만 모두들 서울에서부터 입고 온 허름한 차림들이었다.
송 중위는 부하들에게 불을 피우도록 하고 담요를 꺼내 주도록 했다.
더운물을 주고 얼마 안 되는 휴대 식량도 나누어 주었다 한다.
그러나 제3중대는 혜산진에 오래 머물지를 못했다.
수복 하루만인 12월 1일 연락 비행기 한 대가 혜산진 상공에 나타났다.
(4). 피할 수 없는 일전 임박.
이어 통신통(通信筒) 한 개를 떨어뜨리고 가 버렸다.
제3사단장 최 석 준장의 명령서가 전달된 것이었다.
『내일(12월 2일) 09시까지 철수. 원대에 복귀하라.』
그 무렵 동부 전선에서도 중공군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중공군의 대 공세 조짐이 분명해 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한 판 붙게 되면 대판 싸움이 될 것』이라고 하던『워커』중장의 이야기는 점점 사실로 다가왔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전이었다.
첫댓글 선중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따뜻하게 좋은하루되세요 ~^^
아름답게 보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좋은글 올려 주셔서 즐감합니다 선중님 감사합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정보의 홍수속에서 말입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