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포해변에 도착한 시간이 지난 코스때 보다도 약 1시간이 늦었다. 동대문역사공원역에서 출발한 시간은 같은데 서해대교를 통과할 할 때 정체를 빚은 것에 기인한다. 이제 봄이 왔으니 교외로 빠져 나가는 사람들이 다시 증가한 것이다. 도황1리다목적회관 앞에 있는 67코스 안내판에서 QR 인증을 마치고 잠시 연포해변을 경유한다. 지난 코스를 마칠 때 연포해변에 있는 노래비와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연포항에서 해변따라 오는 도중에 상가들이 있는 해안 도로를 걸으며 주차장으로 곧장 왔기 때문이다. 노래비는 야외무대 인근에 있다. 1972년도에 하춘화가 불러 국민애창곡이 되었다는 연포아가씨의 노래비는 작년 7월에 세웠다. 무척 커다란 화강암 바위가 바다를 향해 우뚝 솟아 있다.
오늘도 갈매기 우는 연포 바다엔
금모래 은모래 변함없는데
사모하는 그 님만 간 곳이 없고
이 노래를 들어본 기억이 없지만 누군가에는 애창곡으로 널리 알려진 모양이다. 히트 곡이 아니면 어떠냐. 해당 지역에 이런 가요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기리게 된다. 연포해변은 여느 해변같이 활 처럼 휘어져 있고 백사장 건너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은 풍광을 더욱 빛나게 하는 매력을 보여주면서 학암포에서 보았던 소분점도를 떠 올리게 한다. 노래비 옆에는 영화촬영지에서 보았던 조형물이 있다. 사각형의 기반 위에 놓인 반원의 표면위에 적힌 작은 글씨를 읽어본다. 1984년도에 개봉한 영화 '바보선언'의 촬영장소라고 알려주고 있고 작은 섬이 보이는 연포해변을 보여주는 영화 장면이 새겨있다. 1975년에 상영된 '바보들의 행진'은 개봉관에서 보았는데 '바보선언'은 기억이 없다.
아울러 연포해변하면 해변가요제가 생각난다. 1980년도에 추진된 언론통폐합 이전에 있었던 동양방송(TBC)이 당시 인기가 있었던 MBC의 대학가요제와 경쟁하기 위하여 1978년도에 제1회 해변가요제를 개최한 적이 있는데 이곳 연포해변에서 진행되었다. 그때 방송된 몇 개의 노래들은 지금도 즐겨듣고 있다. 대상을 받은 징검다리의 '여름', 우수상을 받은 블랙테트라의 '구름과 나', 인기상을 받은 피버스의 '그대로 그렇게' 그리고 장려상을 받은 장남들의 '바람과 구름' 등은 여전히 젊은 시절의 향수를 부르고 있다. 바닷물이 많이 밀려나간 해변을 둘러본다. 어린 아이와 놀아주는 가족만 보일 뿐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넓은 백사장은 휑하기만 하다. 좌 측면 끝에는 낮은 야산이 바닷가로 약간 돌출하여 해변은 끊어져 있고 산기슭에는 2층으로 보이는 연포리조트 연수원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포장도로를 따른다. 가로수로 심어 놓은 벚나무는 꽃이 아직 떨어지지 않아서 봄기운의 화사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고 맞은 편의 무성한 소나무 몇 그루와 어울리면서 녹색과 흰색의 봄마중 배합은 조화롭기 그지 없다. 육교 아래를 지나 소암해변 정류장 앞에서 좌측으로 진행한다. 우측 해안에는 백사장이 보이는데 여기를 소암해변으로 별도로 부르는가 보다.
