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서선초등학교에 있었다.
출산율 0.78명. 100쌍의 부부가 78명의 아이를 낳는다는 이야기다. 고령화로 몸살을 앓는 일본은 1.33명인데, 우리는 훨씬 더 낮고 빠르다. 2020년 이후 출생신고가 없는 면(面)이 여럿 있다. 젊은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젊은 사람이 있어도 아기를 낳지 않는다. 영국의 어느 학자는 태평양 작은 섬나라와 함께 우리나라를 국가소멸 1순위에 올려놓았다.
고액의 사교육비와 맞벌이 부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육아문제 때문이다. 부부가 두 사람이 벌어도 학원비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아기를 낳으면 정부와 시장, 군수가 상당한 혜택을 주었지만, 별로 보탬 되지 않았고, 효과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하나만 낳더니, 이제는 하나도 버겁다고 낳지 않는다.
이건 재난(災難)이다. 고액의 사교육비가 저지른 재앙(災殃)이다. 여기에 맞벌이 부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육아 문제까지 겹쳐지면서 다들 왼고개치고, 해결 방법은 없다고 체념하고 포기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방법은 있었고, 아주 간단했다. 정답은 서선초등학교에 있었다.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등잔 밑이 어두워서 보지 못했고,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설마’하고 믿지 않았다. 그래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서선초등학교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자. 안동 시내에서 서쪽으로 4km 정도 떨어진 가난한 농촌 마을, 안동시 풍산읍 수곡리. 전교생이 24명뿐인 3학급의 작은 학교. 교사 한 사람이 2개 학년 어린이를 가르치는 복식학급.
이런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은 절반도 배우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형편이 되는 부모들은 다들 위장전출하여 아이를 시내 학교로 전학 보냈다. 전학 보낼 형편이 안 되는 어려운 집 아이 24명만 남아있었다. 폐교를 앞둔 학교에 나는 2002년 9월 전보 발령이 났었다.
이런 코딱지만한 학교에서 교장이 무얼 할 수 있겠느냐, 불만 가득 안고 마지못해 출근했었다. 타고 간 승용차를 주차하고, 꾸물거리다가 겨우 내리는데, 등교하던 5학년쯤 되는 남자아이가 다가와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새로 오시는 교장 선생님이시지요?”
“그래,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오늘 훌륭한 교장 선생님이 새로 오신다고 그랬어요.”
‘훌륭한 교장’이라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순간 불만은 안개처럼 사라졌다. 아이가 지어낸 말이 아니고, 누군가가 아이에게 한 말을 대신 전하는 말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학교에 나를 아는 사람이 있는지 몰라도, 내가 아는 교사는 없었다.
“뭐? 훌륭한? 그래, 고맙다.”
없는 사람을 좋게 말하는 교사들이라면 바른 인성을 가진 교육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교육자들과 함께라면 작은 학교는 문제가 아니었다.
“교실로 가자. 그리고 아침에는 책 읽자.”
나는 벌써 기쁜 마음으로 교장업무를 시작하고 있었다.
“예.”
나란히 몇 걸음 옮기던 아이가 올려다보면서 또 한마디 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께서 너무 젊으세요.”
“하하, 뭐? 젊다고? 그래? 그래, 고맙다.”
부임 첫날 이토록 기쁜 환대는 처음이었다. 전임 교장이 이임 인사하면서 인사치레로 아이들에게 ‘훌륭한 교장’이라고 소개한 것임을 훗날 알았지만, 그날 기분은 엄청 좋았다. 나는 그렇게 서선학교에 부임했고, 그 감동은 3년 내내 이어졌다. <아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