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직원입니다.

전 KBS 직원입니다. 물론, 노조원이기도 하구요. 우선, 여러분께서 공정한 언론을 위해서 저희 KBS의 독립을 지지해서 촛불을 들어주신데 대해 깊은 감사 드립니다. 오늘은 일이 있어서 일찍 나오느라 상황을 잘 보지 못했지만, 어젠 10시 반쯤 퇴근길에 보니까 본관 계단에 많은 분들이 늦은 시간임에도 촛불을 지키고 계셔서, 정말로 부끄럽고도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2%, 2% 부족한 MB를 촛불로 채워주시라구 ^^;;)라도 사서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진행하시는 분이 마이크 잡고 한마디 하라시는데, 그 순간은 KBS 노조원인 것이 너무 부끄러워서 그냥 음료수만 드리고 자리를 떴습니다.   여담이 길었구요. 우선 어제그제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KBS 노조의 행동에 대해 제가 아는대로 말씀 드리고 싶네요. 지금 노조는 분명히 정연주 사장 퇴진을 내걸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까지 왜 그걸 계속 고집하는지는 많은(제 생각에는 대부분의) KBS 노조원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생각있는 사람들은 이의제기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시점'이라고 했는데요 사실 KBS 노조가 정연주 사장 퇴진을 주장한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정연주 사장이 연임하면서 부터 그런 말이 시작되었으니까요.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만해도 저를 포함한 많은 직원들이 그런 의견에 동조한 것도 사실입니다. 정연주 사장이 연임한 이후에 KBS 적자가 쫌 많아졌거든요. (제가 고위직이 아니라서 회사 자세한 사정까지는 모르지만요) 그리고, 수신료 현실화도 추진한다고 했지만, 그것도 많이 지지부진해 졌구요. 그것 이외에도 정연주 사장이 연임하면서 여러 실책을 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지금은 순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정연주 사장을 내보내는게 먼저가 아니라, 쇠고기를 포함한 이명박정권의 실책을 먼저 고치고 또 최시중을 필두로 한 언론장악 프로세스를 저지하는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정연주 사장의 잘못을 이야기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참, 왜 정권이 바뀌면 언론을 장악하려고 안달일까요. 너무 우문이지요. 하지만, 한나라당은 그 정도가 더 심하지요. 그들은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진 가장 큰 이유가 KBS와 MBC라고 생각합니다.   전두환, 노태우때 같이 자기들 뒤에 묻은 똥은 다 가려주고 9시만 되면 멋진 얼굴에 금테를 둘러서 보여주길 바라는 거지요. 참, 어느 기사에 보니까 KBS 앞에서 하는 촛불집회에 대해서 KBS 내부에서 찬반이 분분하다고 하는 걸 봤습니다.   여러분, 절대 그런 기사보고 오해하시지 마시길 바랍니다. 정연주 사장이 나가고 이명박표 새 사장이 오면 한자리 약속받은 분들하고, 아직도 조중동만 아는 분들 그런 분들 중에 늦은 나이에도 철없이 목소리 큰 분들이 있는 것 뿐입니다. (사실 이분들은 대부분 노조원도 아닙니다. 전에 간부들은 노조에서 다 탈퇴했거든요. 그리고 KBS 노조가 항상 지금같았던 건 아니랍니다. 이전까지의 KBS 노조 참 대단했습니다. 저희 선배들은 유치장에도 많이 가셨다고 하더라구요.) 대부분의 저희 KBS 직원들은 저희 회사를, 공영방송을 지켜주신다고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촛불들을 보면 눈물이 나고 제 걸음걸이가, 제 오늘 하루가 부끄러워집니다.  그런데, 왜 촛불집회 와서 얘기라도 하지 안하냐구요? 우선 제 자신이, 스스로 공영방송을 지키지 못하는 저희 회사가, 때를 잘 찾지 못하는 저희 노조가 부끄러워서 입니다. 그리고, KBS 직원들 함부로 나서지 못합니다. 촛불집회에서 KBS 직원이 한마디로도 했다면 내일 아침 동아일보 1면에 대문짝만하게 날겁니다. 'KBS 촛불집회 사주' 꼴통보수 언론에서 이용해먹기 얼마나 좋겠습니까. 광화문 촛불에는 저희 직원들도 꽤 많이 갑니다. 물론, 직원이라고 얘기는 안하지요.   여러분이 응원해주시는 만큼 저희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특별감사 끝나고 나면 온갖 말들 갖다 붙여 KBS를 분해하려고 하겠지요. 하지만, 저희들 그렇게 부도덕하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이 촛불로 주시는 채찍만큼 저희는 더 부끄러워지고, 더 뛸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다 쓰고나니까 길기만하구 뭔말인지도 잘 모르겠네요. 하여튼 촛불은 참 대단합니다.     <IMG style="WIDTH: 600px" src="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seoprise.com%2Fpds_data%2Fseoprise_11%2Fpds%2F20080613235616_9909.jpg" width=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