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의 전제, 살인
1) 살인자의 심리
한 동물학자의 연구를 보면 진화론적으로 어떤 종류의 동물은 동종의 동료을 상해하거나 살해하는 일이 없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인간은 동종간의 살인을 매우 일반적으로 행한다는 점에서 두드러진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동물 행동학자인 로렌츠에 의하면 인간의 경우 다른 동물들과의 차이점은 그들 상호간 살인하는 특성을 가진다고 한다.
인간에 있어 동종간의 살인은 대규모적인 전쟁과 소규모적인 살인범죄로 구별되고 중규모적인 학살 및 대량살인의 경우도 있다. 한 사람을 살해하면 범죄이고 다수를 살해하면 영웅이라는 논법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은 그 근본적인 상황에서는 살인과 연루되어 있는 것이고 살인의 대립되는 형벌도 그 예외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을 의도적으로 박탈하는 살인행위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 있어서도 중대한 범죄로 간주되어 왔다. 가로팔로는 범죄를 사회학적으로 정의하여 어떠한 문명사회도 살인행위를 범죄로 인정하여 형벌에 의하여 규제하지 아니할 수 없는 행위라고 하였다. 즉 정직성과 동정심의 완전한 결함으로서의 살인은 자연범죄의 하나로서 마땅히 형벌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이 상호간에 살인을 하는 것은 무기의 발달과 언어 및 추상능력의 발달에서 상대를 인간이 아닌 부정되어야 하는 적이나 악의 기호화된 것으로 대체해 버리는 작용에서 발생한 문화의 산물이라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살인은 틀림없이 인류의 문화현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고 살인은 사회문화의 변천에 의해서 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살인의 일반적인 현상분석
1. 살인의 경향
살인의 발생빈도나 형태는 변천하는 인간의 생활양식이나 사회구조 중의 하나에 포함되고 있다. 그러나 살인의 발생빈도나 형태는 사회적·문화적인 요인에 의하여 많은 차이가 있다. 그 예를 보면, 살인발생률은 미국의 경우 중앙동남부가 가장 높고, 그 지방에서도 가장 높은 곳은 인구 10만 명 내지 25만 명의 도시에서 10만 명당 31.9명이었고, 가장 낮은 곳은 인구 2만5천 명 내지 5만 명인 도시에서 10만 명당 2.7명이었다. 중앙대서양주에서는 10만 명당 1.28명 내지 3.28명이었으며 중앙동북부는 인구 10만 명당 1.8명 내지 5.81명을 나타냈다. 이와 같이 살인발생률은 농촌이나 교외에 비하여 대도시에서 높으며, 백인보다 흑인이 더 높다.
이러한 살인발생률의 차이는 가치관의 문제, 교육에 의한 사회화의 정도, 종교상의 억제, 대도시에 집중한 슬럼, 인종문제, 하류층계층의 소외감이라고 하는 사회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살인은 이러한 사회 속의 인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극히 인간적인 현상이다. 많은 연구가 보여 주는 것처럼 살인이 가장 빈번히 발생되는 경우는 가정 내의 싸움이나 술자리에서의 언쟁에서 많다고 한다. 즉 사소한 언쟁에서 급격히 예기치 않았던 것이 보다 중대한 결과에 이르는 것이다. 일상의 인간관계와 의식에 있어서의 자아를 손상시키는 모욕적인 언동이나 적의가 누적, 격렬한 혈투 등의 성격적인 요인이 살인발생에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인간의 역동적인 행동의 하나로서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살인의 동기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간관계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한 한 조사연구를 보면 살인피해자가 가족인 경우는 57%, 면식이 있는 경우가 31%, 면식이 없는 사람인 경우가 12%라고 한다.
살인의 일반적인 경향은 남성의 경우 격정이나 싸움·말다툼에 의한 기회적인 살인이 많아 면식이 있는 사람, 친구, 면식이 없는 사람이 피해자로 되기 쉽다. 이에 반하여 여성의 살인은 그 장소에서 일시적인 감정의 폭발로 범행에 이르는 것은 적고, 어느 정도의 계획성이나 피해자와 가까운 관계에 있는 가족 간의 불화나 원한·분노에 의해서 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남편, 자녀, 애인 등의 피해자가 많다.
