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가시가 많은 준치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준치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한자로는 진어(眞魚) 또는 시어(鰣魚)라고 한다. 예부터 새가 물에 빠져 조개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준치도 새가 변하여 준치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으며 준치 대가리 뼈를 모아 맞추면 새의 모양이 된다고 한다. 준치를 먹은 다음에 대가리 뼈를 모아 새의 형상을 만들고 앵두를 주둥이에 물려 처마 끝에 매다는 풍습이 몇십 년 전까지 전해 내려오기도 했다.
준치는 유난히 가시가 많은데 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먼 옛날에 준치가 맛이 좋고 가시가 적어 사람들이 준치만 즐겨 먹어 멸족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그러자 용왕이 물고기들과 의논을 한 결과 “준치가 가시가 없어 사람들이 준치만 찾는 것이니 가시를 많이 만들어 주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용왕은 모든 물고기에게 가시를 한 개씩 준치 몸에 꽂아 주라고 명령을 내렸다. 모든 물고기가 제각기 자기 가시를 한 개씩 뽑아서 준치 몸에 꽂으니 아픔을 견디다 못하여 달아나는데 달아나는 준치를 뒤쫓아가서 꽂느라 꽁지 부분에 가시가 유난히 많다고 한다.
큰 것은 50cm 정도 되며 몸체는 약간 푸른빛이 도는 은백색으로 몸이 납작하고 비늘은 정어리나 청어와 비슷하다.
옛 음식책에는 준치로 만든 음식이 아주 많이 나온다. 지금은 흔치 않은 생선이지만 전에는 국, 자반, 조치, 만두 등 별난 음식을 많이 만들어 먹었다.
『자산어보』에서는 준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크기는 두 세 자 정도로 몸은 좁고 높으며 비늘이 굵고 가시가 많으며 등은 푸르다. 맛이 좋고 시원하다. 곡우가 지난 뒤 비로소 우이도(전남 신안군)에서 잡힌다. 이 때부터 북으로 이동하여 6월이 되면 서해에서 잡힌다.”
『규합총서』에서는 유난히 많은 준치 가시를 없애는 법에 대해 설명하였다. “준치를 토막 내어 그 조각을 도마 위에 세우고 허리를 꺾어 베나 모시 수건으로 두 끝을 누르면 가는 뼈가 수건 밖으로 삐져 나올 것이니 낱낱이 뽑으면 된다”고 하였다.
조리법
옛 음식책에는 준치로 만든 음식이 많이 나오나 지금은 그리 흔치 않은 생선이다. 준치로는 국, 자반, 조치, 만두 등 별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준치만두
재료(4인분)
준치 1마리(500g), 쇠고기(우둔) 100g, 녹말가루 3큰술, 생강즙 1작은술, 잣 1큰술, 쑥갓 50g, 파 1뿌리, 마늘 4쪽, 생강 1톨, 물 4컵
(가) 간장(진간장) 1큰술, 설탕 ½큰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깨소금·참기름 각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준치를 깨끗이 씻어 내장을 꺼내고 머리를 잘라내서 증기가 오르는 찜통에 넣어 찐다.
살이 완전히 익으면 뼈와 가시를 전부 발라내고 살만 모아서 곱게 부순다.
2. 냄비에 남은 뼈와 파, 마늘, 생강 조각을 넣고 물을 부어 끓인 다음 체에 걸러서 소금으로 간을 한다.
3. 쇠고기는 곱게 다져서 (가)의 양념으로 무쳐서 번철에 볶아 식힌다.
4. 준치 살과 볶은 쇠고기를 합하여 녹말가루와 생강즙,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직경 2~3cm의 동그란 완자 모양으로 실백을 두 알씩 넣어 빚는다.
5. 완자로 빚은 만두를 녹말가루에 고루 묻혀서 찜통에 젖은 행주를 깔고 잠시 찐다.
6. 접시에 쑥갓을 깔고 쪄낸 만두를 국물 없이 담아 초장을 곁들여 내기도 하며, 대접에 담고 ②의 장국을 끓여 부어서 쑥갓을 띄우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잘 맞는 갈치
예부터 “잔 갈치 사 먹어라”, “값싸고 맛 좋은 갈치자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갈치는 서민의 찬물로 인기 있는 찬거리였다. “값싼 갈치자반 맛만 좋다”는 속담도 있는데, 싸면서 맛있다는 말이다.
칼같이 생겼다 하여 ‘칼치’라고도 하는데, 조선 시대 문헌에는 보이지 않으나 『자산어보』에 “군대어(裙帶魚) 속칭 갈치어(葛峙魚)”라 하였고,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는 ‘갈어(葛魚)’로 나온다. 내륙 지방에서는 ‘대도어(大刀魚)’라 하고, 전라도 사람은 ‘풀치’, 충무 지방에서는 ‘빈쟁이’, 그 밖에 ‘붓장어’라고도 한다.
