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은 강필구 기자와 점심식사를 함께 한 후, 학교 벤치에 앉아 종이컵 커피를 마셨다. 두 사람에게 200원짜리 커피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설감독님 덕분에 점심 맛있게 먹었습니다. 거기다 커피까지. 고맙습니다.”
“촬영 있을 때 언제든 놀러와요. 인터뷰 하러 오는 거 아니더라도 배고플 때라든지, 혼자 밥 먹기 싫을 때.”
“감사합니다.”
설감독의 사랑스러운 배려는 강필구 기자를 감동시켰다. 역시 그녀에겐 힘이 있었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접근했다 하더라도 착하게 변하게 만드는 힘 말이다.
뜨거운 커피가 천천히 식어가고… 설감독과의 간단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설감독님, 학교에 오니까 어떠세요?”
“좋아요. 활기찬 학생들 보니까 기분 좋고.”
설감독을 알아보는 학생들이 지나다니며 힐끗 힐끗 쳐다보았다.
“학교 다닐 때 설감독님은 어떤 학생이셨어요? 모범생? 문제아?”
“딱 그 중간인 것 같아요. 공부도 꽤 했고, 말썽도 꽤 일으켰죠.”
설감독이 빙긋, 웃으며 미지근해진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말썽은 전혀 일으키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사실 그래요. 말썽이라 봤자, 몇 개 안돼요. 그것도 고등학교 때 몇 번. 새벽까지 영화보고 늦게 자서 지각 몇 번 한거랑, 방송부였는데 아침 조회 때 교장선생님 훈화 장면 안 틀고 영화를 틀었다던가, 뭐 이런 작은 소동들을 일으켰었죠.”
“하하하!”
강필구 기자가 크게 웃었다. 말괄량이 여고생이었을 설감독을 상상해보니 웃음이 날 수 밖에.
“하하. 정말 학생들 사이에선 인기 최고였겠는데요?”
“그랬죠. 애들이 ‘설영웅’이라 불렀었어요- 우리 오빠가 제 애칭을 많이 탐냈었죠.”
“하하하!”
당근과 이야기하며, 강필구 기자의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뭐가 그리 재밌을까 궁금해 하며 지나가는 학생들의 시선에 강필구 기자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
“감독님, 그럼 이제 영화 얘기 해볼까요?”
“좋죠!”
“이번에 새로 들어간 ‘더 맨’은 어떤 영화죠?”
당근은 막힘없이 술술 대답했다.
“두 친구의 일과 성공,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을 그린 영화예요.”
“아까 촬영하는 거 옆에서 지켜봤는데 역시, 기대가 됩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즐거운 영화가 될 거니까요.”
“감독님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셨다고 하던데, 힘들진 않으셨어요?”
“진실을 고하자면 첫 씬부터 막혔었어요. 근데, 첫 씬 풀리고 나니까 초스피드로 시나리오가 완성 됐죠.”
하늘에서 황금사과가 떨어진 것 같았던 그 때의 일을 생각하니 당근의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잡혔다. 태빈의 CF가 생각났고, 태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영화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가 오가고, 강필구 기자는 긴장한 듯한 모습으로 당근에게 말을 건넸다.
“영화 찍기 전에, 감독님과 신태빈씨 스캔들이 터졌는데 이에 대해...”
당근은 그 질문에 당황하지도 않고 아주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당연히 나와 줘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태빈과의 핑크빛 스캔들. 당근은 봄빛같이 환한 얼굴로 말했다.
“좋았죠. 우리 영화 대박 터질 징조인가보다 하고, 고맙고 좋았어요. 시작하기도 전에 축배를 들어야 하나 생각했었어요.”
“사실은 아니신가요?”
강필구 기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이길 바라세요?”
오히려 당당하게 되묻자 당황한 기자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당근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사실이라면 영화 찍고 있지 않겠죠.”
“무슨…?”
“연애하겠죠. 저도 사랑하고 싶을 땐데.”
.
.