이와 같이 여성이 가족이나 이성 등 극히 가까운 사람들과의 원한·질시로 인한 애정갈등이 동기가 되어 살인을 범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여성의 살인은 양적인 면에서는 적으나 동기나 형태 면에서는 상당히 특징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남녀 공히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반드시 가해자의 일방적인 공격에 의하여 살인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피해자측에서 책임이 있는 살인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울프강은 피해자에 의하여 유발되는 살인이 26%가 된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일본의 唐木伸은 살인에 있어서 피해자에 의한 살인이 64%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 경우 피해자측도 범죄성향이 많으며, 가해자로 될 가능성이 많은 피해자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살인의 수단으로서는 대검찰청에서 발행한 범죄분석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도검이나 독극물, 줄(끈), 총기 등의 순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남성의 경우 도검이나 도끼 등 날이 있는 도구가 48.2%이고, 여성의 경우 끈(줄)을 사용하는 것이 32.0%라고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각국에 공통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2. 살인의 일반적 특징
먼저 연령별로 살펴보면 살인범은 일반적으로 남녀가 20∼25세에서 가장 많고, 평균연령은 여성이 높고 분산폭도 넓다.
남성의 경우는 피해자의 평균연령이 가해자보다 높지만 여성은 여성에게 특유한 영아살인이 많고 특히 여성범죄의 하나인 영아유기는 영아살인과도 관련되는 것으로 피해자의 평균연령이 낮은 것이 특징적인 형태라 하겠다. 성별에 있어서는 여성에 비해서 남성의 살인이 높은 것은 일반범죄와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범죄분석에 의하면 형법범의 성별비교에 있어 총 범죄비율은 남자의 경우 85.9%이고 여자의 경우 14.1%이다. 또한 살인의 경우는 남자가 80.6%, 여자가 19.4%로 나타나고 있어 여자는 남자에 비하여 크게 낮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본의 岡崎文規의 조사에 의하면 남성이 살해한 피해자의 52.8%가 여성이고 여성이 살해한 피해자의 67.5%가 남성이어서 남녀간의 의견충돌에서 발생한 살인이 많은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살인발생률이 높은 미국에서는 여성의 피해율이 낮고, 살인발생률이 낮은 영국과 북구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반대로 여성의 피해율이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성범죄에 있어서는 양적 차이보다는 오히려 질적인 차이에 여성범죄의 특징이 있다고 보여진다. 이에 대한 사실은 범죄행동발생의 메커니즘을 추구하는 가운데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직업에 관해서 살인발생률이 높은 것은 무직, 농공업, 상업, 종업원 순이고 특히 여성의 경우는 무직, 주부, 서비스업 등이 많다. 여기서 가해자·피해자가 똑같이 남녀를 불문하고 무직이 많다는 것은 사회생활의 면에서 안정성이 결여된 자가 살인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남성의 경우는 청년기의 불안정한 생활환경을 배경으로 젊음과 결부된 공격성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과별로는 살인자는 초범자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2범, 3범의 순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살인범을 이상과 같은 몇 개의 특징으로서 그 동인의 기준을 삼을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살인자를 이해할 수 있는 메커니즘의 추구는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즉 살인은 그 동인이 교묘히 위장되어 있으므로 그 정신상태를 깊이 이해하기 전에는 살인자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살인행위는 개별적인 특수한 원인에 의하여 행해지기 때문에 외부적인 동기가 존재한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3)공격 매커니즘과 살인
1. 욕구불만과 공격
공격은 일반적으로 개인적인 상해와 신체적인 손상을 낳게 하는 행위로 정의되고 있다. 그러나 신체에 유해하고 파괴적인 모든 행위가 모두 공격적인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상해가 상황을 판단하는 결정요소이기는 하지만 공격은 어떤 형태의 해로운 행위에는 공격의 수준표시를 하고 또 어떤 것에는 표시하지 않는 결정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덜라드와 밀러는 공격이 욕구불만에 의하여 유발된다고 가정하였고, 팔머는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욕구불만을 체험한 살인자가 많은 것에 관심을 갖고 복역중인 살인자에 관하여 출생전 및 해산의 조건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조사결과에서 정상적인 형제들과 비교하여 난산, 간질병, 신체적 결함이나 질환, 대뇌마비, 지능장애 등의 점에서 신체적인 욕구불만의 체험률이 높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공격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욕구불만이다. 난산에 의한 어머니의 고통체험과 신체적 결함이나 질환으로 인한 어린이로서 인지된 결과, 어머니에 대한 무의식중에 적의가 형성되어 부모의 거부적 태도가 어린이에게 욕구불만을 발생케 하여 공격을 유발하게 한다. 더욱이 평소에 말이 없는 극히 내성적으로 보이면서도 내면에 심한 공격의 형태가 형성되어 분노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채로 폭언, 절도, 간벽, 동물학대와 같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형으로 행동화해 가는 것에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에 대한 애정적 느낌이 멀어져서 효과적으로 공격성을 통제하는 능력을 몸에 지니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근거한 살인을 원시범죄의 하나로 보는 정신분석학파에서는 인간이 원시적으로 갖는 자기파괴충동이 다른 사람에게 향하게 되어 공격적인 파괴를 한다고 하는 본능적인 공격이 있다.
