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부터 일본의 만화잡지 ‘소년점프‘에서 연재된 ’드래곤 볼(토리야마 아키라)‘은 전세계 2억부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린 명작으로서 단행본뿐만 아니라 TV에니메이션, OVA, 극장판과 같은 에니메이션을 비롯하여 게임, 프라모델, 문구, 팬시 등 수많은 캐릭터 상품을 배출한 작품이다. 또 42권을 끝으로 단행본이 종결된 후에도 드래곤볼 GT라고 하여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등 아직 드래곤볼의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캐릭터 판권으로 먹고 사는 반다이
반다이를 통해 게임화된 드래곤 볼은 RPG, 액션, 어드벤쳐, 대전격투 등 수많은 장르의 게임으로 만들어졌으며 패미콤 시절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종을 넘나들며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하지만 초기 카드배틀 시스템을 이용한 몇몇 작품들을 제외하곤 ‘전형적인 캐릭터 게임의 대표작(캐릭터를 제외하곤 볼게 없는)’이란 오명과 함께 완성도 부분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초무투전‘으로 격투게임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 드래곤 볼은 플레이스테이션 2로 영역을 옮기며 가능성 뿐만 아니라 완성도까지 높이게 된다. 특히 쉘 쉐이딩 방식으로 그래픽을 일신한 ’드래곤 볼 Z 2‘는 그래픽 뿐만 아니라 격투 게임으로서의 완성도까지 어느 정도 이루어내는데 성공한다. 지금부터 살펴볼’드래곤 볼 Z 3‘는 그런 드래곤볼 패밀리의 최신작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된 오프닝
게임을 시작하면 애니메이션으로 된 오프닝과 함께 호소력 짙은 보컬의 노래가 한데 어울려 나온다. 그리고 반다이 코리아의 작품답게 깔끔한 폰트의 한글화가 플레이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오프닝을 감상하고 본 게임에 들어가면 여섯가지 항목이 나오는데 항목별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초기에는 여섯가지가 전부지만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선택 항목이 늘어난다
1. 드래곤 유니버스 모드
대전격투 게임이란 사람과 사람간의 대결이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는 장르이지만, 대부분의 콘솔 플레이어들이 가정에서 혼자 플레이하기 때문에(stand alone) 쉽게 흥미를 잃어버리는 게 사실이다. 이점을 잘 알고 있는 제작사들은 혼자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즐길 거리를 준비해두고 있는데, 버추어 파이터에서 보여준 ‘쿠미테 모드’라던지 소울칼리버의 ‘웨폰 마스터 모드’, 모탈 컴뱃의 ‘컨퀘스트 모드’ 등은 가정용으로 발매된 대전격투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개인적으로는 과거 PS1으로 발매된 토발 2의 던젼 탐험을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드래곤 볼 Z 3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선택한 캐릭터의 관점에서 원작의 스토리를 즐기며 캐릭터의 성장과 스킬 습득, 숨겨진 요소를 모을 수 있는 유니버스 모드는 대전 격투 게임인 본작에서 오히려 메인 게임모드처럼 보일 정도이다. 캐릭터마다 이벤트가 다르며, 숨겨진 요소들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로 숨겨진 요소들을 찾아내려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유니버스 모드에서는 필드를 무공술로 떠다니며 이동하는 필드화면과 특정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벤트 및 배틀화면으로 구분되어 있다. 필드 화면에서의 조작은 왼쪽 아나로그 스틱으로 캐릭터를 이동, 오른 쪽 아나로그 스틱으론 캐릭터의 상승과 하강을 담당하며 L1 버튼으로 이동속도를 높일 수 있다. 세모버튼을 누르면 모은 드래곤 볼의 횟수 표시와 필드맵이 표시되고, 드래곤 레이더 입수 시에는 레이더를 표시한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스킬 편집과 캐릭터의 스테이터스 확인 및 게임의 저장을 할 수 있는데, 유니버스 모드에서는 자동저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잊지말고 저장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자.
