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날입니다.
이번달 함께 읽을 책은 이성록 지음의 『잉여인간이 몰려온다 노동혁명』입니다.
〈 책 소개 〉
이 책은 뭔가 책 제목부터 안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위기감을 고조합니다. 그래서 책 제목을 통해 그 내용을 짐작해 보려고 합니다.
보통 ‘잉여’라고 하면 ‘쓰고 난 나머지’를 말합니다. 여기에 인간을 붙여 놓으면 다쓰고 버려지는 건전지 마냥 사람이 그런 존재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책에서도 잉여인간을 노동시장에서 불필요한 존재로 진입이 거부되거나 쓸모없는 존재로 퇴출된 사람들을 빗댄 수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 잉여인간은 누구를 지칭할까요? 가장 큰 집단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자들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6.25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동년배집단을 지칭합니다. 그 규모는 약 700만 명 정도로, 전체 인구집단의 약 14.6% 정도를 차지합니다. 책의 띠지에 씌어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700만 잉여인간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는 문구에서 보듯이 적지 않은 매우 큰 숫자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에 더해 2차 베이비붐 세대도 있습니다. 1968년부터 1974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로 약 600백만 예비 잉여인간이 뒤이어 몰려옵니다. 그래서 1차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이어 2차 베이비부머까지 노동시장에서 퇴출되어 노인이 되는 2040년대에는 사실상 재앙수준의 국가재정 파탄과 세대 간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들의 생존 문제만이 아니라 후배세대와 자식세대들의 미래까지 염두에 두고 사회체계를 개선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다른 집단도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일자리로부터 배제된 실업자 잉여인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인간을 위한 기술혁명이 인간을 쓸모없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3D프린터,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등 혁신적 기술을 앞세운 세계에서 노동의 세계는 유용성이 없는 세계일 뿐입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이전의 혁명과 다른 점은 노동으로부터 배제가 아니라 인간존재 자체를 배제할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인공지능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기술세계와 노동세계의 괴리는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기술혁명의 거센 물결에 휩쓸려 일자리는 실종되고 소위 “고용절벽”에 가로막힌 잉여인간이 점점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일자리의 소멸이라는 생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곧 위기극복의 방안을 고찰한 보고서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지금의 일자리는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자리가 사라진 세계, 임금노동이 소멸된 노동사회에서 우리는, 우리 자녀세대는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달 함께 읽을 이 책을 통해, 책의 표현대로 우리가 곧 잉여인간이 될지도 모를, 또는 머지않아 잉여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저자가 제안한 방안을 생각해 보고 나름의 해법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으면 합니다.
저자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저자 이성록은 자원봉사활동과 공동체노동이 시장경제 임금노동에 지배되는 비인간적 현대문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안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외길의 연구와 실천을 수행해왔다.
30여 년 전 우리나라 최초 자원봉사센터인 ‘대구자원봉사지원센터’(1987)를 설립하고 운영했다.
국무총리실 사회보장심의위원회 위원 및 자원봉사진흥위원회 실무위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 대한노인회 사무총장, 서울특별시자원봉사센터 대표이사, 한국자원봉사개발원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국립 한국복지대학교 교수로 재임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새로운 공동체 영역-제4섹터』, 『자원봉사매니지먼트』, 『사회적 인간의 본성』, 『비영리조직 갈등관리론』, 『평생현역사회-노인자원봉사코칭』, 『호모볼런타스』 등이 있으며 3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였다
책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Chapter 1 인구 고령화_정상화의 비정상성
Chapter 2 잉여인간 전락 위기_ 베이비붐 세대의 노화
Chapter 3 혁명의 역설_ 노동탈취의 시대
Chapter 4 잉여인간의 미래_노동혁명의 모색
Chapter 5 노동혁명의 길_공동체노동의 복원
주차별 책 읽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1주차 책 열기 및 소개, ‘1. 인구 변동 이슈’
2주차 ‘2. 베이비붐 세대의 노화’, ‘3. 노동탈취의 시대’ - 일부
3주차 ‘3. 노동탈취의 시대’ - 나머지, ‘4. 노동혁명의 모색’
4주차 ‘5. 노동혁명의 길’
〈 들어가기에 앞서 〉
읽고, 정리하고, 생각 나누기
주차별 내용은 책에서 말하는 바를 요약하고 새날의 생각을 덧붙여서 재편집하여 정리하였습니다.
대체로 책의 내용을 근간으로 하지만 책의 내용과 다른 면도 살펴보고, 또 좀더 자세히 알아보면 좋겠다는 것들을 포함하였습니다. 따라서 책의 내용과 같기도 하고 약간 다르기도 합니다.
