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db.kookje.co.kr%2Fnews2000%2Fphoto%2F2014%2F0122%2FL20140122.22022192410i1.jpg) |
|
부산 북구 금곡동 부산뇌병변복지관 내 오뚜기 작업장에서 장애인들이 영·유아용 보행기 신발을 포장하는 작업 도중에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
- 자폐·다운증후군 포함 15명
- 보행기 신발 포장 작업
- "좋은 사람들과 일해 만족"
- 신변처리·의사소통 어려워
- 다른 직업시설선 '퇴짜' 일쑤
뇌병변장애는 뇌 특정 부위의 이상 증세로 그 부분이 관장하는 신체 부위나 언어활동에 문제가 생긴 것을 말한다. 손을 쓸 수는 있지만 정교한 작업이 불가능하고, 의사소통을 할 수는 있지만 전화를 받거나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뇌병변장애인들은 다른 장애인보다 직업을 갖기가 더 어렵다. 이런 사각지대의 중증장애인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산 북구 금곡동 부산뇌병변복지관의 오뚜기 작업장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db.kookje.co.kr%2Fnews2000%2Fphoto%2F2014%2F0122%2F20140122.22022192410i2.jpg) |
|
윗부분은 양말, 밑부분은 고무 재질인 영·유아용 보행기 신발. |
오뚜기작업장은 오전 9시부터 일을 시작한다. 출근시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출근하면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앉아 곧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이들은 영·유아용 보행기 신발을 포장하는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작업장에 완제품이 배달돼 오면 양말이 모양을 유지하도록 종이심을 넣은 뒤 내부 비닐에 넣는다. 이어 개별 상자와 박스를 포장하고 컨테이너에 실으면 완성이다. 이 제품의 발바닥 부분은 탄력있는 고무질 소재로 되어 있고, 발등 부분은 양말로 돼 있어 가볍고 만지기에 편하다.
뇌병변장애인들은 대체로 한 쪽 손이 불편해 무거운 제품은 다루기가 어렵다. 또 양 손을 모두 이용해야 하는 정교한 일은 하기 어려워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주은 복지관장은 "쇼핑백 접기, 색연필 포장 등 다양한 일들을 해봤다. 하지만 임금이 너무 적어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찾은 것이 포장 일인데 작업 만족도가 높고 임금도 한 달에 평균 1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작업물량이 밀려들어 잔업까지 하고 1인당 40만 원 정도를 받아가기도 했다.
2012년 1월 작업장이 만들어질 때부터 함께해 온 정호윤 직업재활팀장은 "중증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드문데, 이곳은 직업재활시설이나 직업적응훈련반에 가기 힘든 중증장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직업재활시설이나 훈련반에서는 신변 처리가 가능하고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으며 회사에서 원하는 작업을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해 내기를 원한다. 중증장애인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함께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오뚜기작업장에는 총 15명의 중증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뇌병변장애인과 자폐, 다운증후군 등의 지적장애인들도 있다. 취업 욕구는 많지만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들까지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한 손이 불편하고 거동이 어려운 사람들은 앉아서 속비닐 포장, 종이심 넣기 등을 하고 상대적으로 무거운 상자를 옮길 수 있는 사람들은 그 일을 맡아서 한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셈이다.
이주은 복지관장은 "작업장 분위기 측면에서 볼 때도 서로 함께 있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뇌병변장애인들은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 우울감을 더 많이 자주 느낀다. 인지능력이 있지만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신체를 잘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지적장애인들은 작은 일에도 쉽게 기쁨을 느끼고 신체 면에서 활동적이라 서로를 돕고 작업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이곳에 아들 전형철(23)씨를 보내고 있는 최현숙(47·부산 사하구 신평동) 씨는 "발달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가 매일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기쁘다. 좋은 사람들과 하루종일 즐겁게 일할 수 있어서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며 "부산에 이곳과 같은 작업장이 더 많이 생겨서 중증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우리 아이는 언제쯤 일 할 수 있나요"
오뚜기 작업장은 부산뇌병변복지관 2층에 있다. 바로 옆 방은 주간보호 공간이다. 주간보호는 어린이집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뇌병변장애인들은 매일 오전 정해진 시간에 복지관에 와서 공부를 하고 시간도 보내다가 오후에 집으로 돌아간다.
주간보호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부모들은 자녀가 오뚜기 작업장에 언제쯤 참여할 수 있을지 늘 궁금해 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곳에서 근무하면 일한 만큼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중증 장애를 가진 자녀가 자신의 힘으로 노동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쁜 일이다. 오뚜기 작업장에서는 상품 1개당 200~250원 정도를 받는다. 작업의 참여 강도와 빈도에 따라 임금이 차등 지급된다. 또 오뚜기 작업장에서는 영·유아용 보행기 신발을 박스에 포장하는 전 과정을 맡아서 한다. 신발을 속비닐에 넣고 접착 테이프가 있는 입구를 막은 뒤 상자에 집어넣는다. 신발이 들어갈 종이 상자를 직접 접고, 큰 박스에 차곡차곡 넣은 뒤 컨테이너에 싣는 작업까지 진행한다. 포장의 전 공정을 맡아서 하므로 각자 능력에 맞는 작업이 가능하다. 한 손이 불편한 사람은 한 손만으로 속비닐을 넣는 일을 하고, 양 손을 잘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무거운 박스를 나르거나 포장상자를 접는 일을 하는 방식이다. 오뚜기 작업장의 정원은 모두 15명인데, 그 중에서 8명은 반드시 뇌병변장애인으로 채운다. 현재는 뇌병변장애인과 자폐, 다운증후군 등의 지적장애인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