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vendish Beach, PEI
동반여행기(同伴旅行記)-7-바다를 몸속에 담다
제5일째
주변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한 새벽 6시쯤에 일어났다. 몸과 마음은 거뜬하고 상쾌하였다. 아내는 아직 잠 속에 있었다. 나는 살며시 일어나 스마트폰과 담배를 챙겨들고 밖으로 나왔다. 몇 몇의 부지런한 사람만 일어나서 나 처럼 나와 있고 학교주변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나는 작은 공원의 소나무 밑에 자리잡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혔다. 운좋게 집에서 출발후 오늘까지 맑고 바람이 심하지 않은 날이 계속 되었다. 변함없이 나의 운명의 신께 우리 가족 모두의 오늘을 맡기고 룸으로 돌아오니 아침을 준비해 놓고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기밥솥에 가져간 쌀로 이밥을 했고 포장된 김을 띁어내 냅킨에 올려놓고... 고추장 그리고 남은 상추 몇 조각과 닭가슴살과 어제 몽턴에서 산 닭튀김 먹다 남은 것. 그게 다였다. 나는 진주성찬같이 잘 먹었다. 눈치를 보니 아내도 별 문제없이 먹는 것 같았다. 속으로는 어휴~ 다행이다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천천히 출발해도 되지?"
"아니야. 식사 마치고 곧 출발하고 가능하면 여유있게 돌아와 이곳 시내 구경도 좀 해야지."
"그럴까? 그게 가능할까?"
"여기서는 GPS가 되니까 가능하지 ㅎㅎㅎ."
"나는 그것 너무 신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변화에 둔한 것 같아."
"오케이. 하여튼 잘할테니 걱정마슈. 할무이~"
이미 어디론가 떠난 몇 몇의 빈 곳의 주차장을 보며 우리도 서둘러 짐을 트렁크에 넣었다.
우측 옆 공원에서 담배피던 곳 in St. Mary's University, Halifax
"자~ 가자! 바다를 품으러!"
"그래. 가자. 할부지 바다 빠지러!"
"ㅎㅎㅎ"
"ㅋㅎㅎㅎ"
상큼한 공기와 바다를 낀 헬리팩스의 시내를 싱그러운 기분으로 빠져나와 몽튼으로 가는 고속도로위로 올랐다. 우리의 CRV 는 엑설레이터를 밟자 곧 반응을 하고 내 달렸다. 평일이었지만, 다니는 차들은 많지 않았다. 아내는 컨디션이 좋아서 계속 종알거리며 어제 산 복숭아라며 먹기좋게 칼로 잘라 내 입에 그 먹거리를 넣어주었다. 이건 아내의 전공이다.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어디를 가는 중이라도 먹거리를 준비해 운전하며 고개를 돌리지 말라고 입에 넣어준다. 정말 싫지않은 종알거림도 아주 좋다. 반주만 좀 맞춰주면 끝이없다. 그래서 운전은 즐겁다. 기분 좋을 때만... ㅋㅎㅎㅎ.
다시 돌아오며 볼 몇 몇의 도시를 멀찍히 바라보며 우리는 서북방향으로 나아갔다. 몽턴을 가기 전에 PEI로 빠지는 길이 있었다. 좁은 듯 큰길이었다. 아기 자기한 농장과 산장들을 우리 동네 지나듯 지나쳐 드디어 엄청나고 장엄하게 뻗어있는 PEI 다리(Conservation Bridge) 앞에 섰다. 다리아래 바다는 조용하였다. 시각은 오후1시. 무지하게 안전하게 사고없이 빨리 온 것이다. 내려서 담배를 한대 피워야 하는데 아까웠다. 그 확 터인 자리에 휴게소는 없었다. 그냥 공원만 조성해 놓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리에 들어섰다. 인류 최초가 아니라 우리 생애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 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감개무량하였다. 아내는 스마트폰 셔터를 누르느라 바뻣고 나는 60km /h 이상 달리지 못하는 제한에 걸려 천천히 가는 틈에 이제는 부활한 나의 GPS를 켰다. 역시 캐나다라서 그런지 대범하게 통행료를 받지 않았다. 아니 받는 곳이 없었다. 멋지다~.
Conservation Bridge from PEI, Google
" 사모님. 어디로 모실까요?"
"으흐흐~ 듣기 나쁘지 않네. 바로 빨강머리 앤 집으로 가 주세요."
"그기가 호텔인가요? 가까운 다운 타운에도 호텔은 있는데 ㅋㅎㅎㅎ."
"기사. 잠깐 세워요. 운전기사 바꾸게... 하하하. 이럴 수도 있다는 말이야 ㅎㅎㅎ."