원문 그대로를 선호하는 분들은 책을 꼭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이번 주는 1주차로 ‘1. 인구 변동 이슈’에 대한 주제의 내용입니다.
〈 읽고, 정리하기 〉
1. 인구 변동의 이슈
경제위기보다 더 심각한 근원적인 인구 고령화로 인한 위기, 곧 “인구지진”의 위기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인구지진은 영국의 인구학자 폴 월리스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땅 표면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지진처럼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사회가 그 근본부터 흔들리는 현상을 비유한 용어입니다. 그에 의하면,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20년대는 경제활동인구 대비 고령인구가 많아져 세계 경제가 마치 지진처럼 흔들리는 엄청난 격변을 겪을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712만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들이 은퇴하면서 노년인구에 진입하고 있어, 다양하고 심각한 사회적 충격이 나타날 것으로 예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고령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데 있습니다. 이미 최고 속도를 기록했던 일본의 10년보다도 더 빠른 7년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준비되지 않은 고령사회는 당연히 재앙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은 경제파탄과 국가소멸을 예고해 왔습니다. 피해의식과 원망으로 가득 찬 눈동자들이 서로 다른 세대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노려봅니다. 그러나 지금 노인들이 문제의 당사자는 아닙니다. 예고되고 있는 인구변동과 그로 인한 재앙은, 지금 노인이 아니라 미래 노인들의 문제, 곧 젊은세대들의 문제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2035년부터는 65세 이상 인구가 30% 수준인 초고령 사회에 이를 것입니다. 인구 고령화로 세금을 내는 인구가 현저히 축소되면서 조세부담은 물론 국민연금, 건강보험 부담도 크게 가중될 것입니다. 통계적으로 30대~50대가 세금을 가장 많이 냅니다. 따라서 2035년경에 세금을 가장 많이 내게 될 집단은 지금의 10대~30대 젊은이들입니다. 2035년까지 특단의 조치 없이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재정건전화를 위한 조세부담은 지금 현재 10~30대뿐만 아니라 초중고생은 물론 어쩌면 태어나지도 않은 뱃속의 아이에게까지 확산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불쌍한 사람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보다 오히려 그들의 자녀세대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출산율까지 떨어지고 있습니다. 통계기록을 살펴보면 2000년대 들어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명, 2010년 1.23명, 2023년 0.72명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출산 현상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이점을 유념하여 살펴보면 저출산은 삶의 환경이 변화되면서 나타난 사회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경제적 조건이 향상되면서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증진되었습니다. 특히 양성평등과 자기결정권에 대한 의지가 강해졌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승자독식의 무차별적 과잉 경쟁과 기득권에 의한 기회의 불균형 등 생존 생태계가 훼손되었습니다. 저출산은 이러한 삶의 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인 것입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결혼을 늦게 하고 출산율이 낮으며, 눈앞의 문제보다 미래 준비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높았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1제곱킬로미터 당 490명으로 선진국 23명, 개도국 68명, 세계 평균 51명에 비해 매우 높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나라는 저출산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답이 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인구밀도를 완화하는 조절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구감소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분명 우려할 부분이 있습니다. 국가 재정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최적 합계출산율은 2.07수준입니다. 자본 확대의 필요성까지 감안하면 최적의 생활수준을 달성하기 위한 출산율은 1.25~1.55 수준입니다. 그런데 2023년 현재 0.72명으로 집계되어 최적의 생활수준 차원은 물론 국가 재정적 관점에서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산율 외의 다른 요소를 개선함으로써 저출산의 역기능 완충효과를 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과도한 부양비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국가재정 파탄도 막으려면, 정부 재정지출 규모를 통제하고 고령인구의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렇게하면 지금보다 약간만 출산율을 높일 수 있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저출산에 소요되는 천문학적 재정이라면 고령인구 친화적 생산체계, 노동체계를 갖출 수 있습니다. 이후 남아 있는 문제라면, 고령인구의 노동문제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인구 고령화는 의학기술 및 사회경제적 발전과 긴밀하게 연동된 결과입니다. 만약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시의적절한 사회제도 변화를 모색한다면 인구 고령화에 대한 관점은 현저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노인의 기준연령에 대한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노인을 경계 짓는 연령은 가변적이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노인의 기준연령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중세에 있어서 노인의 기준이 특정의무에서 면제되는 시점으로 결정되었다면, 현대에서 노인의 기준은 연금수령이 개시되는 시점으로 결정됩니다. 즉 16세기는 30세, 17세기는 40세, 18세기엔 60세, 20세기엔 65세 이상을 노인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50년이면 75세 이상을 노인으로 간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들은 생물학적 “노쇠 정도”를 기준으로 삼은 통계적 추산이며, 공통점은 모두 인구의 16% 정도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에 근거한다면 실제 16%에 해당하는 고령층 인구집단을 노년세대로 파악하여 사회정책의 기본적 틀을 구성하고 이에 부응하는 노동체계와 복지제도를 구축해야 합니다. 