“영화감독을 꿈꾸는 영화학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시다면요?”
“할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전.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행운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하고 좌절하면 그걸로 끝이지만, 노력하고 일어서면 꿈은 꼭 이루어집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강필구 기자가 정중하게 인사했다.
“좋은 말 감사합니다, 설감독님. 정말 좋은 말들 많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인터뷰 내내.”
작은 인터뷰에도 소홀하지 않고 성의껏 답해주는 감독님이 너무나 고마웠다.
설감독은 자신의 일에 있어서 천방지축 날라리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프로였다. 당근은 빈 종이컵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기자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을 내밀었다.
“감독님, 오늘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근이 손을 맞잡으며 답했다.
“저도 아주 즐거웠어요.”
“점심에 커피에 인터뷰까지.. 감독님 시간 되실 때 꼭 한번 식사대접 하겠습니다.”
“그래요. 약속 지켜요.”
“감독님이야말로 시간 꼭 내주세요.”
“또 뵈요.”
“네. 그럼 저 가보겠습니다.”
강기자가 수줍게 미소를 띠우며 인사하곤 자리를 떠났다. 학교를 떠나는 강기자를 보다 설감독도 영화 촬영이 있을 촬영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촬영 준비를 하고 있는 스태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계단을 오르는 설감독에게 태빈이 다가왔다.
“커피 마시지 마세요.”
“응? 뭐라구?”
뜬금없는 태빈의 말에 당근은 당황하여 되물었다.
태빈은 툴툴거릴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아무런 말이나 해버린 것이다. 그 말을 하고 자신도 당황하여 헛기침을 하였다.
설감독한테는 못 당한다. 태빈이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자, 설감독이 하는 말.
“커피 마셔서 머리도 나빠지고 얼굴도 까매진 신태빈씨, 촬영합시다. 오케이?”
신태빈은 설당근한테 졌다.
* * *
S#7 동아리 방
동아리 방 앞에는 <ROCK>이라고 쓰여 있는 흰 종이가 붙어있다. 강월과 시헌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연습하던 밴드 후배들 ‘블랙솔개’ 일동이 동시에 벌떡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한다.
블랙솔개 : (꾸벅) 안녕하세요!
시헌이, 인사를 받아주며 고개를 끄덕거리다 얼굴을 살짝 찌푸린다. 동아리 방 안에 담배연기가 꽉 차 있다. 담배냄새가 지독하다.
강월 : (역시 냄새에 손을 저으며) 그래, 다들 잘 있었냐? 근데 방 꼴이 왜 이래. (창문을 가리키며) 문 열어.
밴드 후배들 얼른 창문을 열고, 지저분해 보이는 것들은 치우기 시작한다.
강월 : 담배는 피워도 좋아. 근데, 담배 피우고 나서 환기는 꼭 하라고 했잖냐.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악기 있는데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도 했었고. 우리 귀여운 후배들 못 들으셨나?
블랙솔개 : 죄송합니다!
강월 : 쾌적한 환경에서 음악을 해야 소울이 깃드는 거야.
창일 : 멋진 말이예요, 형!
강월 : 당연하지!
“컷! NG!”
잘 나가던 태빈이 ‘당연하지!’라고 외치는 대사에서 NG를 내었다. ‘당연하지!’를 ‘당근이지!’라고 말한 것이었다. 그 바람에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웃음이 터졌고, 태빈은 뻔뻔하게 괜찮지 않냐며 우겼다.
“당근이지! 괜찮지 않아요, 감독님?”
“당연하지! 이렇게 해야지, 태빈씨!”
“당근이지, 귀엽지 않아요? 감독님 이름도 한번씩 출연하고-”
“대본대로 가도록!”
“알겠습니다.”
“자, 다시 갑니다! 레디~”
태빈은 눈이 동그래진 당근이 귀여워 피식 웃곤, 제 자리로 돌아가 촬영 준비를 했다.
“액션!”
강월 : 당연하지!
