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 엿새 되는 4월 24일 아침.
전날부터 비가 와요. 비소식 없는 낮시간과 배움 바꿔 하늘땅살이 했지요.
여럿 씨앗 들어가는 날 앞두고 비가 와주어서 우리는 신나고 좋았어요.
밭에 들어서며 만난 꽃비, 눈을 떼기 어려웠던 하늘, 산, 나무..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늘이 어디 오늘 뿐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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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비가 와서 오후에 갔다. 다행히도 덥지 않고 비 온 뒤, 선선하고 딱 좋은 날씨가 되었다. 좋다! 오늘은 함께밭 일을 먼저 했다. 시작 전에 (선생님이 다른 이들 날적이에서) 함께 밭 일을 잘 하지 못한 것, 그런 마음 있었다 나눠주셨다. 난 크게 의식하지 않은 부분인데 함께 생각해주고 있었구나.. 싶었다. 또 누리집에 올라 온 하늘땅살이 날적이 볼 때 있는데, 그 때도 내가 놓친 것들은 눈여겨 보아준 이들이 있어 고맙다.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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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길에 동생과 이야기를 했는데 꽤 재밌었다. 하지만 이야기하는 내내 어느 정도 수위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갑자기 내 고민을 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깊이 묻기만 할 수 도 없고.. 그래도 어떻게 지내는지도 듣고, 무슨 생각하고 지내는지도 알려줘서 더 가까워진 듯 하다.
밭에 도착하니 꽃비가 내렸다. 다들 꽃잎을 잡느라 이리저리 뛰었다. 그 광경이 평화로웠다. 나는 환이랑 오이 호박을 맡았는데 잘 해보고 싶고 기대된다. 내 밭에 가니 지난번에 심었던 씨들이 거의다 싹이 났다. 정말 기뻤고 정말 푸릇했고, 정말 귀여웠다. 씨도 많이 심었다. 땅콩, 오이, 토란, 꽃씨 그리고 생강! 처음 심은거라서 기대도 많이 되고 걱정도 되는데 처음부터 변수가 생겼다. 바로 땅을 많이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다. 작게 심으려던 내 계획이 산산이 무너지고 급히 밭그림을 변경했다. 잘 될까? 걱정이 더 커지기는 하지만 믿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밭일 끝나고 논 밑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놀았다. 평화로운 풍경이 보이는 꽃에서 김밥을 나눠 먹으며 노니 행복했다. 오후에 가는 밭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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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에 심었던 완두가 싹이 났다. 직접한 건 심은 것 밖에 없지만 싹이나니 기쁘고 고마웠다. 몇 개는 내가 얕게 심어서 그런지 조금 밖으로 나와 있었다. 다시 조심조심 땅 속에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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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 짝꿍은 동생이었다. 고맙게도 동생이 나랑 더 친해지고 싶다길래 나도 그러기로 했다... 밭을 보니 아주 작은 싹들이 오밀조밀 나고 있었다. 참 귀엽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지는 모르는 일이다. 밭고랑도 아주 열심히 김매기 했다. 뭔 풀들이 벌써 기세등등 해져서 원.. ㅎㅎ .. 동생들이 참 많이도 물어왔다. 걱정이 다 느껴진다. 나도 한때는 저랬었지. 웃음 짓게된다. 원래 첫 농사는 잘 되는데, 걱정하지마! 라고는 못해줬다. 아마 나중에 깨닿게 되겠지. 귀엽다. 잘 알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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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거둔 아욱. 때에 맞게 거두지 못해서 아욱이 자랄까? 싶어서 우선 뿌렸다. 나올까? 궁금하다. 다음주가 기다려진다.
(5월 1일 : 아욱이 나왔다!! 아무래도 씨앗이 있었자보다. 올해는 잘 거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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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이삭이 고개를 쏙! 하고 내밀었다. 함께밭에 토란, 땅콩, 생강, 호박, 오이 등등을 심었다. 지금은 씨앗들이 많이 들어갈 때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지만 요즘은 흙이 촉촉해서 좋다. 심겨진 씨앗들도 좋고, 모든 생명들이 좋아할 것 같다. 이제 김매기도 어서 해야겠지. 밭에서 막 자라려고 하는 풀들과 이야기 해본다. 제발 조금만 자라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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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이 형과 함께밭 호박, 오이를 심었다. 밭에 흐르는 호스가 있어서 씨앗 심는 방향을 고려했다. 그렇게 심고 내 밭에도 심으니 더 쉽고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렇게 밭일 하고 내려가서 한번 다같이 놀았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였는데 내가 처음으로 불려서 아쉽긴 했지만 구경하는 것도 나름 재밌었다. 즐거운 하늘땅살이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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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비가 와서 오후로 수업 옮겼는데 날이 아주 좋다. 덥지 않고 선선하다. 선선한 비온 뒤 부는 그 특유의 바람(느낌 아시나요?)이, 이야기 짝꿍과 걷는 길이 유독 사랑스러웠던 날이었다. 먼저는 함께밭일 했다. 재인, 상준, 은혜와 함께밭1(가명) 함께 돌보는데 헛김매기하고 토란 같이 심었다. 알맞게 쪼개서 총 11구덩 심었다. 깊이 파서 넣었다. 다른 함께밭 상황도 공유하고 심은 씨앗 같이 덮었다. 오이, 호박이 심긴 함께밭 자리는 거름이 아~주 많이 남아있는 자리라 자람새가 기대된다. 저마다 밭도 씨앗 많이 들어갔다. 나는 오이, 땅콩, 단수수씨 넣었다. 땅콩을 까보니 전부 쭉정이여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심었고 땅콩밭을 대폭 줄였다. 오이를 늘리기도 애매한 상황이어서 메주콩 밭을 늘리려고 한다. 비가 온 뒤라 흙 상태가 아주 좋아 다행이다.
