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 문무대왕릉과 경주의 남산 (2)

[김재성]

땅거미가 이미 기울어 어둑어둑해진 토함산 고갯길을 굽이굽이 돌아오르며 일행은 경주를 향해 산 허리를 넘는다.

저녁 8시. 늦은 시간이지만 경주 외동 냉천공단 입구에 자리잡은 金俊兼 동문의 (株)唯進素材産業 工場은 대낮같이 환하게 불이 밝혀저 있다. 정문에 들어스니 경주공장을 책임맡은 큰아들 내외와 직원들이 반겨 맞아준다.

공장에 들려 내부시설을 돌아보며 시설현항을 간단히 청취 받는다. 울산에 있는 현대자동차공장 엔진 소재 가공시 발생하는 철가루(steel chip)를 고열로 녹여서 다시 주물로 재생(cast iron powder)하여 재활용하는 폐기물 재처리 사업으로서 환경 보존에 크게 기여하는 사업이다. 정말 좋은 사업에 착안 하였소이다! (주)유진소재산업의 무궁한 발전과 번영을 산우 일행은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 가짐을 말한다.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사무엘 울만의 <청춘>에 올려진 글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20세 청년 보다는
60세 인생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 세상을 버릴 때
비로서 늙는다."
俊兼 兄에게, 그리고 전체 우리 인고 56 산우들에게 바친다.

공장견학을 마친 일행은 기념식수 한주를 헌수하고, 인근 "흥부가든" 식당으로 안내된다. 오리전문 식당으로서 오늘의 숙박까지 one-stop으로 해결해 주는 곳이다. 천리길을 달려 내려온 피곤함도 잊고 잘 차려진 식탁에 둘러 앉아 오리 주물럭과 참소주로 하루의 피로를 풀어본다.

노래방 시설까지 곁들인 넓은홀 옆방은 노래자랑 시간을 맞은 듯, 저마다 갈고 닦은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마치 어린아이들 마냥 희희낙락이다. 이렇게 해서 하루의 일정은 마감이 되고 뒤늦은 휴면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이튿날. 새벽 4시에 기상한 산우들은 토함산 해맞이를 위하여 부산하다. 金俊兼 동문은 <붙이는 핫 패트> 하나씩을 나누어 준다. 불편한 잠자리와 간밤 보이러 고장으로 움츠러 들었던 몸이 등으로부터 따뜻하게 전해오른다 그거참 신기하네!

오늘의 일출은 새벽 4시 44분. 일행을 태운 애마는 토함산 정상을 향한다. 잘 다듬어진 포장도로는 대관령 아흔아홉 구비와 맞먹는 구절양장의 가파른고갯길로서 힘겨웁게 올라간다. 멀리 산아래로는 경주시의 새벽야경이 바둑판처럼 비추어지며 저무는 그믐달이 실눈섭같은 모습으로 동편하늘에 걸쳐저있다. 맞아! 오늘이 음력으로 스무엿새날이지.

석굴암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5시 20분. 고도계는 580m를 가르키고 있고, 차가운 새벽에 한기가 전신을 감싸온다. 토함산 해맞이를 위하여 모인 많은 관광객과 함께 전망대에 서서 일출을 기다린다. 날씨가 좋아야 할터인데, 동녘 하늘에는 운무가 낮게 깔려있어 좋은 영상을 기대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5시 44분. 짙은 안개 사이로 부옇게 동녘은 밝아오지만, 찬란한 동해바다의 일출은 그 모습을 아끼고 있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뒤 중천으로 떠오르는
검붉은 태양을 뒤로하고 일행은 허전한 마음을 가슴에 안고 전망대를 내려온다. 1956년 10월인가? 고삼 졸업반 기념 수학여행을 이곳으로와 산을 오르던 기억이 난다. 벌써 반백년의 세월이 흘러간 지금 지나온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석굴암/불국사는 이른 새벽이라 문이 잠겨저 있어 관람을 못하고 대신 불국사 인근에 있는 "사조리조트 온천사우나탕"으로 직행한다. 지하 506m 암반에서 뽑아올린 알카리성 중탄산 온천수로서 온몸이 가쁜하고 시원하다.

아침 7시30분. "현풍할매 곰탕집"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친 일행은 남산을 향한 산행길에 오른다. 그러나 시간에 여유가 있는 산우들은 보문단지를 휘돌아 보고 남산을 가기로 한다. 잘다듬어진 단지내 너른 도로 양옆으로는 벚꽃나무가 열병식을 하듯 길게 늘어서 있어 장관을 이룬다. 벛꽃은 이미 다 젔으나 만개시에는 진해군항제 벚꽃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한다고 한다. 마치 이국에 온 것 마냥 보문단지내 경관은 아름답게 가꾸어저 있다.

남산은 경주 남쪽 인왕동 외 4개동에 걸쳐있는 산으로 신라인들의 신앙의 대상이 되어있다. 금오봉(468m)와 고위봉(494m)의 두 봉우리에서 흘러 내리는 40여개의 계곡과 산줄기들로 이루어저 있으며 남북으로 길게 뻗어내려 타원형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남산지구는 불교미술의 보고로서 100여곳에 절터, 80여구의 석불, 60여기의 석탑이 산재해 있는 노천박물관이다. 우리가 오르려는 등산로는 삼릉계곡, 일명 냉천골로서 삼릉-경애왕릉-선각바위-삼선암-정상을 거처 용장사터를 지나 용장골로 하산하는 코스로서 약 3시간이 소요된다.