창일 : 그런데 형들 어쩐 일이세요?
시헌 : 어쩐 일이긴, 인마. 너희들하고 놀려고 왔지.
강월 ‘푸우-’ 숨을 내뱉는다.
강월 : 애들아, 안되겠다. 연기 좀 빠지게 방 비워두고 밖에 나가서 농구 한판 하자. 어떠냐?
블랙솔개 : (합창!) 좋죠!
강월 : 나가자.
창일이 동아리 방에 있는 농구공 하나를 챙겨 든다.
S#8 농구장
강월, 시헌, 블랙솔개 멤버들, 3대3으로 편을 갈라 농구를 한다. 강월, 시헌, 창일 팀은 웃통을 벗고 송글 송글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시합에 집중한다.
씬을 찍기 전, 태빈이 다가와 설감독에게 물었다.
“감독님, 다 벗어야 됩니까?”
“당근이지!”
장난끼 어린 응큼한 아기 여우같은 표정으로 ‘당근이지!’를 외치는 설감독이다. 팀을 가른 표시를 해주는 것이라면서 꼭 벗어야 된다고 말이다.
“몸매가 훌륭하지 않다면 벗지 않아도 좋아.”
그 말에, 태빈과 산과 기준(창일 역)이 윗도리를 훌러덩 벗어 던졌다. 몸매에 자신 있는 자존심 강한 남자들이었다. 바람 부는 쌀쌀한 날씨쯤은 피 끓는 청춘들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자스태프들은 세 남자의 군살 없는 몸매를 부러워했고, 여자스태프들은 세 남자의 벗은 몸을 보고 부끄러워하는 척하며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일반 여인네들과 다르게, 설감독은 훌륭하다며 박수를 쳤다.
“브라보! 종종 벗는 씬을 넣어야 겠구만!”
재치 있는 당근의 농담에 모두들 웃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촬영이 시작되었다.
6명의 배우들은 정말로 열심히 농구를 했다. 연기를 하고 촬영을 하고 있다기보다, 실제로 농구에 빠져 시합을 하고 있었다. 하는 흉내가 아니라, 진짜로 하면서 즐기고 있었다. 한 골 한 골 넣을 때마다 태빈과 산은 어린애처럼 좋아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서로를 껴안았다. 결국, 승리는 태빈의 팀이었고, 한 게임이 끝나고 난 뒤 모두들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S#9 수돗가
농구코트 옆에 붙어 있는 수돗가에서 6명이 세수를 한다. 기분 좋다! 모두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블랙솔개 : 형들, 너무 잘해요!
농구게임에서 진 멤버들이 투정한다.
강월 : 당연하지, 인마. 우리가 못하는 게 어딨냐.
시헌 : 우리 둘, 고등학교 때 농구선수 할 뻔 했어. 하도 농구부코치가 안 놔줘서.
강월과 시헌, 옛 생각에 서로를 보며 살며시 미소를 띠운다.
강월 : 자자. 오늘 이 형님들이 이긴 기념으로 기분 좋게 쏜다!
블랙솔개 : (일동) 와아! 형님들이 최고예요!
블랙솔개, 입이 찢어지게 ‘아싸!’를 외친다.
강월 : 뭐 먹을래?
블랙솔개 멤버 1 : 형! 전 피자요!
블랙솔개 멤버 2 : 피자는 무슨 피자야! 형, 양념치킨에 맥주 마셔요!
블랙솔개 멤버 3 : 치킨?! 얌마, 지금 조류독감 때문에 닭집 문 닫고 있는 거 모르냐? 우리 지금 닭 먹으면 죽어!
블랙솔개 멤버 2 : (울상) 죽긴 왜 죽어!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블랙솔개 멤버 3 : (겁준다) 진짜야. 무식하긴. 무식하면 뉴스라도 보고 살던가. 넌 나 아니면 닭 먹고 죽을 뻔 한거야. 생명의 은인이라고, 내가.
블랙솔개 멤버 2 : (강월을 쳐다보며) 형, 얘 말 진짜예요?
