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층간 소음·흡연 분쟁
공동주택생활은 편리함도 많은 대신 여러 가지 규제도 따른다. 공동주택의 입주자들을 보호하고 주거생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주택관리규약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비록 관리규약이 아니더라도 공동주택 주민들이라면 묵시적으로 동의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규범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규범들은 법적인 강제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범위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이는 공동주택이란 사적인 영역에서의 갈등은 가급적 공동체 내에서 해결함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 관리사무소, 분쟁해결역할 한계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 공동주택에서 가장 많은 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층간소음과 층간흡연 문제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관계가 살인사건으로까지 번지자 미흡하나마 정부에서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를 만들어 중재에 나서고 있다. 그에 반해 흡연문제는 아직 뚜렷한 해결방안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파트 발코니(흔히 베란다로 잘못 쓰임)에서의 흡연도 문제지만 특히 화장실에서의 흡연은 공동환기구를 사용하는 한 분쟁의 소지가 크다. 흡연자는 “내 집 안에서 내가 담배를 피우는데 무슨 문제냐?”는 주장을 편다. 반면 환기구를 타고 퍼진 담배 냄새로 인해 고통을 겪는 이웃은 사적인 공간이라지만 공동의 이익을 위해 아파트 내 금연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흡연인 만큼 이를 강제로 규제할 방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사무소에 분쟁해결의 역할을 맡기고 있다. 층간흡연 피해자가 관리사무소에 알리면 관리사무소장 등이 층간흡연자에게 흡연을 중단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입주자 흡연을 일일이 제재하거나 강제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소위 금연아파트 제도도 층간흡연 피해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국민건강증진법을 근거로 공동주택의 거주자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해당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 외부 공용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세대 내 주거공간’은 지정 가능한 금연구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금연아파트로 지정되어도 집이나 화장실에서의 흡연은 막을 수 없는 실정이다.
◇ 단지 내 상설위원제로 해결 시도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해운대 그린시티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회장 선거에서 민감한 층간소음과 층간흡연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운 노의석 후보가 등장했다. 노후보에 따르면 아파트 내 상설 운영위원제를 통해 이 같은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어차피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고 또 관리사무소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만큼 차라리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들이 중재에 나서면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아파트 내 주민들 간의 층간흡연이나 층간소음 문제를 상설운영위원제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그 성공 여부를 떠나 발상 자체가 신선하다.
이런 공약은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주민들의 불편사항에 한층 더 세밀하게 대응하여 해결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입주민들의 진정한 불편사항이 무엇인지 찾아내 개선하려는 노력이 앞으로 공동체 문화 창달과도 이어지길 기대한다.
◇ 주민 간 소통을 통한 공동체의식이 해결의 핵심
아파트단지 내 공동체의식 함양의 방안으로는 본지 제551호에서 언급한 부녀회 활성화가 우선으로 꼽힌다. 부녀회 활성화에 대해서도 노 후보는 회장의 판공비에서 일부를 부녀회 경비로 내놓겠다는 뜻을 비췄다. 부녀회 활성화를 기점으로 주민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아파트단지 내의 공동체의식은 저절로 높아질 것이다.
공동체의식이 가득한 아파트에서는 이웃 간 분쟁의 원인이 되는 층간소음과 층간흡연 문제가 분명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설사 분쟁이 발생한다고 해도 평소 소통을 해온 운영위원들이 나선다면 보다 원활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층간소음이든 층간흡연이든 평소에 얼굴을 아는 주민들 사이에는 큰 문제로 발전하지 않을 수 있어 결국 단지 내 주민 간 소통이 제반 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보인다.
/ 예성탁 발행 ·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