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 전문 웹진 "오!애니" 35호- 1
★「펫샵 오브 호러스 Petshop of
Horro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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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십시오. Petshop of Horrors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키노 마츠리가의 원작 「Petshop
of Horrors」는 <애플 미스터리>라는 잡지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총 10권이 완결이다. 작품이 모두 짤막짤막한 단편들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재는 모두 「D」로 시작하는 단어들이며, 그 소재에
어울리는 인간과 동물이 등장하여 한 편의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이름도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왠지 모르게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듯한,
단지 「D」백작으로 호칭되는 이 사람은 미국의 차이나 타운에서 Petshop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파는 것은 보통 일반적인 동물부터,
상상 속의 동물 - 인어, 바실리스크(눈길과 입김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그리스 신화 속의 동물, 혹은 아메리카산 등지느러미 도마뱀), 기린(봉황과
함께 왕의 신수) 등속까지 광범위하며, 사는 사람이 동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팔릴 동물이 자신의 주인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증거로 자신의 주인에게는 그 동물이 '인간'으로 보이게 된다. 이 동물들을
사간 사람은 주인 내부의 은밀한 욕망이나 애증, 콤플렉스와 같은 것을
자극하여 그들을 파멸로 몰거나 행운을 가져오거나, 구원을 하여 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등장하는 많은 인간 군상은 자신이 선택한, 자신을
선택한 동물에 의해 구원을 받기보다는 파멸을 향해 나아간다.
동물을 팔 때「D」백작은 그의 고객들에게 동물을 보살필 때 주의해야
하고 꼭 지켜야만 하는 계약조건을 제시한다. 그러나 동물 주인들의
대부분은 이를 어기기 때문에 동물 내부에 숨겨진 정체 모를 힘에 휩쓸려
변을 당하게 된다. 계약 조건을 어기게 되는 동기는 동물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고자 하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D」백작은
자신의 Petshop 고객이 변사를 당했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러한 비극적 종말은 스스로 불러들인 결과이며, 그 원인은 어리석음과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D」백작은 어리석은 자들에게는
한치의 용서도 허락하지 않는다
원작과 애니메이션
작품의
중심인「D」백작. 정확히는 백작의 손자이지만 보통 이 호칭으로 불리는
이 인물은, 만화에서는 비교적 귀엽고, 여우 같으면서도 중성적인, 원체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림체의 영향인지,
귀여움은 거세되고 음울하고 공포스러운 면이 부각되었다. 그리고「D」백작이
어째서 그토록 인간을 혐오하고 환멸하는지 만화에서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10권에서 그 집안에 면면히 내려오는 기질적인 면과 함께, 열 권에 걸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 자신도 직시하기 꺼려하는 인간의 추악함을「D」백작은
일일이 열거하며 자신의 혐오를 되새김질한다.
애니메이션은 단
4편만 제작되었기 때문에「D」백작의 절절한 인간 혐오를 다 드러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러나 그가 어째서 인간을 싫어하는지, 적어도 그에게
있어서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은 확고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냉혈한「D」백작과 반대편에 서 있는 '열혈한' 형사 레온 또한
마찬가지다. 원작에서는 그가 품고 있던 합리주의와 인간에 대한 장밋빛
믿음이 흔들리는 것이 확실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스토리상 그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회의적인 기미가 보이는 시점에서 레온이라는 캐릭터가
결정된다
애니메이션은 원작과 선별된 이야기의 내용이 동일하다.
사실 원작이 충분히 흥미롭고 소재가 풍부하고, 구성 방식이 우리에게
짜릿함(공포인지 카타르시스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을 안겨주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별다른 변화나 양념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은 원작과 떨어져서는 크게 거론할 만한 것이 없다. 그리고
원작 역시 말하고자 하는 바에 비하면, 의외로 간단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애니메이션만의 특징은?
4편의 감독이 다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겠다.
내용도 옴니버스지만 형식에서도 옴니버스라고나 할까.
다만 주인공과 그림체가 같기 때문에 에피소드 간의 큰 차별성은 없고
전개 방식이나 화면 구성과 같은 면만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극장판에서
활약한 감독들이 함께 제작한다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고
하는데, 가수의 라이브 공연 장면을 실사 화면으로 담아 화제가 된 오프닝은
<가무이의 검>의 린 타로 감독이고, 1화인 'daughter'는 <불새-야마토편>과<요괴화담>
등의 히라타 토시오, 2화 'dellicious'는 <메모리즈><스프리건>의
작화 감독이었던 하마자키 히로쯔쿠, 3화 'despair'는 <요수도시><수병위인풍첩(무사
쥬베이)>의 가와지리 요시아키, 4화 'dual'은 <신세기 GPX 사이버
포뮬러>의 니시무라 사토시가 연출을 하였다.
이 작품은 단
4화로 끝나는 소품이지만 위의 감독들이 각자 최선을 다해서 각 편 모두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공포 분위기를 원작보다 두드러지게 조성하고,
백작의 냉정함을 강조하여 확실한 '호러즈'를 만들어냈다고나 할까.
선별된 네 편의 「D」의
의미
네 편의「D」는, 식인
토끼의 'DAUGHTER' , 식인 인어의 'DELLICIOUS' , 메두사 바실리스크
'DESPAIR' , 상상 속의 동물 기린의 'DUAL' 이다. 순서대로 부모-자식간의
사랑, 성인 남녀의 사랑, 과거의 영광과 현실의 절망, 미래의 영광을
위한 트릭이 내용이다. 앞의 두 편은 '사랑' 이라는 이름으로 착각 속에서
한없이 어리석어지는 인간을 그렸다면, 뒤의 두 편은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그린 것이다.
