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기업들이 일명 마시는 비타민C 음료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소비자들이 필요 이상의 비타민을 복용토록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7일 전문의들에 따르면 체내 필수영양소인 비타민은 몸에 소량만 축적되고 대부분 배출되는 수용성(비타민 B군과 C 등)일지라도 적정 용량을 초과하면 위장장애와 신장결석 등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올 수 있다.
비타민C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성인기준 약 75mg으로, 최대 2000mg을 초과하면 이러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다복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소화불량·설사·복통과 같은 위장장애와 매스꺼움, 구토, 신장결석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제약기업들은 이런 지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비타민C가 과다 함유된 혼합음료를 용법·용량도 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잇따라 출시, 치열한 매출경쟁을 벌이고 있다.
의약품으로 된 비타민제와 달리, 식품위생법을 적용받는 혼합음료는 용법·용량의 기재가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출시되고 있는 마시는 비타민C 함유 음료는 무려 30여종에 이른다.
광동제약의 경우 지난 2001년 국내 최초로 마시는 비타민C 음료인 ‘비타500’을 병제품으로 출시한 이래, 웰빙열풍을 타고 지난해에만 무려 38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제품 종류는 100ml, 210ml, 250ml(팩 제품) 등 3종으로 제조일 기준 각각 700mg, 1470g, 1750mg의 비타민C를 함유하고 있다. 하루 권장량을 10배 이상 초과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용법·용량도 표시되지 않아 무심코 하루 2∼3병을 마실 경우 권장량을 수십배나 초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타500을 본 따 뒤이어 나온 동화약품의 ‘비타1000 플러스’는 한 술 더 뜬다.
제품의 종류는 100ml(비타민C 함유량 1400mg), 120ml(1680mg), 210ml(2100mg), 250ml(팩 2500mg)로, 팩 제품 하나만 마셔도 권장량을 33배나 초과하는 셈이 된다.
비타민C 함유량은 이보다 적지만 이밖에도 CJ(제노비타), 한미약품(v씨), 녹십자상아(비타마인), 영진약품(비타씨), 삼성제약(비타바란스500), 해태(비타미노500), 고려양행(비타파워500), 한미전두유(비타씨500), 일화(비타2000), 반도제약(비타C1000), 삼진건강(비타900), 솔표(비타800), 삼익제약(쿨비타C500) 등 이름만 바꾼 유사제품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비타민의 위험에 대해서는 그 어느 제품도 표시하지 않고 있어 돈벌이에 급급한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건강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호 교수는 “비타민은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면 화학물질이나 약처럼 작용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 부족한 것은 비타민C가 아니라 칼슘이다”며 “차라리 깨끗한 물 한잔이나 우유 한잔을 마시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