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연변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와 백두산(白頭山)
<1> 조선족자치주(朝鮮族自治州) 연변(延邊)
연변 조선족 초가집 / 해란강 / 연변대학 / 용두레 우물
나는 1990년 이른바 북한이 경제난에 허덕이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백두산과 연변(沿邊) 일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이 지역에서 보고 들은 사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중국은 전체 인구의 92%를 차지하는 한족(漢族) 외에 55개 소수민족(少數民族)이 살고 있는데 오늘날까지도 티베트(吐藩)족, 위구르(維吾尔)족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홍콩(香港)까지 자치권을 요구하며 연일 시위를 벌여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인구의 8%를 차지하는 소수민족 중에서 우리 조선족은 다시 소수민족 전체의 2.6%인 190여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중국 동북쪽의 변경으로 동북삼성(東北三省)이라고 일컫는 요녕성(遼寧省), 흑룡강성(黑龍江省), 길림성(吉林省)에 주로 살고 있다.
중국이 조선족자치주로 지정한 곳이 지린성(吉林省)에 있는 연변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인데 전체 인구의 42% 정도가 조선족이라고 하며, 이곳이 바로 동간도(東間島)이다. 조선족자치주의 주도(州都)는 연길(延吉)이고 도문(图門), 돈화(敦化), 용정(龍井), 훈춘(琿春), 화룡(和龍)의 6개 시(市)와 안도(安图), 왕청(汪清) 2개 현(縣)이 있다.
연길(延吉)의 인구는 총 50만 정도인데 절반 정도가 조선족인 셈으로, 시내를 다니면서 보면 간판은 한자를 쓰고 아래는 반드시 한글을 병기(倂記)하고 있다.
이곳 옌지(延吉) 인근에는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한 곳들이 수없이 많은데 가곡 ‘선구자’에 나오는 해란강(海蘭江)과 용문교(龍門橋), 용두레 우물(龍井),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윤동주(尹東柱) 시인 생가(生家), 가까운 곳에는 시인이 다녔던 ‘대성(大成)중학교’도 있다.
그리고 조선족이 세운 연변대학(延邊大學), 화룡현에 있는 청산리전투의 대승을 거두었던 청산리(靑山里) 계곡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귀에 익은 친근한 명칭의 명소들이 산재한다.
<가곡> 선구자(先驅者) - 윤해영 작사, 조두남 작곡
(1절) 일송정(一松亭)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 한줄기 해란강(海蘭江)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달리던 선구자 /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2절) 용두레(龍井) 우물가에 밤새 소리 들릴 때/ 사나이 굳은 마음 길이 새겨 두었네
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던 선구자 /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청산리 계곡은 1920년 김좌진(金佐鎭)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이 일본 정예군 200명을 몰살시키는 대승을 거둔 역사적인 곳인데 잡초만 무성한 황량한 골짜기는 팻말도 하나 없어 쓸쓸하였다.
우리의 여행일정 중 연변대학(延邊大學) 방문이 있어 연변대학 총장실에 들러 총장과 면담이 있었다.
총장 이야기로 중국 55개 소수민족 중 대학을 설립한 소수민족은 오직 조선족뿐인데 바로 이 연변대학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모든 강의는 중국어로 한다는 답변이다. 중국 학생들도 많지만, 조선족도 젊은 사람들은 한국어가 서툴러서 한국어 강의를 어려워한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족의 교육열에 대해서 총장이 재미있는 비유를 한다.
‘한국은 농경사회여서 논밭과 소를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그런데 자식들 교육을 위해서는 그 논밭과 소를 팔아서 자식을 학교에 보낸다. 중국의 어떤 다른 소수민족도 그런 민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