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살기좋은 동네 였죠. 동물들이 서로 모여서 함께 농사를 짓는 너른 벌판이 있었고, 민들레꽃이 노랗게 때론 하얀꽃씨로 하얗게 뒤덮이는 작은 동산도 있었습니다.
하루는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게 된거예요. 말도안되는 경주를 하게 된거죠. 물론 아무도 거북이가 경주에 이길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이고 서늘한 바람이 머리를 식혀주는 화창한 날이였습니다.
찍바귀 소리를 신호로 삼아 경주는 시작되었고,
'엉금엉금' '쌩~~!' 둘은 출발을 했죠.
많은 동물들은 각자 출발선과 결승선에 모여 토끼와 거북이를 응원을 했답니다.
한참을 달리던 토끼는 뒤를 돌아 봤어요. 물론 거북이는 저만치서 엉금엉금 기어오고 있었죠. 동물들은 그래도 열심히 응원 했습니다. '거북이 이겨라' '거북이 이겨라' 대부분의 동물들은 거북이를 응원하기를 꺼려하지 않았습니다.
토끼야 원래 빠르니까.
아무도 토끼를 응원해 주려 하지 않았어요. 토끼는 점점 달리는데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했고, 그리고는..이런생각을 했습니다. '거북이는 좋겠다 저렇게 많은 동물들이 응원을 해주니' '내가 지면 동물들이 다음번 경주때 날 응원해 줄까? 맞어 그럴꺼야..'
아주 바보같은 생각이었지만 토끼는 그렇게 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나무 그늘을 찾아 거북이가 지나가기를 기다렸죠.
한참을 지나 거북이가 엉금엉금 그앞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거북이는 생각했죠
'내가 이기면 저 응원하던 많은 동물들이 얼마나 기뻐할까?'
한번쯤 자고있는 토끼를 깨워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결국은 살금살금 토끼옆을 지나 결승선으로 달리지 않을수 없었답니다.
동물들도 토끼가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숨을죽이고 응원을 했죠.
거북이는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한발한발 나아갔고.
토끼도 실눈을 뜨고 거북이의 뒷모습을 바라다 보았답니다.
거북이가 결승선에 거의 다달았을때 토끼는 비로서
부시시 잠에서 깨어나는 척을 하며 일어났습니다.
그러고는 깜짝 놀란척을 하며 달리기 시작했죠. 물론 간발의 차이로 거북이에게 지기위해 거북이의 속도에 보조를 맞춰서 말이죠. 원래 관중들이란 스릴있는것을 좋아 하거든요. 승리한 거북이는 뛸듯이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뛸수는 없었답니다. 왜냐면..거북이는 원래 기어다니는 동물이니까요.
토끼는 경주에 졌지만 그것 때문에 그다지 슬프지는 않았답니다. 여전히 토끼는 달리기를 잘하는 동물이니까 말이죠.
하지만 둘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기는 마찬가지였죠. 누구누구는 거북이가 잠자는 토끼를 깨우지 않고 그냥 달린것이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었다고들 하고, 또 누구는 토끼가 성의 없이 경주를 한것이 잘못한 것이라고들도 하고..
어쨌든 이 언짢은 경주때문에 토끼나 거북이나 욕을 먹기는 마찬가지 였죠. 아뭏든 그렇게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막을 내렸답니다.
토끼나 거북이나 씁쓸한 여운을 남기면서 말이죠....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2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끝난후 많은 시간이 흘러 가을이 되었답니다. 토끼와 거북이는 다시 경주를 하기로 했습니다.
많은 동물들이 모이고 화창한 가을하늘아래 동물들의 의견이 분분했죠. 토끼가 이번에도 잠을 자지는 않을테니까 당연히 이길것이다. 아니다 전에도 거북이가 이길줄 누가 알았었겠느냐.
여러분이라면 누구에게 돈을 거시겠어요? 토끼요? 거북이요? 아마도 대부분 토끼에게 거시겠죠. 하지만 똑똑한 사람이라면 거북이에게 걸어야 겠죠? 왜냐면...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원래 역사적으로 거북이가 이기게 돼있거든요.
아뭏든 이렇게 해서 다시 경주는 시작되었고 토끼와 거북이는 달리기 시작을 했죠. 물론 거북이는 엉금엉금 기어가는것으로 보였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달렸답니다.
이번경주는 재경기이기때문에 그만큼 관심들도 많아서, 밭에서 일하던 동물들까지 모두 모여서 응원을 했답니다. 먼동네에서조차 이 재미있는 경기를 구경하려 많은 동물들이 모여들었죠. 모두들 결승선에 모여서 씨끌벅쩍 온동네가 한껏 축제 분위기 였죠. 한참 달리다 토끼는 또 나무그늘 밑에서 자는척을 했답니다..
동물들은 '저거봐 저거..역시..토끼는 안돼는 동물이야'. . '저러다 거북이가 또 이기겠군' '야..그래도 이번엔 거북이가 토끼를 깨우지 않을까?' '저..저봐 또 그냥 지나쳐오네..'
저마다 혀를 차며 토끼와 거북이의 잘못된 점들을 꼬집었죠. 거북이는 엉금엉금 열심히도 기어서 앞으로 나갔답니다. 그러나 전처럼 토끼옆을 지나치며 망설이지도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그저 열심히 전보다 더 느긋하게 느릿느릿.
가끔은 저 멀리서 응원하는 동물들에게 손까지 흔들어 주며 나름대로는 달리고 있었죠.
토끼는 한참을 자는척을 하다가, 동물들의 관심이 온통 거북에게 쏠려있을때를 틈타 아무도 없는 당근밭으로 달려갔답니다. 그리고는 당근을 뽑기 시작했죠..
한참을 지나 동물들의 환호가 들리기 시작할때 토끼는 그것들을 서둘러 감추고는 결승선으로 달리기 시작을 했습니다. 아무도 토끼가 경기 도중에 밭에 다녀왔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죠. 경주가 끝나고 진정한 승자인 거북이는 승리의 기쁨과 동물들의 질책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거북이의 집에는 토끼가 밭에서 몰래뽑아온 당근이 소복이 숨겨져있었죠. 토끼도 지친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물론 토끼의 집에도 당근들이 숨겨져있었겠지요. 토끼와 거북이는 씁쓸한 웃음을 웃으며 이렇게 한마디씩 했답니다.
"이건 우리마을 많은 동물들이 우리를 비웃으며 즐거워 하게 해준 댓가일 뿐이야"
마을의 동물들은, 그져 한참후에 그들의 밭이 도둑을 맞았다는걸 알게 되었을뿐. 그것이 누구의 짓인지는 결코 밝히지 못했죠.
그들의 말대로 어쩌면 그것은 토끼와 거북이가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