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만 안젤로 신부
12월24일 주일 주님 성탄 대축일 - 밤 미사
이사야 9,1-6 티토 2,11-14 루카 2,1-14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에서
루카 복음사가가 전하는 예수님 탄생의
기쁜 소식이 거룩하게 선포됩니다.
세례자 요한의 탄생 이야기와 평행을 이루는
오늘 복음은 루카 복음 1장 56절에서 중단된
마리아에게서 태어날 아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와 인구 조사에 대한 언급은
예수님 탄생의 역사적 사실을 강조하려는
복음서 저자의 의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루카 복음 2장 7절은
예수님의 탄생 사건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첫아들을 낳았다.”
여기서 사용된 ‘첫아들’이라는 표현은
마리아의 동정 사실을 입증하면서(1,34 참조),
태어난 아들이 천사의 예고를
완성하였다는 사실(1,31 참조)을 보증합니다.
더불어 마리아에게서 태어난 아기가
율법의 규정에 따라 하느님의 것으로,
첫째에게 주어지는
모든 특권과 지위를 가짐을 의미합니다
(탈출 13,2; 민수 3,12-13; 18,15-16; 신명 21,15-17 참조).
예수님의 탄생 장소는
화려한 궁전도 부자의 저택도 아니었습니다.
마리아의 ‘첫아들’이 태어난 곳은 마굿간이었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계시는 아기 예수님을 묘사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이스라엘을 회복시킬 수 있는 메시아를 기다렸지만,
예수님께서는
비천하고 가난한 이의 모습으로 세상에 태어나셨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 소식은 비천한 신분을 대표하는
목동들에게 가장 먼저 선포되었습니다.
하느님 스스로
가난하고 비천한 사람이 되셨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도 가난하고 겸손한 이가 되어 스스로 낮출 때,
구유에 누워 계시는 구원자 주 그리스도를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ㅡ 수원교구 정진만 안젤로 신부 ㅡ
**********************************************************************************************************
박기석 사도 요한 신부
12월24일 주일 주님 성탄 대축일 - 밤 미사
이사야 9,1-6 티토 2,11-14 루카 2,1-14
구세주께서 탄생하신 밤,
천사를 통하여 기쁜 소식을 제일 먼저 전달받은 이들은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었습니다.
마을에서 벗어나 들에서 야영하며
양들과 지냈기에 몸에서 늘 가축 냄새가
배어 나던 이들입니다.
게다가 흙먼지로 불결하고,
초라한 차림으로 다니니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구세주의 탄생을
처음 목격한 이들이 사회의 변두리에서
자신의 처지를 운명처럼 받아들여 사는,
당시 가난한 사람들을 대표하던
목자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목자들만이 아니라
온 이스라엘이 그들의 고된 삶으로부터
자신들을 구원해 줄 메시아를 기다렸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는 어둠 속을 걷던 백성,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비추어진
큰 빛이야말로 그들이 오랫동안 짊어진
멍에를 부술 평화의 한 아기의 태어남을
뜻한다고 예언합니다.
주님께서 탄생하신 그 밤의 천사도
태어난 아기로 말미암은 평화를 강조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천사가 목자들에게 알려 준 아기는
“구원자, 주 그리스도”로서 이사야의 예언대로
“평화의 군왕”이십니다.
또한 제2독서에서 바오로는
“우리의 위대하신 하느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시라며
구세주 탄생의 신비를 더욱
확실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끝없는 평화를 주시는 하느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뵌 목자들처럼,
세상 눈에는 변변하지 못한 인생일지라도
그분 마음에 드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의무감이
이 밤에 절로 생깁니다.
평화가 끝없이 이어지기를
이 거룩한 밤에 오신 구세주께
은총을 청해 봅니다.
ㅡ 서울대교구 박기석 사도 요한 신부 ㅡ
*****************************************************************************************************************
김창훈 바오로 신부
12월24일 주일 주님 성탄 대축일 - 밤 미사
이사야 9,1-6 루카 2,1-14
우리 삶의 자리에 오신 정겹고 사랑스러운 하느님
불경과 속된 욕망으로 황폐화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하느님의 사랑이 이 세상에 나타났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인간들이 의롭고
경건하게 살도록 계획을 세우시고
인간들이 하느님의 영광과 지혜를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임마누엘 주님이 되셨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신 표현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체험하면서
하느님에 대한 인식을 깨달아갈수록
하느님의 배려가 얼마나 신비스럽고
구체적인가를 알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사랑하신 표현을
거창하고 요란하게 드러내시지 않고,
아주 정겹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인간에게 드러내심으로써 인간들이
하느님을 가까이하기에 쉬운 분으로
받아들이도록 배려하셨습니다.
그래서 구유에 탄생하시어
초라하지만 가장 자연스럽고 생동감이 있으신
주님으로 드러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구유를 관상하면 할수록
하느님의 생동감과 사랑스러우신 모습이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는 체험을하게 됩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칙령에 따라
호적 등록을 하러 요셉은 마리아와 함께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 고을을 떠나 유다 지방
베들레헴이라고 불리는 다윗 고을로 올라가는
힘든 길을 걸어갔습니다.
기쁨과 두려움이 교차되는 중에
베들레헴에 도착했지만 인간들의 욕심 즉,
아우구스투스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마리아와 요셉은 거처할 장소가 없어서
마구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마구간에서 탄생하신 예수님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그동안 여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모두 사라집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든든한 힘이 솟아오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이 거창한 모습은 아니지만
생활 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목동들에게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이에게 평화’를 주십니다.
정겨운 주님을 만나서 용기를 얻은
목동들의 거친 생활에서도
하느님의 사랑과 용기를 바라보게 됩니다.
이러한 광경을 관상하면서
우리도 주님의 사랑과 용기를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현실도 정치 지도자들이 저지른
혼란 때문에 어지러운 상황이지만
우리를 삶의 근원에서 구원해주시고
힘을 주시는 주님께서 정겹고 사랑스러운 분으로
오시기에 우리는 두려워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정겹고
사랑스러운 주님과 함께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ㅡ 서울대교구 김창훈 바오로 신부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