4)알코올의 영향과 살인
먼저 알코올의 생리적 영향에 관하여 살펴보면 알코올은 사실상 중추신경계통에 영향을 주는 약물이다. 알코올은 진정제로 작용하여 두뇌중추신경의 억제기능을 마비시킨다. 따라서 알코올의 첫 번째 효과는 자극성이다. 알코올은 긴장과 억제를 감소시켜서 사교적이고 즐거운 기분이 팽만하도록 만들 수 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의심이 많아지고 심지어는 난폭해지기도 한다. 많은 양의 알코올은 복잡한 사고과정을 저해한다. 즉 운동조정, 신체균형, 발성 그리고 시력을 손상시킨다.
만성적인 알코올중독이 생리적 중독으로까지 발전하게 되기 때문에 어떤 이론가들은 사람들이 중독을 가져오는 음주패턴을 갖게 되는 이유로서 생리적 요인들을 지적하였다. 동물의 경우 알코올에 대한 선호도나 무관심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 알코올을 선호하는 종족 내에서 선택적으로 교미를 시켜서 알코올을 상당히 더 좋아하는 동물로 길러낼 수 있다.
또한 인간의 경우에도 알코올중독이 가계를 통해서 유전된다는 증거가 있다. 많은 연구들은 알코올중독자의 친척 및 자녀들이 많은 알코올중독자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2란성 쌍생아보다 1란성 쌍생아의 경우가 알코올중독의 일치율이 높음을 입증한 연구결과도 유전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알코올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보아도 알코올은 공격성을 자극하고 불안을 감소시키며 성적 반응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살인과 알코올은 매우 중요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알코올중독이 살인발생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여기서 먼저 알코올이 살인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직접 알코올중독자에 작용하여 살인을 행하게 하는 것,
(2) 알코올중독자 가족에 대하여 간접적으로 작용하여 살인을 행하게 하는 것,
(3) 알코올중독자의 자손에 대하여 생물학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주어 자손이 살인행위를 하는 경우이다.
어떻든 간에 알코올은 공격행동으로 발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약물이다. 살인은 다른 범죄에 비하여 알코올로 인한 살인이 높아 반수 이상의 사건이 알코올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울프강의 연구에 의하면 가해자와 피해자 공히 알코올로 인한 살인은 43.5%라고 한다. 일본의 경우 알코올의 영향으로 인한 살인발생률은 일반적으로 낮아서 야마오까의 자료에 의하면 31%로 나타나고 있고, 여성은 이보다 낮다.
알코올이 반드시 살인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코올로 인한 살인이 특히 주말에 많은 것은 싸움, 시비와 같은 형태로 발전하여 알코올의 만취영향으로 대인접촉을 우쭐하게 하는 한편, 억제력의 저하에 따른 인격과 행동의 이질성과 이상한 관계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알코올사용으로 일반적으로 주의가 산만해지고 사고는 천박해져 자제력이 상실되고 기분은 발양하고 정신상태가 맑아지고 피로감이 없어지기 때문에 외부적 행동이 용이하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알코올이 살인행위의 결정인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5)정신장해와 살인
정신장해에 관한 정의는 정신이상으로 인해 야기된 행동상의 문제를 지칭하는 것이다. 즉 여러 가지 사회법규를 침해한 혹은 그것에서 벗어났다고 하는 사례에 근거하여 그 사례를 결과시킨 원인이 정신장애에 있다고 하는 인정에 의해, 요치료·요보호로서 의사를 정점으로 한 의료종사자에게 어떤 의료적 대응을 행하게 된 상황이라 하겠다.
