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주 금요일 (5월 2일) 즐기세님이 주최하신 황복 벙개 후기입니다.
매년 봄 4월 하순부터 5월 사이 두달이 안되는 약 50일 정도의 기간에만 즐길 수 있는 별미가 있습니다.
바로 강의 돼지(하돈 河豚)라고 불리는 황복입니다 (산란기에 돼지울음 소리를 내서 그렇다고...)
황복은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가서 크다가 성체가 되어 다시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산란하는 회유성
어종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그 대표적인 산란장소가 임진강이기 때문에, 파주 임진강 근처의 자연산 회집이나
인근의 강화도 회집까지도 황복철에는 황복이 들어왔냐는 단골손님들의 문의전화가 빛발칩니다.
임진강에서 80년대 이전 아주 예전에는 제법 많은 양이 잡혔다는데, 강에서 골재 채취를 시작한 후부터
강바닥이 토사로 덥히고 산란장을 잃은 황복이 돌아오지 않아 아주 귀한 생선이 되었습니다.
한때는 같은 임진강의 참게처럼 자취를 감추다시피 씨가 마른 적도 있었다고...
다행히 몇년 전부터 인공수정한 치어를 대량방류 하고 있어서 최근에는 조금씩 어획량이 늘고는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해산물 중에서 귀하기로는 탑클래스에 있는 어종입니다.
작년에는 봄추위로 일부 고급 일식집이나 호텔에서도 황복 구하기가 힘들 정도의 황복 흉년이었기 때문에
올해도 황복은 그냥 스킵하나 해던 차에.... 즐기세님이 매년 가시는 강화도 단골집에 문의하신 결과...
많지는 않지만 몇마리 있다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일사천리로 진행된 황복 급벙....
48번 국도를 달려 강화도에 들어서고 계속 차를 달려 서쪽끝 창후리 선착장까지 갑니다.
여기서 배를 타고 건너가면 민통선 안의 교동도도 갈 수 있는 곳이죠.
그런데 올해 말인가 강화도와 교동도 사이의 다리가 생기면 이곳 선착장도 활력을 잃을 지도 모르겠네요.
암튼 그렇게 도착한 즐기세님의 20여년 단골집 장미회집
각종 자연산 회와 강화도 갯벌장어, 복요리 등을 취급하는 집입니다.
오늘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할 황복입니다. 수조에 참복과 황복을 따로 넣어두었는데 참복수조엔 꽤
여러 마리가 있었지만, 역시 귀한 황복답게 황복수조엔 딸랑 두마리... 어황이 나쁘면 없을 수도...
자 대망의 오늘 황복시세는 Kg 당 25만원.....ㅡㅡ,,
과연 다금바리, 붉바리, 줄가자미, 돌돔 등과 함꼐 초고가 횟감 탑클래스 입니다.
아주머니 말씀이 몇일전까지는 더 비쌌다고...
참고로 한국에서 먹는 복 서열을 맛과 가격으로 간단히 메기면.....
황복 >>>>>>>>>>>>> 참복 >>> 까치복 >>>>>> 밀복 >>> 은복 정도 ?
회 잘먹는 사람은 뭐 1~2kg 도 가뿐히 드시지만, 이 비싼 황복으로 그렇게 배를 채울 순.....
즐기세님, 사랑밥님, 행복님, 저 4명이 2kg 주문했습니다.
드디어 나온 황복회의 탐스런 자태...추릅~~~~
참복 사시미와 달리 붉은살과 노란색이 비칩니다.
단, 제가 카메라 화이트 발란스를 잘 못맞추어서 사진상에서는 노란색이 잘 안보입니다.
실물로는 노리끼리한 색이 잘 보인다는.....
서울의 고급 일식집처럼 아주 얇게 종잇장처럼 뜨진 않았지만, 정갈하게 나옵니다.
황복은 활어로 바로 회를 뜨는 것보다 손질해서 몇 시간 정도 숙성하는게 더 맛이 좋다는데...
주방장마다 다르긴 합니다. 바로 내는 곳도 있고, 아예 대여섯 시간 숙성을 시키느라 꼭
사전에 미리 시간예약을 해야 하는 곳도 있고...더구나 복은 숙련된 복요리 기술자가 조심스럽게
손질을 해야하는 관계로 주문 후 왠만하면 30여분 정도 시간은 걸립니다.
저희는 미리 예약해서 바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
곁들임으로 나온 이런저런 해물들. 산낙지, 개불, 키조개 관자, 전복, 멍게 등...
평소 다른 회 먹을때면 요놈들도 사랑해주지만....
오늘은 형이 너희들한테는 관심이 없다. 미안하다...
오늘 너희들한테 한 눈 팔다가는 망한다니까...ㅡㅡ,,
웅어무침도 나오고, 졸복튀김과 꼴뚜기 튀김도 나오고, 꽃게와 갯가재로 담근 양념게장도 나옵니다.
우럭 구이도 나오고 - 이건 벤댕이 철엔 벤댕이 구이가 나오기도 한다고...
우측의 하얀 것이 바로 복 이리(정소)입니다. 흔히 고니라고도 하고, 일식집에서는 '후꾸 시라꼬'로 불리우는..
연두부 같은 부드러운 질감에 아주 Creamy 한 풍미입니다. 그러면서도 아구간등의 약간 텁텁한 크리미함이
아니라, 깔끔하고 투명한 크리미... 기름장 살짝 발라 생으로도 먹고, 일식집에서는 아부리를 해주기도...
