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트에 펄펄 날던 삼성화재 선수들은 3세트 이후 눈에 띄게 페이스가 떨어졌다. 반면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힘을 냈다. 신치용 감독은 “조직력과 기술에선 뒤지지 않았는데 높이에서 졌다”며 “체력이 떨어진게 패인”이라고 말했다. 김호철 감독도 “체력이 되서 이겼다”고 같은 말을 했다.
삼성화재 세터 최태웅이 3세트에 발목을 접질리면서 토스가 흔들린 것도 컸지만,두 감독이 인정하듯 승패의 결정적인 갈림길은 체력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선진 이탈리아의 체력담당관(트레이닝 코치)를 ‘직수입’해 선수들의 체력을 몇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트레이너 한명 없는 팀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포지션별 맞춤 트레이닝’이라는 전혀 새로운 개념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삼성화재도 스포츠 과학이라면 결코 뒤지지 않는 팀이다. 경기도 용인 수지에 위치한 삼성 스포츠과학지원실이 배구 뿐 아니라 야구,축구,농구 등 선수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이 프로·아마 종목을 석권하며 ‘레알 삼성’ 소리를 듣는 건 과감한 스카우트와 함께 스포츠과학지원실의 역할도 크다는게 중론이다. 체계적인 체력 훈련과 재활 프로그램으로 특히 부상 선수 관리에서 국내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김세진과 신진식이 몇번이나 수술을 하고도 여전히 위력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대결 뒤엔 ‘과학 대 과학’의 대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