덧붙임))
# 하준이는 실험중 입니다.
지난해 감자꽃에서 토마토씨를 닮은 씨앗을 받아 이렇게 모종을 냈어요.
본잎을 셋 이상 내어서 알맞다 싶어 학교 옥상 화분에 옮겨 심었지요, 오밀조밀 잎이 났는데, 뿌리 다칠까싶어 솎지는 않고 좋은때 베어내는 방식으로 해보려해요. 푸른이들 실험 덕분에 하늘땅살이 배움이 더 풍성해집니다.
곡우 열사흘 되는 5월 1일.
새벽에 밭 오가기 참 좋은 날씨였어요.
여러 조건들이 잘 맞았는지 여럿 씨앗이 움터 있어 반갑고, 책임도 더 느껴져요.
큰 일은 일단 끝낸터라 헛김매고, 씨 넣고, 서로 밭 살피고, 물 흠뻑주고 날적이 쓰며 좋은 시간 선물처럼 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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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에 심었던 금화규, 오이, 완두콩이 났다. 심은게 다 났다. 밀도 꽃이 폈다.. 이 푸릇푸릇한 빛깔을 공책에 담을 수 없다는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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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랑 금화규가 나 있었다. 준이형이 오이가 너무 빨리 난거 아니냐고 했는데 뭔가 걱정된다. 그래도 싹 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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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는 한 구덩만 아~주 작게 하나 올라왔고, 씨앗 들이부은 아욱은 아직 나지 않았다. 무 잘 자라고 있고, 상추 조금 나왔다. 가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가지는 뭐... 인내심 있게 날 때까지 기다려 줄 것이다. 옥수수는 심은 만큼 거의 났고 오이도 났다. 옥수수, 오이는 필요가 있다면 나눌 수 도 있을 듯 하다. 땅콩은 아직 소식이 없다. 지난주에 땅콩이 쭉정이여서 비개 된 밭은 고민 끝에 완두를 심기로 결정했다. 다음주에 함께밭 완두 옮겨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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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밭을 많이 구경했다. 함께밭에 진주찰밀 꽃이 폈다. 오이, 옥수수, 금화규, 상추 싹이 났다!!!! 다음주엔 또 어떤 싹이 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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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은율이가 백일홍을 심어서 물어보니 좀... 걸린다고 했다. 내 밭은 돌도 많지만 풀도 많다. 열심히 해야지!! ^^ 밭 오는게 이렇게 설레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정말 밭 오는게 설레고 기대된다. 얼른 작물들을 만나고 싶고...ㅎㅎ... 함께밭도 물 주고 그리고 ~~ 이야기를 나눴다. 하늘땅살이로 밭 생명들도 만나지만 동무들도 만나가는 것 같다 (우리도). 오늘 여유롭게 일해서 좋았다. 이제 날이 더워지면... ㅜㅜ 더 힘내야지~~ 날적이 쓰는데 너무 시원하다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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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이삭이 팼다. 뿔시금치가 본 잎을 냈고, 완두도 손을 냈다. 칠성초가 고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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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종종 해가 나와 밝지만 흐리다. 그래서 잘 자라라고 물을 듬뿍 주었다. 하늘땅살이를 방치하듯 해왔었다. 하지만 해가던 방식대로 하지 않도록 깨어 만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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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심었던 종류별로 모두 다 싹을 틔어서 참 반갑다. 특히 해바라기는 두해나 묵은 씨였는데도 싹을 내주어서 참 고맙고 기특했다. 새싹들 바라보는게 즐거워서 한참을 오도카니 앉아 싹을 보았다. 그리고 3번째 씨를 넣었다. 올 봄 넣을 마지막 종류 씨앗이다. 밤콩은 작년엔 지금보다 조금 더 늦게 넣었는데(5월초로 기억한다) 작년 말에 콩이 영글기 전에 날이 추워졌던 기억이 있다. 학교 밭엔 조금 더 일찍 넣어도 괜찮았다고 하셔서 넣어보았다... 토마토는 호미로 두 줄 파고 한 손바닥 간격으로 넣어보았다. 토마토는 너무 오랜만에 심어서 자람새가 잘 기억이 안난다. 올해 잘 남겨둬야지.
어느것 하나 곱지 않은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