어디서 많이 해 본 짓이네. 나는 창문을 활짝 열고 지피에스가 가르키는 길을 따라 구불 구불 이리 저리 때로는 막혀서 돌고 멀어서 짧다는 길로 헤매며 30분이면 되는 길을 근 1시간 30분만에 도착했다. 길 찾는 나도 쉽지 않았다. GPS가 바로 업데이터 하지 않아서 없는 길도 있고 있는 길도 없었다. 그러나 드디어 찾았고, 바로 그 그린 가벨(Anne of Green Gables)을 코앞에 두고 휴게소가 있는 식당에 먼저 들어갔다. 이름하야 켑틴 스캇트(Captain Scott’s Restaurant, Cavendish). 금강산도 식후경. 말 되네. 나는 그 유명한 피쉬앤 칲을, 아내는 씨푸드 쎌러드. 그리고 식당안을 보니 틈없이 왔다 간 사람들의 메모가 벽에 붙어 있었다. 한글도 있었다. 나는 이런 짓을 하지 않기에 사진만 찍어 두었다. 잘 먹고... 드디어 아내가 생전에 가야 한다는 그 뭐냐. 빨강머리 앤을 쓴 작가가 살았다는 집, 그린가벨과 작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시설들과 선물 코너들. 아내는 좋아라 이리 저리 다니며 보고 웃고 찍고 나를 부르고 별 요상한 아이같은 짓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놓칠세라 선물코너에서 우리의 새싹이 손녀 크로이의 티셔츠며 몇 가지 선물을 샀다. 그리고 바로 앞, 차로10분 거리에 있다는 비치(Cavendish Beach. 대망의 바닷가로 갔다. 정말 물 맑고 깨끗하고 하늘 청명하고 바람없고 바닷물 온도 적당하고... 환상이었다.
Cavendish Beach
Anne of Green Gables
"이게 바로 내가 보길 원하던 고향 바다야! 같아. 꼭 같다!. 하얗고 깨끗한 모래며 잔잔하게 물결치는 바다와 모래의 분기점사장. 드디어 왔다!"
나는 큰 소리쳤다. 누가 보든 말든. 또 칠려는데 누가 입을 막았다.
"할아버지! 정신차려요! 할아버지 나이가 60 중 후반이요. 알아요~?"
와아. 정말 깽판치네. 이 기분을 졸지에 나이로 깨 버리다니...
" 자. 어서 옷이나 벗고 바다로 들어가 원 풀어. 내가 지키고 있을테니."
아내는 나를 보고는 웃는다. 지도 나같이 바다를 오랫동안 못 봤으면서...
바다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 나는 오늘 그 그리움을 60대 중 후반의 나이로 헤엄을 치며, 물속에 들어가 눈을 뜨며, 바닷물을 마시며 그리고 소리를 치며 하늘로 승화시켰다.
(사실은, 그 눈 뜨고 자맥질하여 들어간 물속 모래바닥에서 꽃게 한마리를 줏었다. 손가락을 물려고 해서 두 세번 들어갔다 하며 줏듯 잡았다. 그 넓은 모래바닥에서 어떻게 한마리만 보이는지는 모른다. 옆에서 놀고있는 애들에게 주면서 모래위에서 잡았다 하니 뜰채까지 가져와 뒤졌지만, 걔들은 못 잡았다. 나는 그 꽃게를 멀리 놓아주었다.)
돌아오는 차에 타니 시각은 오후 5시가 넘었다. 해지는 시각은 오후 9시10분. 잘해야 훤할 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하였다. 원래 운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야간 운전을 어떠한 이유에서든 싫어한다. 나도 그짝이다. 우리는 모래도 제대로 털지 못하고 기념비적인 비치를 출발했다.
"좀 늦더라도 다운타운은 거쳐가야지... 요?"
요런 요런~ 에라 내가 지자. 지는게 이기는거라 성현들이 말했잖아!
"알았다. 늦다고 태클걸기 없기. 오케바리?"
"아이 갓 잇"
양보한 딜은 됐고... 우리는 또 지피에스 따라 정처도 없이 작은 동네 패스하고 아름다운 동네 패스하고 피이아이 감자밭 패스하고 다리 패스하고... 하고, 해서 다운타운에 들어섰다. 생각과는 달리 복잡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지나치기만 했다. 타운 자체가 아름다운 것 같은데… 서서 보지를 못했다. 그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잠깐! 저기 한국글 간판있는데..."
"어쩌라고...?"
"들어가 보자. 혹 알아. 잘 찾아왔는지..."
나는 뜻도 모르고 차를 주차장에 세웠는데... 갑자기 아내 왈
"가자. 어서 출발해."
"왜, 또?"
"식당인 것 같아서. 나는 한국슈퍼인가 했는데..."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뭘 의미하는지 감 잡았기에. 우리는 다시 헬리팩스 메리스 유니버시티 우리 방으로 향했다. 갈 길이 멀었다. 지피에스 따라 달려 잠시 후 우린 다시 그 위대한 다리 앞에 섰다. 차량이 모여 밀렸다.
그런데... 뭐야? 다리 사용료를 받아? 이게 워쩐 일이다냐? 그것도 입장료까지 포함해서 ㅋㅎㅎㅎ. 거금 70불. 와따 놀랐네. 아까 한 말 다 돌리도!!! '대범하다' '멋지다' 이 말 만이라도...
찍소리 못하고 폼잡고 냈따! 이해가 갔다. 이 따위 다리를 요 따위로 만들자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을 것이고 일부는 정부가 일부는 지자체가 일부는 건설사가 그래서 그 보충을 장기간의 이 다리 사용료로 하자는 것이리라. 좋네. 누이좋고 매부좋고... 아내는 또 사진찍느라 난리다. 나도 고개를 들어 보니 다리가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이 은하철도 999는 비교할 것도 안되게 멋졌다. 하늘로 올라가는 다리. 말 되었다. 사진 자주 찍더니 멋진 사진사 다 되었네 ㅎㅎㅎ.
다리를 지나 다시 온 길을 달려갔다. 중간쯤 오니 날은 어두웠고...
내일은 이 헬리팩스, 노바스코샤를 떠나야 한다. 살아 생전에 다시는 못 올 곳을...
Visitor's memos in Captain Scott's Restaurant
첫댓글 동반여행기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