홍선표의 『조선요리학』에서는 “언어학자에 따르면 신라 시대에 칼을 갈이라고 칭하였다 하니 갈치란 말은 신라 시대에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갈치의 산지로 유명한 곳은 경남 기장 연안이다. 염장품으로 만들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고 운반이 쉽다는 점에서 예부터 귀천을 막론하고 널리 먹는 어족이다.” 하였다.
고운 은백색에 몸이 날씬하고 길쭉하며 길이는 보통 1m에서 1.5m에 달한다.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배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없고, 등지느러미가 머리에서 꼬리까지 길게 붙어 있으며, 비늘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신선한 갈치의 표면은 은빛으로 고루 반짝이는데, 이는 분말로 된 구아닌이라는 유기염기 성분이 체표면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껍질의 구아닌은 색조 화장품의 펄로 쓰이기도 하고, 인조 진주의 재료로도 쓰인다. 주둥이가 크고 이빨이 발달한 꽤 사나운 물고기인데, 실제로 자기들끼리 꼬리를 잘라 먹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갈치가 갈치 꼬리를 문다”는 옛말이 있다. 친한 사이에 서로 모함할 때를 비유하는 속담이다. 동틀 무렵이나 어슴푸레할 때 바다 표면에 떠올라 머리를 위로 하고 헤엄치기를 좋아하며, 산란은 주로 여름에 하는데 산란기 이전, 6월에서 8월경이 제철이다. ‘가을갈치’란 여름철 산란을 끝내고 늦가을까지 먹이를 충분히 먹고 남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에 잡히는 갈치를 말한다.
예부터 거문도산이 유명한데 근처의 초도, 순죽도 근해와 백도에서 서귀포 사이 해역이 주된 어장이다. 이곳에서는 모두 채낚시로 잡는데, 한 마리씩 걸려 올라오므로 그물로 잡는 것보다 품질이 좋다. 매일매일 잡는다고 하여 ‘당일바리’라 하는데 그만큼 선도가 뛰어나다. 채낚시는 한 틀에 보통 13~17개의 바늘을 달며 미끼로 갈치, 고등어, 오징어, 꽁치 등을 쓴다.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아미노산, 무기질, 비타민 등이 반드시 필요한데 갈치는 이러한 영양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특히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당히 들어 있어 맛이 좋으며, 소량의 당질이 있어 고유한 풍미가 있다. 하지만 다른 생선과 마찬가지로 칼슘에 비해 인산의 함량이 많은 산성 식품이므로 채소를 곁들여 먹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생선이 그러하듯 갈치도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건강에 좋다. 특히 불포화지방산 중에 함유되어 있는 EHA와 DHA가 혈전 생성을 막고 머리가 좋아지게 한다고 알려져 찾는 이가 더욱 많아졌다.
갈치는 살이 희고 부드러우며 감칠맛이 있는데 너무 큰 것보다는 중간 크기로 새벽과 아침녘에 잡힌 것이 더 맛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잘 맞아 식욕을 돋우며 구이나 조림을 많이 한다. 신선도가 떨어지면 비린내가 많이 나고 살이 물러 쉽게 상한다. 갓 잡아서는 회를 치기도 하지만 산지가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소금에 절여 구워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좋고, 무와 함께 고춧가루를 넣어 조려도 맛있다. 예전에는 싼 게 갈치였다는데 요즘엔 꽤 비싼 편이다.
조리법
갈치는 필수 아미노산, 무기질, 비타민 등을 고루 갖춘 생선이다. 구이나 조림을 많이 한다.
갈치조림
재료(4인분)
갈치(중) 1마리(400g), 무(중) ½개(200g), 다홍고추 1개, 생강 1톨, 마늘 2쪽
(가) 간장(진간장) 4큰술, 물 4큰술, 설탕 1큰술, 통깨 ½큰술, 고춧가루 ½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갈치는 은빛의 비늘이 벗겨지지 않은 싱싱한 것으로 골라서 지느러미를 떼고 내장을 꺼내고 깨끗이 씻어 6cm로 토막 낸다.
2. 파와 다홍고추는 어슷하게 썰고, 생강은 납작하게 썬다.
3. (가)의 조미료를 합하여 양념장을 만든다.
4. 무는 폭 3cm, 길이 4cm, 두께 1cm 정도로 네모지게 썰어 냄비 바닥에 고르게 펴 담는다.
5. 무 위에 갈치를 가지런히 놓고 양념장과 ②의 양념을 고루 얹어 불에 올려 조린다.
6. 끓어오르면 불을 줄이고 가끔 장물을 떠서 위에 끼얹어 무와 갈치에 고루 간이 배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