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유출 막아라!" 유니폼 등번호 가리고 훈련 조직위에 프로필 빼고 명단만 제출 '엔트리 신경전' 협회 비디오 전력분석 회의도 "민박집으로 모여"
◇ 꼭꼭 숨겨라 등번호도 감춰라!
번호 없다? 대만전 전력 노출에 대비해 25일 훈련에서는 무번호 훈련복이 등장했다. [도하(카타르)] 송정헌 기자
◇ 대표팀의 양상문 투수코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25일 이혜천(왼쪽), 류현진(오른쪽) 등 투수들에게 훈련 일정과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도하(카타르)] 송정헌 기자
'감춰라 감춰.'
한국 야구대표팀이 '007작전'에 들어갔다. 한국보다 사흘 늦은 26일 도착한 대만 야구팀도 훈련을 숨기기는 마찬가지. 서로 전력을 감추는 것으로 한국 대 대만의 승부는 이미 시작됐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25일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오후 3시30분)부터 약 3시간 30분 동안 이틀째 현지 적응 훈련을 했다. 손민한, 이혜천, 윤석민 등은 실제로 공을 뿌리는 시뮬레이션 피칭을 하는 등 실전 감각 유지를 위한 훈련이 계속됐다.
첫날 등번호가 찍힌 유니폼을 입고 훈련한 것과 달리 이날 선수들은 상의와 하의 모두 등번호가 없는 훈련복을 입었다. 야구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누가 누군지 구분할 수 없었다.
김재박 감독은 이에 대해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했지만 다분히 대만을 의식한 조치. 조금이라도 전력 노출을 피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훈련모습을 보면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파악할 수 있고, 투수들의 경우 투구 모습을 직접 보면서 분석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26일 낮 12시30분(한국시간 오후 6시30분)부터 같은 장소에서 첫 훈련을 시작했다. 대만 역시 선수들이 등번호를 달지 않은채 그라운드에 나섰으며, 취재를 원천봉쇄하는 등 연막전을 폈다.
사실 한국과 대만의 전력 감추기는 이미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22명의 선수 명단을 제출할 때부터 시작됐다. 두 나라 모두 아직까지 조직위에 선수 명단만 알려줬을 뿐 프로필이나 선수의 등번호 등은 제출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야구와 소프트볼의 기록을 담당하는 정승환씨는 "선수들 자료를 입력해야 하는데 한국과 대만은 선수 이름만 써서 보냈다"며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고의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훈련후 한국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한국야구위원회와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들이 묵고 있는 민박집으로 가 전력분석 회의를 했다. 또 비디오테이프를 구해 계속 비디오를 보면서 대만에 대한 전력분석을 할 계획.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한국 대 대만의 첩보전은 아시안게임 첫 판에서 격돌하는 30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도하(카타르)] 권인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