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근무제를 앞두고, 그동안 시골살이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생업의 문제를 농사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풀어나가려는 분들이 늘고 있다.
대체로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가려는 분들의 경우에도 정작 농사를 전업으로 하려는 경우는 드물다. 우선 농사에 대한 지식이나 체험이 부족하고 또한 있다 하더라도 불투명한 수지와 그 고달픔을 감내할 의사가 없는 듯하다. 그저 가족들이 자급할 텃밭 정도의 농사를 바라는 듯하다. 우리 농업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농사 안 짓는다고 이 분들만 비난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면 농사 이외에 시골살이의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가장 큰 흐름은 펜션이나 민박과 같은 숙박 서비스업이다. 특히 최근 들어 주5일 근무제가 가시화되며 이를 염두에 둔 이들이 늘고 있다.
두 번째는 때 묻지 않은 오지나 청정지역에서 된장이나 고추장 같은 전통음식, 약초나 한봉, 토종가축, 야생화 등의 생태환경친화적 산물을 재배하거나 생산하는 이들도 있다.
세 번째로는 천연염색, 도예, 목각, 조각, 전통음악, 사진 스튜디오나 갤러리 등의 문화예술적 작업을 하는 이들이다.
이 밖에도 개를 기르거나, 미꾸라지나 송어, 참게 양식을 하는 분도 있고, 특이한 수집품을 바탕으로 한 사설 박물관 운영 등 다양한 시도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노후 생활이나 세컨드 하우스 식의 전원 생활에 머무르던 상황과는 조금 다른데, 본격적인 시골에 정착된 생활을 하려는 의지들이 보인다. 이런 경향은 부동산의 가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데, 그동안 주요한 생업의 근거지가 되던 수도권이나 도심지를 중심으로 반경 1시간 이내에 치우치던 도시민의 전원주택지가 그 반경을 넓히고 있는 점이다.
즉 예전의 시골 땅값은 서울이나 각 지역의 기반도시를 중심으로 멀수록 가격이 싸지는, 거리 대비 가격의 비례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예전에 각광받던 수도권의 양평 지역의 땅값이 최근 들어 주춤하는 반면 요즘 각광을 받는 강원도 홍천강, 내린천, 동강 유역의 경우에는 이를 상회하는 지역도 등장한다는 점이다.
서울이나 도심에서 멀면 좀 싸리라던 땅값의 고정관념이 무너지며, 어느 곳이든 어떠한 환경여건을 갖추었느냐에 따라 땅값이 세분화되고, 차별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양평에서도 평당 1만원 짜리 임야가 있는가 하면, 내린천 주변의 임야는 평당 10여 만원을 홋가하는 경우도 있다 한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들어 생업을 유지하며 도심의 일터와 집을 오가려는 이들이 가졌던 거리의 부담이 줄어 들어, 어디든 여건만 갖추면 들어가 그곳에서 새로운 생업을 해결하며 살겠다는 이들의 증가에 있다. 또한 90년대에 착수했던 전국의 도로공사들이 최근 속속 완공되며, 전국의 어느 곳이든 쉽게 다다를 수 있고, 실제 소요시간이 눈에 띠게 줄어 들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앙고속도로의 개통과 서해안 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그 주변의 오지들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는 실태이다. 세 번째로는 그동안 아름답고, 청정하다고 알려졌던 수도권의 전원주택지들이 최근의 난개발과 위락시설의 과다한 유입, 이로 인한 자연환경의 악화 등으로 외면되면서 아직 덜 때가 묻은 청정지역을 찾아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땅값이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동안 도로변에 평탄한 땅을 찾는 이들은 줄고, 물가에 경사가 적당한 땅을 찾는 이들이 늘고 보면 그 땅값이란 것의 전도는 당연해지는 것이다.
최근의 땅값을 놓고 보면 주5일근무제라는 기대치를 두고, 수요자나 공급자가 실제보다 상당히 부풀려진 가격선을 주고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가수요이든, 거품이든 실제 매매가 이뤄진다면 그것이 지금으로선 실제적인 땅값일 수도 있다. 실제로 부동산 업체들의 말로는 지금의 땅값이 거품이라기보다는 IMF 이전의 상태로 회복된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골의 땅값이란 것이 한 번 가격이 형성되면 그 자리에서 머무르면 머무르지 뒤로 내려오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가파른 가격 상승에 대해서는 신중히 관망할 여지가 있겠다. 최근 들어 각광을 받는 청정지역의 물가나, 공급이 제한된 강변지역, 계곡의 경관이 수려한 곳은 그 희소성 때문에 가격의 상승이 이해되지만, 그러한 지가 상승에 편승하여 덩달아 오른 인접 지역의 땅값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전업농사를 하기 위해 귀농을 하려는 분들에게는 좋은 기회이다. 농사 짓기 좋은 조건의 농지들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이럴 경우에는 농림지를 선택하면 더욱 헐한 값에 농지를 구입할 수 있다. 보전임지에도 그 경사도와 나무의 밀도에 따라 주택이나 농지이용이 가능하다 하니,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아 보기 바란다.