동시에, 사회체계와 제도가 변해야 하고, 그 핵심은 정년퇴직 시점과 조정된 노년기 시작 시점 사이의 간극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인구 불균형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이 방식은 고령인구의 증가로 인하여 파생하는 저성장과 부양비 증가라는 경제적 문제에 초점을 두고, 출산율 증가를 통해 인구 균형을 실현하기 위하여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구통제방식의 인구 균형정책은 지금껏 성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정책입안자들은 사람보다 경제성장과 자원을 우선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오늘날의 인구 고령화는, 경제발전은 물론 건강과 교육의 진보와 함께 이루어진 성과로서, 인구 전체의 평균연령이 상승된 결과입니다. 따라서 저출산 현상과 고령화 현상을 각각 별개의 역사발전 과정으로 인식하고 사회체계와 제도개선을 통하여 해당인구의 삶의 질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양을 구축하는 정책, 곧 인구안정화 정책을 개발하고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 새날의 생각 나누기 〉
이번 주는 인구 변동 이슈를 주제로 인구 고령화 문제와 저출산 문제, 그리고 인구 정상화에 관한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른 자료들을 통해 좀더 알아보겠습니다.
‘2022 통계청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전체 인구의 17.5%인 901만 8천 명이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이 비중이 계속 증가해 2025년에는 20.6%로 처음으로 20%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합니다(이하 출처1 참조).
국제 기준에 따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령화의 속도입니다.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7%에서 14%에 도달하는 기간, 다시 14%에서 20%에 도달하는 기간이 각각 18년과 7년을 기록했습니다. 최근에 기록한 7년이란 시간은 일본(10년)·미국(15년)·영국(50년) 등보다도 훨씬 짧습니다. 11개국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로는 저출산의 고착화, 기대수명의 증가, 그리고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었던 베이비붐 기간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의 특이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이 특이성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전쟁 이후 베이비 붐을 경험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 베이비붐 기간이 길어 20년 정도 지속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만 해도 3년에서 길게 잡아도 5년이고, 미국의 베이비붐은 한 10년을 본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베이비부머가 1955년생부터 1974년생까지 20년 정도 기간 동안 약 90에서 100만 명씩 태어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 베이비부머들이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이 지금 은퇴연령에 들어가 노인이 되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베이비부머의 규모가 워낙 큰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자체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속도로 고령화를 겪게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림 연구위원도 ”1950년대 후반부터 1982년까지 25년 넘게 대부분의 해에 약 80만 명, 굉장히 사이즈 큰 코호트로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다음부터 출산아수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2022년은 25만 명도 안 태어날 것”이라며 “1971년도에 100만 명이 태어났는데 불과 50년 만에 4분의 1토막이 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출산율이 너무 빨리 줄었는데, 특히 80년대 이후 80만 명부터 25만까지 줄어드는게 40년밖에 안 걸렸다”며 “2000년도가 한 60만 명 이었던 출산율이 불과 20년 사이에 3분의 1 토막으로 나버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저출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실제 대중들이 체감하는 정도는 아직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합니다. 그 이유로는 아직까지 다른 OECD국가들에 비해 인구가 젊고, 많은 인구가 몰린 도시에 젊은 인구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 이 연구위원은 “2002년부터 고령화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그 사이 사람들이 이 화제에 너무 익숙해지다보니 문제 의식이 오히려 무뎌졌다”며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해결이 되지 않으니 어차피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체념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진짜 고령화가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사회적 사고가 서울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령화된 고흥군이나 군위군 같은 지역의 상황이 전국적인 상황이 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교수도 “전국민의 87%가 도시에 살고 있는데 도시에는 젊은이가 더 많다. 하지만 군 단위 지역에 가면 청년은 없고 대부분 노인들이며 이런 곳에 사는 인구는 적다”면서, 이 때문에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지 아닌지를 떠나 이 문제를 실제 경험하거나 인지한 사람이 아직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인구 고령화로 인한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든 인지하지 못하든 간에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에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있어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기대 여명이 길어진 것을 문제로 보지 않고 다른 각도로 해석한 책이 있습니다. 런던경영대학원 교수 린다 그래튼Lynda Gratton과 앤드루 J. 스콧Andrew J. Scott이 저술한 『100세 인생』입니다. 이 책은 수명이 길어진 것을 문제가 아닌 오히려 선물로 보고 선물에 집중할 것을 이야기합니다(이하 출처2 참조). 그러면서 ‘개인, 가정, 기업, 실제로 사회 전체가 어떻게 하면 길어진 삶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 누구와 언제 결혼할 것인가 언제 자녀를 가질 것인가와 같은 것들에 대해 논합니다.
