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과의 자유무역이 가능해졌다. 세제 완화로 그동안 온갖 세금으로 위축된 내수시장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협상 타결은 한국 자동차산업에 중장기적인 대형 호재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은 금액 기준으로 29%(2006년 총 300억 달러 중 87억 달러), 대수 기준으로는 26.2%(총 264만 대 중 69만 대)를 차지해 유럽연합(EU:금액 기준 29.6%, 대수 기준 28%)과 함께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미국의 승용차 관세는 2.5%로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차와 일본 차의 가격 격차가 10% 이내로 줄어들었고 중국의 저가 차량이 향후 2~3년 후부터 미국에 진출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2.5%의 가격 경쟁력 확보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 미국의 픽업트럭 관세는 25%(10년 내 철폐)여서 향후 미국시장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미국산 일본 차 수입 쉽지 않아
미국산 일본 차의 우회 수입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국에서 잘 팔리는 렉서스 ES 350, IS 250, 그리고 인피니티 모델들은 전량 일본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닛산의 럭셔리 브랜드인 인피니티 세단의 전량(8만6795대)과 도요타의 럭셔리 모델인 렉서스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
2006년 미국에서 32만2434대의 렉서스가 판매됐으나 오직 7만5508대의 RX 330/350 모델만 미국에서 생산됐다. 다시 말해 일본 업체들은 미국 공장에서 주로 현지 인기 모델인 캠리, 어코드, 시빅, 코롤라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들 모델은 한국시장의 주력 모델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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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완성차 업체에서는 기아차의 수혜 폭이 가장 클 전망이다. 기아차는 미국 공장(조지아 공장 2009년 말 준공 예정)이 없어 2006년 미국 판매 29만4302대 모두가 국내 수출분이다. 매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대차가 2006년 판매 대수 기준으로 14.9%인 데 반해 기아차는 29.1%다.
미국 자동차 관세가 2009년부터 철폐(3000㏄ 이하 즉시, 3000㏄ 초과 3년 내)될 경우 관세 인하폭인 2.5%만큼의 마진 개선 효과는 현대차가 0.33%(2009년 예상 영업이익률 5.6%), 기아차가 0.54%(2009년 예상 영업이익률 2.4%)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와 부품업체는 완성차보다 중장기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수주에서 납품까지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타이어 중에서는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금호타이어(매수·목표 주가 1만4000원)가 더욱 유리할 전망이다. 부품업체에서는 직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모비스(장기 매수·목표 주가 11만원), 한라공조(중립·목표 주가 1만2600원), S&T대우(매수·목표 주가 2만8000원) 등이 큰 수혜를 볼 전망이다.
내수시장에서는 배기량 기준 세제가 대폭 완화될 예정이다. 이 덕분에 2000㏄가 넘는 대형차에 대한 수요 증가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국내 시장점유율 3년 연속 50%를 웃돌고 있으며, 2000㏄가 넘는 차량 비중이 높은 현대차(매수·목표 주가 8만4000원)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단 조심해야 할 건 한·미 FTA가 양국 국회의 비준을 거쳐 공식 발효될 때까지 최소 1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이다. 타이어 관세는 향후 5년에 걸쳐 철폐되고 국내 자동차 세율도 3년에 걸쳐 인하될 예정이다. 향후 주가 상승은 이러한 호기를 원가 경쟁력 확보와 노사 화합 등을 통해 극대화할 수 있는 업체 위주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sungmoon.suh@truefriend.com)
<세계자동차산업의 추세>
자동차 판매 침체 속에도 차량 전자부품 시장은 급팽창 車 1대에 반도체 250여 가지 한국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
메르세데스 벤츠가 올 1월 국내에 선보인 1억3990만원짜리 고성능 SUV(지프형차) ‘ML 63 AMG’. 이 차에는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iPod)’을 실내 스피커로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연결시스템이 내장돼 있다. 아이팟을 조수석 앞 글로브 박스에 있는 인터페이스 키트에 연결하면, 오디오 버튼으로 마치 차량에 설치된 CD플레이어를 다루듯 아이팟을 켜서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다. BMW가 독일과 미국에서 판매하는 소형차 ‘미니’도 아이팟을 연결해 들을 수 있다. 올해 미국에서 판매될 2007년형 차량 중 50%가 아이팟 연결장치를 탑재할 것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와있다. 2006년형 차량에 아이팟 연결장치를 장착한 비율이 12%였던 점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수치다.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의 절대강자인 아이팟과 연결하는 것은 자동차의 선택품목(옵션)이 아니라 기본장착품목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자동차 산업에 IT(정보기술)가 급속히 융·복합되는 컨버전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차량용 전자부품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비해 성숙기에 들어선 세계 자동차 판매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간 6000만대 규모의 세계 자동차 시장은 2004년을 제외하곤 줄곧 3% 미만의 성장에 머물고 있다. 중국·인도 등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들만 예외다. 중국은 최근 연평균 10%가 넘는 판매증가율을 보이면서, 2006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자동차시장(722만 대)으로 성장했다. 세계 자동차시장이 부진을 보이고 있지만, 자동차 내부를 들여다 보면 BRICs와 같은 신 성장분야가 있다. 바로 자동차용 전자부품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차량가격의 1%에도 미치지 못하였던 자동차용 전자부품은 2000년대에 들어 그 비중이 20% 가까이 증가했다. 2015년에는 이 비율이 4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자동차 1대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대략 250개 정도인데, 이것이 2010년에는 40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금액기준으로 보면 2005년 13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2010년에는 192억 달러 시장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연평균 8%의 높은 성장률이다. 