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워즈(Star Wars)'를 보면 우주 전투기를 타고 적의 기지를 공격하는 비행사들이 "연료전지 발전소(Fuel cell station)부터 파괴하자."고 교신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기를 끊어 방어 시설을 무용지물로 만들자는 의도이다. 지금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상상이지만 5년 뒤에는 우리 인류의 삶 속에서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 '연료전지(Fuel Cell)'
현대 사회는 '석유'라는 화학 에너지를 기반으로 존재하고 있기에 인간은 각종 첨단 기술을 이용해 지구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석유까지 추출해 내는 성과를 이룩해 냈지만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석유는 결코 무한한 자원이 아니며, 과학자들은 40년쯤 후에는 완전히 바닥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그렇다면 인간은 앞으로 찾아올 에너지 위기에 어떠한 대처 방안도 마련하지 못한 채 손 놓고 있을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현재 태양열, 풍력, 지열, 파력, 핵융합 등 다양한 대체 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비록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는 대체 에너지 중 하나가 바로 '연료전지'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화학시간에 배웠던 원리를 떠올려 보자. 물을 전기분해 하면 '수소'와 '산소'를 얻을 수 있다. 연료전지를 만드는 원리는 그 역반응을 이용해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물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전기를 얻는 것이다.
우주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두 가지 원소를 활용하기 때문에 자원고갈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 비록 현재는 천연가스나 메탄올 등을 이용해 연료전지를 개발해 나가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진짜 수소와 산소를 이용한 연료전지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연료전지를 '환경친화적 에너지'라고 부르는 이유는 기존의 다른 화학 에너지와는 달리 부산물로 배출되는 것이 오직 물(H2O) 뿐이므로 전혀 공해가 없고 반응도 간단해 소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효율은 최고 65~70%나 돼 기존 내연기관보다 2~3배나 월등하다.
저 멀리 우주에서 지상으로
왜 '연료전지(Fuel Cell)'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영어를 보는 것이 더 쉽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 물이 되고 전기가 나오는 화학반응은 하나의 '셀(Cell)' 안에서 이루어진다.
연료전지 종류에 따라 셀은 빨대나 널빤지처럼 생겼다. 이 때문에 'Fuel Cell'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개인적으로는 '수소전지' 정도로 이름을 붙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연료전지의 필요성은 우주 개발과정에서 제기 되었다. 영화 '아폴로 13'에서 주인공은아폴 로 13호 우주선의 연료전지용 산소탱크에 문제가 생기면서 우주 미아가 될 뻔 한다.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주선은,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면서도 부산물이 적고 작은 공간을 차지하는 동력기관을 필요로 하는데, 이러한 모든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이 바로 연료전지였다.
특히 연료전지에서 배출되는 순수한 물은 우주선 탑승원들에게 식수로 공급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우주 상에서 유용했던 연료전지는 점차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다. 2008년 어느 가정의 모습을 살펴보자. 주부 서연료씨가 컴퓨터를 보면서 남편에게 한마디 한다. "올 겨울에는 아버님 댁에 연료전지 발전기 하나 놓아 드려야겠어요." 남편은 쓰고 있던 노트북PC 배터리가 다 떨어지자 메탄올 서너 방울을 노트북에 넣는다. 컴퓨터는 바로 '윙' 소리를 내며 작동한다. 과학자들은 5년 뒤쯤이면 각 가정마다 연료전지 발전기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한다. 집으로 들어오는 도시가스를 수소로 바꿔 전기를 만든다.
이 전기로 전자제품도 돌리고 물도 끓인다. 남는 전기 는 한국전력에 팔아 용돈도 벌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오인환 연료전지연구센터장은 "2008년이 되면 연료전지가 설치된 가정이 국내에 1만~10만 가구나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휘발유 자동차나 경유 자동차의 입지도 연료전지 자동차에 밀려날 것이다.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 자동차'로도 불린다. 주유소(?)에서 수소를 채우는 이 자동차는 시동을 걸어도 '부르릉'하는 엔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시커먼 배기가스는 더더군다나 없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해 말 수소 자동차를 처음 판매했다. 자동차 값이 무려 3억 원이나 해 지금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등 몇 명이 상징적으로 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2010년까지 10만대 이상의 수소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수소 자동차를 둘러싼 경쟁이 미국과 일본 자동차 회사의 판도를 바꿀 것이다. 한국에서도 현대자동차가 2000년 말 수소 자동차를 개발해 현재 미국에서 3대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2020년이 되면 세계의 자동차 3대 중 1대는 수소 자동차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철, 버스, 배 등 대형 운송수단일수록 공간의 여유가 많고 연료 보충이 편리한 연료전지를 더 많이 사용할 것이다.
극복해야 할 장벽, 그리고 나노 화학 테크놀러지
연료전지가 '차세대 대체 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긴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높은 열효율은 실험실에서 이끌어낸 수치일 뿐 현장 운용에서는 아직 그만큼의 효율을 내지 못하고 있고, 기대와는 달리 사이즈도 크며 장시간 사용하는 데 무리가 있다. 자동차를 한번 충전하면 적어도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대전도 헉헉거릴 정도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료전지에 사용되는 재료 개선과 연료전지 설계방식 변경 등 일련의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연료전지는 어떤 전해질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인산 연료전지, 용융탄산염 연료전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 등 다양하게 분류되는데, 각 연료전지 별로 적용될 수 있고 또 현재 수준보다 훨씬 더 뛰어난 화학물질과 촉매를 만들어내야만 차세대 에너지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 최근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나노 화학 기술(Nano Chemical Technology)'은 연료전지 개발에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