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요금 70원"이라던 정몽준, '사회적 책임' 말하려면…
[현장편지] 재벌 정치인의 대선 출마를 보는 우울한 노동절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금속노조 전 비정규국장 필자의 다른 기사기사입력 2012-04-30 오후 2:43:51
5월 1일은 노동자들의 생일인 세계노동절입니다.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 투쟁을 기념하기 위해 1890년 5월 1일부터 시작되어 올해 122주년을 맞이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휴일로 지정한 국제적 기념일입니다.
올해 64주년을 맞이하는 세계인권선언 기념일보다 무려 58년이나 일찍 만들어져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추모하고 함께 싸우는 날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찾지 못하고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의욕을 더욱 높이기 위한' '근로자의 날'로 지내고 있습니다.
세계노동절인 5월 1일 한국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휴일'이지만, 공무원, 교사, 우체국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생일잔치에 배제되어 있고, 무엇보다 '빨간 날'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중소영세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일날인지도 모른 채 일하고 있습니다.
도리어 중국 노동절 연휴(4월29일~5월1일)와 일본 골든위크(4월28일~5월6일)가 겹쳐 15만 명에 달하는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해 백화점, 호텔, 식당, 쇼핑센터 등 서비스 노동자들은 생일 주간에 초과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생일날도 모른 채 초과노동에 시달리는 한국 노동자들
2012년 세계 노동절을 맞는 한국 노동자들의 상황은 처참합니다.
연간 노동시간은 2193시간으로 독보적인 세계 1위입니다.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노동시간인 1749시간보다 무려 444시간이나 깁니다. 한국 노동자들은 독일(1419시간), 노르웨이(1414시간), 네덜란드(1377시간) 노동자들에 비해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연간 100일을 더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다가 죽은 노동자의 숫자도 세계 최고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산재 사망자는 2114명에 달해, OECD 34개국 중 터키와 멕시코에 이어 산재 사망률 3위였으며, 지난 10년 동안 매년 25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어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 1위였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862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49.2%에 이르며, 하청업체의 정규직으로 분류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포함하면 900만 명을 훨씬 상회해 세계적으로 가장 높습니다.
2012년 한국의 노동자들은 전 세계 노동자들 중에서 언제 쫓겨날 줄 모르는 고용불안 속에서 가장 오래 일하고 가장 많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정몽준, 임기 내 버스비 70원 공약 내걸라"
세계 최장 노동시간, 세계 최고 산업재해, 세계 최대 비정규직 비율을 자랑(?)하는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122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가장 먼저 들려온 소식은 정몽준 씨의 대선 출마 뉴스였습니다.
▲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뉴시스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씨는 2조194억 원이라는 재산을 보유했고, 올해만 308억7000만 원의 주식 배당금을 챙겼으며, 전 세계 정치인 부자 순위에서 9위(2012년 3월 포브스 기준)를 차지한 재벌 정치인의 상징입니다.
그의 출마 소식을 들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하창민 지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정몽준이 갈 곳은 청와대가 아니라 노동기본권을 박탈하고 하청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낸 죄의 값을 치를 감옥"이라고 썼습니다.
한 누리꾼은 정몽준 씨가 2008년 라디오에 출연해 "버스 기본요금이 70원"이라고 말했던 것을 언급하며 "정몽준은 이왕 70원 드립 쳤으면 임기 내 버스비 70원을 공약으로 내걸어라"고 비꼬았습니다.
비정규직 조선소의 잇따른 산재 사망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현대중공업은 울산, 군산, 음성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1위 조선소입니다.
2011년 5월 25일 금속노조가 발행한 <금속일자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생산직 1만7751명에 사내하청 노동자가 1만9034명으로 51.74%에 달합니다. 현대미포조선은 생산직 2744명에 사내하청 노동자 5669명으로 67.38%에 이르며, 현대삼호중공업은 생산직 2507명에 사내하청 노동자 6400명으로 71.85%입니다.