깔끔한 필드와 쉘 쉐이딩 캐릭터의 만남
배틀화면은 전형적인 대전화면으로서 캐릭터의 체력과 기력게이지, 피로게이지의 표시가 스카우터(원작에서 전투력을 측정하는 기계)의 모습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또한 유니버스 모드에서는 전투가 끝나면 전투시 플레이어의 행동을 세부적으로 나누어 수치화한 뒤 경험치로 배분하며, 이렇게 모은 경험치로 캐릭터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원작 재현도’라는 수치가 있어 전투 중 원작에서
쓰여진 기술(이나 여러 가지 상황)을 만족시키면
또 다른 특전이 준비되어 있다
유니버스 모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원작의 스토리를 재현하고 있어 팬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물론 너무 간략화 시켜버려 원작을 모르는 이들에겐 혼란스러울 지도 모르는 스토리이지만, 그냥 격투 게임에 첨가된 하나의 모드라고 생각한다면 이 정도라도 스토리를 준비해 두었다는 것에 만족할 듯 하다.
다만 유니버스 모드의 단점 아닌 단점이라면 캐릭터의 성장 및 숨겨진 스킬과 숨겨진 이벤트를 찾는 일이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노가다(?) 플레이를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일부러 노가다를 유도하는 게임방식을 싫어하는 이들이라면 아마도 중도에 지쳐버리지 않을까.
2. 대전 모드
사람이나 CPU와 대전을 벌이거나 CPU끼리 대전을 벌이게 설정할 수 있는 대전 모드는 여타 대전게임의 VS모드와 동일하다. 캐릭터를 선택하고 체력의 상한치를 설정한 후 마지막으로 필드를 선택하면 대전이 벌어지게 되며, 똑같은 캐릭터라도 여러 가지 코스튬이 준비되어 있으니 캐릭터를 고를때 방향키를 좌우로 입력하여 취향에 맞는 코스튬을 선택하도록 해보자.
개인적으로 가장 카리스마가 넘칠 때라고 생각하는
베지터의 초기 모습(꼬리가 달려 있다)
3. 천하제일 무도회
드래곤 볼에서 없어서는 안될 이벤트 천하제일 무도회를 게임으로 표현하였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천하제일 무도회는 링 아웃의 개념이 있으며, 우승자에겐 상금이 주어진다. 초급, 중급, 상급으로 나뉘어진 천하제일 무도회는 급수가 올라갈수록 참가인원 수와 상금이 늘어나게 된다. 중급과 상급모드는 특정 캐릭터 수가 넘으면 스킬 샵에서 구입할 수 있다.
손 가(家)의 족보를 다룬(?) 드래곤 볼에서
없어서는 안될 인물인 천하제일 무도회의 사회자
4. 연습 모드
전혀 신 같지 않은 ‘신’이 나와 설명해주는 연습모드는 ‘연습’과 ‘수행’으로 나뉘어진다. 연습은 일반적인 격투 게임에 첨가된 ‘트레이닝’ 모드로서 캐릭터와 배경을 선택한 후 다양한 설정을 통하여 자신의 입맛에 맞게 연습을 할 수 있다.
기술표를 보고 연습하자
수행은 드래곤 볼 Z 3의 기본적인 조작법과 시스템을 익힐 수 있는 모드로서 CPU가 설명하는 동작을 하나씩 따라 하게 되어있다. 이렇게 따라 하다 보면 새로운 수행 항목이 늘어나게 되는데, 여기서 재미난 것은 원작의 내용을 빌려서 시스템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피콜로에게 수행받는 오반의 모습이나 아버지인 베지터에게 기술을 배우는 어릴 적의 트랭크스, 인조인간에게 폐허가 된 미래에서 오반에게 수행받는 청년 트랭크스의 모습 등 원작의 내용을 아는 팬들에겐 즐거운 요소이다.
오천과 트랭크스의 퓨전인 오천크스가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피콜로에게 수행 받을 때
사용하는 슈퍼 카미가제 고스트. 원작을 알고 있는
이들은 오천크스의 행동에 배꼽을 뺄 것이다.
