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숨은그림찾기(퍼옴)

[일산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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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시금털털 케케묵은 격언을 떠오르게 하는 영종대교의 모습입니다.

인천 월미도에서 바로 코 앞에 보이던 섬.
그래도 배를 타지 않고는 들어 갈 수 없어 주머니 가벼운 청춘들에게 저렴한 뱃삯으로 섬 여행이라는 낭만을 주던 곳.

이제 그 곳은 국제공항이 들어서 있고 그에 걸맞게 국제업무단지가 공사 중이고

그리고 '신도시'라는 새로운 꼬리를 달게 되었습니다.
영종대교로 이어지는 하이웨이는 해외로 뜨는 여행객 뿐 아니라 반나절 나들이를
즐기려는 이들을 을왕리 해변으로 부~웅 데려다 줍니다.

해당화가 피고 맥없이 갈증을 일으키던 염전은 이제 없지만 인간 문명의 이기가
섬 전체를 뒤덮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알캉스 패밀리는 10년 전 방법 그대로 섬을 찾아가고 아직 남아있는 영종도의 숨은 그림들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난리도 아닌 월미도>



인천행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종착역인 인천역에 썰렁하게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찾아가던 월미도.
커피 마실대라고는 예전(藝展)이라는 이름의, 이름만큼이나 멋진 빨간 벽돌의 레스토랑이 달랑 하나 횟집도 드문드문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던 월미도는 이제 <2천만 수도권시민의 제1바다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발 딛을 틈만 있으면 그 곳엔 횟집이 있고 유료주차장이 있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놀이기구들이 버티고 있습니다.










차량이 뒤엉키고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로에서 '영종도행 선착장' 이정표를 발견하고 줄을 선 대열의 꼬리에 한참만에 붙었습니다.
배가 들어 오길 기다리는 사이 달캉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기구를 타러 갑니다.
옛 정취를 느끼려고 굳이 배 타는 길을 택했지만 아이들 성화에 새로 들어 선 풍물도 즐기게 되고야 마는군요.

앞선 차들을 싣고 배 한 척이 떠나고 그 다음에야 우리 차례가 옵니다.
차량 선적료 6천원, 사람은 인당 천원.
배 타는 시간이래야 20여분 남짓 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바다 위를 가로 질러 섬으로 들어가는 기분은 톨게이트비를 6천 백원이나 내고 떨떠름하게 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니들이 새우 맛을 알어?>











미리 준비한 새우깡을 갈매기 먹이로 주기 위해 윗층으로 서둘러 올라갔습니다.
짧은 시간 배를 탈 때 준비해야 하는 것은 키미테가 아니라 새우깡입니다.
사람들이 던져준 과자 맛을 익히 알고 있는 갈매기들이 "끼룩끼룩"대며 몰려드니까요.
이렇게 새우깡 한봉지를 다 비우고 나면 어느새 영종도에 도착!

월미도 선착장과 비교하면 영종도 선착장은 10년 전과 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선착장 도로 변으로 늘어 서 있던 수산물 좌판이 번듯하게 시장을 형성해서 천막을 치고 있다는 것 뿐.

여기에서 부터 을왕리 해변까지 가는 길은 옛길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10년 전에도 이미 영종도 공항 건설이 진행 중이었지만 그래도 비포장 길을 흙먼지 날리며 달리다 만나는 갯벌과 방조제 공사로 사막이 되어버린 곳에 붉게 피어나던 이름모를 해초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던 곳.
지금은 곧게 뻗은 아스팔트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타클라마칸?>













아스팔트를 내기 위해 깍아낸 크고 작은 언덕은 여기에 다시 모여 한국의 타클라마칸 사막이 되었습니다.
을왕리로 가다 서울, 공항 방향으로 우회전합니다.
여기서 다시 용유도, 무의도 방향 유턴 이정표가 나오면 왼편으로 난 도로를 향해 좌회전 합니다.
도대체 이 길을 따라가면 뭐가 있기나 한 것일까 의심이 들 때 쯤 왼편으로 길 같지도 않은 길이 나 있습니다.
여기저기 어린 소나무들을 심어 놓았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말라가고 있는 슬픈 모습입니다.
그러나 오프로드가 온로드가 되어가고 요즘 만나보기 힘든 오프로드가 새롭게 탄생했군요.