강월 멍하니 시선을 멀리 두고 있다. 시헌이 생각에 잠긴 강월이 대신 말한다.
시헌 : (끄덕끄덕) 피하는 게 좋지.
블랙솔개 멤버 3 : (어깨를 으쓱대며) 그것 봐! 뉴스 좀 봐라! 형, 우리 감자탕 먹어요!
강월, 비상한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농구장으로 나오기 전 동아리 방에서의 담배냄새, 연기, 환기를 시키던 장면과 조류독감에 대해 말하는 블랙솔개 후배들의 말들이 뒤엉켜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시헌 : 그래, 그러던가. (골똘한 생각에 빠진 강월을 보는데) 왜 그래?
강월 :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시헌아, 나 생각났다.
시헌 : 뭐가?
강월 : 담배연기, 조류독감, 공기 오염… 생각나는 거 없어?
강월의 말을 듣고 시헌은 깊게 생각한다. 쉽게 답하지 않고 신중하게 강월의 눈빛을 쳐다보는데… 블랙솔개 멤버들은 강월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멍한 표정으로 두 선배를 바라본다.
강월 : 매연, 사스, 황사. 이런 것들은 다 공기를 통해서 오염되어 일어나는 것들이야. 공기 바이러스. 공기가 맑으려면, 맑으려면 (큰소리로) 공기를 좋게 하려면 뭐가 필요할 것 같아?
시헌 : 공기를……?
강월, 시헌의 손을 잡고 급하게 수돗가를 빠져 나간다. 뛰어 가며 블랙솔개 멤버들에게 소리친다.
강월 : 애들아, 미안하다. 형이 다음에 쏜다! 연습 잘해라!
블랙솔개 : (일동, 꾸벅 인사하며) 예! 조심히 가세요, 형들!
강월의 손에 이끌려 어린애처럼 질질 끌려가는 시헌.
S#10 학교벤치
강월이 시헌을 벤치에 앉힌다.
시헌 : 공기를 정화시키려면, 공기를 정화할 물건이 필요하지. 공기청정기 같은 거. (호기심 가득한 표정) 왜 갑자기?
서있는 강월을 향해 고개를 들고 묻는 시헌.
강월 : (피식 웃으며) 좋은 머리가 굴러가긴 하는군.
시헌 : 공기청정기 말하는 거야?
강월 : (진지한 눈빛) 그래. 공기청정기. 공기청정기 만들어보자. 시헌아, 어떠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공기를 전달해주는 공기청정기. 오염된 나쁜 공기는 빼주고 신선한 새 공기를 돌려 내보내는 필터, 우리가 개발하자.
시헌 : (눈이 동그래진다) 좋아!
강월 : 그렇지?
시헌 : 응! 진짜 괜찮은데! 공기청정기라…!
강월 : 시작하자. 지금 바로.
강월, 시헌 굳은 의지로 눈빛이 빛난다.
태빈이 넘넘귀여벙>0<역싀 내 스퇄이얌~
당근이지 이 네글자가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데요? 저는 이세상에서 음식을 먹을때와 단비님 소설을 읽을때가 제일 행복해요 그것도 음식 먹을때는 49.9프로 단비님 소설을 읽을때는 50.1프로 정말이에요 정말 읽을때마다 자신감이 생겨요
와우!ㅋ
당근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
만들면 잘팔리겟는데? ㅋㅋㅋ
사랑은 어제?
만들어봐!!!!!!!!!!!!!!ㅋㅋㅋ 나두 살께!!!!!!
으앙...ㅠ 빨리 둘이 됐으면 좋겠는데ㅠ
귀여워요ㅋㅋ
당근이 너무 귀여워요
재밌어요
빨리만들었음 좋겠당
허허
우왕~! 짱이닼ㅋ 빨리 만들어서 봤으면 좋겠따~~
오오 영화 스토리 좋네요 ㅎㅎ
오오 공기청정기를만드나봐요!