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정선 5일장·관광열차 | |||||||||||
코끝이 찡하다. 제천을 거쳐 영월로 들어서면 창밖은 온통 아우성이다. 산비탈마다 연분홍 진달래가 늦은 꽃망울을 터뜨리고 동강은 긴 여정에 숨이찬 듯 푸른 숨결을 토해낸다. 기차는 힘에 겹다. 푸륵 푸르륵, 안간힘을 다해 태백준령을 넘어서는 "정선5일장 관광열차". 새 봄을 여는 전령이다. 청량리역을 출발, 낮 12시30분 정선역에 도착하는 "정선5일장 관광열차"는 이제 전국적인 명물이 됐다. 60대 이후 관광객들에겐 아련한 향수를, 20대 연인들에겐 "꿈결 같은 추억"을 선사한다. 청량리-양평-여주-원주-제천-영월을 거쳐 정선으로 이어지는 5일장 관광열차는 5일장이 서는 날(날짜 끝수가 2, 7일)마다 정선을 찾는다. 자미원 예미 선평 별어곡 등 이름만 들어도 상큼한 시골역을 지나 정선역에 도착하면 낮 12시30분. 이 때부터 조용했던 산골마을은 한바탕 시끌벅적하다. 관광안내 도우미들의 수줍은 안내를 받아 500여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은 정선지역 곳곳으로 흩어진다. | |||||||||||
정선군이 개발한 5일장 관광열차 관광 코스는 3∼4곳. 북면 아우라지와 화암동굴 및 화암약수터 등이 대표적인 관광코스. 물론 5일장터와 정선아리랑 창극공연장은 필수 코스가 됐다. 정선역에서 코스별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30∼40분. 부담없는 거리이다. 화암동굴엔 노인과 어린이들의 관람편의를 위해 올해부터 궤도열차가 설치·운영된다. 화암약수터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새롭게 몸단장을 했다. 먹지 않아도, 특별히 무언가를 보지 않아도 즐겁고 애틋한 정선5일장 풍경. 잔주름 깊은 시골 아낙들이 펼쳐놓은 장터 풍경은 잃어버렸던 어린날의 추억 한토막이다. 냉이와 원추리 두릅 돌나물 돌미나리 나물취 등 초봄에 쏟아지는 온갖 푸성귀가 혀끝을 자극한다. 시골냄새 풀풀 풍기는 된장과 몸에 좋다는 산약초도 은근슬쩍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콧등치기와 메밀국쭉 전병 곤드레나물밥은 이미 전국적인 "정선 향토식품"이 됐다. 무리지어 다니는 관광객들에게선 팔도사투리가 튀어 나온다. "오메. 이것이 뭣이 당가요. 참 맛있게 생겨부렀네. 한개 줘 보이소." "할메. 좀 깎아주이소. 인심도 좋제." 정선장터는 비로소 생기를 되찾는다. 장터 한켠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정선아리랑 곡조에 맞춰 어깨춤이 덩실덩실 배어나오는 곳. 오후 3시면 정선장터는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곳곳으로 흩어졌던 관광객과 장터를 찾은 주민들이 한데 뒤엉키기 때문이다. 오후 4시. 정선문화예술회관에선 정선사람들의 애환과 기쁨 삶이 적나라하게 버무려진 정선아리랑창극공연이 펼쳐진다. 5일장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주는 최고의 이벤트인 셈이다. 오후 5시30분. 정선역은 또한번 술렁인다. 장터를 빠져나온 관광객들은 손에 등에 한보따리씩 이고지고 5일장 관광열차에 오른다. 뉘엿뉘엿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가는 햇살을 받으며 정선을 빠져나가는 5일장 관광열차. 기적소리가 잦아들며 정선은 깊은 적막에 휩싸인다. | |||||||||||
여행의 시작은 설렘이지만 끝은 배고픔이다. 그 배고픔을 달래야 여정 자체가 즐겁다. 정선5일장 관광열차에 몸을 실은 관광객들도 예외가 아니다. 정선 5일장을 찾는 대개의 관광객들은 눈요기와 호기심을 채운 뒤 먹을거리를 찾아 부산하게 움직인다. 이들의 발목을 잡는 장터 먹을거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올챙이 국수와 곤드레밥, 메밀전병 콧등치기 등. 올챙이국수의 원료는 옥수수가루. 없던 시절, 허기를 채우던 식품이 이젠 별미가 됐다. 정선5일장터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식당 문앞에 진열되곤 한다. 곤드레밥은 구황식품에서 보양식이 된 경우. 정선지역 산지에 폭넓게 자생하는 곤드레를 쌀과 함께 버무려 밥을 지은 뒤 간장과 고추장을 넣어 비벼먹는 음식이다. 정선 장터, 동박골과 싸리골식당이 대표적인 음식점이다. 정선시장 한 귀퉁이, 처마 밑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먹는 메밀전병과 부침도 특별한 먹을거리이다. 정선장터를 찾는 관광객들은 "시장 귀퉁이에서 쪼그리고 앉아 먹는 전병 맛을 잊을 수가 없다"며 "정선5일장은 잃어버린 과거가 고스란히 살아나는 추억의 보고"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