이는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중 절반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뜻이며,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은 배를 만드는 노동자 10명 중에서 정규직 노동자는 3명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조선소에서 산재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지난 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동안 현대삼호중공업에서는 4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숨졌는데 모두 사내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지난 12월에는 떨어져 죽었고, 올해 2월에는 지게차에 치여 죽었으며, 대형 철문에 깔려 죽고, 밀폐된 도장공장에서 일하다 죽었습니다. 30대 젊은 노동자들의 영혼이 정몽준 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어느 조선소에서 소수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다수의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뒤섞여 일하면서 배를 만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외국의 어느 회사에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잇따라 죽어나가는지 궁금합니다.
"시민들의 기대 실망을 넘어 분노에 이르고 있다"
총선 기간 동안 현대중공업은 국민배우 안성기 씨를 모델로 내세워 동서 균형발전을 앞장서는 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라며 "우리나라에 이런 회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광고로 방송과 신문, 인터넷을 도배했습니다.
동서 균형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모델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입니다. 2008년 현대중공업은 신규 고용인원만 1만1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고, 전라북도와 군산시는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0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 군산조선소에는 울산에서 온 노동자들을 포함해 500여 명의 정규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그 중 지난해 말까지 신규채용 인원은 48명에 불과했습니다. 현장에서는 23개의 사내하청업체 2700여 명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배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군산시의회는 지난해 11월 "시민들의 기대는 실망을 넘어 분노에 이르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은 지역과 동반성장 대책을 수립하고 지자체는 전시성 기업유치 행정을 버릴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나쁜 일자리 양산?"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인 정몽준 씨는 4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대기업은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그에 걸맞은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이명박 정권은 법인세 인하, 고환율 정책, 폐차 보조금, 4대강 사업 등으로 국민들의 세금으로 정몽준 씨를 포함해 재벌의 곳간을 가득 채웠고, 민주당 지방정부도 현대중공업에 200억 원을 쏟아 부었습니다.
지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일하는 2700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연봉 2500만 원을 받으며 사장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언제 잘릴지 몰라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조차 만들지 못하면서 침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탐욕의 재벌이 어떻게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지 그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몽준 씨가 말하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국민의 세금을 가로채 비정규직으로 가득 채워진 공장을 늘리고,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입니까?
현대건설 CEO 출신으로 '기업프렌들리'를 외치며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던 이명박 정권 4년, '배고파서 못 살겠다'는 노동자, 서민들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재벌 정치인이 대통령을 꿈꾸고 있습니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 세계 최고 산업재해, 세계 최대 비정규직의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과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며 싸웠던 122주년 세계노동절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금속노조 전 비정규국장
서울시 비정규직 1133명, 내일부턴 정규직
기사등록 일시 [2012-04-30 11:15:00]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서울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1133명이 5월1일부로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시 본청과 사업소, 투자·출연기관 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총 2916명. 이들 중 39% 정도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는 당초 발표한 1054명보다 79명 늘어난 수치다. 소속 기관별로는 서울시 본청이 29명, 사업소가 296명, 투자·출연기관이 808명이다.
이들은 이날 서울시립대학교 대강당에서 박원순 시장 등 소속 기관장으로부터 공무직 임용장과 신분증을 받았다.
박 시장은 "비정규직 고용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향후 상시·지속적인 업무에는 꼭 정규직을 채용하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오는 9월까지 2단계 연구용역을 실시해 연내 '비정규직 관련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2단계 연구용역은 이번 전환대상에서 제외된 업무의 실태를 재조사하고 민간위탁·파견용역 등 간접고용비정규직의 고용 개선 방향 등을 연구한다.
kim9416@newsis.com
대법 판결 받아도 노조가 힘이 없으면 정규직 어렵다
[인터뷰] 현대차 불법파견 대법 승소 최병승 조합원
용석록 울산노동뉴스 현장기자 2012.04.30 09:58
연둣빛 잎새들이 산자락마다 다투어 피는데 수배자의 몸으로 말랑한 흙 한 번 디디지 못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을 만났다.
지난 2월 23일 대법원은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사실을 인정했고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최병승(불법파견 관련 소송 당사자) 조합원은 2005년 2월 현대차를 상대로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소송을 제기한 이래 7년 만에 최종 승소했다.
최종 판결이 나자 울산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전국의 제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술렁거렸으나 아직 불법파견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 움직임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최병승 조합원에 대해 정규직 노동조합인 현대자동차지부는 최병승 조합원이 정규직 노조의 조합원임을 인정했고, 최병승 조합원은 조합비 납부 등의 후속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해고 기간 생계비를 조합비로 지급하는 '신분보장'에 대해서는 지부와 당사자 간의 합의로 대의원대회에서 심의하지 않고 연기한 상태다.