5. 스킬 편집
아리따운 런치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스킬 편집에서는 스킬의 구입 및 편집, 스킬 리스트를 확인, 슬롯 2에 꼽혀있는 메모리 카드와 스킬 트레이드, 익사이팅 스킬 시스템(E. S. S.)에 대한 상세한 설명보기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깔끔한 한글화로 상세하게 설명되어있어 E. S. S.를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 스킬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꼭 읽어보고 진행하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스킬 편집 메뉴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재채기로 성격과 얼굴이 변하는 런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스킬 숍에 들어갈 때 랜덤으로 발생하는 런치의 변화는 원작을 알고 있는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할 장면이다.
화면 전환에서 런치의 재채기 소리가 들리면 변신. 외모는 물론
성격, 목소리까지 변하는 런치의 모습은 팬이라면 필견!
6. 옵션
여타 게임들과 별 다를 바 없는 옵션이지만 드래곤볼 Z 3에서 특이할 만한 사항은 바로 다양한 난이도 선택이다. 처음에는 매우 쉬움, 쉬움, 보통, 어려움(한글화 오류인지 ‘여려움’이라고 되어있다), 매우 어려움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전작과 같이 숨겨진 난이도가 더 준비되어 있어(매우 어려움 다음으로 Z 1, Z 2, Z 3까지 존재) 자신의 수준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난이도가 높을수록 유니버스 모드가 어려워진다
*격투게임으로서의 드래곤 볼 Z 3
대전 격투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방의 긴장감’이라고 볼 수 있다. 공격을 확실하게 적중시키거나 방어를 완벽하게 성공시키기 전까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두려움이 클수록 성공했을 때의 쾌감은 늘어난다. 격투게임 제작사들은 이러한 ‘리스크 & 리턴’의 원칙을 잘 알고 있으므로, 완벽한 기술을 가진 캐릭터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물론 보스 캐릭터나 히든 캐릭터와 같이 사기에 가까운 성능을 가진 캐릭터도 존재하지만, 그것은 좀더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첨가한 것(성능이 떨어지는 캐릭터로 시련을 극복하는 쾌감, 시련을 극복한 후 얻게 되는 보너스의 개념)이지 일부러 게임의 밸런스를 무너뜨리기 위함이 아니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모든 기술에는 나름대로의 파해법과 약점이 있고 완벽한 방어 또한 없는 것이며, 프레임으로 설명되는 기술별 발동 속도의 차이나 가드를 무너뜨리기 위한 상, 중, 하단의 구분 및 잡기의 존재, 방어이자 공격인 반격기 등은 결국 대전의 긴장감을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시스템으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공방의 긴장감은 드래곤 볼 Z 3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에네르기 파로 대표되는 원거리 공격은 기력의 소모 및 회피가 쉬운 직선 공격이라 남발하기 어렵고, 기력을 상승시키는 근거리 타격전은 반격과 하이퍼 아머(하이퍼 모드 발동시 자동으로 성립. 가드를 할 수 없지만 타격을 받아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아 공격할 수 있다)의 제물이 될 수 있기에 이 또한 전략적인 사용을 필요로 한다. 방어에 있어서도 가드 데미지 및 가드 크러시, 챠지 공격(가드불능 공격)과 잡기의 존재로 인해 단순히 가드를 굳히는 대전으로 게임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의외로 깊이가 있는 드래곤 볼 Z 3
또한 가드 버튼으로 사용하는 기공파 튕기기(히트직전 타이밍을 맞춰 가드버튼을 누름으로 발동. 저스트 입력시엔 상대방에게 되돌려 줌)와 회피(공격에 맞춰 가드버튼 입력. 콤비네이션 공격일 경우 연속 입력으로 전부 회피가능. 기력 게이지 0.5 줄 사용), 순간 이동(공격에 맞춰 상대방 쪽으로 방향버튼 입력과 동시에 가드버튼 누름. 기력 게이지 3줄 사용) 등의 시스템은 가드 굳히기로 대표되는 방어의 단조로움을 깨며, 드래곤 러쉬(하이퍼 모드일 때 추격타 성공시 발동)와 기탄 버스트(쌍방이 필살기 동시입력시 발동), 궁극기(하이퍼 모드 도중 펀치, 킥, 기공파, 가드 버튼 동시입력) 등은 ‘확정콤보’ 및 ‘기술의 히트시 무조건 데미지적용’이란 기존 격투게임의 상식을 깨는 독특한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