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불로장생(不老長生)을 염원하는 그림 십장생도(十長生圖) 10폭 병풍
작성일2022-11-29
작성자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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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길상을 상징하는 독창적 도상
십장생은 우리 조상이 신선사상과 도교를 결합해 만들어 낸 독창적인 도상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장생의 의미를 지닌 경물을 그린 그림은 있어도 십장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 차이를 보인다.1)
<십장생도>의 기원은 문헌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고려시대 문신 이색(李穡, 1328~1396)은 ‘새해를 기념하고 재앙을 막기 위한 그림인 <세화(歲畫)>에 해·구름·물·돌·소나무·대나무·영지·거북·학·사슴이 등장한다’고 자신의 문집에서 밝혔다.2) 또 조선 초기 문인 성현(成俔, 1439~1504)은 연산군(燕山君, 재위 1494~1506)에게 신년 선물로 <십장생도>를 하사받고 그림에 등장하는 해·달·산·물·대나무·소나무·학·거북·흰 사슴·붉은 영지를 소재로 오언절구 시를 남겼다.3) 이들 글에 등장하는 경물은 약간 차이를 보이는데, 아마도 시대에 따라 길상적 의미를 지닌 경물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십장생도>는 자연물인 해·달·구름·물·돌·산, 식물인 소나무·대나무·영지(불로초)·복숭아나무, 동물인 거북·학·사슴 등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소재를 묶어 완성했다.4)
기록에 따르면 <십장생도>는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가례(嘉禮)와 진찬·진연(進饌·進宴) 등 왕실과 국가의 중요한 의례에 주로 등장했다.5) 즉, 궁중 연향에서 장수와 왕실의 강녕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 화면에 펼쳐진 선경(仙境)으로 행사를 장엄하는 데 사용했다. 또 궁실 벽장문에 적용되는 등 궁중생활 전반에 걸쳐 폭넓게 사용 된 장수길상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신선이 거닐던 이상향을 표현
현재 국내에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20여 점의 십장생도 병풍이 있다. 그중 <십장생도 10폭 병풍>은 현존하는 십장생도 병풍 중 가장 크다. 해, 구름, 대나무 등 11가지 장생물에 복숭아나무를 결합해 장수의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화면의 세부 구성을 보면 상단에는 진한 청록의 원산을 배경으로 해와 구름이 떠 있으며 여러 마리의 학이 자리하고 있다.
신선이 타고 다니는 새로, 천년을 산다는 상서로운 의미를 지닌 학은 흑·황·백·청 등 네 종류가 있는데 이 병풍에는 녹색 부리의 백학만 등장한다. 첫 폭과 마지막 폭의 바위 위에는 복숭아나무가 서 있다. 특히 마지막 폭에는 푸른 대나무를 여러 그루의 복숭아나무와 함께 그렸다. 복숭아는 선도(仙桃) 또는 천도(天桃)라 하며, 서왕모(西王母)의 과수원인 낭원(閬苑)에서 자라는 선도를 한번 먹으면 일천갑자를 산다는 전설이 있다. 복숭아는 전체적으로 분홍색으로 선염하고 볼록하게 튀어나온 꼭지 부분을 붉은색으로 진하게 강조했다.
마지막 폭의 하단에는 짙푸른 바다 위에 네 마리의 거북이가 화생의 기운을 뿜으며 떠 있다. 육지 전면에는 나지막한 바위와 여섯 그루의 큰 소나무가 있고, 청록의 바위 틈으로 불로초, 서초(瑞草) 또는 선초(仙草)라고 하는 붉은색과 흰색의 영지가 쑥쑥 올라오고 있다. 또 바위산과 폭포를 배경으로 열두 마리의 사슴이 물가를 향해 양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슴은 천년을 살면 청록(靑鹿), 다시 오백 년을 더 살면 백록(白鹿), 또 오백 년을 살면 흑록(黑鹿)이 된다고 한다. 화면에 등장하는 사슴은 모두 균일하게 갈색으로 채색하고 하얀 얼룩점을 그렸다.
늙지 않고 오래 살기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탄생한 <십장생도>는 화면에 등장하는 장생물의 수와 상관없이 현세에서 볼 수 없는 이상향인 신선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우리 선조들이 불로장생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십장생도〉를 감상했듯이 〈십장생도〉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받는 것은 어떨까
1) 박본수, 「조선 후기 십장생도 연구」, 홍익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3, p. 20~26
2) 이색 저, 이석구 역, 『목은집』, 양우당, 1988, p. 77~79
3) 성현, 『허백당보집(虛白堂補集)』 권 5, 「하사하신 십장생 그림을 받다 임술년 (受賜歲畫十長生 壬戌)」, https://db.itkc.or.kr
4) ‘십(十)’은 단순히 십장생의 수를 제한하거나 규정하는 한정적 의미의 숫자가 아니라 ‘완전’, ‘상서’, ‘충만’, ‘무한’, ‘영원함’ 등의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가장 큰 수를 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십’은 완전한 수로 모든 수를 갖춘 기본이자 동서를 나타내는 ‘一’과 남북을 잇는 ‘|’이 합쳐져 사방과 중앙을 갖춘 상서로운 수로서 의미를 지닌다. 한국문화상징사전편찬위원회, 『한국문화상징사전』 2, 동아출판사, 1992, p. 512~514: 조선 후기에 그려진 <십장생도>에는 ‘달’이 생략되고 화면에 12~13종류의 장생물이 등장한다. 박본수, 위의 논문, p. 13
5) 김수진, 「조선 후기 병풍 연구」, 서울대학교 일반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 박사 학위논문, 2017, p. 83~91 참조. 김수진은 19~20세기 초까지 왕실 연향에 <십장생도>가 배설(排設)되었음을 제기했다.
글, 사진. 정경숙(제주국제공항 문화재감정관실 문화재감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