정신이상자가 범죄에 빠지기 쉬운 정신이상을 범죄원인으로서 중시하는 입장은 부정되고 있지만 살인이나 방화 등 일부의 범죄에 대하여는 약간 그 양상을 달리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살인자의 정신의학적 진단에 있어 정신분열증은 간질병, 심적 반응에 많지만 정신이상의 정도가 심하면 거의 사회생활이 불가능하여 대인관계도 극히 한정되어 있으며 발병초기가 위험하다. 즉 표면상으로 나타나는 인격의 붕괴도 없이 활발한 욕구나 감정의 움직임이 있고 사회와의 접촉이 유지된 채로 판단력·통제력의 저하나 주관적인 이상 체험
등이 겹쳐 주위와의 관계에 이상이 있는 가운데 돌발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신이상자는 범행 후의 태도가 이상할 정도로 태연하며 살인범행의 동기가 밝혀지고 보면 너무나도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즉 살인의 동기가 표면적으로 돈을 얻어 사업을 하고 싶었다거나 어떤 사람을 없애버리고 싶었다는 욕망과 같은 오직 합리적인 동기만을 장황하게 나열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비합리적인 동기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살인자가 갖는 사고의 장해는 망상인데 망상은 쉽게 말하면 현실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믿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살인하도록 명령하는 내부의 지시를 따른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게 해를 끼치려고 음모하고 있다는 편집광적인 의심에 대하여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공격을 하는 자도 있다. 또한 어떤 사람은 영향력 있는 사람을 제거시키는 것이 그들의 영웅적 책임이라는 확신 때문에 살인을 하는 것이다.
유명한 세익스피어의 작품 '오델로'에서 오델로가 그의 부인 목을 조르는 장면은 오델로 장군의 깊은 피해망상을 보여 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오델로는 장자기풍의 고상한 성격을 가졌고 남을 의심할 줄 모르며 질투심과 같은 격정은 그의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의 성격은 지나칠 정도로까지 단순하다. 그러나 단순성이 오델로에게는 결함이 될 수 없으나 남편으로서의 오델로는 무한한 피해망상을 보여 준 예라 하겠다.
한 환자는 정신분열증 환자였는데 그는 항상 박해자로부터 추적을 당하다가 지시받는 지시망상으로 그 박해자를 죽이라는 환청을 들어서 그대로 그 환자는 시행하였다. 법정에서 그는 자신이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누가 죽이라고 명령했다고 진술했다.
또 한 예는 "정신병 30대, 5명 살인극"이라는 신문의 머릿기사에 실린 이야기다. 35세 된 목수 조 모씨는 10개월 동안 세들어 살던 전 집주인 일가족 4명과 이웃 주민 1명 모두 5명을 흉기로 가슴을 마구 찔러 숨지게 했다.
그의 범행동기는 신 모씨 부부가 나에게 평소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구박하여 계약이 끝나기도 전에 내쫓았으며 "정신병자 주제에 여자와 사귄다"고 흉을 봐 죽이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누군가 자신의 귀에 보청장치를 해 소음에 시달리게 하고 멀티비전으로 행동을 감시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신병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는 정신분열증 망상형 환자로, 주어진 상황에 대해 부적합하고 비약하는 반응을 보여준 살인행위자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망상은 여러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비단 살인뿐 아니라 폭력적·파괴적 행동양상으로 빈번히 나타나는 병적인 형태인 것이다. 블랙번은 그의 연구에서 정신장해가 있는 살인자에 대한 심리테스트의 결과 정신장해자의 살인은 억압적인 형이나 편집광적·공격적인 형이 많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6) 살인의 역사..
살인은 인류의 삶이 시작되면서 동시에 같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생존을 위한 싸움에서 살인은 불가피한 일이었지만, 그런 삶에서도 살인은 가볍게 볼 수 없는 인간사였나 보다. 그때에는 상대방을 죽여야 자신의 먹이를 얻게 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을 것이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살인은 인간에게 최대의 심리적 부담을 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장을 지지할 수 있는 증거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Zimbardo(1969)는 옛날 부족 국가에서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전쟁 춤과 노래로 전쟁 예식을 거행해서 전사들이 탈개인화 상태(deindividustion)에 이르도록 한 후에 전쟁을 치르도록 했다. 그리고 마오리와 나이지리아의 부족은 인간의 살을 먹기 전에 행하는 의식이 강렬했으며, 산 채로 먹을 때는 더욱 강렬해서 모두가 탈개인화된 상태에서 일을 처리하였다.
