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연기자 김수미님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김혜자와 전원일기에서부터 우정이 돈독했나보다.
한 토크쇼에 김혜자와 김수미가 나란히 출연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김수미가 김혜자에게 물었다.
-수미: 언니, 김치 담글 줄 알아?
-혜자: (천진난만하게 눈을 깜빡이며) 몰라.
-수미: 김치 담가 보긴 했어?
-혜자: (벌써 웃음이 나와 허리가 꺾어진 상태) 아니, 안 해봤어.
-수미: 그런 사람이 무슨 한국의 어머니야? 난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웃겨 죽겠어.
김혜자는 김수미보다 나이로 10년, 연기로 9년 선배다.
그런데도 참 스스럼없다 싶었다
김수미는 한때 연기자로서의 수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빙의현상으로 자살충동을 느꼈고
연기 생활을 그만두겠다며 삭발을 하고 다니기도 했단다,
책 내용 중의 일부를 소개한다.
천신만고 끝에 병세가 나아져서 다시 재기할 무렵,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모든 가족이 손을 놓고
틈만 나면 죽을 생각뿐인 나에게만 매달렸던 터라
금전적인 문제도 심각했다.
전엔 지점장이 맨발로 뛰어나오던 은행은
이제 지랄을 하고,
작가 김정수 선생님과 고두심, 나문희 언니에게
몇 백만원씩 꾸어 급한 일들을 해결하고 있었다.
사업을 수십년 한 남편은 어디서 일억도 구해오지 못했고
몇백억 자산가인 시누이도 모른체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언니가
"너 왜 나한테는 얘기 안 하니?
추접스럽게 몇백만 원씩 꾸지 말고, 필요한 액수가 얼마나 되니?" 하셨다.
언니는 화장품 케이스에서 통장을 꺼내시며
"이게 내 전 재산이야. 나는 돈 쓸일 없어.
다음 달에 아프리카에 가려고 했는데, 아프리카가 여기 있네.
다 찾아서 해결해. 그리고 갚지 마.
혹시 돈이 넘쳐 나면 그때 주든가" 하셨다.
나는 염치없이 통장 잔고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탈탈 털어 모든 은행 문제를 해결했다.
언니와 나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나는 그렇게 못한다.
얼마 전 언니가 아프리카에 가신다고 하기에
나는 언니가 혹시 납치되면
내가 가서 포로 교환하자고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외국에선 한국인 선교사들의 납치 사건이 있었다).
만약 그런 사태가 일어나면 나는 무조건 간다.
꼭 가고야 만다. ---중략
아무리 많은 재산가라도 이처럼 친구를 위해
선뜻 통장까지 맡길 그런 사람이 있을까?
김혜자 씨처럼 통장을 바로 꺼내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다시 한번 경악할 일이로다.
물론 이 책에는 김혜자 선생 말고도
수없이 많은 동료들에 대한 일화가 소개돼 있다.
김수현 작가에 대한 서운함을 얘기하려다
과음해서 유인촌 장관의 차에 실례를 한 이야기,
의외로 대식가라는 황신혜 이야기,
부인 상을 당한 조용필에게 게장을 싸 가 밥을 먹인 이야기,
은근히 사위감으로 눈여겨 봤던 유재석 이야기
등등 다른 사람 같으면 이렇게 속시원히 털어놓지 못할 법한 얘기들이
잔뜩 담겨 있는 이 책
쉬어가면서 사알짝 펼쳐봄이 어떠할지...
첫댓글 함 읽어봐야겠다. 남에 불행. 나에 행복이라 하던가.... 사람 마음이 다 그런가 보다.. 남에 안된걸 보면서 같이 가슴아파 하면서도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위안을 받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