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도 태풍 같은 것 / 최효원
폭우의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불볕더위마저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6호 태풍 카눈이 전 국민을 다시 긴장시킨다. 카눈은 동남아 과일로 태국이 이름 붙인 태풍의 명칭이다. 새콤달콤한 과일이 입 안에서 사르르 녹듯 부드럽게 지나가 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은 것일까.
몇 주 전 일어서는데 허리가 휘청했다. 순간 허리를 펼 수도 없고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다시 허리를 펴보았지만 펴지기는 커녕 앉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뭔가 잘못됐구나 싶었다. 조심조심 걷는 데도 허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태풍은 예보라도 해주니 사전에 피해를 최소화 할 준비라도 하지만 나의 허리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일순간에 찾아든 복병이다.
일본을 거쳐 지나갈 것이란 예보와는 달리 90도가 넘게 방향을 튼 카눈은 우리나라 전국을 영향권에 들게 했다. 카눈도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세계 잼버리대회에 참가하고 싶어 그렇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정형외과로 가는 차의 뒷좌석에 엉거주춤 앉았다. 부축을 받으며 병원으로 걸어서 가는데 지금의 이 상황이 참으로 당혹스러웠다.
나의 몸 일부를 촬영한 엑스레이를 보면서 의사는 허리디스크가 심하다고 말했다. 허리뼈 몇 번 몇 번이 틈이 많이 벌어져 있는데 이 정도면 허리의 통증이 컸을 거라는 진단이다. 그동안 허리의 통증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약을 먹고 몇 번의 물리치료를 받았으나 얼굴과 손은 붓고 허리의 불편함은 여전했다. 나는 허리디스크와 관련된 많은 정보를 검색했다. 그런데 건강을 위해 내가 매일 해 왔던 스트레칭 중 몇 가지가 오히려 허리디스크에는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밤새 창문을 흔들던 거친 바람과 폭우도 잦아들었다.
나는 병원 치료를 중단했다.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허리디스크의 원인을 찾아 스스로 해결 하기로 마음 먹었다. 허리 디스크에 악영향을 미쳤던 스트레칭을 완화해 주는 스트레칭으로 바꾸고 매일 걷기를 하고 있다.
사람들을 긴장하게 했던 태풍 카눈처럼 내 마음을 바짝 얼어붙게 한 허리. 지금은 태풍 카눈도 물러갔고 내 허리 통증도 사라졌다.
자연재해는 우리 인간이 맞설 수 없는 무섭고 두려운 대상이다. 폭풍우를 동반한 큰 태풍의 위력은 어마무시 해서 큰 피해 없이 그저 무탈하게 지나가 주기를 바랄 뿐 속수무책이다. 때로는 성난 태풍이 지나갈 수 있도록 어느 부분을 무너뜨려야 할 때도 있다. 더 큰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내 몸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이제 아프기도 하면서 살 나이다. 그러니 언제 어디에 어떤 통증이 찾아올지 예측할 수 없다.
또 하나의 태풍 7호 란이 일본을 향해 있다고 한다. 내 몸에도 다시 찾아올지 모를 태풍,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삶이란 어쩌면 태풍 같은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