저자들의 주장에서 핵심은 장수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수명이 증가하고 100세가 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연금, 보건, 사회복지 부문에서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우리가 오래 산다는 사실은 실제로는 오랫동안 젊게 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80세인 사람은 20년 전의 80세인 사람보다 더 건강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은 80세가 되면 훨씬 더 건강할 것입니다. 이는 ‘나이 듦’ 혹은 ‘젊음’의 의미에서 심대한 변화를 드러냅니다.
때문에 지금부터 100세 인생을 준비해야 합니다. 지난 5년 동안(2020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 여명은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했고, 2030년에는 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를 반영하면 오늘 태어난 한국인 대다수의 기대 여명은 107세가 넘고, 현재 50세 미만인 사람들은 100세 이상 살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러한 통계는 100세 인생이 노년의 문제만이 아니라 젊은 세대들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일임을 시사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일과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인생 전반에 걸쳐서 변화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100세 인생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재정 문제나 노후를 위한 준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을 재설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의 인생에서는 ‘교육-일-퇴직’으로 이어지는 3단계의 삶에서 휴식과 과도기를 활용하는 다단계의 삶을 사는 등의 새로운 단계가 나타날 것입니다. 또한 가족, 친구, 파트너십, 성 역할 등 전통적인 관계의 형태가 변화할 것이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험할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변화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더 오랫동안 일을 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1990년에는 65세 이상 한국인의 4분의 1만이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이러한 비율이 3분의 1로 증가했고,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게다가 앞으로 한국인들은 지금보다 더 오랫동안 일을 하게 되면서, 성인으로서의 모든 종류의 책임을 져야 할 시기도 뒤로 미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인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이 33세, 여성이 30세로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그리고 국가적으로 고령화로 인한 우려 중 하나는 노동 인구 감소와 GDP 성장률 하락입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로봇과 인공지능 도입률을 높이는 식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고령화가 진행되더라도 GDP 성장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생산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열쇠는 사람들이 길어진 삶의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하여 시간과 직업 활동 계획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는 데 있을 것입니다.
기업 관행과 정책을 노동의 변화 속도에 적합하게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직업 활동의 새로운 단계에서는 특히 노동 시간을 둘러싸고 더욱 유연한 노동 관행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이와 연공서열은 기업의 위계질서를 결정하는 데 더 이상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젊은 노동자와 은퇴한 노동자에게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여성 고용을 촉진하는 데 정부 정책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100세 인생을 일하면서 가능한 한 잘 보내려면, 이 모든 정책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현재 한국은 이러한 정책 실행 분야에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성과가 저조하며, 따라서 변화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길어진 삶을 잘 살아가려면 전통적인 일과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실험 정신을 갖고, 인생 전반에 걸쳐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 잘 작동되던 사회 규범과 기업 모델은 이제 성공적인 100세 인생을 뒷받침할 수가 없습니다.
전통적인 역할 모델을 존중하고 문화적 지속성에 가치를 두는 사회에서 변화를 위한 시도 중 일부는 힘겨운 도전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장수라는 선물을 최대한 누리려고 한다면, 사회적 실험에 착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사회적 개척자가 되려는 사람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보상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전통적인 가치를 인식하고 높이 평가하는 것과 함께, 사람들이 변화하여 100세 인생에 적응하도록 장려하는 것의 균형을 잡는 일이 중요합니다.
다음 주에는 ‘2. 베이비붐 세대의 노화’, ‘3. 노동탈취의 시대’ - 일부를 같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참조글 〉
O 출처1: 한국 ‘초고속 고령화’ 진행중.. 사람들 문제 체감 못하는 이유는? - BBC News 코리아 - 2022년 9월 30일자 기사
〈 참고 도서 〉
O 출처2: 『100세 인생』, 린다 그래튼, 앤드루 스콧 지음, 안세민 옮김, 2020.11.11 출간, 392 쪽, 100세 인생 - 교보문고
〈 소통과 성장의 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