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라운드(Green Round)란 환경보호를 무역과 연계시켜 진행하는 국가간 협상을 말한다.
여기서 '그린'이란 환경을 의미하며, '라운드'는 반복적인 협상이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그린라운드란 환경문제를 가지고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하는 협상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라운드'란 여러 국가들 사이의 협상이기 때문에 다자간(多者間) 협상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린라운드가 등장하기 전에 우리에게 알려진 '우루과이라운드', 그리고 그린라운드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블루라운드' 등이 그 예이다.
그린라운드는 1991년 미 의회에서 국가별 환경기준의 차이가 경쟁력 격차의 한 요인이 되기 때문에 그 격차분 만큼 상계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이후국제사회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한 무역규제는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존층 파괴 물질인 염화불화탄소 사용을 규제하고 있는 '몬트리올 의정서'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국제환경협약 모두가 무역규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 체결된 협약일수록 무역규제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린라운드가 1994년 들어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1994년 4월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열린 우루과이라운드 각료 선언을 통해, 1995년에 세계무역기구(WTO)가 정식 출범하고 이 기구의 산하에 '환경무역위원회'가 설치됨에 따라 국제 무역질서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할 수 있다.
그린라운드는 국가간 협상을 통한 새로운 무역규범의 제정을 의미하나, 이를 관장할 WTO는 강제 집행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GATT와는 차이가 있다. 그린라운드는 국제무역규제가 내용의 핵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국제법이나 외교 및 무역 정책과 연계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린라운드는 WTO 산하 환경무역위원회가 정식 활동에 들어가는 1996년 말부터 5년 이내에 이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우루과이라운드가 13년이란 장기간의 협상 끝에 마무리된 것에 비해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말한다.
그린라운드의 대두 배경은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겠지만 총론적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해석되고 있다.
첫째는 지구환경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지구 환경문제의 심각성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그리고 자원 부국과 우리나라와 같은 자원 빈국 사이에 해석상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오존층 파괴나 지구온난화, 생물종의 감소와 같은 환경문제가 인류 생존 여건을 어렵게 있다는 점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이 공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환경보호의 실효성 확보라는 점이다. 즉 무역 규제가 지구환경 보전 협상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국가간 또는 지역별로 많은 협약이 있었지만 그 실효성은 매우 약한 것이었다. 따라서 환경보호가 보다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 강력한 제재 수단이 필요한데 이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무역규제이다.
셋째는 선진국의 국제 경쟁력 제고의 한 방법이라는 점이다. 이는 그린라운드가 미국과 유럽연합(EU)과 같은 선진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이다. 물론 그린라운드를 주도하는 선진국들이 이를 표면에 내세우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사용해왔던 기존의 수단이 우루과이라운드의 타결로 효력을 잃자 이의 대체 수단으로 환경문제를 이용한다는 해석이다. 즉, 선진국들이 엄격한 환경규제로 인한 공해방지시설 투자의 부담으로 시장 경쟁력을 잃고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환경규제가 미흡하기 때문에 저가의 상품을 통해 선진국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이를 저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린라운드를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린라운드를 논의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이것이 바로 국제표준화기구(ISO) 산하에 설치된 기술위원회(TC 207)에서 논의되고 있는 환경인증제도(ISO 14000)이다.
환경인증제도는 원래 ISO 18000으로 통용 되었으나 1994년 호주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ISO 14000으로 명칭이 변경된 바 있다. 국제적으로 환경관련 규격을 통일하여 제품 및 이를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 환경인증을 주는 ISO 14000이 그린라운드와 관련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그린라운드의 환경표준 규격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그린라운드의 구체적인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반면, 환경적 측면에서 제품 및 기업경영의 평가를 통해 무역규제의 힘을 발휘할 ISO의 조직과 활동 내용은 명확한 편이다. 국제표준화기구인 ISO는 이미 품질인증제도인 ISO 9000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는데, ISO 14000은 환경에 대한 인증제도라고 할 수 있다.
환경 분야에 대한 국제적 표준화 작업은 1991년 9월에 '환경전략 자문그룹 (SAGE)'가 조직되고, 그 결과로 1993년 6월 TC 207이 발족되면서부터이다. TC 207은 환경관련 국제기준을 심의하고 제정하는 업무를 담당한 기술 위원회(Technical Committee)로서 여러 개의 분과위원회(Sub-Committee)를 두고 있다. 분과위원회는 다시 몇 개의 실무대책반을 두어 보다 전문적인 사항을 심의, 결정하고 있다. 이 분과위원회는 현재 7개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ISO 14000은 빠르면 1996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ISO 18000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제품은 무역에 있어서 수입 규제와 같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ISO 인증제도 중에서도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환경경영시스템(EMS)와 환경감사(EA)이다.
환경경영시스템은 기업이 경영에 있어서 환경적 측면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고, 환경감사는 이를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므로 인증제도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의 환경관리 실태가 명확히 드러나므로 일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환경인증을 요구하는 국가에 생산 제품을 수출하는데 큰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라이프싸이클평가(LCA)는 상품의 생산에서 폐기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평가하고 환경적으로 건전한 상품을 설계토록하는 기술적 수단이다. 환경라벨링(EL)은 심벌과 같은 인증 표시 방법의 하나로서 우리나라의 환경마크와 유사한 제도이다.
환경라벨링이 국제적으로 통일될 경우 현재와 같이 아무런 인증 절차도 거치지 않고 사용하는 "그린(Green)"이나 "생분해성(Biodegradable)", "재활용 가능한(Recyclable)"과 같은 광고가 규제된다. 그리고 이 같은 용어를 상품 문안으로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용어는 인증 절차를 거쳐 그 성능이 인정된 상품에 한해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현재와 달리 환경마크 제품의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럴 경우 무역규제 이전에 국내 기업들이 일차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환경인증제도는 무역규제를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증을 획득하지 않은 기업의 제품이 수입을 규제 당한다든가, 환경 분야에 대해 투자를 하지 않고 제품을 생산한 기업의 제품이 상계 비용을 부과 당할 경우 실제적인 무역규제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린라운드란 곧 환경과 무역을 연계시키는 것이므로 환경인증제도가 WTO체제 하에서의 무역 규제보다 조기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환경표준화기구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환경인증제도는 무역 규제와 같은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인증제도는 국가간의 통일 규격 마련과 단일 관리 체제의 형성으로 오히려 무역 장해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물론 우리 정부 및 산업체의 충분한 준비가 있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이다. 늦기 전에 준비하는 것만이 우루과이라운드와 같은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