일찌기 회를 거의 안먹는 중국의 시인 소동파가 죽음과 맞바꿀 수 있는 맛이라 하고, 서시의 유방이란 소리를
들어온 황복... 진짜 맛있습니다. 참복보다 고소하면서 달콤한 맛도 있고, 씹다보면 민물어종 특유의 흙내도
아주 살짝 나기도 하는데, 메기나 빠가사리 등에서 나는 그런 뻘내음이 아니라, 고소한 흙내음..?
그리고 한참 씹다보면 살짜쿵 상쾌한 허브의 느낌도 납니다. (그걸 누구는 솔향이 난다고 표현하기도)
자~ 상큼한 돌미나리와 생와사비 아주 조금만 살짝 찍어서.....돌돌 말아줍니다.
흔히 미나리는 해독작용을 해서 복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하는데...제 생각엔 해독작용은
별반 상관이 없는 듯, 그냥 맛에..? ㅎㅎ 일식집에선 미나리 대신 무순이 나오기도 하구요.
꼭 황복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복사시미 만큼은... 제발 초장에 담그지는 마시기를....
복은 그냥 아무것도 안찍고 입에 넣어 씹어도 비린 맛이 안날 정도입니다. 간장만 아주 살짝...
원래 회란 음식이 육고기처럼 진한 풍미의 음식과 달리, 생선살 자체의 연하고 담백한 맛을
즐기는 건데, 특히 그 맛이 옅은 맛인 흰살생선을 초장에 범벅하면....ㅡㅡ,,
초장 찍어 드실거면 비싼 황복 대신 그냥 광어 우럭 드셔도 마찬가지입니다. 복맛이 아니라 초장맛....
다행히 이날 저희 테이블에선 멍게/개불 등 말고는 초장으로 드시는 불상사는 없었습니다 ㅎ
회를 다먹고 나온 황복맑은탕 (지리)
따로 탕용으로 덜어논 황복살은 거의 없었구요. 회로 내기 힘든 부분이 들어간 일종의 서더리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국물의 시원함은....음....생태/대구가 인간계의 맛이면 이건 신계의 맛...?
시원하면서도 깔끔하고 암튼... 생선탕 중 세손가락 안에 드는 맛입니다.
요기까지.... 주말 저녁 갑자기 진행된 황복벙개 후기였습니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고 - 가격도 가격이지만, 수량이 워낙 한정적이고,
게다가 먹을 수 있는 시기도 짧아서 따로 챙기지 않으면 먹기 귀한 음식인데
즐기세님 덕분에 입이 아주 호강한 날이었습니다.
거기다 이날 즐기세님께서 호스트로서 아주 크게 쏴주신 부분이 있어서
참가자들이 예상회비보다도 훨씬 저렴하게 먹을 수 있었다는...즐기세님 감사요.
첫댓글 신계의맛 ㅎㅎ 어떤맛인지 궁금하네요^^ 다양한 정보 잘보고갑니다
생선이 이렇게 깔끔하면서도 맛있는게 가능한가 ? 생각되는 맛입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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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가자미는 산지에 업자단골 알아놓고.... 만약 잡히면 전화달라고 해서 고속버스 택배로 받는 수밖에요 ㅎㅎ
그래도 워낙 귀해서 잡히는대로 돈 많은 서울 단골분들한테 거의 다가니....진짜 회장님들한테 ㅎㅎ
영화 식객에 나온 황복 믿에깔린 그릇모양도 비치고 넘 멋지긴 한데요 .. 가격이;;;양 채울려면 ㅎㅎ 동네에서 광어나 우럭 이나 먹어야 할가봐요 ^^
자연산 말고 양식도 점점 늘어간다니.... 더 대량양식이 가능하면 좀 만만해지겠죠..? ㅎㅎ
먹어 보고 싶은데 너무 비싸요 ㅜㅜ
@즐기세 어차피 안비싸도 봄에만 잡히는 거라 연중행사가 될 수밖에요 ㅋ
회 좋아하는 1인은 침만 삼키고 눈만 즐겁고 못 먹어봐서
슬픕니당~(ToT)
긴긴 인생 언젠가는 다 드시게 되겠죠... 망고쥬스님 아직 한참 젊지 않으신가요 ?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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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 맛있는 저 가운데 한 점 먹은 행복님........... 음 억울하다..여자로 태어났어야는데 ㅎㅎㅎ
아오~~ㅠㅠ 학한마리 모양만 깔아놔도 엄청 비싼뎅 ~~ 이거이 사진보니 도톰하니 양이 ㅠㅠㅠㅠㅠ정말부럽네요;; 이날 참가신청 하려다 정말 참았네요ㅠㅠ 멤버가 맞추신듯하여 쓰린맘을 감추며 달려가지 못했는데 ~ 후기보니 더더욱 못간게 속쓰리네요. ㅠㅠㅠ 담에 아다리가 맞았음 좋겠네요 ^^
복사시미 맛을 아는분들은 저랑똑같이 ㅋㅋㅋㅋㅋ속쓰리실듯요 ㅎㅎㅎㅎㅎㅎㅎ
역시 후기가 명불허전입니다.벌룬님 멋져요.제가 먹어본 회중에 최고였습니다.횡복에 항복 당했네요.즐기세님 덕분에 오감이 즐거웠습니다.고맙습니다 ^^*
맛있겠다 복회는 세번 정도 먹어보긴 했는데 황복은 경험 업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