남산은 유적뿐 아니라 자연 경관이 뛰어나 많은 계곡과 기암 괴석들이 만물상을 이루며, 등산객의 발길 만큼이나 수많은 등산로가 있다. 엄지손가락을 고추세워 남산을 일등으로 꼽는 사람들은 "남산에 오르지 않고 경주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곧, 자연의 아름다움에다 신라의 오랜 역사, 신라인의 미의식과 종교의식이 예술로서 승화된 곳이 바로 남산인 것이며, 남산을 비롯한 경주는 일본의 교토, 나리타와같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이기도 하다.

8시40분. 산행이 시작된다.
삼릉계곡에 들어스니 울울창창한 소나무 사이로 넓은 등산로가 우리를 반기며 오른쪽으로 세 개의 커다란 능이 철제울타리 안에 누어있다. 세분 박씨왕릉이라 한다. 우리의 윤사 朴年培, 경건히 무릅을 꿇고 예를 올린다. 좋은 후손 두셨습니다. 부럽습니다!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이어저 있어 바위사이로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가 청아하고 우렁차다. 등반로 옆에 서있는 삼릉계곡 석재여래좌상은 목없는 부처이며, 선각육존불상은 암벽에 선각된 여섯분의 불상이다. 계곡을 건너기를 두서너번 했을까? 예외없는 깔딱고개가 나타나고 잔잔한 스님의 목탁소리와 염불소리 들리는 곳 삼선암에 다다른다.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이번에는 약수계곡을 따라 오른다. 마애석가여래좌상을 지나며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을 씻어낸다. 드디어 우리는 1차능선 소석봉에 오르니 시간은 9시 45분. 약 한시간이 경과되었으며 이제 어려운 고빗길은 지난 것 같다. 등반은 능선을 오를 때 까지가 항상 힘들기 때문이다.

능선아래 너른 경주벌판 넘어로 경부고속도로가 길게 늘어저 있으며 많은 차량들이 남북으로 교행하는 모습이 보인다. 상사병 걸린 사람의 병을 낮게 한다는 상사바위를 지나 이어진 능선은 부드러운 육산이라 맨발로 걷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인천 근교 야산에서 들을 수 없는 다양한 산새 울음소리가 정다웁고 우거진 수풀사이로 아늑한 그늘은 산행객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10시 10분. 드디어 우리는 정상에 섰다. 금오산 정상이라 표지된 정상비에서 鄭石宮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무사 산행을 기원하는 산제를 드리고 주과와 음료를 나눈다. 모두 함께 기념촬영을 마친 산우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길에 나선다. 용장사터를 목표로 하고 내려가는 계곡 한편은 작년에 일어난 화재로 아름드리 나무가 참화를 입은 잔해가 민둥산으로 남아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언제 다시 옛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돌바위 계곡을 내려스니 용장사터 삼층석탑이 덩그러니 남아있고 마애여래좌상과 목은 달아나 없고 몸체만 남은 석불좌상이 삼륜대좌 위에 앉아있다.
왜? 목없는 석불이 유독 많이 있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암벽사이로 설치된 밧줄을 잡고 곡예를 하며 내려오니 산죽군락이 무성하며 싱그러운 죽향이 코끝을 싱그럽게 한다. 비온 뒤끝이라 계곡은 넘처나는 청류가 휘돌아 흐르고 땀에 젖은 수건을 옥수에 담그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정신이 번쩍들며 전신에 퍼지는 그 상쾌함이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

시간은 11시 30분. 산행 최종 목적지인 용장골이 가까이 닥아선다. 냉천골로부터 이곳 용장골 까지는 모두 5.5km로 2시간 50분이 소요 되었다. 당초 예정시간을 10분 단축시키었으니 그나마도 대견하다.

무사히 산행을 마친 산우들은 홀가분한 가벼운 마음으로 오찬장으로 향한다. 포석정을 지나는 길 양옆으로는 가로수가 잘 정리되어 있어 보는이의 마음을 즐거웁게 하며 붉은색으로 활짝핀 왕벚꽃의 자태가 아름답기만 하다.

경주시 향남동 천마총 인근에 있는 오늘의 오찬 장소는 전통문화보존 명인장의 집인 "구로 쌈밥집"으로 주인되는 이풍녀 여사는 전통문화보존 명인장본인 이다. 한국 고유의 쌈밥과 쌈장, 그리고 다양한 밑반찬은 아주 정결하고 맛갈스러워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귀뜸을 한다. 오랜만에 풍성한 쌈밥의 별미식을 맛보아 입안이 놀랐을 것 같다.

오찬을 마친 시간은 12시 30분. 예전 그 어느때보다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고 이른 귀경길에 올랐다. 관광시즌의 휴일이라 일찍이 귀경을 서두른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 오르니 산행에 지치 산우들은 등받이에 기대 모두 눈을 감는다. 새벽 4시부터 부산을 떨었으니 피곤한 것도 무리는 아니지. 필자도 스르르 눈망울이 감겨저 온다.

그래 모두들 평안한 꿈나라에서 신라 천년의 영화를 맛보시게나.
자! 그러면 산우들, 다음 맞날 때 까지 모두 모두 안녕히............

[윤사]

大 長程, 大 長文에 시리즈 두편을 쓰시기에 노고를 致賀해 마지않습니다.

[전영덕]

♡ 지산 정말 수고 했오이다 기회있을때 쐬주 한잔 올리 리다

[정명섭]

김제성형 좋은글 써주어서 정말고맙소.

[이헌기]

말이 산우지 산꾼이라,등산은 쥐꼬리 만큼하고,이틀동안 산해진미 찾아 먹고 마시기로 세월을 다하니 이들을 김삿갓 후예 건달패라 그바람에 명문으로 위장하느라 수고하는 김형두 팔자소관이유,,,

[김재성]

끝까지 잘 읽어준 산우및 카페 회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부족한 필치에 보내준 칭찬과 성원에 머리 숙이며, 더 좋은 글로 보답 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