부모의 무조건적 사랑은 그
방법이 잘못되어 있을 경우, 아이를 크게 망칠 수 있다. 토끼는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생물이지만, '식인토끼'는 위험한 존재이다. 특히
그 토끼는 어미의 배를 가르고 태어난다.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은
부모가 베풀 수 있는 최대의 사랑일 수 있지만, 그것이 최선인 것은
아니다.
인간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대단히 많은
구속을 한다. 타인에 대한 구속일 수도 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구속도
견고하다. 상대의 눈 앞에서 자살을 함으로써 평생 자신에게 묶어두려는
시도나, 상대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죄책감을 사랑으로 둔갑시켜 자기에게
최면을 거는 행위나, 모두 '사랑' 이라는 사슬에 얽힌 짓이다.
사랑은
봉사와 희생과 따뜻함, 신뢰 이러한 성질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독점, 질투, 시험, 이러한 성질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후자를 선택할
경우,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송두리째 마물에게 먹히고 만다.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서의 절망은 희망을 보았던 사람에게만 생긴다. 몰락이란
상승했던 사람에게만 있을 수 있다. 생명체에게 있어서 죽음과 몰락이란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것이다. 다만 개체마다 다른 것은 이러한 몰락과
죽음을 견뎌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고, 그 힘은 물론 타고난
것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연륜과 경험에서 나온다.
그러나
「D」백작과 형사
레온
「D」백작은 인간을
혐오하는 숙명Destiny을 타고 난 듯 하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먹이
사슬을 끊어버린 인간은, 생존이 아닌 생활을 위해 지구를 파괴하여
심지어는 자신들의 생존마저 위협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위협' 이 아닌, 실제로 '멸종' 해버린 생명은 셀 수 없을 정도이며,
현재도 매일 한 종 이상의 동식물이 멸종의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죄업
속에서「D」백작은 태생적인 인간에의 모멸과 파괴되는 대자연, 특히
척추동물에 대한 속죄 의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살아간다'
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저 동물들과 함께 자신의
Petshop에 '있을' 뿐이다. 영원히 나이를 먹지도 죽지도 않을 것 같은
이미지가 바로 백작의 이미지이다. 생존의 단계를 초월해 있는 듯 하다.
반면, 레온은 시민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투신하는 열혈 형사이다. 인간에
대한 믿음과 의지는 대단하여, 인간의 이성을 믿는 합리주의적인 인간이고,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D」백작의 고객이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는 것이 잦자, 마약과 위험한 불법 동물을 거래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여「D」백작을 추궁한다. 그러나 그의 인간 중심적 합리주의는
계속되는 의문의 사건들이 인간이 스스로 초래한 것임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붕괴되어 간다.
신비의 차이나 타운과 물질의 나라 미국
차이나타운' 이라는 공간과, '미국'
이라는 공간 역시 이 둘의 위치와 생각을 대변해 준다. 일반적으로 차이나타운은
신비한 곳으로 간주된다. 일종의 치외법권이자 온갖 신비한 일이 일어나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을 듯 한 곳이다.
그러나 미국은 합리주의의
국가이고, 물질-돈-의 잣대로 모든 것이 재단되는 나라이다. 인간의
인식이 미치지 못하는 범위의 것은 대개 부정된다. 중국-동양의
사고는 인간 인식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심지어 인식 범위를 넘어서는
것들에 대한 관심도 일각에서는 지나쳐서 신비주의의 흐름까지 형성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유로운 상상력과 현실적인 개연성이 합치될 수
있는 공간 중 하나가 차이나 타운인 것이며, 반대로 물질만이 중시되는
공간은 미국인 것이다. 더욱이「D」백작은 평면적인 인물이다. 그의
성격은 작품 전체를 통괄하여 변하지 않는다. 그의 인간에 대한 혐오와,
동물(특히 사라져 가는 동물)에 대한 애정은 조금의 가감도 없이 작품에
균일하게 흐르고 있다. 하지만 레온은 자신의 신념이 흔들림을 경험하고,「D」백작과의
만남 전과는 다른 생각을 견지하게 된다.
그러므로 레온은 입체적
인물로써, 서구적 합리주의와 동양적 생명주의의 충돌에서, 작가가 손을
들어주고자 했던 동양적 생명주의의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해 주는 역할을
맡는다.
이 작품이
호러인 이유는
컴컴한 밤중에
혼자 걷는 상황이라면 무엇이 가장 무서울까. 의외로 '귀신' 이라는
대답은 안 나온다. '인간' 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Petshop of
Horrors」가 호러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인간의 내부에
숨겨져 있는 추악하다면 추악하고, 인간답다면 인간다운 성질이 그대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비참한 결과가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되고, 그것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말았기 때문에 더욱 비참하다. 거기에다 마음 놓고 비난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Petshop of Horrors」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 인간들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우리 내부에는
그러한 욕망과 우매함이 항상 도사리고 있고, 마물의 유혹은 곳곳에서
우리의 판단을 흐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D」백작의 Petshop을 방문하기
전, 우리는 어떠한 마물에 사로잡혀 있는지 먼저 점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최후를 맞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네에^^* 역시 전문 웹진이라서 그런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첫댓글 흑..기뻐해야 할까요..;ㅁ; 이번에 컴을 살짝 손봤는데 이제야 소스보기가 되더군요..;ㅁ;
'「D」백작은 어리석은 자들에게는 한치의 용서도 허락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맘에 드는 구절입니다. 누군지 기사를 잘 썼네요. 여태까지 보아왔던 펫숍 기사들 중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네에^^* 저도 그래서 굉장히 반가웠답니다^^* 마음에 드는 심층분석 이었어요..^^*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기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