길은 해안가와 가까이 하지 않고 마을 앞의 포장도로를 따른다. 어느 집 마당에는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다. 담벼락 경계선에는 붉은 동백나무 꽃이 무성해서 눈길을 끌고 있고 바위 돌로 만든 축대 곳곳에는 꽃잔디가 붉은 꽃을 만발하고 있다. 주변 산야는 어느 틈엔가 연녹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4월 중순이 되었으니 봄은 이미 와 있는 것이다. 마을 집 앞 공터에는 봄에 보는 꽃들을 계속 보여준다. 양귀비, 노란 수선화는 마당 한 켠에서 활짝 웃고 있으며 명자나무 줄기에 핀 빨간 명자꽃은 연녹색의 잎새에 살짝쿵 숨어있다. 마을 길은 이렇게 봄을 맞아 여러가지 색갈의 꽃들이 뽐내고 있다. 마을 곳곳에 있는 관상용 배나무에서는 은은하게 하얀 빛을 발산하고 있고 복숭아 나무에서는 짙은 분홍색의 꽃들로 인해 현란하다. 그뿐이랴. 녹색으로 치장한 마늘밭 주변의 공터에서는 노란 유채꽃 줄기들이 피어 올라 약한 봄바람에 흔들거리고 있고 줄기 끝에 아주 작은 꽃들이 뭉쳐서 군락으로 피고 있는 말냉이꽃도 한창이다.
얕은 언덕 길을 오른다. 도로 우측으로 가로수는 아닌 듯한데 높게 자란 소나무들이 일렬로 도열하고 있고 좌우 기슭에는 작은 나무들이 촘촘히 심어 있다. 언뜻 보아도 인위적으로 식재한 것으로 보인다. 개회나무는 약간의 시간이 흐른 듯 줄기가 약간 굵고 키가 작고 갸름한 노르웨이 단풍은 부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뿌리를 내리고 있는 듯하다. 그 외에 꽃사과 나무와 연한 분홍색을 내는 별목련도 있다. 섹터별로 식재 현황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으나 품목이나 수량 등의 모든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서 관련 정보를 알수 없다. 다만 도로변에 사유지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경고문이 설치되어 있는데 삼성물산 명의로 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유추하면 여기는 삼설물산의 건설부문에서 공급하는 래미안아파트 단지의 조경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식물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2023년부터는 수목원정원관리원이 선정한 올해의 정원식물에 대해서 래미안 신규 아파트 단지에 식재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부채붓꽃과 꼬랑사초 등이 적용되었다. 지난 67코스 중 영포항 인근의 황골길에 있었던 식재 장소도 삼성물산에서 이런 식으로 운영 중임을 알 수 있다.
언덕을 내려가면 원용경로당 앞에서 우측으로 간다. 들판은 마늘 재배지가 널리 보인다. 태안에서 생산되는 육쪽마늘은 서해의 서늘한 바닷바람에 의해 감칠맛이 있어서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태안을 지나가는 서해랑길에서 마늘재배지를 계속 만나는 것이다. 어느 교회의 연포수련원을 지나 약간 내려가면 농업용수를 담아논 농경지가 펼쳐지며 여기저기서 개구리의 합창소리가 울려 퍼진다. 모처럼 농촌 들녁을 거닐며 들어보는 청아한 소리다. 비가 내리지도 않는데 개구리들의 울림이 있는 소리들은 해안가 방향으로는 날아가고 그 곳에는 다소 높아 보이는 축대가 길게 장벽을 만들고 있다. 축대에는 캠핑드림이라 쓴 업체 이름이 걸려 있고 축대 위로는 설치된 텐트와 승용차들이 보인다. 여기는 바닷가에 있으니 오션뷰는 기본이고 갯벌체험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캠핑카나 카라반까지 이용할 수 있으니 장소가 꽤 넓을 것으로 생각된다. 체크인할 때 인스타그램으로 인증샷을 하면 아메리카노 2잔을 제공한다고 하니 대다수의 고객들은 이벤트를 진행할 것으로 보여지니까 커피 2잔 이상의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다. 길가 공터에는 옅은 보랏빛을 내는 아주 작은 봄까지꽃이 얼굴을 내밀고 있고 한쪽에는 잘 보이지 않던 흰 민들레까지 가세하고 있다.
