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 발간되는 고소영 화보집에는 파르테논 신전을 배경으로 한 멋진 작품이 들어 있다. 지난달 중순 열흘간 그리이스를 방문, '신화'를 테마로 5만 커트를 찍은 것중 하나인데 이게 기네스감이다.
전세계 연예인중 세계문화유산 1호인 파르테논 신전을 배경으로 촬영한 것은 고소영이 처음. 신전이 기원전 500년께 지어졌으므로 2500년만에 '신비의 문'이 한국의 탤런트에게 활짝 열린 것.
여기엔 한태규 대사의 도움이 컸지만 한국의 대표적 여배우라는 사진작가 조세현(45)의 정성어린 설득과 아테네 올림픽 홍보의 호흡이 딱 맞아 힘겹게 성사가 됐다.
이처럼 사진작가 조세현의 작품에 쏟는 열정이 대단하기에 인터뷰를 거부하거나 사진 안 찍기로 소문난 연예인도 그에게 무릎을 꿇고 만다.
탤런트 이영애의 경우 광고 모델 의뢰를 받았을때 "조세현씨가 아니면 안찍겠다"며 아예 옵션을 내걸 정도.
연예인뿐 아니다. 이해인 수녀, 컴퓨터의 귀재 이찬진, 소설가 최인호, 지휘자 금난새, 헐리우드의 명배우 브래드 피트, 얼마전 작고한 홍콩 배우 장국영 등 수많은 유명인들이 그의 마술같은 카메라앞에 섰다.
연예인사이에서 인기 짱인 조세현씨의 삶을 잠깐 들여다본다.
누드촬영 'NO'…재테크는 빵점, 정신지체자들 3년간 정기 촬영
13년째 출강…제자 30명 맹활약
-연예인들이 너도나도 찾는 이유가 뭡니까?
▲ 저 나름의 독특한 커뮤니케이션때문이 아닐까요. 사진 찍기전 서로간의 대화가 중요한데 저는 상대방의 속마음을 털어낼려고 많이 노력하죠. 사진 촬영에 믿음이 없으면 진실한 모습을 담을수가 없습니다.
-일본에서의 전시회도 인기가 많았다면서요?
▲ 지난 4월 도쿄에서 초대전을 열었는데 장동건, 전지현, 보아, 안정환 등 일본인들사이에서도 인기 절정인 스타들을 모델로 삼은게 히트한것 같습니다. 일본 사진전문잡지에서 대단한 호평을 해준 덕분에 내년 봄에 한번더 초대전을 가질 예정입니다.
-중국에서도 초청의사가 있다면서요.
▲ '한류 열풍'의 덕을 보는 것 같습니다. 주한 대사관을 통해 중국내 10개 도시를 돌며 전시회를 갖자는 제의가 들어왔는데 가을 이후로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진학과를 지망하면서 20여년뒤 이렇게 뜰줄을 알았습니까?
▲ 아니죠. 대학졸업후 일간신문사에 잠시 몸담았습니다만 개인 취미를 살리기 위해 월간 잡지사로 옮겼죠. 광고, 패션 사진 전문작가로 변신한 계기였는데 88올림픽이후 이 분야의 산업적인 수요가 폭발한 틈을 타 엄청난 각광을 받았습니다. 타이밍이 좋았던 거죠.
-돈벌이가 꽤 된다는 말씀이네요.
▲최근 제가 사진을 찍은 조성모의 앨범이 200만장이 팔렸다는데 1장에 1만원씩만 쳐도 200억원 아닙니까. 한달안에 200억 매출을 올리기가 어디 쉬운일입니까? 그걸 고작 10여명이 만들어냅니다. 대단한 고부가가치 사업인데 앞으로 새롭게 관심을 둬야할 분야죠.
-돈도 많이 버셨겠네요?
▲ 연예인 화보집 만들어서 돈 못법니다. 일본에서는 좀 팔렸습니다만. 누드 촬영은 절대 안하고 수입을 많이 올릴수 있는 기업인이나 부자들도 상대하지 않으므로 '재테크'는 빵점입니다. 강남에 개인 스튜디오를 제대로 운영하는데 만족하며 삽니다.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만 찍나요?
▲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강한 편인데요, '빛과 그늘'을 동시에 카메라에 담죠. 열흘전부터 철거 작업으로 어려움에 처한 청계천 사람들을 찍기 위해 1주일에 두번씩 흑백 필름을 들고 나갑니다. 정신지체 부자유인들을 3년째 정기촬영해오고 있습니다만 그분들은 정신지능이야 낮겠지만 사진 찍을때의 그 진지하고 순박한 모습은 정상인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3년후에 그들만을 위한 전시회를 가질 계획입니다.
-취미는요.
▲ 마라톤 애호가입니다. 집이 남산 근처 옥수동이어서 1주일에 두번 6km씩 뛰는데 1년에 두세번 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 2005년에 서울시 협찬으로 청계천 사람들을 주제로한 인물전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 초대전에도 힘을 쏟아야겠죠.
< 김수인 전문기자 victorino@>
조세현은?
중2때 카메라 원리에 빠져
사진기자-월간지 작가로 근무
58년 10월 12일(음력) 경북 고령에서 태어난 조세현씨는 대구 대륜중학교 2년때 처음으로 사진의 과학적 작용에 호기심을 가졌다.
"어떻게 하얀 인화지에 사물이 생생하게 찍힐수 있는가"라고 감탄하며 카메라의 오묘한 세계에 흠뻑 빠져 들었다.
서울 중동고 사진반 시절에는 선배에게 빌려준 자신의 작품이 어느 사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으나 상경계 진학을 기대하던 부모님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다.
7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사진학과를 지망하면 졸업후 사진관을 차리는 줄 알만큼 '사진학'에 대한 인식이 미미했던 것.
부모님들은 급기야 드러눕기까지 했지만 아들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조세현씨는 중앙대 사진학과를 나온뒤 모 일간지 사진부 수습기자로 6개월 근무했으나 보도사진은 자신의 체질과는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월간지로 옮겨 10년간 근무했다.
월간지에서 광고, 인물을 전문적으로 찍은게 오늘날 사진작품 수요폭발의 붐을 타고 마침내 이 분야의 최고수로 떠오른것.
개인 스튜디오를 10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화가인 부인 김영애(45)씨와 딸 둘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