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졸업반인 아들이 서울에서 취직시험 준비하던 중 금요일에 면접을 치루고 난 뒤여서 격려도 해 줄겸 . . 수원 사는 막내 시동생 내외랑 보고싶은 조카들도 온다 하고 . . 광주에서 자취하고 있는 딸도 오랫만에 집에 온다 하여 저는 일찍부터 기분이 들떠 있었지요.
실은 딸래미가 지나간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에 선물을 해 드리지 못했다고 맛있는 식사를 쏘겠다며 총잡이로 온다는 것인데 저는 나름대로 반찬거리도 사다 나르고 간식도 준비해놓고 기다렸습니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와, 남편이 방을 따뜻하게 데운다고 보일러 밸브를 만집니다. 평소엔 둘이만 사니 안방과 거실, 주방은 밸브를 열어놓고 사용하지 않는 방 두개는 잠궈 놓기때문에 차거우니 식구들이 모일 때만 모두 열어놓는답니다.
밸브 열고 온도 높이는 동안 . . . 저는 주방에서 음식 만든다고 괜히 바쁘게 설쳐댔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발이 시렵고 집안 공기가 싸늘해지기에 방에 들어가 보일러 스위치를 살펴보니 "점검" 에 빨간불이 켜져 있네요.
작년에도 초겨울에 한 번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설명서 보고 이리저리 해보다 안돼 결국은 기사님 불러 부속교체하고 고쳤던 기억이 나기에 . . . 그 때 기사님한테 전화로 들었던 몇가지 방법으로 일단 해결해 보려고 전원코드를 뺐다 꽂기를 반복 . . . 물 순환 시도 . .한 시간이 넘도록 애를 써도 요지부동 . . .
토요일이니 서비스도 안될테고 . . 시집가는 날 등창 난다고 . . . 하필 식구들 모이는 날에 냉방이니 . . . 할 수없이 전기장판 두 개 깔고, 두꺼운 이불 뒤집어 쓰고 잠을 잤습니다.
등은 따뜻해도 집안 공기가 워낙 차거우니 잠을 자다가 코가 시려 잠이 자꾸 깨네요.
평소에도 손발이 시려운 저는, 아침에 일어나 두꺼운 양말을 신고 식사준비를 하다가 일단 고장신고부터 해놓고 보자고 작년에 적어놓은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는데 어쩐 일인지 전화연결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할 생각을 하니 가뜩이나 추운거라면 질색인 제가 정말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불을 덮고 티비를 보고있는 남편한테 다시 설명서를 들이대며 어떻게 좀 해보라고 성화를 부렸지요. 멀쩡하던 보일러가 어제 당신이 손대고 난 뒤에 고장 난거라 했더니 밸브만 열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면서 . . 그래도 다시 한 번 보겠다고 설명서와 밸브실을 번갈아 들여다 보던 남편 . . .
아이고 ~ 세상에 . . 껄 껄 껄 . . .
" 내 잘못이야, 내가 실수했어 . . ." 껄 껄 껄 . .
? ? ? . . .
잠궈놓은 밸브를 열어 놓는다는게 그만 열어놓았던 밸브 마저 잠궈버린 것이라네요.
밸브 다섯 개를 모두 똑같이 맞춰서 잠궈놓고는 모두 열어놓은것으로 착각했던것이죠.
하도 기가 막혀 다같이 웃어버렸습니다.
만일에 서비스 기사님한테 전화연결이 되었더라면 . . . 저희집에 와서 보시고 . . 뭐라고 했을까요?
<겉보기엔 아직 멀쩡한것 같은 사람들이 치매 걸린거 아냐?> . . . 이랬을까요?
저도 예전에 한 번 밸브 연다고 잠그는 실수를 한 적이 있는지라 남편한테 뭐라 할 말은 없었지만 . . . 문제는, 저는 원래 정신이 없고 모자라는거 투성이지만. ..<아니 오학년으로 진급하면서 부쩍 심해졌지 원래는 안그랬죠 ㅎ ㅎ> 남편은 원래 꼼꼼하고 정확하고 실수따윈 안하는 완벽? 한 사람이었다는거죠.
그래서 저의 사소한 실수에도 용납을 못해 야단을 하곤 했는데 . . . 이젠 피장파장 . . . 그 밥에 그 나물 . . .
좀 꼬소하던걸요.
남편은 변명합니다. "그럴 수도 있는거지 뭘 . . . 잠깐 착각한거지 . . ."
제가 그랬습니다. " 맞는 말씀인데 . . 요는 내 실수는 별것 아니고, 남의 실수는 용납을 못하는게 문제지 . . "
근래에 들어 몇 번은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리지 않고 출근했다가, 퇴근 후 화장실에 들어가 비명을 지르기도 해서 . . . 두 사람 모두 이런 실수를 경험한 뒤론 내린 물도 다시보자, 꺼진불도 다시보자를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언니 우리집 남자는 아예 밸브가 어디있는 지도 몰라요 그래도 사장님은 밸브를 건드리실줄도 아시네 몰...ㅋㅋ
남자가 볼일을 보고 거시기를 안집어넣고 지퍼를 올리는게 노망이라고 누가 그러던데요???
진숙씨네 남자가 뉘? ㅎ ㅎ 여자가 너무 재주가 많으면 그려. . . 남자가 화장실에서 우두커니 거시기 들여다보며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면 치매라던데요?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