세 갈래 길과 마주친다. 선두대장이 만들어 놓은 방향지는 잘 보이는데 서해랑길의 이정표와는 약간 다르다. 두루누비앱을 켜고 맨 좌측의 언덕길을 선택해 걸어본다. 한우 축사를 지날 때 까지는 괜찮았으나 잠시 후에 앱의 지도 길과 어긋나기 시작한다. 뒤로 돌아가기 보다는 우측의 길을 찾아 본다. 일마레펜션 옆으로 공터를 지나 내려가면 작은 길과 만나는데 서해랑길과 일치한다. 약간 알바를 했지만 신경쓰지 않고 곧장 길을 따랐는데 다시 앱에서 길이 어긋난다. 길은 좌측 너머에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아마도 펜션에서 내려왔을 때 두갈래 길에서 순간적으로 정규 길을 놓친 것이다. 당시는 앱의 GPS 가 또다시 잘못되어 길을 잘못 인도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마을이 끝나는 막다른 곳에서 낮은 야산의 산비탈을 올라간다. 공터가 나오고 우측 해안가로 빠지는 길이 보인다. 두루누비 앱을 살펴보니 정규 탐방로와는 거리가 좀 있지만 해안가 제방을 따라 약 1.5Km 정도 가면 서해랑길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당연히 정규길을 벗어나더라도 제방길을 따르는 것이 명답일 것이니 명사포님과 의견을 나누고 진행한다. 정규길도 농촌길을 따르기에 경관에 있어서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보이는 것은 제방길과 넓은 갯벌뿐이다. 간조 시간이 되려면 아직 두시간 정도 남아 있다. 그러니 바닷물은 여전히 서쪽으로 밀려 나갈 것인데 지금도 갯벌은 이렇게 넓은데 어디에서 끝날지 가늠이 안된다.
제방을 살짝 좌로 돌아 나가는데 갑자기 유채꽃이 활짝 반겨준다. 제방길 공간에 유채꽃단지를 만들어 놓아서 제방은 온통 노란색으로 채색되어 화색이 진하게 돌고 있다. 바닷가에서 이렇게 대규모의 유채꽃 단지를 만난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제방 멀리 한참까지 화사한 기운은 자리잡고 있다. 디베라 화랑을 지나간다. 유명한 사진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지만 가야할 길이 워낙 멀어서 외관만 보고 그냥 지나친다. 그러나 전시관 자체만 보면 마케팅에 좀 더 힘써야 될듯하다. 좌측으로 2차선 도로가 있으나 차량들은 한산한 편이라서 유채꽃을 바라보며 걷는 마음이 가벼워진다. 제방에 설치한 안내문이 들어온다. 여기의 갯벌에도 백합과 바지락 등의 조개류와 김을 양식하고 있음을 알린다. 안내문 아래에는 갯벌로 내려가는 짧은 시멘트 구조물이 보이고 그리로부터 양식장까지 이어진 길이 멀리 뻗어간다. 해안에서 보는 양식장은 대부분 제방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문외한이 볼 때는 양식장이 제방 부근에 있으면 밑물과 썰물에 의해 바닷물과 겹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시간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붉은 꽃과 노란 나무꽃으로 치창한 나무 두 그루와 마주친다. 한쪽은 복숭아 나무이고 다른 쪽은 개나리다. 그런데 개나리의 줄기가 아래로 뻗지 않고 하늘로 솟아있어서 이 꽃은 향이 만리까지 퍼진다는 만리화로 보인다. 그러니 꽃이 떨어지고 녹색 잎으로 갈아 입으면 그때는 개나리보다는 어엿한 색다른 나무로 보일 것이다. 원두막이 나온다. 잠시 쉬어간다. 명사포님이 주섬주섬 보온병을 꺼내며 컵에 뭔가를 챙겨준다. 따듯한 불고기다. 형님,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12시가 조금 넘은 지금은 요깃거리로 그만이다. 시간을 단축시키고자 걸으며 먹기로 하지만 그것은 숨만 가빠질 뿐이라서 빨리 먹기로 한다. 갯벌 너머 반대편 육지에는 조금 높아 보이는 건축물이 희미하게 보인다. 방향으로 보아서는 몽산포 쪽이니까 어느 리조트로 보인다. 갯벌뿐만이 아니라 좌측으로 농촌 풍경도 보면서 걷는다. 제방은 두번째의 원두막이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휘어져가고 서해랑길은 활짝핀 벚꽃으로 화사함을 전하는 도로롤 따라 조금 직진하다가 우측의 농로길을 따른다.