최병승 조합원을 만나 대법 판결 이후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방향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최종 판결 후 회사쪽 공식 입장은?
회사는 대법 판결문을 받고 합리적 판단을 하겠다는 게 공식입장이었다. 대법 판결 자체가 내가 정규직이고 해고가 돼 있는 상태가 맞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하청업체의 해고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며 심문회의를 요청했고 이를 중노위가 받아들여 심문회의가 잡혀 있다.
중노위 진행 과정은 어떤가?
17일 심문회의가 열렸지만 연기됐다. 보통 대법원이 중노위 처분을 취소하는 취지의 판결을 하면 심문회의를 거치지 않고 재처분 결정을 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중노위가 예외적으로 심문회의를 잡은 것은 시간끌기로 보이며 대법 판결을 무시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든다.
정규직 노조인 현대차지부와는 어떻게 정리가 됐나?
지부는 대법 판결에 따라서 조합원임을 인정했고 조합비 납부 등 후속절차를 거쳤다. 현재 신분보장심의요청서를 접수한 상태며 대의원대회에서 신분보장 대상인지 결정하게 돼 있는데 이번 대대에서는 노조와 내가 합의해서 심의하지 않고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원하청연대회의에서 어렵게 단일 요구안이 도출됐는데 지켜보는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불법파견 당사자와 지부의 입장이 다르고, 요구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다름'을 통일적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처음 지회 입장에서는 요구안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거고, 지부에서는 무리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몇 차례 협의를 거치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투쟁 국면으로 올라갈수록 '다름'은 또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전국 제조업 사업장에 불법파견 만연, 모두 없애야"
'다름'이란?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불법파견이나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고 있지 않나?
회사가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버틴다면 정규직은 '범위'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을 것이고 지회는 '범위'를 정하는 것에 대해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본다. 요구안 단일화 과정 초기에는 제한적인 규정이나 이런 걸로 의심될만한 문구들이 존재했었는데 과정에서 시선을 통일시켜나가며 지부가 많이 수용했다.
뭐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가?
대법원 판결을 받은 노동사건도 노동조합이 힘이 없다면 법원에서 승소한 노동자만 혜택을 보게 된다. 심지어 승소자도 투쟁하지 않으면 판결로 얻은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우선은 지회 지도부의 지도력이 우선돼야 하고, 조합원 조직을 재정비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법을 해석한다면 범위를 설정하는 등 각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법률적인 문제로 얘기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법판결 의미는 사내하도급이라는 제도가 특히 제조업 사업장 내에서는 없어져야 하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법률적 기준이나 가치판단 잣대로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 된다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에서의 파견은 불법이기 때문에 원청사 입장에서는 노동자 전부를 해고하거나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해야 하는 판결이다. 즉, 이번 판결은 제조업 사업장에 양질의 일자리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이 그대로 수용하겠는가?
자본은 이미 파견법을 확대하거나 개정해서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버린 느낌이다. 새누리당에서 3월 27일 발표한 '가족행복 5대 약속 과제'를 보면 비정규직 차별 개선을 위해 사내하도급 노동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법안이 단순하게 이번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작년 연말에 제출됐었는데 심의가 안 된 상태였다. 지금 사내하도급은 민법상의 하도급법에 포함된 것이며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은 하도급법을 인정한다는 의도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건 비정규직을 합법화한다는 의미다. 비정규직은 폐기돼야 할 조항이라는 걸 사회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현대자동차 원하청은 물론 노동계가 집중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처음 소송 당시 개인이 아닌 지회에서 기획한 일"
최병승 조합원은 불법파견 소송 당사자이고 울산 현대자동차는 그 소속 사업장으므로 전국의 노동계와 자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현재 자동차산업에 26만 명 정도가 고용돼 있다. 현대기아가 자동차공업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절대적 강자인 현대자동차에서 그런 모델을 만들면 전체 자동차산업으로 확대될 것이다. 또한 자동차 현장에서 전체 제조업 사업장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투쟁은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위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투쟁이다. 현대차지부도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지회도 마찬가지다. 노동계가 이 문제를 현대자동차만의 문제로 보지 말고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라 보고 접근해야 한다.