인간의 생명은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가장 귀중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것이 이해가 안 되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면 충분한 설명을 얻을 것이다. 그래서 타인의 생명을 취한다는 것은 가장 무서운 일이며, 가장 큰 죄악이다.
살인의 역사, 욕망과 광기...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
인류 최초의 살인은 서구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구약성서 창세기 편에 나오는 카인이 아벨을 살해한 사건일 것이다. 카인은 아담이 아벨을 편애하자 질투에 눈이 멀어 아벨을 돌로 쳐죽였다. 우리는 인류 최초의 이 살인사건에서 작은아들을 사랑하는 부모의 관습, 그로 인해 소외된 인간이 번민을 하다가 살인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하느님이 창조한 창세 시대에 벌어진 이 살인사건은 얼추 단순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내면에 성찰해야할 많은 문제를 갖고 있었다. 애정의 결핍과 소외, 분노, 욕망, 장자 상속권으로 상징되는 권력에 대한 집착을 이 살인사건의 내면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는 살인사건들의 중요한 원인이다.
창세시대 카인의 살인사건 이후 살인은 시대를 초월하여 계속되고 있다. 살인사건의 내용도 다양해 독살, 암살, 교살, 총기류나 흉기에 의한 살인, 대량살인, 연쇄살인, 성범죄에 의한 살인,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의한 살인, 사회병리에 의한 살인, 동기없는 살인까지 놀라울 정도로 수많은 사건들이 전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세계의 100대 살인사건, 대량살인과 연쇄살인사건, 인육살인사건 등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거나 센세이션을 일으킨 사건을 살펴보고 있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과 잔혹성에 대한 근원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서양에서나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러한 살인사건을 다룬 책들이 활발하게 출간되어 관계자들의 연구자료가 되고 일반인들에게는 경종이 되게 하고 있다. 또한 추리소설이나 영화의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잔혹한 살인을 보고 무엇을 배워야하는 것일까.
까뮈의 소설 '이방인'에서는 주인공이 햇볕이 따가워 총으로 사람을 살해하고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다. 범죄 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동기없는 살인이 되는데 결국은 자신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타인을 죽이는 것은 곧 나를 죽이게 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살인사건들은 현대에 이르러 폭발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햇볕이 따가워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공중전화 때문에 시비를 걸다가 살인을 하고 주차 문제로 사람을 죽인다.
살인사건은 결코 모방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행위는 모방을 해도 살인심리는 모방하는 것이 아니다. 지존파 사건의 범인들은 지하실에 소각로를 설치하여 시체를 태워 없앴고 영국의 '헤이'라는 살인마는 황산통을 만들어 시체를 녹여서 없앴다. 그러나 그들의 범죄는 책에도 없었고 영화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유사한 사건을 저지른 것은 살인이 결코 모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그 어떤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엽기적이고 잔혹한 사건을 저지른 살인마들은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이 흉악무도한 살인사건이라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 '찢어죽이는 잭'으로 유명한 영국의 살인마 '피터 셔트클리프'는 자신의 내면에 핏빛의 광기가 존재하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매춘부들을 유혹하여 옷을 벗기고 닥치는대로 난도질한 뒤에 찢어죽였다. 왜 그랬을까. 우리는 이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지 않을 수없다.
프랑스의 '잔느'라는 여자는 갓난아기들만 집중적으로 살해했다. 그녀는 갓난아기만 보면 광적으로 죽이고 싶어했는데 끝내 이유를 밝혀낼 수없었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들은 유아 살해에 희열을 느끼는 증세라고 진단했다. 도대체 그런 증세도 있는 것일까. 그녀는 자신의 세 아이까지 죽이는 비정한 면모를 보여줄 정도로 어린이 살해에 집착을 보이고 있었다.