여기서 잠시 지형을 살펴보면 제방끝은 파도리와 안흥항 사이에 만들어진 만을 벗어나는 것이 되고 다시 연포와 몽산포 사이에 조성된 만을 다시 시작하는 셈이된다. 논두렁 양지녁에 보랏빛을 내는 작은 꽃들이 군락으로 핀 모습이 들어온다. 녹색의 잎사귀 위에 핀 꽃들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게 보인다. 봄에만 핀다고 하여 봄까지꽃이란 이름을 얻은 녀석들이 하나하나 보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군락으로 핀 모습에서는 감동을 주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마을 언덕 위에는 벚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연분홍의 꽃들을 활짝 보여주고 있고 그 아래의 밭에 있는 두둑에는 이미 검은 비닐이 감겨 있고 뚫려있는 작은 구멍 사이에는 새싹이 올라오고 있다. 여기의 밭은 고랑도 넓게 보여 정갈하게 밭일을 마무리 했음이 느껴진다. 용신1리마을회관 앞에서 우회전할 즈음 어느 집 마당 화단에는 꽃들이 반겨준다. 돌단풍과 무스카리도 있고 향기별꽃으로 불리는 유니플로럼도 하얀 미소를 보내고 있다.
계속 마을 길을 지나고 집들은 듬성듬성 띄어 있는데 마당 한쪽에는 라일락이나 다양한 꽃들이 피고 있고 복숭아나무나 배나무도 자라고 있어서 마을 분위기가 상큼해진다. 길은 야산 낮은 쪽으로 가고 있고 주변의 밭에는 마늘줄기가 한창이다. 산기슭 아래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펜션같은 마을 옆으로 산비탈의 나무들을 베어내고 태양광을 설치했는데 마을의 그림같은 배경에 상처를 입혔다. 바닷가 쪽으로 방풍림용으로 보이는 키가 큰 나무들이 있고 약간의 건물들이 보인다. 카라반 캠핑이 가능한 그림나래힐링캠프가 숲속에 자리잡고 있다. 언덕길을 넘으면 갯벌이 보이고 조금 내려가면서 티지엠클럽을 스치는데 앞 마당에는 벚나무 두 그루가 화사한 꽃을 피워 분위기를 띄우고 길가 옆 기슭에서는 풍성한 소나무 몇 그루에서 뻗은 나뭇가지가 벚나무로 향하면서 멋진 경관을 연출하니 못본체하고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잠시나마 그들의 경연에 빠져든다. 소나무가 가득한 얕은 언덕백기를 다시 넘으면 농촌 마을이 나온다. 언덕 아래에 자리잡은 기와 지붕이 있는 집 뒤에 서서 마을을 바라본다. 바닷가를 제외하고 멀리 야산이 빙둘러 자리잡고 있다. 그 사이에 비옥하게 보이는 커다란 전답이 펼쳐지고 선두 일행들이 해안과 가까운 농로길을 걷는 모습이 포착된다. 명사포님과 함께 자리에 앉아 간단히 간식을 즐긴다.
서해랑길은 안기리의 해안 부근에서 마을 앞의 농로길을 가다가 안기2리마을회관에서 다시 해안가로 다가가면서 배수장에서 해변길과 만나는 것이라서 시간 단축을 위해 농로길로 가지않고 해안선을 걷기로 한다. 지도 앱의 위성 사진을 보면 길은 문제가 없을 듯이 보이고 더욱이 지금은 간조시간에 근접했기에 해변가로 걸어도 될 듯하다. 제방 위에서 바라보니 제방 축대의 바윗돌들은 아직 변색되지 않았으니 축조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제방에서 보이는 너른 갯벌의 우측 산자락과 갯벌 건너편의 몽산포 방향의 육지 사이에 방조제를 쌓는다면 대단한 간척지가 생길 듯하다. 갯벌 건너 가까운 곳에 3층 건물과 부속시설이 보이는데 썬스톤풀빌라펜션이다. 오션뷰는 기본이고 개별 바베규장과 야외수영장도 있는 경관이 우수한 곳이다. 객실 앞에 설치한 천국의 계단에 올라 이곳을 바라보는 오션뷰는 어떨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그 우측으로 해변이 보이는곳은 진산리가 되겠다.