공동요구안이 어떤 형태로든 합의됐을 때 의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 투표를 정규직과 같이 하게 되는가?
지회는 3개 지회, 지부는 1개 지부가 공동협상에 임한다. 3지회는 별도로 의결했으면 하는 의견도 제출되고 있고, 지부는 확대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 축에서는 '비정규직 철폐' 조항이 정규직지부 요구안에도 있었던 만큼 정규직화 요구안은 공통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의결에 관해서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회사는 최병승 개인에 관한 판결이라고 주장하는데 고민이 있다면?
개인적이 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최병승 개인에 대한 판결이 아니고 처음 소송을 제기할 때도 노동조합(지회)에서 고민해 기획해서 진행한 사항이다. 현대자동차를 잘 보면 노동자는 취업과 동시에 현대자동차의 필요에 의해 자동차를 만들었기 때문에 현대자동차가 사람을 고용한 것이지 업체가 고용한 것이 아니다. 그런 속에서 불법파견에 대한 진정을 하게 됐고 이것은 법률적 기대가 아니라 부당하기 때문에 정당한 지위와 위치를 찾겠다는 문제제기였다. 즉 현대자동차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원청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 기준에 따른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겠나.
지회 조합원들은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을까? 자신이 정규직 대상이 되느냐 아니냐을 가늠하며 계산하지는 않을까?
동지들은 누구누구가 정규직 대상이라고 예상하며 어느정도 계산을 할 수도 있다.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인생사에서 이번 정규직화투쟁은 복잡한 일이고 자신의 이해관계가 있어야 투쟁도 한다. 이 이해관계를 개인으로 풀어야 할지 모든 현장의 비정규직을 봐야 할지 잘 이해시키고 설득시켜야 할 과제가 지회에 있다.
"같은 생산라인에서 일하면 똑같은 정규직이라는 건 지극한 상식"
지회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이해시켜야 하는 부분도 있어 보이는데...
한번만 생각하면 답은 분명하다. 대법 판결 해석 순서를 보자.
최병승은 파견근로자다. - 그런데 파견법 5조 1항은 제조업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 그래서 최는 불법파견 노동자다. - 구 파견법 6조 3항 적용을 받는다. - 따라서 최병승은 2004년 3월 13일부터 불법파견 2년을 넘겼으므로 2004년 3월 13일부로 정규직 지위를 갖는다.
이건 무얼 의미하는가? 불법파견이 사내하도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것이다. 이는 근절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은폐된다. 누가 정규직 될 것이냐가 아니다. 기간과 라인에 따라 정규직 대상이 되느냐가 아니라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모든 노동자는 똑같이 정규직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게 돼야 사회적 기준이 생긴다.
제조업 비정규직 외에 서비스업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하다. 상대적으로 그들에 비해 제조업은 임금조건이 낫지 않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스스로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큰 틀에서 투쟁해야 한다. 우리보다 더 열악한 사업장이 많다. 제조업만 정규직화하는 것이 더 열악한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동의받을 수 있느냐? 이기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선별과 선택이 아닌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를 걸고 싸워야 한다. 제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0년째 투쟁한 과정이 있다. 규모 있는 비정규직 사업장이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런 것에 부응해 전체 노동계의 의제로 확장해야 동의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비정규직 노동자들 정규직 성과급 받을 때 욕하지 않았냐? 똑같은 상황이다. 우리보다 열악한 노동자들이 많은데 그들이 부탁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 그들과 함께할 수 없다면 정규직 노조를 비난할 자격이 없는 거다. 스스로 이해관계가 커서 열망이 크고 왜곡될 수도 있지만 더 크게 바라봐야 올바른 투쟁을 할 수 있다.
"현대차 원하청 공동투쟁에서 전국으로 번져 나가길"
현대자동차 원하청 말고 노동계가 책임질 부분도 있는데 잘 될것 같은가?
정말로 힘든 사람은 노동조합 오지 않는다. 이걸 고민하지 않으면 노동자 조직률은 10% 넘기 어렵다. 노동조합 위기론이 왜 나오겠는가? 가치와 삶의 방향을 가지고 함께해야지 조직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부는 지회와, 지회는 더 열악한 서비스업 비정규직들과 함께 투쟁해야 하고, 이번 원하청 공동투쟁은 투쟁하니까 되더라는 모델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현실에서 보여주는 투쟁이 됐으면 좋겠다.
