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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2회 전국중고생자원봉사체험수기공모전 고등부 동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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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치료병원’ 수영장 신현고등학교 2학년 9반 서태석 어느 신문을 보니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80%이상이 입시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대부분이 가벼운 우울증 증세가 있으며 그 중 일보는 정도가 심각하여 심리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꼭 이러한 기사를 통하지 않더라도 고등학생인 나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모의고사 시기만 되면 괜히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고 친구가 친구가 장난으로 던진 농담에 ‘이 녀석이 지금 나를 무시하고 있는건가?’ 순간순간 화를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집에 오면 애꿎은 엄마한테 신경질이고 ‘공부해야 하는데’라는 마음과 상관없이 교과서가 너무도 쳐다보기 싫으니 거참 나도 입시 폭풍 속에 들어온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니니 괜찮다. 치료를 한 번씩 받으면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고 대학 캠퍼스를 바쁘게 누비고 다닐 나의 20살이 그려지니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기운이 생긴다. 처음 그 ‘치료병원’에 가게 된 것은 어머니 손에 이끌려서이다. 오랫동안 자원봉사와 사회봉사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신 어머니께서는 중랑구청자원봉사센터의 단체인 ‘고운하늘’ 멤버로 활동 해오시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내가 살고 있는 중랑구는 장애우들을 위한 큰 문화시설이나 오락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아 휴일이면 노원구나 송파구 쪽으로 이동해야만 하는 어려움을 인지하시고 2006년 3월 중랑구청과 협의 하에 중랑 구민체육센터에서 장애우들을 위한 수영프로그램을 개설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어머니의 반 강제성으로 장애우들의 사회성 발달과 지체아동들의 신체발육에 도움을 주고자 매달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 수영보조 및 외출보조 활동을 하게 되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보통의 아이들보다 한 곳에 집중하는 능력이 뛰어나 육체활동에 탁월한 소질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육체활동은 장애행동교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봉사활동에 대해 잘 모르던 나는 작은 힘이나마 장애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수영봉사를 시작한지 어느덧 3년째, 장애우 정회원은 10명, 1:1봉사라서 우리측 봉사원들도 10명이며 도우미로는 봉사요원의 부모님으로 어머니 세분, 아버지 한분 현재 네 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머니도우미들은 수영장 바깥에서 비상시를 대비하여 항상 긴장한 모습으로 장애우들과 봉사자들의 각종 심부름을 도맡아 하고, 아버지 도우미는 풀장에서 직접 들어가 수영강습을 지도하신다.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면 출석체크를 한 뒤 장애우 부모님이 데려온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수영복으로 갈아입히고 간단하게 준비운동을 시키고 서서히 물속으로 이동시킨다. 이동하면서도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항상 장애우들한테서 눈을 떼서는 안 되고 물장구부터 앞으로 나가기 등 각각의 아이들의 진도에 맞게 아이들을 지도해준다. 솔직히 ‘치료병원’에서 여간 힘들 일도 많았다. 수영복을 갈아입히는 것에서부터 물에 들어가기도 전에 움직이지 않으려 버티는 아이, 수영장에서 실례를 서슴지 않는 아이, 다 끝나고 샤워하는 동안 미끄러져 다치기도 하는 아이, 수영장 물을 많이 먹어 탈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3년째, 수영봉사활동을 하면서 아주 뿌듯한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치료병원의 주인공인 경수가 드디어 물속에 입성을 한 것이다. 내 속을 가장 많이 태우고 속을 태우다 못해 까만 숯이 되게 한 경수가 올림픽 금메달이라도 딴 듯 당당하게 물속에 들어 간 것이다. 경수는 이 프로그램의 창단멤버로 현재 열살난 남자아이로 자폐증을 앓고 있으며 처음에는 물이 너무 무서워 물속에 들어갈 엄두조차 못 내고 수영장 가장자리 문지기 역할을 한 것이 무려2년, 그런 경수가 2008년 2월 그동안의 봉사자들의 부단한 노력의 결실을 이루어 준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의 스킨십과 애정어린 사랑의 포옹을 얼마나 했던가! 정말 그 날은 우리봉사자 학생들의 울음 바다였고 탄성의 소리가 체육관을 꽉 채웠다. 박태환선수의 코치님도 바로 이런 기분이셨을까? 그렇게 다루기 어려웠던 아이가 자기 힘으로 수영복을 갈아입고 조금은 어설프지만 그래도 꽤 제대로 된 영법을 구사하며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나 자신은 팔 다리가 지쳐서 꼼짝할 기운도 없으면서 경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나간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온다. 그럴 때면 경수와 나 가운데 더 행복한 사람은 ‘나’라는 생각이 든다. 치료병원에 가는 날이 되면 괜히 머리가 아픈 것 같고 숙제가 밀린 것 같고 머릿속에는 인터넷게임이 아른거렸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입시라는 커다란 관문을 앞에 두고 있지만 상상 따뜻한 마음으로 주위의 그늘진 곳에 가려진 어려운 사람들을 바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아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 온 것이 오늘의 내가 될 수 있었던 커다란 힘이 된 것이다. 이번 모의고사는 여전히 10점이 채 오르지 못했다. 힘겨워했던 외국어영역은 7점이나 더 떨어졌다. 그러나 경수와 수영하는 동안만큼은 나는 마음이 넉넉해진다. 떼쓰며 엉망이던 아이가 나의 2년간의 노력으로 점잖은 행동을 하고 있으니 나는 충분히 으쓱할만하지 않은가! 나는 이제 어머니께서 어떤 마음으로 나를 수영장에 데리고 가셨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아니라 내가 그곳에서 매번 마음의 치유를 받고 돌아온다. 푸르른 바닷가 반짝이는 햇살은 아닐지라도 파란 수영장에서 햇살보다 더 눈부시게 내 앞에서 웃고있는 아이들의 풍경은 내 마음의 장애를 치료해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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