시골기차를 운영하며 가장 어려운 점이 땅값을 물어보거나, 땅 매입을 부탁할 때이다. 나 자신이 성공적인 땅 매입을 해 본 적도 없고, 민감하게 파도치는 땅값에 대한 전문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의 각 지역 부동산 기준가를 제시하면서, 같은 지역이라도 조건에 따라 가격이 수십, 수백배까지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하여 각 지역의 상대적 비교 정도로 받아 들여 주기 바란다.
최근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곳은 단연 내린천 주변이다. 펜션을 하겠다는 분들이 많이 들어서며 그 거래도 활발하다. 진동계곡 쪽으로는 웬간한 물가는 7만원~ 10만원 이상을 보인다. 내린천 주변의 미산계곡, 개인약수, 내면의 살둔 쪽도 보통 6만원~ 10만원 선이라 한다.
최근 들어 가장 활발한 거래가 이뤄진다는 강원도 홍천권은 유원지가 형성된 수타사 계곡 물가 인접지 10만원 ~15만원, 홍천강 유역 10만원~15만원이고, 온천장과 팔봉산 유원지, 노일강변 주변도 10만원 안팎의 강세를 보인다. 지역이 워낙 넓은 홍천군에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곳은 내촌면인데, 아직 3만원 ~ 5만원 정도로 구입이 가능하고, 특별한 유원지로서의 가치가 없는 화촌면이나 홍천읍의 경우에도 잘 찾으면 그 정도의 가격에서 구할 수 있을 듯하다.
중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오지이면서도 두 시간 이내에 가 닿을 수 있는 치악산 국립공원 주변도 거래가 늘고 있다 한다. 특히 동강의 강세에 밀린 사람들이 그 합류가 되는 서강 - 영월군 쪽의 주천, 수주면에 관심을 두고 있다. 서울에서의 접근성도 동강보다는 뛰어난 장점이 있다. 물가의 경우에는 이곳도 6만원 ~ 10만원에 이르나, 깊이 들어선 곳을 찾으면 3만원~ 5만원 선도 없는 것은 아니라 한다.
카지노 특수의 영향을 받은 정선 지역은 일단 관심은 많으나 아직까지는 그 거리가 부담이 되어 정착하려는 분들을 중심으로 깊은 오지를 찾아 들어가는 경향이다. 동강의 상류쪽으로는 이미 상당한 가격이 상승된 상태이나 그 외의 지역에서는 경관이 수려하고 청정하면서도 아직 3만원 대의 큰 땅들을 구할 수 있다.
평창 지역은 금당계곡 쪽이 일단 강세를 보이는데 6만원 내외의 가격이 형성되고, 진부 쪽으로 나가면 3 ~ 5만원 수준의 땅을 구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태안반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주지가 등장하고 있는데, 주로 해안에 인접한 지역에 펜션이나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부지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아직 안정적인 가격 형성이 되지 않아 적정한 땅값의 추정이 어렵다고 본다.
이와 함께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용인, 양평, 광주 등지에는 매매가 거의 고정되어 매물 자체가 드무나, 대체로 예전의 가파른 상승세가 완만하게 고정되거나 조금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양평에서는 국수리 쪽의 전형적인 농가마을의 농지가 10만~15만원선으로 가능하며, 거기에 비해 북한강 주변의 문호리, 수입리 등에는 카페, 식당이 밀집되어 정상적인 땅값을 추정하기 어렵고, 주거환경으로도 적당치 못하다. 따라서 양수리권에서는 그 배후지인 중미산 자락의 정배리, 목왕리 등에 전원주택단지가 형성되고 있는데, 30~ 5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양수리권이 상업지로 가득차고 땅값이 비싸자 그 배후인 가평의 설악면이 새로운 전원주택지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의 계획이 발표되면서 그동안 고립된 오지로 인식되던 이곳의 땅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유명산 휴양림 근처의 가마소와 엄소리 일대와 북한강변의 미사리 일대는 30만원 ~ 50만원선까지 이르고 있다. 문호리에서 설악으로 넘어가는 지역에도 15만원의 땅값이 호가되고 있다. 설악면에서도 강가나 개울가에서 떨어진 곳에서는 7만원 ~10만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가평의 경우에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오지이며, 청정지역이라는 점이 부각된 북면의 적목리, 백둔리가 펜션, 민박집 등의 수요로 10만원~15만원 수준이고, 북배산 주변의 큰멱골, 작은 멱골 등지는 비교적 저렴하여 7만원 안팎의 수준이다. 가평에서는 일찌감치 전원주택지로 부각된 곳이 남이섬 부근의 북한강변에 자리잡은 금대리 일대이며 지금은 20~30만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한다. 또 최근에 청평댐에서 남이섬 방향의 강변을 끼고 도는 도로가 포장이 완료되며 호명리 이후의 새로운 지역들이 강세를 보이는데, 지형상 강가 쪽으로는 극히 제한된 매물로 정상적인 땅값 형성이 어렵다. 설악면 미사리 일대와 호명리 이후 지역에는 통일교 재단의 부지가 많아 작은 규모의 매물을 찾아 보기 어렵고, 그만큼 땅값이 비싼 편이다. 호명리에서 남이섬 가는 중간에 상천으로 빠져나가는 길이 있는데, 한동안 부동산업체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다가 최근에는 뜸한 실정이다.