살인의 역사는 오래된다. 창세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역사 책 속에서도 수많은 살인을 접한다. 불과 몇 백년전만 해도 상당수의 민족들이 살육과 약탈을 일삼았다. 독일인들은 유태인 6백만 명을 학살했고 일본인들은 남경에서 무고한 중국인 30만명을 학살했다. 캄보디아에서는 킬링필드가 이루어졌다. 비교적 문명이 발달한 나라에서도 절대 군주, 힘있는 자들의 살인은 상상을 초월했다. 춘추시대 중국의 왕들은 사람들을 처형할 때 해형( 刑)에 처하거나 거열형(車裂刑)에 처했다. 해형은 사람을 육포로 떠서 소금에 절여 젓갈을 만드는 것이고 거열형은 사지를 찢어죽이는 것이다.
중국에는 식인 문화도 발달했다. 당나라 시대에 이미 중국에서는 인육을 저울에 달아서 팔았다. 흉년이 들어 굶주리게 되면 백성들이 자식을 바꾸어 삶아 먹었다는 기록이 역사책에 흔하게 나온다.
그렇다면 살인은 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살인의 시대에 살고 있다. 20세기 들어서 살인은 폭발적인 증가 주세를 보고 있다. 살인의 이유도 뚜렷하지 않고 우리는 마치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는 듯하다.
욕망의 역사
서양에서의 살인은 카인이 아벨을 돌로 쳐죽이는 존속살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타인이 아닌 존속을 살해한 것이 창세기에 기록된 것일까. 우리는 그것을 종교적인 특정한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나 창세기가 씌어질 무렵 살인사건이 보편화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고 유추해보게 된다.
중국에서도 존속살인은 흔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중국 최고의 성군이라는 요순시대(堯舜時代)에 이미 순의 배다른 아우 상이 순을 몇 번씩이나 살해하려고 음모를 꾸몄는가하면 중국 최대의 암흑기라는 춘추전국시대로 넘어오면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게 된다. 형제를 죽이는 일은 너무 많아서 죽이지 않는 일을 찾는 것만 못하다.
존속살인은 권력에 대한 욕망과 소외로 대별되는데 후자는 비교적 근세에 이르러서야 주로 등장하고 있다. 권력에 대한 욕망은 성에 대한 욕망과도 맞물려 있다.
욕망에 의한 살인 역시 권력에 의한 살인 못지 않게 그 뿌리가 깊고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브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 무화과 열매를 따먹어 인류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중국의 상고시대에 해당하는 은허시대(殷墟時代)에는 주지육림이 만들어져 탐욕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알 수 있다.
춘추시대에 오로지 욕망 때문에 제양공과 근친상간을 한 문강(文姜), 임금과 대신들과 번갈아가며 음탕한 짓을 저지른 하희(夏姬), 아들의 부인이 될 며느리를 빼앗은 위선공(衛宣公)과 초평왕(楚平王)의 모습을 보노라면 욕망의 실체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짐작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대개 권력자들에게서 일어난 일이었다. 일반 서민들은 욕망보다는 기아와 전쟁을 피하기 위한 것만 관심이 있었다. 성에 대한 욕망은 억제되었고 관심을 돌릴 틈조차 없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영국에 산업혁명이 일어나 전유럽에 퍼지면서 민중이 새로운 주체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들은 기아와 추위, 그리고 전쟁에서 해방되면서 성의 욕망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이 무렵에 포르노 문학이 등장한 것도 전혀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다.
원시시대, 혹은 봉건시대에 여자들은 약탈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군사들은 점령지를 피바다로 만들면 여자들을 반드시 겁탈하고 살육했다. 그리고는 여자들을 물건처럼 수레에 싣고 돌아와 성의 노리개로 만들었다.
욕망은 이처럼 승리자, 혹은 권력자의 것이었다. 그때의 제왕들은 수십명의 후궁에 수백명의 궁녀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녀들은 모두 제왕의 전유물이고 그의 욕망을 배설하는 대상이었다.
세상은 변화되었다. 옛날에는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확연히 구분되었으나 산업사회로 이행되면서 그 관계가 모호해졌다. 그 동안 지배자는 세습이 되었으나 새로운 시대에서는 지배자가 부(富)를 축적하여 권력자로 부상했다. 많은 노동자와 농민들도 노동의 대가에 따라 나름대로의 부(富)를 얻고 성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되었다. 이것은 분명히 새로운 현상이었고 필연적으로 성의 욕망에 의한 살인이 서서히 대중화되어 가는 단계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징조였다.
