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시간 2023-05-22 07:00
손대성 기자
경북 영덕 '뚜벅이마을' 도보여행 프로그램 참여했다가 시골 정착
"전통주 만들 것", "허브 농사 짓고파" 꿈도 제각각
영덕군도 청년주택 만들어 지원…"지역 내 일자리 창출이 관건"
편집자 주 = 2010년대 중반 지역소멸론이 제기된 당시 79개이던 '소멸 위험' 지역은 올해 118곳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이제 그 그림자는 대도시까지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암울한 현실만을 얘기하는 이때 온 힘으로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맞서는 지자체들이 있습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그곳, '지방소멸에 맞서는' 그곳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그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해 매주 월요일 1편씩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시골에는 청년이 없다.
논밭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도, 마을회관에 모여 수다를 떠는 사람도, 마을 '청년회장'을 맡는 사람도 모두 노인들이다. 젊은 사람을 구경하기가 워낙 힘든 나머지 "온통 노인 천지"라는 자조 섞인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정도다.
그런 시골 마을에 청년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다.
누군가는 전통주를 빚기 위해, 누군가는 허브 농사를 짓기 위해, 누군가는 지역의 관광 자원을 알린다는 꿈을 안고 시골 마을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이 청년들이 시골 마을로 오게 된 배경에는 우리나라에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세계적인 트레킹 성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닌 한 청년이 있었다.
◇ '산티아고 순례길' 다녀온 청년, 영덕으로 오다
국토종주를 할 정도로 걷기 여행을 좋아하는 설동원(31) 메이드인피플 대표는 대구에서 대학에 다니던 시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했다.
"수백㎞나 되는 길을 걸으며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남았죠."
2021년 행정안전부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청년마을을 공모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설 대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올렸다. 우리나라에도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세계적인 걷기여행 성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였다.
그리고 그 포부는 경북 영덕으로 향했다.
부산에서 강원 고성까지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 해파랑길. 그 해파랑길 가운데 있는 영덕 구간은 도보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난 곳이다. 영덕 대게공원에서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구간은 바다, 산, 들판을 고루 경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해안길이다.
설 대표는 이 구간을 트레킹 성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행안부의 사업에 공모했고, 당당히 당선됐다. 그리고 그 사업을 '뚜벅이마을'로 이름 지었다.
설 대표가 세운 문화기획사 메이드인피플이 운영하는 뚜벅이마을은 단순한 도보여행 프로그램이 아니다.
"서울 대치동이 자녀 교육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지방도 사람들을 끌어들일 충분한 매력이 있습니다. 평생 정착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고, 상당 기간 머물면서 대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런 사람들을 끌어들여 지방소멸을 막는 것, 그것이 뚜벅이마을의 목표입니다."
뚜벅이마을은 짧게는 1박 2일 단기 프로그램부터 길게는 7주에 이르는 장기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단순히 도보여행을 즐길 수도 있지만, 수 주 동안 머물면서 시골 생활을 체험하고 정착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2년간 정착한 사람은 10여 명에 이른다.
◇ 도시 청년들, 시골에서 전통주와 허브차를 꿈꾸다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한지석(25) 씨는 요즘 영덕군이 영해면에 지은 청년주택에 살면서 빌린 밭이 있는 창수면을 오가며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는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심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농사짓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누구나 인정할 만한 맛있는 전통주를 빚는 것이 꿈이다.
"대학에서 한식을 전공했습니다. 한식 조리를 하다가 발효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전통주 담그는 데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재작년 뚜벅이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죠. 그게 계기가 됐습니다."
뚜벅이마을 프로그램을 통해 영덕군에서 10주 동안 살아본 그는 전통주 주조의 꿈을 이곳에서 이룰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봤다. 영덕의 산과 물, 그리고 그 자연이 낳은 곡물로 자신만의 전통주를 빚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술을 빚어도 사연과 이야기가 중요하고, 정체성이 중요합니다. 아름다운 지역인 영덕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전통술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하기 위한 준비 단계죠."
(이하 생략)
출처 : https://www.yna.co.kr/view/AKR20230515044900053?section=local/all&site=topnews01
놀랍게도 대한민국에
'웰빙'이 사회 이슈였던 시절이 있었다.
첫댓글 정사게에서 지금까지 제일로 반갑고 기쁜 내용이네요^^
잘되면 좋겠네요
전체 소비 파이가 급속도로 줄어드는중인데
쉽지 않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