양수리의 땅 거래가 안정되고, 가격이 높게 형성되자 최근에는 양평 외곽 지역으로 이주 반경이 넓혀지고 있는데, 단월과 용문 지역이 주목되고 있다. 단월은 산음휴양림을 주변으로 평당 10만원 ~20만원을 호가하고 있으며, 산음에서 홍천강을 타고 팔봉산으로 이어지는 강변도 숨겨진 오지로 아름다운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는 비발디파크를 중심으로 땅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용문은 서울간 전철계획에 힘입어 꾸준한 상승을 보이고 있는데, 15만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고질적이던 양평과 홍천, 인제, 속초간의 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용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전원주택지가 형성될 듯한데, 이미 땅값 상승의 기대치로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조금 싼 땅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을 그 주변의 양동, 횡성, 홍천으로 돌리게 하고 있다.
양동은 지제와 양평권에서는 가장 땅값이 저렴한 지역인데 최근 들어 귀농하려는 분들을 중심으로 한 농지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귀농에 뜻을 둔 분들에게는 양동, 지제, 대신 지역의 땅은 아직 거품이 없어 고려해 볼만한 곳이다.
대체로 최근의 땅값은 대규모 도로들의 개통과 교통시간의 단축으로 청정지역과 오지를 중심으로 한 가격의 상승이 강하게 나타나며, 상대적으로 귀농의 대상 농지는 지역내에서도 큰 가격차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귀농을 하려는 분들은 이러한 지역을 피하되, 향후 복합적인 관광생태업과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는 경기도와 충북의 경계지점인 앙성, 강원지역 접경지인 귀래 등의 비교적 덜 알려지고, 땅값이 저렴한 지역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상은 주로 도로가 있고, 건축이 가능한 준농림지를 대상으로 추정된 가격인데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지역별 가격차가 크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혀 둔다. 또한 예전과 달리 투기꾼들이 점유한 땅들이 줄고, 실수요자가 늘면서 지역적으로 좋은 땅들은 매물로 나오지를 않고, 나온 매물들은 별로 새로운 땅 매입자들의 기호에 맞지 않아 실거래는 잘 되지 않는 실정이다. 바로 이런 점이 지역내의 땅값 차이를 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본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마치 부동산업자가 된 느낌이 드는데, 어차피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살이를 마음에 둔 분들에게는 무엇보다 농사를 짓거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 땅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쓰고 말았다. 시골기차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현지주민의 경우, 부동산 가격 동향에 대해 잘 모르고 막연히 높은 가격의 풍문에 기대하는 바가 커서 오히려 시세보다 높은 가격의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으니, 오히려 매입자와 매도자의 중간을 적정히 조정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부동산업체를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요즘엔 대형부동산업체들이 영세한 부동산업체의 정보를 이용하여 웃돈을 붙여 파는 경우도 있다 하니, 무엇보다 신뢰할 만한 부동산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좋겠고, 충분히 여러 곳의 땅을 비교 평가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남양주와 가평권의 부동산 거래 정보는 해당 지역의 면사무소 부근이나 희망 지역에 인접한 부동산을 추천하고 싶고, 강원 홍천지역은 가능한 인터넷 등으로 검색이 가능한 부동산을 통해 대강의 매물 정보를 파악하고, 해당 지역의 부동산중개소를 찾아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땅을 알아보러 다니다 이런 분들의 도움말을 많이 들었다. 충주권을 비롯하여 영남, 호남 지역에는 아는 바가 없어 다루지 못했음을 밝혀 둔다. 끝으로 시골기차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은, 땅은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며, 시골살이에 할 목적이나 이주자의 개성과 취향을 충분히 고려하여 선택하기를 권하고 싶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현지님 고마운 정보 감사합니다
좋은정보감사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