욕망이 살인으로 발전하는 것은 굴절된 심리 때문이다. 19세기 들어서 굴절된 욕망의 심리 때문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1888년 영국의 런던에서 난도질 잭 사건이 발생했다. 살해된 여자들은 하체가 벗겨져 있었고 난도질이 되어 있었다. 여자의 하체를 벗겨놓은 사건은 가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전율했고 공포에 떨었다. 난도질 잭은 여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면서 성적인 오르가즘을 느꼈다. 난도질 잭 사건이 발생한 후에 영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했다.
프랑스에서도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다. 브랑송 지방에서 20세의 한 여성이 목이 잘리고 오른쪽 유방이 도려진 참혹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살인마는 이처럼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 뒤에 시체와 성교했다. 살인마 조셉 바셀은 모두 11명의 여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에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이러한 사건은 독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전유럽이 같은 상황에 있었다.
욕망과 살인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광기의 역사
우리는 언제나 살인사건의 위협 속에서 살고 있다. 살인사건은 문명이 발달할수록 잔혹해지고 엽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의 살인사건들의 상당 부분이 욕망과 광기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기로 인해 빚어지는 살인사건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가까운 실례로 얼마 전에 친부모를 살해하여 토막을 낸 이모군 사건에서 우리는 광기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기 며칠 전부터 부모와의 극심한 갈등 으로 정신적인 패닉(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물론 그는 극악한 불량배도 아니었고 우범자도 아니었다. 그는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할 정도로 온순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내부에 차곡차곡 쌓여 가는 분노를 해소시키거나 폭발시키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는 단순하게 부모와의 대립을 피하려고만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그의 살인은 부모와의 대립을 피하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았다.
광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예술가들에게도 광기가 있고 학자들에게도 광적인 집착이 있다. 신앙을 믿는 사람들에게도 광신의 위험이 있다.
문제는 살인에의 광기다. 간호사들을 대량 살해한 리차드 스펙, 테드 번디의 연쇄살인은 광기의 분출이다. 광기는 정신질환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정신분열에 가까운 정신질환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사고나 행동의 범위를 뛰어넘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남경대학살을 들 수 있다. 일본군은 노구교사건 이후 본격적인 중일전쟁을 벌이면서 남경 일대에서 6주 동안에 약 30만 명의 중국인을 학살했다. 여자들을 닥치는대로 겁탈한 뒤에 시신을 발가벗겨 놓고 국부에 대나무를 꽂아 놓았는가하면 민간인들의 목베기 시합을 벌인 일본인 장교도 있었다. 일본의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은 중국인의 목을 베는 일본군의 시합을 스포츠 중계하듯이 보도하여 전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물론 히틀러도 6백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했고 캄보디아의 폴포트 정권은 킬링필드(해골무덤)를 만들어놓기도 했다. 이것은 전쟁으로 인한 집단 광기다. 아직도 전쟁은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고 작은 전쟁, 살인마들이 벌이는 살인 행각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7) 연쇄살인의 전제, 개인살인.
살인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면, 개인살인과 조직살인이다. 개인살인이란 말 그대로 개인이 타인을 살인하는 것이며, 조직살인이란 조직의 목적을 위해서 개인이나 조직이 살인하는 경우다. 연쇄살인은 이미 언급했듯이 개인살인이다.
<표 7-1>은 개인살인과 조직살인을 비교하며 설명한다.
<표 7-1> 개인살인과 조직살인의 차이 비교
Ressler, R. K., Bugess, A. W., & Douglas, J. E. (1988)
<표 7-1>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조직범죄는 처음부터 살인 계획에 의해서 이행된다. 한편 개인살인은 아무런 계획이 없고, 갑작스런 충동에 의해서 일을 저지르는 것이 보통이다. 살인하는 장소도 조직살인은 철저하게 선정되지만, 개인살인은 불시에 일어나는 분노 때문에 아무 곳에서나 일어난다. 우리들이 낯선 사람과 만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개인살인의 경우에 피해자는 살인자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개인에 의해서 살해당하는 사람은 가족, 면식자, 비면식자의 순으로 많은 비율을 갖는다.
