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비슷한 시기에 은퇴한 동료교수들의 모임에서
우리들만의 짧은 해외여행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장소는 타이페이를 중심으로 한 타이완으로 하고
일체의 계획은 내게 맡겨졌다.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이미 몇번의 자유여행 경험이 있고
특히 집사람과 함께 한 타이페이 자유여행 경험이 있는지라
궂이 다시 가지 않아도 되는 타이페이 여행을 진행하게 되었다.
적지 않은 여행경비인지라 다시 간 다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모임을 위한 희생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가을 경으로 얼추 날짜만 잡고 시작한 일이라
항공 숙박 스케쥴 등 해야할 일들이 적지 않았다.
가능하면 경비를 줄여야 했으므로 일찍 예약을 하는 것이 좋으나
사람의 일을 알 수 없는 지라 너무 빨리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하여 11월말 쯤으로 여행일정을 확정한 후
본격적인 여행 준비에 들어갔다.
우선 항공앱의 얼리버드 항공권을 찾아 4월에 차이나에어 7석을 예약하고
7월엔 부킹닷컴에서 타이페이 용산사 부근의 가성비 좋은 카이사르메트로 호텔을 예약하였다.
그리고 본격적인 투어 스케쥴 만들기.
주요 포스트와 관광지, 시간대별 이동 동선까지 고려하여
수차례의 수정과 보완 끝에 작업이 마무리된 것은 9월말 경이었다.
무려 6개월에 걸친 작업이었다.
주요 관광지로는 타이루거(泰魯閣)협곡과 지질생태공원 예류를 포함하고
타이페이 시내일정은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자유롭게 지내도록 하려 했다.
하지만 3박 4일 여정 중 오가는 날 반나절씩 날아가고
하루 온전히 태로각 여행, 반나절을 소모하는 예류 일정인지라
필수 방문지로서 고궁박물관 일정을 제외하면
다른 시내일정 계획을 세울 수도 없었다.
11월 20일 오전 9시,
7인의 노병들이 인천공항 제2터미날 출국장에 모였다.
가벼운 옷차림과 작은 가방, 밝은 웃음, 그것이면 충분했다.
오후 1시 보딩인지라 여유 있게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자유여행이 품을 수 있는 느긋함을 만끽하기 위해 조금 이르게 모였던 것이다.
모두들 즐겁게 쇼핑도 하고 문화공연도 감상하면서
저마다 들뜬 기분으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 제2터미날 출발기념>
오후 4시 타이페이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한 후
환전과 함께 교통카드인 이지카드를 인원대로 구입하였다.
보라색 급행 전철을 타고 타이페이 메인스테이션으로 간 후
환승하여 용산사역에 내렸다.
구글 지도를 통해 어렵지 않게 예약한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용산사역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어 매우 편리하였다.
시간이 5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이미 어둑해진 상황인지라
옷만 갈아입고 타이페이 시내 시먼시장으로 나가 뷔페식 샤브샤브로 저녁을 먹었다.
모두들 호텔과 시장을 도보로 오가면서 타이페이의 밤문화를 경험해보고
모처럼의 자유로운 우리들만의 여행에 한껏 즐거워 보였다.
21일 아침 8시,
태로각여행을 위해 미리 예약햐둔 현지여행사의 가이드겸 운전자가
9인승 밴을 가지고 호텔로 찾아왔다. 정확한 시간이었다.
현지인의 아침식사문화를 체험해보고자 식당 거리를 찾았는데
대부분 문을 열지 않았고 다행히 우육면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우육면은 가장 대중적인 음식인데다 모두들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라
한 그릇씩을 뚝딱 해치웠다. 나쁘지 않았지만 대중음식 다웠다.
<타이페이의 아침식사 뉘로우미엔(牛肉麵)>
중간 휴게소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거의 4시간을 달려
12시 넘어 태로각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비취색 바다가 아름다운 청수단애를 감상하고
이어 사카당 길을 걸어보고 연자구 협곡과 터널을 걸어보고
마지막으로 장춘사를 관상하는 것으로 태로각 여행을 마쳤다.
기대보다 웅창한 협곡의 경치와 암벽을 뚫고 간 사카당, 연자구길의 스토리들이
여행의 의미를 한층 더하는 듯 하였다.
<타이루거 가는 길 중간 휴게소에서>
<타이루거(태로각) 청수단애(淸水斷崖)>
<타이루거 연자구>
<타이루거 점심식사>
유쾌 상쾌한 타이루거 여행은 밤8시쯤 타이페이로 돌아오면서 마무리되었다.
저녁식사를 위해 101타워 딘타이펑분점을 찾았으나 워낙 인파가 많아 포기하고
호텔에서 가까운 화시지에(華西街) 야시장을 찾았다.
수많은 손수레들과 다양한 음식점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제법 규모가 있어 보이는 길가 음식점에 자리잡고 앉아
현지 음식들을 주문하였다.
너댓가지 볶음이나 야채요리들은 입맛에 거슬리지 않았고
특히 58도 백주인 진먼주(金門酒)는 최고의 맛이어서 700cc 두병을 금방 해치웠다.
음식점 주인이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한국인의 술문화는 타이완 사람들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타이루거 여행을 마치고 호텔 부근 화시지에(화서제)야시장 식당>
오전 고궁박물원과 오후 예류 일정인지라 아침을 서둘렀다.
지하철로 스린(士林)역에서 내려 길가의 만두집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어제 먹은 술이 있어 따뜻한 해장국물이 있었으면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수박즙과 망고주스, 여러종류의 만두로 아침을 대신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고궁박물원에 가서 2시간 남짓 전시물들을 관람하였다.
가장 귀한 보물로 전시되던 취옥백채는 타이중 전시를 위해 옮겨졌고
동파육과 다양한 전시물들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궁박물원>
<장개석을 기념하는 중정기념당>
<해양지질공원 예류(野柳)>
<귀국길 타이페이 타오위안 제1공항터미날에서의 마지막 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