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단 수료가 16일 남은 공군병 698기 훈련병 김영선이 늘푸른 교회 성도님들께 문안인사드립니다.
최근 5일간은 설연휴라고 푹푹 쉬었습니다.
지난 한주간은 그 말로만 듣던 유격훈련도 끝내고 단독군장한 채로 구보를 마쳤습니다.
이전에도 어머니 편에 교회로 편지를 한 장 써 보냈는데 전달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손 편지 전달이 좀 느릴지도 모르고 말이죠.
저는 여기서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
훈련도 그 순간만 딱 힘들고 마는 것이고... 생각보다 빡빡하지만은 않은 공군 훈련 덕에 살도 그다지 빠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육체 훈련과 실내 수업 비율이 거의 1:1 인 것 같아요. 온종일 밖에서 뛰어다니는 날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수료가 D-16인 오늘은 2월 6일 일요일입니다.
오전에 교회에 갔더니 청지기 설교를 하시더라구요.
계속 해서 생각하고 있는 문제는 ‘하나님’에 대한 상대적 필요이냐, 절대적 필요이냐입니다.
설교 말씀대로 제 삶이 하나님으로부터 빌려온 것이라면... 저는 하나님에 대한 부채상환을 해야하는 샘이겠지요.
그 삶 가운데 하나님에 대한 필요가 상대적인지 절대적인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훈련소에서 출석하는 교회는 출석한 그 자체만으로 푸근하고 눈물이 글썽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단지 훈련소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사회에서 느끼지 못했던 하나님의 필요를 느끼는 것이라만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뭔가 제가 원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에 대한 필요가 제가 처한 상황 때문이라면, 다시 한번 공허함을 되풀이 할 것 같다는 예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있다면 하나님의 절대성 때문에 그를 믿고 싶습니다.
제가 처한 상대적인 상황 때문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제법 살만한 곳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곳 군대라는 곳 말예요.
아마 제가 변화하고 적응 해 가는 것이겠죠?
생전 느껴 본적 없는 부자유에 갇혀 있기도 하고 불침번을 서서는 고독함을 느껴 보기도 했죠.
아 고독함이란 단어는 좀 너무 고상한 것 같고... 외로움이란 단어가 좀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참 무섭도록 적응을 잘 하는 것 같습니다.
입대 1-2주차에 느꼈던 까마득함이 조금은 덜해졌으니까요.
물론 여전히 까마득하긴 합니다. 앞날이 아하하
해원이는 24일에 입대하고 무사히 훈련에 돌입했는지 궁금해내요. 혹여 손편지해주실 분 계시면 해원이 주소 좀 써서 보내주세요!
훈련소 수려하기 전에 훈련소로 편지하고 싶어요. 같은 훈련병끼리 말이에요.
훈련 시작하고 얼마 안되서 설연휴를 맞아서 좀 걱정되기도 하네요.
해원이는 아직 훈련기간이 몇 주 더 남아 있어서 몸이 제대로 안 풀릴텐데... 날도 춥고..
뭐 저야 훈련이 1주 반 정도 남았으니 조금만 더 버티면 돼서 괜찮지만.. 그래도 해원이는 밝고 명랑하게 잘 이겨내리라 생각해요. 단지 날도 추운데 감기약은 잘 챙겨갔는지... 하하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해원이도 우리 교회 성도님들도 그리고 저도 모두 건강해야지요.
저는 다음주면 특기(보직) 신청을 하고 얼마 안 되어 결정이 될 것 같습니다.
제 향후 약 2년이 결정 되는 것이죠. 당연히 떨리고 긴장 될 수 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순간이죠. 부디 무사히 원하는 특기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엇, 하는 사이에 다음날이 되어버렸습니다. 공군 아니랄까봐 야외 훈련은 하나도 없고 온종일 실내수업뿐입니다. 오늘은 간만에 작문 시간을 가졌는데 너무 오랜만에 글을 썼더니 손도 아프고 골치도 아픔니다. 이제 수료도 15일 뿐이 안 남았고 일주일 뒤에는 맞 후임기수가 입대합니다.
참, 내일은 맞선임 기수가 수료하는 날이구요. 되게 부럽네요.
에에 하는 사이에 화요일입니다. 오늘 화생방 가스 체험이 있는데 난데없이 비가 내리는군요.
음... 어떨지는... 아무튼 그렇답니다.
참 26일에 특박 나가선 교회에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대구로 나가기로 되었어요.
저 군대 간 사이에 집이 잠시 대구로 옮겨갔거든요. 속히 뵐 날이 오길... 이만 줄입니다. 평안하십시오!
2011년 2월 8일 화
여전히 훈련병 김영선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