희망적으로 봐도 될까?
전체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면서 투쟁을 조직하고, 우리가 승리하면 바로 옆에 있는 효문 부품사 노동자들도 투쟁하지 않겠나? 작은 자본에 있는 노동자들도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싸움으로 시작해서 그들과 함께하는 것, 양정동에서 효문으로, 효문에서 달천이나 경주로, 이렇게 확대되어져야 비정규직 철폐는 가능할 것이다.
2010년 대법원은 ▲ 자동차 조립생산작업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 방식으로 독립된 업무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과는 거리가 멀고 ▲ 정규직과 사내하청이 혼재돼 배치되고, 원청의 작업지시서에 의한 단순업무가 반복되고, 하청업체의 고유기술이나 자본투자가 없고 ▲ 현대차가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작업배치권을 갖고 ▲ 정규직 결원시 하청노동자가 대체 투입되고 ▲ 현대차가 하청노동자에 대한 근태상황과 인원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점으로 봤을 때 현대차가 직접 사용자라는 판결을 내렸다.
2010년 현대차 시트사업부는 하청업체인 동성기업을 대체할 청문기업과 새로 도급계약을 맺었고 새로운 하청업체인 청문기업이 기존 동성기업 조합원들의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조합 탈퇴와 근로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동성기업 노동자들은 사측의 새로운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위장폐업에 맞섰다. 동성기업 투쟁으로11월 15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CTS 점거파업이 시작됐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출입증 반납하고 사원증 패용하자", "불법파견 반대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를 걸고 25일 동안 점거파업을 벌였다.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 쟁취'를 걸고 벌인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의 파업에 대해 회사는 해고 111명, 정직 1000여명의 징계를 내렸다.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태풍의 핵 될까
2010년 파업 이후 비정규직지회는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를 위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고, 현대차지부는 지난해 문용문 지부장 당선과 함께 원하청공동투쟁으로 비정규직을 철폐하겠다고 약속했다. 원하청연대회의는 '현대자동차에서 노동하는 모든 노동자를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원하청 공동요구안을 마련했다.
현대차 원하청 노조의 이러한 움직임이 전체 노동계에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며 올해 현대차 노사가 어떻게 불법파견 문제를 정리할지 관심이 쏠린다.
2010년 투쟁 이후 17개월째 수배생활을 하고 있는 최병승 조합원은 "하늘만 보면 눈물이 난다"는 이야기를 웃으면서 했다. 어느날 밥 먹고 나오다가 하늘을 보니 언제 또 저 하늘을 자유롭게 볼 수 있을까 싶어 서글픈 맘도 들더라는 얘기다. 비정규직 투쟁의 역사와 류기혁 열사의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들을 다 쓸 수 없어 어느 파견노동자의 편지를 소개하며 인터뷰 글을 마친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법이라 한다.
파견법 시행 14년, 파견 노동자 보호한 적 있습니까?
보호 받은 자 누구입니까?
끝내고 싶은 지난 세월이었습니다.
고독과 슬픔보다 더한 것은
내가 사랑하는 동지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었습니다.
가슴에 뭉친 응어리 아무리 쓸어내려도 맺힌 분노 삭힐 수 없었습니다.
격하게 살아왔던 세월,
나뭇가지에 걸린 마지막 잎새가 팔랑거리며 헐떡대는 것처럼
우린 아마도 갈기갈기 찢어진 낙엽일 겁니다. - 어느 파견노동자의 편지
월 1백만 원이 조금 넘는 박봉이지만 안정된 직장이라 여기고 감사하며 열심히 살겠노라 다짐하며, 건강하게 자라나는 자식들을 위해, 당뇨병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딴 생각 않고 지금까지 야근도 휴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에만 매달려 왔단다.
그러나 그는 한순간 온 몸이 굳어버리는 전율(소름)을 느껴야 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보니 노란 봉투가 배달되어 있었다.
개봉,
"귀하께서 지난 2년 동안 회사를 위해 열심히 근무한 점을 높게 평가하고 치하하지만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파견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해고 예고됨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 어느 파견노동자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