제방과 산자락 사이의 여유 공터에는 역시나 마늘이 한창 줄기를 뻗고 있다. 제방이 끝나고 해안가가 나오지만 물이 빠져 나간 지금은 걷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커다란 암석이 가로막은 것도 없어서 쉽게 지나간다. 맞은 편 멀리 제법 암반을 드러내며 산세를 자랑하는 산이 보인다. 태안읍내 부근에 있는 백화산(285m)이다. 태안 마애삼존불과 구름다리가 있고 정상에서의 조망도 아주 뛰아날 것으로 보여 태안군민만 아니라 많은 산악인들이 찾을 것으로 생각된다. 계속 해안길로 예상했으나 다시 최근에 축조한 것으로 보이는 제방이 나온다. 산자락 옆의 공간은 마늘밭이 대부분이고 한사람 정도 다닐 수 있는 폭이 좁은 길이지만 편하게 해변을 벗어나게 해 준다. 중간에 산자락을 잘라 만든 마을로 가는 길이 있지만 계속 해안가로 간다. 예전에는 이곳에 바닷물이 차면 걷기 어려워 서해랑길을 마을쪽으로 만들었을 듯 하지만 지금은 이 길이 거리가 가깝고 편하기에 이 이상 좋을 수 없다. 제방이 끝날 즈음에 마을 길을 따라 해안가로 내려오는 서해랑길이 보이지만 일행들은 이미 지나갔는지 보이지는 않는다. 조금 더 걸으면 배수장이 나온다. 농경지의 침수 예방으로 설치했고 용요천과 연결되어 있다.
제방 길따라 가다보면 펜스 너머로 정원이 상당히 넓고 조경이 잘된 집이 보인다. 개인 집으로 보이는데 절묘한 곳에 자리를 잘 잡았다. 앞은 바다고 삼면은 용유천이 해자같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제방이 없었을 때는 작은 섬으로 보인다. 육지쪽으로 음푹 들어간 제방 끝에 왔다. 여기는 만으로 보았을때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데 지금부터는 몽산포가 있는 서쪽으로 진행한다. 태안군청도 직선거리로 2.5Km 이내에 있다. 그런 곳에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명사포님이 갑자기 버스타고 간다고 하니 여기서 아쉽게도 생이별(?)을 한다. 갯벌쪽을 바라보니 방금 지나온 해변과 제방길이 아득하고 보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양식장이 나온다. 물은 아직 방류되지 않은 채 가둬두고 있고 수차는 수면 위에 정지되어 있다. 꽤 넓은 양식장을 지나며 서해랑길 이정표를 보니 몽산포해변까지 11.5Km 남았다. 이제서야 반 정도 걸었다.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곧바로 평화염전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큰 염전으로 생각된다. 염전 시설 옆의 길을 따라가면 좌측으로 성당으로 생각되는 건축물이 산자락 아래에 보인다. 중증장애인 시설인 아이원이다.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염전은 목조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바닷물을 가둔 저수조가 넓게 분포하고 있다. 주말에 보아서 그런지 염전에서 무자위(수차)를 돌리거나 소금을 만드는 작업을 본 적이 없다. 작업 시간이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작업을 중단한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요상하다. 좌측 논밭 너머에는 77번 국도를 지나가는 차량들의 소리가 들려오고 지나온 곳 끝에는 백화산이 살짝 솟아있다. 염전 시설과 붙어있는 양식장을 지나면 찬란한 벚꽃으로 가득한 벚나무가 있는 태안휴펜션이 머물다 가라는 유혹을 하지만 마음은 그 뒤에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는 바다향펜션으로 이끌린다.