밀접한 대인 관계에서 상치되는 의견은 말다툼으로 변하고, 이로 인해서 분노가 치솟게 되면, 더 이상의 대화도 필요 없이 희생자에게 화를 쏟아 붓는가 보다. 가해자는 격정에 못 이겨서 살인을 한 후, 더 이상 그 장소에 머물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러한 여유도 없기 때문에 희생자와 무기를 남겨둔 채 현장을 떠나고 만다.
조직살인은 개인살인에 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에 의해서 이행된다. 물론 살인자는 조직의 명에 의해 행동하면서 어떤 흔적도 남기려 하지 않는다. 조직살인은 이성을 잃지 않고 차가운 머리로 일을 행하므로, 범행장소, 필요한 대화, 사용하는 방법, 증거인멸, 시체를 감추는 것까지 완벽을 기하려 노력한다.
<표 7-1>은 개인살인과 조직살인의 차이에 있어 살인자 당사자보다는 범행과 관련된 여러 측면들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제 조직살인자와 개인살인자의 특성을 다시 보기로 한다.
<표 7-2> 개인살인자와 조직살인자의 성격 특성
Ressler, R. K., Bugess, A. W., & Douglas, J. E. (1988)
조직살인자와 개인살인자는 <표 7-2>에서 알 수 있듯이, 생활 자체에서 차이가 있다. 개인살인자는 지능에서도 떨어지고, 사회적 경력에서도 능력 없는 그런 사람으로 묘사된다. 이들은 유아기 때, 가정도 불안정했고 형제도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한편 조직살인자는 살인하는 동기가 조직의 지시에 의한 것이기에, 이런 사람은 특수한 조직 생활을 할 만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조직살인자는 조직으로부터 생활비를 지급받고 있으니까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고, 혼자 생활하는 경우가 드물 것이다.
개인살인자는 사려 깊은 사람이 아니며, 혼자 생활하기에 자신의 세계에 머무는 시간이 다른 사람보다 더 많다. 우리들은 사회 생활을 하는 가운데 자신의 신념, 태도, 행동을 타인과 비교하면서 수정하고 변화시키며 사회에 적응한다. 그러나 개인살인자들은 이런 사회적 비교를 피하거나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정상적인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래서 고착된 사고는 점점 더 한길을 가게 되며, 이러한 사고 형태가 범죄로 이어진다.
살인의 대책-이상현 견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살인을 현상적으로 포착하여 그 특징적인 양상을 살펴보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나 그 발생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살인행위 그 자체를 물리적으로 근절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교육이나 정신위생적인 면에서 적절한 예방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보인다. 개인의 정신위생으로서 욕구불만은 평화적이고 합리적인 배출구를 찾는다면 생활의 원동력, 활력소가 될 것이다.
욕구불만에 대한 인내성이나 사회적으로 용인된 감정의 발산법을 익숙케 하기 위해서는 유아 초기에 있어서 건전한 가정환경 속에서 적절한 사회화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건강한 자기통제력을 몸에 익힌 사람은 어떠한 위기에 처해도 공격적인 행위를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긴장을 내포한 가정은 올바른 가치관을 심는 교육에 유념해야 할 것이고 사회의 저변에 있거나 주변인으로부터 열등감이나 소외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삶의 보람이나 사회와의 연대감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제도가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형사정책적인 관점에서 살인행위와 결부되기 쉬운 총기, 도검류, 독극물 등의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격정을 느끼면 살인의 수단으로서 접근하기 쉬운 흉기가 선택된다는 점을 보아도 어떠한 결정적인 방법 없이는 해결책이 어려운 것이다. 알콜은 충동과 연결되기 쉬우므로 음주의 악습에 빠지지 않도록 선도하는 기관의 설립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공격행위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TV나 영화를 중심으로 하는 매스컴의 규제에 관하여서도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살인범에 대한 형벌에 있어서 사형제도는 높은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왔으나 이에 대한 살인억제효과는 오히려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이에 대해서 슈에슬러(F. K. Schuessler)와 서덜랜드(E. H. Sutherland) 교수는 입법자의 상식적인 의도와는 전혀 다른 동기나 심리기제로서 살인이 행하여진다고 하여 사형제도와 살인의 발생률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에도 교도소에서 사회에 복귀한 전과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없애고 심리적 강제의 방법에 의하여 정상적인 사람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용의 정신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몇 가지 대책이 전부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개인적인 심리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하여 보다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해명이 더한층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