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대한민국 국민이면 관심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수능이 치러졌다. 우리 아이는 고2 . 아직 1년이 남았지만 남의 일 같지 않아 착잡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아무리 그래도 수험생 엄마 마음만 하랴? '이번 수능은 난이도가 어느 정도일까? 이번에는 어떤 과목이 또 애들의 발목을 잡을까?' 나는 그저 궁금한 정도이지만 수험생을 둔 엄마는 얼마나 애가 탈까 생각하니 1년 후의 내 모습이 그려지는 듯 했다. 우리 친구들 중 몇몇이 수험생 엄마인 것을 아는지라 그들에게는 오늘 하루가 얼마나 길게 느껴질까 하는 생각을 하며, 모두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됐으면 싶다. 교육사업을 하는 있는 나의 특성상 수능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과제이다. 우리 학원생이나 독서실 학생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BS의 수능경향을 듣는다. 귀를 쫑긋 세우고.... 특히 수리영역. 수리 가형이 어려웠단다. 다행히 수리 나형은 무난했고. 따르릉~ , 남편의 전화다. 목소리가 밝다. 학생 아버지로부터 전화를 받았단다. 첫 마디가 '고맙습니다'였단다. 수리 나형에서 100점을 받았단다. 너무 너무 기쁘다. 내 일처럼 가슴이 뿌듯해온다. 기쁜 마음에 기대주였던 ○○의 점수가 궁금하다. 모의고사에서 항상 수리영역 100점을 받던 학생이다. "○○이는 어떻대요?" "수리 나형이 너무 어려워서 4점 짜리를 3개나 틀렸다는군." "어떡해~ , 어쩌다가?" "다들 어려웠다니까 표준점수를 기대해보는 수 밖에......" 전화를 끊고 나니 그 애 엄마, 아빠의 얼굴이 떠오른다. 속이 속이 아닐텐데.... 우리 아이들은 길게 보면 12년, 짧게 보면 3년 정도를 수능이라는 이 하루를 위하여 공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모든 노력을 단 하루만에 올인 해야 한다. 물론 전인교육의 차원에서 보면 수능을 위한 교육이 아닌, 인간이 되기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엄마로써 '수능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자신이 없다. 이제 나도 고3 엄마이다. 내 아이에게 공부라는 올가미를 씌워 점수의 화신인 양 아이를 몰아세워야만 한다. 자식이 불쌍해 보여도, 안쓰러워 보여도 모른 척하고 무조건 밀어붙여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하는데는 '너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말이다. 그렇지만 가끔씩 회의가 드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이것이 최선인가?' 그러나 금방 현실로 돌아오면 '어쨓든 열심히 해서 좋은 점수 받아야 돼'로 귀결된다. 왜냐하면 수능 점수로 인생의 여러 갈래 길에서 하나의 길이 결정될 수도 있으니까. 물론 그 길이 최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24년 전 내가 치뤘던 학력고사. 그 때의 결과가 조금 더 나았더라면 내 인생의 길이 좀 달라졌으리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으니까. 그 길은 좀 더 '나은'이 아니라 좀 더 '다른'일 것이다. 내 아이가 이러한 것을 깨닫게 되려면 또 나만큼의 나이를 먹어서일까? 어쨓든 대한민국의 수험생, 그리고 수험생 엄마. 모두들 정말 정말 수고했고 고생 많았습니다. 그 모든 어려움과 힘든 수험생 생활과 그 뒷바라지로 1년을 잘 견디고 수능이라는 결실을 얻게된데 경의를 표하며 , 후배로써 또한 열심히 1년을 후회없이 살아가도록 할 것을 다짐합니다. 2005년 11월 수능일의 단상(短想)
첫댓글 고3 엄마들께..박수 짝짝짝 .. 그동안 고생많았다... 모두빠른 회복으로 건강을 챙겨야지, 건강하고 , 기쁨 두배 반사 시킨다...고생 많았다 친구야~~~
눈이아푸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