농로길에 세워진 어느 전봇대에 노란색으로 거인산악회 안내 리본이 봄바람에 살랑거린다. 지난 주에 답사한 막 팀장이 걸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농경지를 계속 걸어나가면 풀빌라로 알려진 아담한 더쉐프 펜션을 지나며 우측 바닷가 쪽으로 제법 리조트같은 건물들이 서 있다. 조금 전에 바다 건너 편의 제방에서 바라보았던 썬스톤풀빌라 건물이다. 서해랑길이 농경지로 이어져 있어서 해변에서의 건물 전경을 담을 수 없어서 블로그 사진으로 대신해야 겠다. 길은 농경지를 벗어나 잠시 해변가를 경유한다. 제방에서 갯벌을 바라보니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고 바다 멀리 안쪽에도 사람들이 있다. 썬스톤이나 주변 펜션에 왔던 사람들이 갯벌 체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간조가 지난지 1시간 정도 되었기에 아직도 만조가 되려면 멀었다. 갯벌 건너 편으로 지나온 배수장 건물과 제방을 알아본다. 해안가에 맞닿은 야산을 돌아나간다. 해발 54m의 망원산이라고 한다. 산을 우회하여 마을을 지나가면 다양한 모습의 펜션들이 기다리고 있고 이제는 사람들이 제법 붐빈다. 골드하우스펜션을 지나면 금방 진산리갯벌체험장이 있는 해변이다.
축대 옆에 유어장(遊漁場) 안내판이 서 있다. 그래서 이곳은 낚시나 체험학습 그리고 갯벌체험과 같은 해루질을 할 수가 있다. 제방 가까운 곳에 굴이나 바지락을 세척하는 사각형 시설물에 1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세척하는 모습이 들어오고 먼 갯벌에도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작게 보인다. 가족들이 모여 해루질을 하고 있다. 여기는 조금전에 보았던 썬스톤풀빌라 인근의 갯벌보다도 인기가 더 있는 듯하다. 좌측면으로 펜션단지가 보이고 특히 저멀리 건너편 제방 위에서 보았던 리조트 건물들은 훨씬 가까워졌다. 제방에 있는 좁은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른다. 차량들이 함께 이동하는 길이라서 더 혼잡하다. 연그린펜션을 지나 우측으로 산자락을 따라 내려간다. 아직 흙갈이가 끝나지 않은 너른 논밭이 산자락을 따라 이어가고 다시 제방이 나온다. 여기서 보니 야산을 우회하지 않고 해안가를 따라 왔어도 가능했다. 만조 시간이 되려면 멀었기 때문이다. 오전에 걸었던 갯벌 너머를 바라보면서 제방을 걷는다. 구름한 점 없고 날이 깨끗해서 저 멀리도 잘 보인다. 제방이 끝날 즈음에 좀 떨어진 진산리의 갯벌체험장도 윤곽이 잡힌다. 이곳도 펜션들이 많이 모여 있다. 눈에 띄는 것만 하늬바람펜션을 포함하여 세 곳이다. 서해랑길 이정표는 몽산포까지 7.1Km 남았다고 알려준다. 15.7Km를 걸었다.
여기서 길은 해변을 버리고 농경지를 따라 간다. 물이 가득 담긴 수면 너머로 리조트의 건물들이 보이는데 뭔가 쎄하다. 왠지 준공이 안된 건물들로 보인다. 저수지는 아닌것 같고 양식장 같은데 물을 가둔 면적은 엄청 넓다. 이곳의 길도 진산리 갯벌체험장과 펜션단지의 길이 겹치면서 차량들이 자주 오고가고 있어서 좁은 시멘트 길을 걷는다는 것이 약간은 위태하다. 우리집펜션 앞에서 그런 길과 헤어져서 리조트가 있는 우측으로 벗어난다. 이제는 다시 한적해서 숨통이 트인다. 한동안 농로길을 가다보니 우측으로 높게 막고 있는 장벽에 더스테이힐링파크라는 명칭과 법인 사유재산이라서 출입을 금지한다는 알림표가 붙어 있다. 이럴 때는 보통 유치권이 누구에게 있다고 알리는 것 같은데 무슨 사연이 있나보다. 길은 리조트 주변을 따라 조금씩 남쪽으로 내려간다. 태양광발전소 옆을 지나 유유자적 한산한 길을 오르면 몽산1리 갯천골 정류장을 지나간다. 길은 도로를 건너 소나무가 독야청청하는 좁은 길로 직진하여 계속 마을과 논밭 사이의 길로 이어진다. 길가에 유황 육쪽마늘 판매 안내 안내판이 서 있고 주변의 농경지에는 녹색의 마늘밭들이 즐비하다. 좌측으로 조금 전에 보았던 소나무가 비스듬히 서 있고 그 뒤의 언덕 위로 조금 리조트의 건물 상층 부분이 보인다.
