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다가 디젤엔진의 원리로 움직이는 가솔린 엔진을 신형 마쓰다3에 얹는다. 이 무슨 페라리에 람보르기니 엔진 올라가는 소리냐고?
거짓말이 아니다. 사실 두 엔진의 원리를 결합한 HCCI엔진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상용화 하려던 거다. 마즈다는 오는 9월 독일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디젤엔진 원리를 접목한 가솔린 HCCI 엔진 양산형을 공개한다.
이 심장을 이식 받게 되는 첫 타자는 마즈다 3다. 오키나와에 놀러가면 부모님 몰래 같이 간 여친이랑 자주 렌트 할 수 있는 차다. 북미에서도 마즈다3로 팔린다.
그런데 HCCI가 뭘까? 어렵고 길게 말하면 균일혼합압축착화(HCCI, Homogeneous Charge Compression Ignition) 엔진이다.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현대차, 마쓰다가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벤츠는 S클래스에 터보차저를 붙인 1.8리터 '디조토(DiesOtto) 엔진'이란 걸 선보인 바 있고, 현대차는 2015년 쏘나타에 'GDCI'라는 엔진으로이미 테스트를 진행했다.
바나나 껍질(디젤게이트)을 밟아 미끄러지고만 폭스바겐은 어느 정도 개발에 진척은 이뤘으나 디젤게이트에 대응하느라 감감 무소식이다. 마쓰다는 벌써 양산차를 내놓을 정도로 여기에 가장 적극적이다.
HCCI를 이해해려면 압축비가 뭔지 알아야 한다. 압축비는 '피스톤이 맨 밑에 있을 때 실린더 내 공간'과 '피스톤이 맨 위에 있을 때 실린더 내 공간'의 비율을 뜻한다.
'압축비가 몇대 1'이라고 하는 게 여기서 나온 말이다. 보통 가솔린 엔진이 10 초반대, 디젤엔진은 20 언저리에 있다. 숫자가 높을 수록 당연히 압축비가 높다.
압축비가 높다는 말은 피스톤이 실린더를 상대적으로 강하게 압축한다는 얘기다. 압축비가 높으면 폭발력이 좋아지고, 더 큰 힘이 발생하면서 효율이 좋아진다. 디젤이 가솔린보다 토크가 크고, 연비가 높은 이유다.
그렇다면 가솔린도 압축비를 높이면 되지 않을까? 휘발유(가솔린)는 인화점(불꽃을 튀겼을 때 불이 붙는 온도)이 영하 -43도로 낮기 때문에 압축비를 너누 높이면 불꽃을 튀겨주기 전에 폭발한다. 이걸 이상발화(노킹)이라고 한다.
노킹 현상이 잦으면 엔진에 무리가 가고 크랭크 축이 부러지거나 블록이 깨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부모님을 자꾸 열받게 하면 뭔가 날아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압축으로만 폭발시킬 경우, 휘발유 특성상 불이 붙을지 모르기 때문에 점화플러그를 사용했을 때보다 성능 및 안정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그동안 쉽게 상용화 되지 못하다 최근 분사기술, 엔진제어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반면, 디젤엔진은 인화점이 영상 43도로 상당히 높다. 경유(디젤) 한컵 받아 놓고 불 붙여도 불이 잘 안 붙는다. 그렇다고 진짜 해보는 건 황천길 직행과 같다.
아무튼 인화점이 높기 때문에 점화 플러그가 필요없다. 공기와 경유를 1000바가 넘는 높은 압력으로 실린더에 쏴주고 고압축비로 밀어주면 뻥하고 폭발하는게 디젤엔진이다. 때문에 실린더의 세로 길이가 길고, 엔진 블록을 튼튼하게 만든다.
마즈다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로 노킹 가능성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이 적용될 마즈다3의 스카이액티브2 엔진은 압축비가 18:1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솔린 엔진의 압축비는 보통 10 ~ 14:1 수준이다.
플러그를 아예 제거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저RPM 영역에서는 엔진 행정이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점화플러그가 있는 게 안정적이다. 다만, 점화플러그를 계속 사용하게 되면 HCCI의 장점인 고연비를 전혀 누릴 수 없게 된다. 현대차가 개발한 GDCI엔진은 점화플러그가 없다.
HCCI엔진이 발달하게 되면 '기름 잘못 넣는' 혼유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가끔 실수로 휘발유차에 경유를 넣거나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는 이들이 있는데, 이 엔진이 발달하면 두 연료 모두 사용가능하다.
마즈다는 하이브리드 혹은 전기차를 내놓는데 소극적이었다. 최소한 2020년까지는 내연기관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고 HCCI같은 방법으로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마즈다 주장에 따르면 HCCI엔진을 얹은 마즈다3는 연비가 리터당 30km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