왜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이 이렇게 빨리 성장하는 것일까? 그것은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와 정부 규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사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동차는 기계적인 장치로 이동수단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동차에 대한 요구사항이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환경문제 대응, 안전성과 편의성 제고, 통신기능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자·통신기술이 활용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이 크게 신장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연료효율이 높은 엔진을 개발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엔진효율을 높여 적은 연료로 더 멀리 갈 수 있다면 그만큼 환경문제를 감소시킬 수 있다. 엔진의 연료효율을 높이는 데는 아주 정밀한 연료분사 제어기술이 필요하다. 온도·습도·대기 상태는 물론이고, 자동차의 운행상태를 감안해 연료분사량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지를 달릴 때나 언덕을 올라가고 내려 올 때 등 다양한 운행상태에 대한 연료제어는 기존의 기계적인 장치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사 제어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기계장치의 무게와 부피 때문에 자동차에 탑재하기가 곤란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전자기술이다. 마이크로컴퓨터를 활용하면 연료분사 장치의 무게나 부피를 크게 늘리지 않고 정밀제어를 할 수 있다. 엔진제어에 반도체가 쓰이는 이유다. 자동차의 안전과 편의성을 제고하는 데에도 반도체를 사용하는 전자·통신기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현대차가 개발중인 에쿠스 후속차종(프로젝트명 VI)에는 적응형 크루즈컨트롤(ACC·adaptive cruise control) 장치가 들어간다. 이 차에는 차량 앞쪽에 레이더가 달려 있어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전방에 차량이 나타나면 저절로 감속하고, 차량이 사라지면 속도를 회복한다. 막히는 도로에서 앞 차와의 거리가 좁혀지면 저절로 정지한다. 폴크스바겐·아우디는 ‘차선이탈 경고시스템’을 개발했다. 차량에 내장된 카메라로 주변 차선을 인식, 차량이 방향을 심하게 이탈한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신호를 보낸다. 폴크스바겐의 ‘주의 조절(attention control) 시스템’은 운전자가 깜빡 졸 경우 경고음을 울린다. 차량 내부의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 눈의 변화를 감지해 깨어있는지, 졸고 있는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2008년까지 타이어 공기압 감지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이러한 첨단 장치는 컴퓨터 제어기술을 기초로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카 내비게이션의 경우 지도를 저장하는 데에 메모리 반도체가 쓰이고, 위성을 통해 위치를 확인하고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는 비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된다. 미끄럼을 방지하는 ABS 브레이크, 에어백, 원격 열림 및 잠금장치, 카 스테레오, 에어컨, 운전석 앞의 각종 계기장치, 핸들, 조명 등 자동차에서 반도체가 사용되는 부분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실제로 폴크스바겐의 ‘페이톤’은 장착된 전자부품 수가 총 1만1136개에 달한다. 엔진 컨트롤을 담당하는 전자제어장치의 갯수만 해도 60개가 넘는다. 도요타의 대형 고급차 ‘크라운’에 들어있는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경우, 1991년 20개 미만이던 것이 2003년에는 50개로 늘어났다. 자동차가 겉으로는 기계지만 사실상 전자제품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차량 내 모든 가동장치의 전자화(x-by-wire 혹은 drive-by-wire) 개념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제동·조향·현가장치 등에 있어서 기계적 연결을 전자신호로 가동하는 전선으로 대치하고, 각각의 부품들의 움직임을 통합하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자동차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은 기계적인 연결장치와 유압(油壓)을 이용한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이런 부분을 전자신호로 바꿔 운영하는 부분이 크게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더라도 실제로 운전자가 페달을 밟는 만큼 기계적으로 바퀴가 잠기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보낸 제동 신호를 차량 내의 컴퓨터가 파악해 가장 안정적으로 최적의 승차감을 유지하며 멈출 수 있도록 알아서 조절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항공기에 사용되는 고도의 전자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하는 등 자동차의 IT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텔레매틱스(교통정보 시스템), 하이브리드카와 연료전지차 등 차세대 기술은 그 기반이 전자·정보통신 기술이어서 자동차용 반도체의 수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렇게 급성장하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활약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해외업체들이다. 한국은 대부분의 차량용 반도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세계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유럽·미국·일본의 전자 및 자동차 업체들이 각기 자국시장을 차지한 가운데, 이렇다 할 공급업체가 없는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구조다. 주요 업체로는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미국의 프리스케일(11%)을 비롯해 유럽의 인피니온(9%)과 ST마이크로(8%), 일본의 르네사스(8%), 유럽의 NXP필립스(6%), 일본 NEC(6%) 등이 있다. 국내 자동차 및 전자업계는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의 일환으로 자동차용 반도체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 결과 네트워크 반도체의 시제품을 개발하는 등 일부 가시적인 성과도 있다. 하지만 아직 해외업체를 능가하는 경쟁력을 배양하지는 못하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자동차 기술과 반도체 기술이 융합돼야 개발이 가능하다. 운전자와 승객의 생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제품이다. 자동차용 반도체가 차세대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보다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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