다시 몽산1리 정류장이 있는 도로가 나온다. 조금 전에 건넜던 도로가 해변가를 돌아 나온 것이다. 서해랑길은 좌측에 있는 레인보우캐슬리조트 앞을 경유하여 논밭 들판을 지나가지만 여기서는 시간 단축을 위해 도로를 따라 간다. 몽산2리 밤나무골 정류장에서 다시 합류하는데 대략 600m 정도는 짧아진다. 도로를 따라가며 보는 것은 거의 없지만 좌측으로 보이는 마을 쪽에는 붉은 진흙밭이 드넓게 보인다. 대단위 작물 단지로 생각된다. 인하대 학생실습관 건물 앞을 지나면 도로는 약간 오르막이지만 신경쓸 정도는 아니다. 좌측 도로변 텅빈 밭경작지에는 몽산1리청년회에서 세운 입간판에 '심었슈'라는 세 글자가 써 있다. 작년 가을에는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예쁜 코스모스를 보여 주었다. 좌측으로 세 곳의 구릉지가 보이는데 모두 붉은 진흙밭으로 밭갈이를 마쳤다. 어떤 작물이 저 넓은 밭을 덮을지 모르지만 수확기에 오면 태백의 고랭지밭에서 보는 그런 녹색의 선들을 볼 수 있을까. 구릉지와 접한 도로변에서 서해랑길을 만나는 곳이 몽산2리 밤나무골 정류장이다. 여기서 정규 코스는 도로 건너 편의 하얀 펜션이 있는 곳으로 이어가지만 계속 도로를 따라 간다. 비스듬한 도로 언덕 위에 있는 여여재에서 우측으로 내려간다. 몽산포에 왔는데 포구는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몽산포해변은 엄청 길어서 보통 포구는 지나치기 쉽다. 금방 바다가 나온다.
유명세가 있는 지역이라서 주변에 펜션들이 산재해 있고 건물 디자인들도 다양성이 있다. 해안가 방파제에는 붉은 등대가 서 있고 우측으로 작은 섬이 보이는데 안목도다. 지금은 물이 차서 완전한 섬으로 보이는데 썰물 때는 건너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갈매기가 눈 앞에서 비행하며 한마디 던지는데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알아 듣지 못하겠다. 가능하다는 뜻일까? 이마트24시 앞에서 비탈길을 오른다. 펜션들이 도로 우측으로 서 있고 모처럼 차량들도 분주하고 사람들도 바쁘다. 몽산2리다목적회관 옆에서 직진한다. 많은 거리를 걸어서 몸은 피곤해 진다. 작은 도로를 따라 걷는다. 펜션들을 하나 둘 세 스치면서 블루오션리조트 앞을 지나고 좌측 산자락 언덕 위에는 어느 가문인지는 몰라도 묘지가 잘 조성되어 있다. 소나무 군락이 나오고 도로 주변은 펜션들이 계속 나온다. 밀집된 소나무 아래에는 주차된 자동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몽산포에 조성되어 있는 자동차야영장이다. 길은 이곳을 우회하며 해변 입구로 가는 것이다. 주차장이 보이는 곳에서 우측으로 길을 꺽으면 바로 오토캠핑장 입구가 나오고 몽산포해변의 바다가 손짓한다.
몽산포 해변에는 소나무가 군락이 있고 야영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제 봄을 맞고 있는데 해변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있는 편이다. 지금은 바닷물이 많이 올라온 상태라서 해루질을 하는 가족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해변을 걷거나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연을 날리기도 한다. 2021년 4월 하순에 이곳에 왔었다. 당시 22개의 국립공원 스탬프투어를 할 때 태안해변국립공원의 스탬프를 이곳에 있는 국립공원남면분소에서 받았다. 그때 몽산포 해변은 간조 시간대였는데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해루질하는 사람들로 무척이도 분볐던 기억이 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인원이 적은 편이다. 해변 입구에서 남쪽으로 약 350m를 가면 몽산포관리사무소와 전망대가 있는 곳에 66코스 안내판이 있다. QR 인증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