얼마 전 동호회 정모가 이 곳에서 있었기에 익숙한 길을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는 동안 아이들은 비행기에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공중에 떠있는 비행기를 이만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도 없으니까요.
황량하기 이를데 없는 모래 언덕에서도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보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며 어서 이 곳에 나무가 자라고 풀들이 무성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을왕리의 노을은 아름답습니다>











허름한 민박집 몇 채가 전부이고 그나마 여름철이 아니면 강아지 몇마리만 어슬렁 거리던 해변은 이제는 늘어선 음식점들로 밤이 되어도 어두워지지 않고 눈이 아릴 지경입니다.
제법 길고 풍부한 모래사장을 가졌던 을왕리 해변은 검은 아스팔트로 반 넘게 덮혀버린 듯 합니다.
바닷가 마을의 정취는 간데 없지만 붉은 노을은 여전히 멋진 것 같습니다.
옅은 구름이 낀 날씨였는데도 구름 사이로 용케 얼굴을 내민 노을을 뒤로 하고 왕산리로 향합니다.

왕산해수욕장은 을왕리에 비해 찾는 이가 드물어 호젓하게 바다 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곳입니다.
여름철이면 썰물 때는 갯벌을 즐기고 밀물 때는 해수욕을 즐길 수 있구요.

해가 지기 전에 갈대밭을 찾아가야 합니다.
왕산 해수욕장을 지나 영종도 공항 방향으로 3km 쯤 진행하면 공사현장 깃발이 꽂힌 도로가 나옵니다.
이 길로 들어서서 마을을 따라 가면 공항을 바라보고 자라난 갈대밭을 만납니다.












자칫 잘못하면 뻘밭에 빠져 허우적 거리게 되니 조심하시기를.......
예전에 깜깜한 밤 중에 번개로 이 곳을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동회회 식구들 뿔뿔이 흩어졌다가 저 멀리 보이는 바위산을 이정표 삼아 간신히 다시 모인 경험이 있습니다^^

영종대교가 생긴 이후로 간단하게 영종도를 오가다 배를 타고 들어갔다 다시 배를 타고 나왔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짧은 여행에서도 배우고 느끼는 것이 클 때가 많습니다.
검은 밤바다 위로 멀리 휘영하게 불을 밝힌 월미도의 모습도 한 십년 쯤 후면
'아 그때 월미도 멋졌었지...' 회상하게 되겠지요.
오늘 낮 10년 전과 다르다고 짜증스럽게 바라보던 이 곳을 말입니다.


여행 tip 하나!



최근 들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영종도의 명소. 해수피아.

해수 원탕을 그대로 공급한다고 해서 일부러 찾는 이도 많다.

확실히 때를 밀어줘야 할 필요성을 느낄 때 찾으면 좋을 듯.

삼투압 작용으로 피부 각질이 완전히 제거된다.

엉성하게 때를 밀었다간 허연 때를 그대로 몸에 붙인 채 나와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여행 tip 두울



영종도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바지락 칼국수.

바지락 칼국수의 원조라면 제부도를 꼽겠지만 영종도에서 제부도로 튈 수도 없는 일.

맛을 포기하는 대신 써비스를 선택하자.

특별히 맛있다고 보긴 힘들지만 친절함 만큼은 120점이다.

부침개 써비스에 아이들 몫까지 덤으로 준다.



위치: 왕산해수욕장

이름: 할매횟집

[로키]

오...한번 꼭 가보고 싶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